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작품의 시작은 1930년대 기아에 허덕이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조명한다. 먹을 것이 없는 겨울, 쥐도 몽땅 잡아 먹고 나뭇가지를 씹어 먹고 그러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 살아 있는 생명이라고는 인간뿐인 마을엣서 고양이 한마리를 어린 파벨은 발견을 하고 동생 안드레이와 함께 잡으러 갔다가 사라지고 안드레이는 우상인 형이 아둔한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형을 찾아 헤매다 돌아오지만 엄마는 이미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제 시간은 흘러 1950년대가 작품의 현재가 된다. 주인공은 국가안보부 요원 레오다. 그는 대애국전쟁이라고 구소련이 이야기하는 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신문에 실려 MGB에 뽑혔고 출세 가도를 달리는 전도 유망한 청년이다. 그에게는 아내도 있고 고생하던 부모를 좋은 아파트에 살게 할 힘이 있다. 그는 국가를 맹신하는 인물이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국가가 좋아야 국민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친다. 부하 직원의 아들이 살해당했다는 주장을 이성을 잃은 판단이라 여겨 사고로 처리하고 감시하던 스파이가 도망을 가서 쫓아가서 잡아오는데 그 와중에 부하인 바실리가 자신에게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그가 알게 된 사실은 그 스파이로 지목된 수의사가 단순한 수의사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문에 의해 자백을 하고 다른 스파이들의 이름을 말하는데 그 이름 중에 레오의 아내 라이사의 이름이 올라있다.  

작가는 이제 도입부만을 보여줬을 뿐인데도 독재자가 지배하는 공포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쉽게 알려준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어느 한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느끼게 한다. 국가가 관심을 갖지 않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이것은 그 나라 국민들이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포라는 말이 없더라도 정치는 존재하니까. 세상에는 늑대, 양,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그런 완벽하지 않은 존재가 만든 사상, 이념, 종교, 믿음 등 모든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것들은 절대 완벽할 수 없다. 그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거나 믿는 것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극명하게 잘 나타내는 곳이 독재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인 것이다.   

레오는 라이사를 조사하는 일을 하면서 라이사가 스파이이건 아니건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레오를 시험하는 일이었다. 라이사, 자신의 아내를 고발하면 그는 국가의 신뢰를 얻게 되지만 자신의 양심을 버려야 한다. 그에게 양심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그도 모르지만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소속된 MGB가 불편해졌다. 하지만 라이사를 무죄라고 주장하면 레오와 라이사, 그리고 그의 부모님까지 모두 죽게 된다. 이것이 그가 믿고 따른 체제가 돌아가고 유지되는 원리였다. 모두를 의심하고 모두를 고발하게 하는 것. 그는 아내를 선택한다. 그때 스탈린이 죽음을 맞이해서 그는 요행히 목숨을 건져 시골 민병대로 좌천된다. 그 길에서 그는 다시 한번 좌절하게 된다. 그가 목숨을 걸고 지켰던 아내가 그가 무서워서 죽지 않으려고 결혼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것이 일반인에게 각인된 국가를 대표한다고 그가 자랑스럽게 생각한 MGB의 실상이었다. 

