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없는 땅 1 미도리의 책장 9
후나도 요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시작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가끔 누군가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어렵게 주어지기도 하고 때론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는 일을 보면서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살기 위해 있어야 하는 것은 주어져야 하는데 그것조차 목숨걸고 찾아 헤매야 한다면 산다는 게 인간에게 무슨 의미가 있고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 작품은 내게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한 가문 엘리손도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와 남미로 이주해온 일본인의 이야기가 두 축을 이루면서 작품은 카리브해의 끈적끈적한 습한 날씨처럼 끈적거리는 피의 축제를 준비한다. 엘리손도 가의 고갈된 유전 지대에서 일본인이 탐을 내는 희귀 광물이 발견된다. 이를 이용하기 위해 엘리손도 가의 당주는 일본인의 애를 태우다가 장남에게 살해당하고 돌아온 탕아 차남은 형을 죽인 뒤 베로니카와 함께 일본인에게 채굴권을 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곳에 새롭게 터전을 잡은 콜롬비아에서 온 사이비 종교 집단을 몰아내야 한다. 지체없이 알프레도는 청부업자를 고용한다. 

한편 3년전 탈취한 2천만달러를 나눠야 하는데 행방을 알고 있는 단바가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을 안 가지 시로는 단바를 탈옥시키기 위해 베네주엘라에서 양아치 4명을 고용하고 단바를 탈옥시킨다. 그 와중에 콜롬비아 게릴라에게 쫓기다 다시 국경 경비대에 잡혔다 탈옥한 뒤 2천만달러가 있는 곳까지 가는데 그곳에는 이미 막달레나 마리아라는 젊은 여자가 이끄는 4백여명의 종교집단이 자리를 잡고 있고 설상가상 그녀는 그들이 올 것을 미리 알고 그들을 환영한다. 어찌된 일인지 단바는 이들의 모습에 이끌려 그들을 도와주기로 하고 돈은 그 뒤에 나누겠다고 한다. 이제 희토류라는 광물 체굴권과 2천만달러라는 거액을 놓고 한 판 피의 전쟁이 시작된다.  

처음 몇 장을 읽자마자 나는 한숨을 내 쉬었다. 안 읽었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고. 이렇게 재미있으면서 진지하고 인간에 대한 느낌을 생생히 전달하며 인간의 습성과 정치, 경제를 아우르며 한 눈에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신화처럼 또는 전설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이다. 미화되지 않은 인간 그 자체의 모습이 살아 숨쉬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베네주엘라의 우기에 내리는 비처럼 마음을 강타하고 다시 쨍쨍한 햇볕에 열 받게 하고 끈적끈적하게 달라 붙어 찜찜하고 씁쓸한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매춘을 할 수밖에 없는 여자들, 열아홉에 가장이 되어 뇌물받는 법에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경비대원, 물라토, 메스티소, 과히로 등 다양한 인간들, 가난한 인간들, 혁명을 쫓는 일본인, 그저 돈을 쫓는 일본인, 게릴라 대장, 배신자 등 결코 상류층이 될 수도, 부자가 될 수도 없는 인간 군상들과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가지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 모여 오늘의 모습을,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대단함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작가는 여기에 더해 혁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 덧없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혁명도 생존의 하나일 뿐이란 느낌만 든다.
 
인간의 탐욕과 생존 본능만이 살아 숨쉬는 제3세계의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같이 느껴지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다. 결국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탐욕도 어떻게 보면 생존 본능의 발전된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묻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도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최악의 바닥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왜 힘없는 인간들은 나아질 수 없는 것일까? 인간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책을 덮으며 이런 물음을 계속 되내일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전설 없는 땅이 어디 있으랴. 단지 잊혀지고 사라졌을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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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7-07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이 감탄하시니 정말 재미있는 책인가 봐요.일본에서는 추리 소설이 주류문학에 편입되선지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것 같군요.

물만두 2009-07-07 11:15   좋아요 1 | URL
네. 읽을까 말까 하다 읽었는데 책 펴자마자 반했습니다. 캐릭터 좋고 내용 좋고 작가의 필력 좋고 더 이상 나무랄데 없는 작품입니다.
요즘 추리소설 주류가 아닌 나라는 울나라뿐일겁니다.

... 2009-07-07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에 관심이 많이 갔는데, 두 권이기도 하구, 나온지 좀 됬기도 하고, 리뷰가 거의 안 올라와서 보관함에 밀어넣고 머뭇거리는 중이었어요.
물만두님의 리뷰를 보니 꼭 구매해야하는 책이군요..

물만두 2009-07-07 11:16   좋아요 0 | URL
2권이라도 금방 읽힙니다. 상이란 상을 다 휩쓸었던데 그럴만한 작품이더라구요. 전 이 작가의 다른 작품 읽을 예정입니다.