국민이 믿지 않는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 그 국가가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아내가 남편의 고발을 두려워하고 이웃이 서로를 두려워 하고 친구가 친구를, 형제가 형제를 고발하게 부추기는 국가면서 범죄는 없는 국가가 되고자 한다. 살인 사건이 있는데 그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엉뚱한 사람들을 범인으로 잡아 해결됐다고 한다. 이것이 국가가 국민의 미래를 지켜주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다. 레오는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아이들만 살해하는 살인자를 잡기로 한다. 뚜렷한 특징을 보이는 연쇄살인범이다. 도대체 그는 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에 해가 되는 인물을 죽이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또한 그것이 국가를 맹신하고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에 무관심했던 자신의 지난 날의 잘못을 조금이나마 갚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누군가 자신들의 미래를 지키기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작품은 구소련 시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 영웅에서 한순간에 몰락하는 레오의 모습과 전쟁에서 혼자 살아남아 레오와 다른 시각으로 국가를 보는 라이사의 모습, 그리고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살인이 아닌 그 이면에 드리워진 인간 세상의 그늘을 발견하게 하고 있다. 스탈린의 공포 정치만이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만 강요하고 남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와 국가는 모두 어느 정도 공포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공포란 느끼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고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공산주의 사회에만 있는, 또는 있었던 일이 아니다. 독재라는 이름으로, 또는 독재라 느끼게 만드는 모든 정치가 있는 곳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과거에도 일어났던 일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가치있게 읽혀지는 것이다.  

작가는 실제 구소련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모델로 하고 있다.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 스탈린에서 후르시초프로 이어지는 시기를 꼼꼼하게 조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생생하게 느껴지고 장면 묘사가 세밀함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한번 더 놀라게 된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잘 쓰고 있다. 그것도 레오의 입장에서 말이다. 어떤 감상도, 이데올로기의 편향도 느낄 수 없어 더욱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고 있어 그 점이 가장 좋았다. 걸출한 작가의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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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0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입부만 읽어보았는데도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작품임이 느껴지네요.
오늘도 땡투를 누르며 휙~

물만두 2009-06-08 14:18   좋아요 0 | URL
저는 반신반의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노란방의 비밀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8
가스통 르루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죠셉 를루타뷰는 노란 방의 기괴한 사건이라는 이상한 사건을 접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글랑디에 성으로 향한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스탕제르송 양이었다. 그녀는 저명한 과학자인 아버지와 함께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방에서 괴한에게 살해당할 뻔했다. 그녀의 비명을 듣고 그녀의 아버지와 하인들이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이미 범인은 없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범인은 빠져나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건을 풀기 위해 유명한 형사인 프레드릭 라르상과 겨루게 된다. 그는 스탕제르송 양의 약혼자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를루타뷰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 때문에 를루타뷰는 범인과 함께 그녀의 약혼자의 무죄까지 밝혀야만 한다.   

도대체 어떻게 노란 방에서 범인은 그 많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문을 뚫고 홀연히 사라졌을까? 도대체 어떻게 복도의 곳곳에서 사람들에게 쫓기면서 사방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사라질 수 있었을까? 도대체 어떻게 막다른 길의 끝에서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는 데 사라질 수 있었을까?  

조셉 를루타뷰의 대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성적 사고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세 번이나 겪고 나서 그는 범인을 확실히 알게 된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 오히려 그것에 대한 반감을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피해자의 명예를 생각해서 범인을 일부러 도망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 주기까지 하는 18살밖에 안된 조셉 를루타뷰의 천재 특유의 자신감과 거만함이 있기는 하지만 검은 옷을 입은 부인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면까지 모두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사건의 전개와 그것을 파헤치는 탐정의 노력과 결말까지 어느 한 곳 나무랄 곳이 없는 완벽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이 작품을 보면 밀실 트릭이란 어떤 것이며 사건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역시 명성 그대로 대단한 작품이다. 세계 최고의 밀실 트릭을 다룬 작품이라는 명성이 아직까지 유지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탐정으로 등장하는 어린 조셉 를루타뷰의 행동도 흥미롭고 범인을 숨기는 인상을 주는 피해자의 행동도 흥미롭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인간은 같은 이유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돈과 사랑. 이것은 범죄의 영원한 이유가 되는 모양이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를루타뷰의 행동이 약간 셜록 홈즈를 연상시키는 면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세계 10대 추리 소설의 한 작품에 손색이 없는 걸작임에 틀림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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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팬더 2009-06-06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물만두님이 이렇게까지 극찬하시는 작품이니 찜 완료입니다. 요즘 다시 책읽기에 속도가 붙었는데요. 얼마전에 벚꽃지는 계절에...를 보구 간만에 추리소설의 재미를 만끽했습니다. 너무 편식하면 안될것 같아서 지금은 베르나르의 신을 보고있는데요. 탈주자 12번째 카드 열하광인 등 쌓아놓은 책들이 많은데 또다시 책부터 주문할 생각이 들게 만드시는군요. 역시 고전의 위력이란~~!!!!!!

물만두 2009-06-08 10:46   좋아요 0 | URL
이 작품은 먼저 읽으셨어야 하는 작품인데요^^;;;
저는 편식만 하고 있습니다~

soyo12 2009-06-0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 꼬마 신문 기자 참 좋아했는데, 연속되는 시리즈가 없어서 혹은 구해지지 않아서 좌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만두 2009-06-08 10:47   좋아요 0 | URL
저는 검은 옷을 입은 부인 2편이 검은 옷의 신부인줄 알고 윌리엄 아이리시 책을 읽었답니다^^ㅋㅋㅋ
물론 좋았지만요.
 
레전드 블랙 캣(Black Cat) 18
로버트 리텔 지음, 김수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브루클린의 중국집 2층 폐업한 당구장에서 살면서 사립탐정 일로 먹고 사는 전직 CIA요원 마틴 오덤에게 어느 날 한 여자가 자신의 형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하지만 마틴은 거절을 한다. 자발적 실종자를 찾는 일은 품만 들고 성과가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난 뒤 그의 예전 상사인 프레드가 그를 찾아온다. 마치 마틴을 감시하고 있었던 듯 실종자 찾는 일만을 하지 말라고 협박을 하고 간다.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한 마틴은 사마트라는 실종자를 찾는 의뢰를 받아 들이고 이스라엘까지 간다. 

유대법에 따라 남편이 랍비 앞에서 종교적 이혼을 해주지 않으면 평생 재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버지는 딸을 위해 사위를 찾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가족의 정체는 금방 알게 된다. 이들은 FBI에 의해 증인보호프로그램으로 보호받고 있는 러시아에서 망명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유대인의 정체성을 찾아 이스라엘로 딸과 결혼해서 간 사마트는 러시아의 마피아라 불리는 신흥재벌의 조카로 폭력단 싸움에서 잠시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택한 남자였다. 마틴 오텀과 언니를 소개하기 위해 작은 딸이 떠난 뒤 마틴 오텀의 벌통을 봐주던 중국 식당 종업원 민이 벌통이 폭파되어 죽게 되고 사건을 의뢰한 딸의 이혼을 원한 아버지도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마틴 오텀은 다시 한번 위험한 일에 들어선 것이다. 

작품은 이렇게 전직 CIA 요원이 사립 탐정이 되어 실종자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시작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고 만만한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은 십여년에 걸친 마틴 오텀이 단테 피펜과 링컨 디트먼이라는 레전드로 활약하면서 경험하는 일들을 통해 국제 정세의 변화를 사실적 픽션으로 담아내는 작품이고 또한 그 레전드라는 것이 단순히 CIA에서 사용되는 위장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인간 모두에게 적용될 수도 있는 변하는 인격, 살아가기 위한 위장과 지금 쓰고 있는 속마음과 다른 겉모습도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여기에 스파이 소설이 지니는 매력인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겪게 되는 위험과 마틴 오텀을 방해하는 세력을 피하는 마틴 오텀의 활약과 마틴 오텀의 여러 레전드를 만나고 여러 나라의 비밀 요원들과 관계를 보여주면서 마지막에 알려주는 이 작품의 큰 그림으로 뒤에 나오는 대 반전은 이 작품이 스파이 소설의 대가 로버트 리텔이 새로운 스파이 소설의 장을 열었음을 알려주는 멋진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LA 타임즈 도서상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던 것이다.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했을 때보다 더욱 와닿는 스파이 소설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사건을 수행하는 것은 마틴 오텀이지만 과거 아일랜드 출신의 폭탄 전문가 단테 피펜과 남북전쟁 전문가이자 무기거래상으로 활약한 저격의 명수인 링컨 디트먼이 행한 스파이로서의 행적을 읽는 것은 스파이소설의 재미를 독특하게 느끼게 해주고 있고 여러 레전드를 가지다보니 원래의 자신을 잃고 기억 상실증에 걸린 마틴 오텀의 자아 찾기는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고 있다. 마틴 오텀의 레전드들은 레전드일뿐일까, 아니면 마틴 오텀의 다중인격장애가 낳은 산물일까 정신과의사도 확신을 못할 만큼 그들은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고 여러 레전드들 사이를 오가며 그것으로 씨실과 날실을 삼아 탄탄한 구성의 현대적 스파이 소설을 탄생시킨 것이다.    