비로그인 2009-07-0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읽어도 읽어도 또 이렇게 모르던 좋은 책들이 있다니 신기하지요?
오늘같은 날씨는.. 물만두도 좋지만 통통 따끈 고기만두가 그리워지는 날이네요 ㅎ

물만두 2009-07-07 11:59   좋아요 0 | URL
그게 책 읽는 자들의 행복이자 고민 아니겠습니까^^ㅋㅋ
그래서 저희는 만두국을 먹을 예정이랍니다~

비로그인 2009-07-07 13:03   좋아요 0 | URL
행복이자 고민이라.. 딱 맞는 말씀이에요.
그.런.데. 물만두님이 만두국을 드신다니 그야 말로 동족상잔의 비극이 아니고 뭐랍니까 ㅋㅋ

물만두 2009-07-07 14:30   좋아요 0 | URL
어쩌겠어요?
날은 덥고 저도 살아야지요.
내 뱃속에 있음 그것도 만두 아니겠어요^^ㅋㅋㅋ

다락방 2009-07-0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저도 흥미가 생기는데요! 읽어봐야겠어요.

물만두 2009-07-07 11:59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7-0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지름만두시라니까요 ㅎㅎ

물만두 2009-07-07 14:31   좋아요 0 | URL
혹자는 호객만두라고도 합지요^^ㅋㅋㅋ

chika 2009-07-07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추리소설이 주류가 아닌 나라는 울나라뿐이다. ㅋㅋㅋ
- 아파 죽어가는 와중에 웃겨 죽슴다. ㅋ

물만두 2009-07-07 16:06   좋아요 0 | URL
이게 웃을 일이여~~~~~~
뭐, 웃어야지 어쩌겠어^^ㅋㅋㅋ

chika 2009-07-0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신간도서를 착착 읽고 리뷰써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저는 천천히 살라구요. 지난번에도 책살때 분명 언냐가 리뷰를 썼음직한 책이었는데 없어서 땡스투를 못해 속상했었어요.
우웅~

물만두 2009-07-07 16:06   좋아요 0 | URL
나도 한계가 있다구 ㅜ.ㅜ
슬프네. 땡스투~~~~~

울보 2009-07-08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의 리뷰는 역시 더운데 잘계시지요,,

물만두 2009-07-08 10:14   좋아요 0 | URL
울보님 용쓰고 있답니다.
님도 건강하시고 류도 건강하죠^^
 
원티드 맨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라는 스파이 소설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쓴 작가 존 르 카레가 2008년 새로운 작품을 출판했다. 독일이 통일되고,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스파이 소설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는 늘 되풀이되고 약간씩 말만 달라질뿐 스파이 소설의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내 생각은 무지함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제 존 르 카레는 좀 더 깊이 있는 스파이 소설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스파이 소설이 있게 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생각 자체에서 오는 그런 작품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한 사업가가 미국의 관티나모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사람은 테러리스트로 지목받아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났는데 이미 그의 삶은 망가진 뒤였다는 이야기도 봤다. 이 작품은 그런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한 남자가 독일 함부르크에 나타나 착한 무슬림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는 많은 곳에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체첸인이라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고 고문당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를 도와줄 러시아어를 하는 인권단체 생크추어리 노스 소속의 변호사 아나벨은 자칭 이사라고 부르는 남자를 돕기 위해 애를 쓴다. 그는 함부르크에 반드시 와야 할 이유가 있었다.  

작품은 이사를 독일 시민이 되게 하기 위한 아나벨과 자신의 아버지때부터 내려오는 이상한 신탁기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제는 늙고 망해가는 은행가 브뤼가 착한 일을 하고자 애를 쓰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을 서로 조종하려는 독일과 영국의 전문가들의 행동과 이 일이 단순한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예전부터 계획된 일이고 또 다시 계획되는 일임을 알려준다. 이사가 테러리스트인지 아닌지 그들은 모른다. 그는 의사가 되고 싶은 가여운 청년일뿐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많은 나라에 수배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미 그것을 알고 정보국의 변방으로 밀려난 바흐만은 그를 이용해서 진짜 테러리스트를 잡을 덫을 놓기로 한다. 물론 여기에 영국과 미국이 합류한 것은 물론이고. 