마틴 오텀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스파이 소설이라기 보다는 끈질긴 탐정 소설에 가깝다. 그의 성격은 스파이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 잔인하고 냉정함이 결여된 인간이 스파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단테 피펜이 등장하는 장면과 링컨 디트먼이 등장하는 장면은 스파이 소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그들 내부로 침투해서 이슬람 무장세력에게 폭파 기술을 전수하고 무기를 판매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에게 의심을 받기도 하고 오사마 빈 라덴과도 만나게 된다. 이런 현실적 인물의 등장은 이 작품을 팩션처럼 느끼게도 만든다. 또한 이들이 행한 일들이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는 인간의 불행한 역사를 느끼게 되고 버려진 스파이라는 점에서는 개인의 존재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을 읽지 않고 로버트 리텔의 스파이 소설, 아니 스파이 소설을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파이 소설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으로 통해 세계사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커질지도 모른다. 거기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다각적인 관점에서 읽게 되는 작품이다. 개인의 삶이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듯이 역사 또한 우리고 보고 듣는 것이 다는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세 사람의 인생을 살든, 그로 인해 진짜 인생을 어디에선가 잃어버렸든지간에 삶은, 역사는 계속되는 법이니까. 이 작품을 읽으면 대가의 작품은 역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존 르 카레와는 또 다른 놀라운 스파이 소설을 만들어낸 로버트 리텔,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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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0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탐정소설 스파이소설 너무 좋아요~~
또 땡투를 날리며 저는 갑니다 ㅎㅎ

물만두 2009-06-03 19:09   좋아요 0 | URL
아주 좋습니다^^

lazydevil 2009-06-0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좋은 스파이 소설을 읽고 나면 항상 시대와 역사를 보는 눈을 넓어지는 것 같아요. 세상을 읽는 작가의 통찰력이 작품에 묻어나서 그렇겠죠. 리텔의 새 작품이 기대됩니다.

물만두 2009-06-04 13:1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은 작품입니다.

paviana 2009-06-05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어찌 지내시나 궁금해서 들렀어요. 페이퍼를 안 쓰시니(너는 쓰냣!!) 리뷰에다 안부를 묻기가 좀 그렇거든요. 왠지 여기는 공적인 공간 같아서.ㅎㅎ
전 잘 있어요.

물만두 2009-06-05 13:11   좋아요 0 | URL
글을 올리는 한 잘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리뷰 올리기도 좀 벅찬것도 있고 또 안쓰다보니 페이퍼는 안쓰게 되네요.
잘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바이버 클럽 Medusa Collection 11
리사 가드너 지음, 이영아 옮김 / 시작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에디 코모라는 남자가 세 명의 여자를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된 날 호송차에서 내리다가 살인청부업자의 총에 맞아 숨진다. 그리고 살인청부업자는 누군가 차에 설치한 폭탄으로 살해된다. 그 날은 그리핀이 자신의 옆집에 살던 소아성애자인 데이비스, 일명 캔디맨을 잡아 넣고 휴직을 했다가 복직한 첫 날이기도 했다. 그리핀은 첫 날부터 바쁘게 사건을 다시 조사하고 서바이버 클럽을 조직해서 에디 코모가 재판받기만을 바라던 질리언, 캐럴, 메그를 살인 용의자로 의심을 하기에 이른다.  

살인 다음으로 가장 악날한 범죄가 성폭력 범죄다. 그것은 정신을 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 서바이버 클럽은 살아 있기만 하다면 다기 일어설 기회는 만들기 나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나 살다보면 한번쯤 무너지게 된다. 아내가 암으로 죽어 고통스러워 하는 그리핀처럼. 그러니 중요한 것은 피해자를 그저 피해자로 동등하게 생각하고 숨기지 않게 사회가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성폭행범을 살인범에 준하는 처벌을 하던가. 

이야기는 주요 등장 인물들의 각자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기 위해 그들 모두의 관점을 담아내고 있다. 서바이버 클럽을 만든 가장 적극적이며 당당해 보이는 질리언은 여전히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캐럴은 그 이후 남편과의 사이가 극도로 나빠졌고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면서도 말도 못한 채 무너지고 있다. 메그는 그 당시 상황을 기억조차 못해서 그것으로 불안해 하고 메그의 부모는 차라리 기억하지 못하기를 바란다. 이런 이들과 아들의 아버지인 에디 코모의 애인은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의 무죄를 주장하고 경찰들은 그 사이에서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과 가해자에 대한 울분의 심리 상태를 보이고 있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통해 사건에 다가가고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작품은 범죄가 어떻게 꼬이게 된 것인지 에디 코모의 DNA가 나왔는데 그것을 믿을 수 있는 지, 경찰이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그 이면에 더 큰 범죄가 도사리고 있는지 서서히 밝혀낸다. 하지만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목처럼 생존자가 생존을 위해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 죄 짓지 않은 사람은 떳떳하게 살 권리가 있다. 혼자서 사회로 나올 수 없다면 서로 뭉쳐 힘을 함쳐 이겨내는 것도 좋다.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건 그런 이유니까 말이다. 

맨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죄를 보여주고 있다. 반전의 묘미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것보다 범죄자가 범죄를 권력으로 생각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범죄자는 범죄에 있어서는 머리가 아주 잘 돌아간다. 피해자와 경찰은 그들보다 늘 조금씩 뒤쳐지게 마련이다. 그들은 잠재적 피해자를 놓고 경찰과 시민을 위협하는 이들이다. 절대 그들이 피해자로 인해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망상에 빠지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치 악을 영원히 몰아내려 애를 써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피해를 입었다고 주저 앉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이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르니까.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세 명의 여성의 심리 묘사와 변화 과정, 그리고 가족간의 유대감이었다. 또한 그리핀에 대한 묘사도 좋았다. 피해자와 경찰이 서로에게 의지가 될 수 있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들이 적대적으로 묘사되는 것보다 훨씬 보기 좋았다. 보기 드문 일일지라도. 범죄는 늘 사람들 주변에 있다. 하지만 범죄자에게 지지는 말자. 그들의 의도대로 휘둘려 주저 앉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결코 승자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서바이버 클럽이 존재하는 이유다. 생존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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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cjfgns 2010-02-0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희대총여 사건이 생각난다. 애꿏은 사람을 잡을뻔한...
 
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Sacrifice, 제물 또는 희생이라는 단어다. 이 작품에서는 희생이라는 뜻으로 쓰일 수도 있고 제물이라는 뜻으로도 쓰일 수 있다. 그건 희생자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자의적이냐 타의적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결국 모든 새크리파이스는 선택이 필수조건이다. 산다는 건 모든 살아감의 형식을 떠나 늘 선택의 연속기이기 때문이다. 사이클의 로드 레이스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라도 트루 드 프랑스라는 경기가 있다는 것과 랜스 암스트롱이라는 암을 극복하고 그 극한의 경기에서 여러번 우승한 대단한 사람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안다. 이 작품은 생소한 로드 레이스라는 팀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달리기 선수를 하다가 여자 친구에게 채이고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희열없는 1등의 기대에서 벗어나고자 시라이시는 사이클로 종목을 바꿔 실업 선수가 된다. 그가 사이클을 선택한 이유는 1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팀 경기이기 때문이다. 로드 레이스는 에이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팀 경기다. 며칠씩 일정을 짜서 같은 코스를 여러번 돌고 그때마다 1등하는 선수도 있지만 결국 종합 성적으로 등수를 정하는 경기다. 그리고 그 에이스가 1등이 되게 하기 위해서 어시스턴트라는 선수가 그 선수를 앞에서 끌어준다. 그는 에이스를 돕는 선수로 남게 될 뿐이다. 

팀 오지에는 에이스 이시오가 있다. 그는 이기기 위해 무자비하다고 소문이 난 선수다. 그가 선수 생활을 못하게 만든 선수도 있다고 한다. 이바는 차세대 에이스를 노리는 선수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달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선수다. 하지만 시라이시는 이기지 않기 위해 달리는 선수다. 그저 달릴 수 있으면 좋은 선수다. 1등이라는 목표가 오히려 중압감으로 작용하는 이상한 선수다. 그는 말한다. "골인 지점에 맨 먼저 뛰어드는 의미를." 천생 어시스턴트로 태어난 선수가 아닌가 싶은 선수다. 

이들이 모여 로드 레이스를 한다. 에이스 이시오를 위해서 어시스턴트를 하기도 하고 에이스가 뒤쳐지면 그대로 1등을 해도 좋은 경기를 다른 팀과 함께 한다. 그때 시라이시는 스페인 팀에서 일본 선수를 스카우트할거라는 소문을 듣는다. 그는 갈등한다. 어디에서 어시스턴트가 되어도 좋지만 좀 더 큰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그렇게 시합을 국내에서도 하고 벨기에까지 가서 하게 된 팀 오지 선수들, 하지만 에이스 이시오에 대한 소문은 점점 무서워지고 그때 시라이시의 첫사랑이 그의 앞에 나타난다.
 
언제였더라, 마라톤 대회에서 페이스메이커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가. 그것도 페이스메이커를 직업으로 하는 선수가 있다고 해서 놀랐었다. 그 선수는 왜 마라톤 완주를 하지 않고 중간까지 끌어주는 페이스메이커를 하는 것일까 의아했었다. 그러다가 선수들이 너무 뒤쳐지면 그 선수가 1등을 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는, 그래서 황당한 일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고 이해가 갔다.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르고 선택하는 길이 다른 법이라는 것을. 그것은 희생이 아닌 선택일 뿐이라는 것을. 골퍼에게 캐디가 있는 것처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을 위해 그런 일을, 어시스턴트든, 페이스메이커든, 캐디든 무엇이 되었든간에 정상에 올라설수 있는 일을 하는 이들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1등만을 강요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위치의 선수만을 좋아하고 뒤에서 그들을 바쳐주는 이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세상이지만 축구에서 스트라이커가 되기 위해서 골을 어시스트해주는 선수가 필요하고 야구에서 1점을 위해 안타가 아닌 1루 주자를 2루에 보내기 위해 희생 번트를 하는 선수가 그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처럼 누군가 어디에서든 1위를 하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는 새크리파이스가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사라져가는 스포츠맨쉽, 페어플레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 하는 방법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그런 삶에 대한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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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09-07-09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라고 리뷰를 올리고 싶긴 한데..글재주가 없어서 참,, 이책은 정말 반전(?)의 뒷통수라 할만 합니다^^ 재밌게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물만두 2009-07-09 20:53   좋아요 1 | URL
잔잔한 작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