이사의 행보를 따라가며 시민권을 얻기 위해 애를 쓰는 불법체류자들의 불안한 삶과 양심때문에 편안한 삶보다 남을 돕는 삶을 선택했지만 그것마저 버거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을 이용하는데서 오는 양심과 싸우는 사람들을 잘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사가 만약 무슬림이 아닌 서양 사람이었다고 해도 이들이 이런 행동을 보였을까? 만약 이사가 진짜 테러리스트라면 이렇게 허술한 모습으로 돌아다닐까? 작품은 이사의 이전 모습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가 지금 등장했고 발견된 것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발생한다. 그들의 생각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 무슬림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시발점이 무엇이었는지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이것은 역사의 되풀이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십자군전쟁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종교로 전쟁을 하고, 사상과 이념으로 전쟁을 하고, 인종과 문화로 전쟁을 하는 한 이런 일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작품은 계속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평소에 법과 정의는 모든 인간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다라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아직도 이런 말을 한다. 하지만 결코 이렇게 되지는 않는다. 모든 인간은 무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유죄고 어떤 인간은 무죄가 확실하더라도 유죄다. 그건 정치 게임의 일환이다. 인간이 그 정치라는 체스판의 졸이 되어버리는 순간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고 만다. 작가는 늘 스파이 소설 속에서 이런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인간에 대해 쓰고 있다. 그의 눈은 객관적이고 냉정하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분명 이런 일을 당하고 있으리라. 그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 또한 인간, 개인, 소시민의 한계다. 권력없는 자들의 한계가 어쩌면 원티드맨을 만드는 것을 보고만 있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과연 국가 권력이 테러리스트들을 잡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흉내만 내는 것인지, 테러리스트를 잡는다는 것을 표면에 내세워 갈등을 더욱 조장하고 분열을 획책하려는 속셈은 아닌지 묻고 있다. 진짜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할 생각이라면 근본적인 원인 해결만이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이 인권을 이야기한다. 미국과 영국, 언제까지 그럴꺼냐고 묻고 싶은 작품이다. 그래서 작품의 무대를 독일로 선택한 것인지 모르겠다. 시대가 바뀌어 언젠가 기독교인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원티드맨이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또 다른 평범한 소시민, 많은 무영씨들이 고생을 하겠지. 역사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 밟히고 억울하게 당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원티드맨이 되지 않는 수밖에 없다. 서글프지만 그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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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2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2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09-07-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르까레의 신작 소설이 나왔네요.물만두님 말마따나 냉전이 끝나서 이 분의 시대도 끝난줄 알았는데 이렇게 새로운 책을 내놓으면서 건필을 휘날리시는군요.
르 카레도 악의 제국 소련이 사라진뒤 적대할 세력으로 이슬람을 정하는군요.안타깝지만 영미권 독자들에게 책을 팔기위해서는 어쩔수 없었겠지요.
르 까레의 새책도 좋지만 가능하면 스마일리 3부작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읍니다^^

물만두 2009-07-02 15:3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테러가 냉전을 대체하고 있으니까요.
리텔도 그렇고 많은 작가들이 테러와 러시아 마피아 뭐 이런 쪽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스마일리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데 소식이 없네요.

lazydevil 2009-07-0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뭡니까!!! 깜짝 놀라서 바로 로그인하구 댓글답니다. 만두님 서재 안들렸으면 까맣게 모를 뻔 했어요. 오늘 책주문했는데 취소하고 다시 담아야겠군요.. 암튼 신간보고 흥분하기는 정말 오랜만이네요~~^^

물만두 2009-07-03 10:07   좋아요 0 | URL
어머 놀랐잖아요~
제가 신간 소식이 뜸하여 죄송스럽습니다^^

미미달 2009-07-03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 정말 재작년부터 읽으려고 마음먹었으나 결국.... 지금까지도......
HI 만두님 !!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고 계시나요? 그리워요~ㅠㅠ

물만두 2009-07-03 10:07   좋아요 0 | URL
미미달님 방가방가^^
빨랑 읽으세요.
님도 잘 지내시죠?
저는 늘 그렇습니다~
 
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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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가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붉은 손가락>에서였다. 시리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시리즈였다. 그리고 <악의>에서 다시 만났고 본격적으로 가가형사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나머지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다. 가가 형사 시리즈는 모두 7편이다. 이 작품은 아직 형사가 되기 전에, 그리고 교사를 지망한 풋풋한 대학교 졸업반인 가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첫 장면부터 가가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토코에게 가가는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다. 하지만 그 고백은 그저 일방적인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 뿐이다. 사토코가 받아들이던, 안받아들이던 상관없다고 한다. 그건 사토코의 마음이니까. 쿨한 것인지 냉정한 것인지 아니면 검도를 해서 마음을 다스리고 도를 깨친 것인지 젊은 날의 가가는 참 독특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이런 면은 어린 시절의 고통이 가져다 준 자기 방어적 기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T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로 분주한 일곱 명의 친구들. 가가, 사토코, 나미카, 도도, 쇼코, 와코, 하나에는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다. 그리고 도도와 쇼코, 와코와 하나에는 연인 사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가장 마음이 여린 쇼코가 자살을 한다. 처음에 그들은 친구의 자살 이유를 찾으려 애를 쓴다. 그러다가 타살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친하게 지내던 자신들을, 친구들을 의심해야 한다는 상황에 까지 이른다. 여기에 다시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신 다도 선생님의 생신 기념 다도 모임인 설월화 게임 중 나미카가 청산가리에 의한 중독사를 당한다. 나미카의 일도 자살로 여기고  싶어하지만 그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걸 그들은 안다. 나미카는 절대 자살할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서히 그들이 친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들이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끈질긴 가가의 추리로 인해서.  

남은 친구들은 친구가 자살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한다. 아니라면 가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아니 그런 일이 사실로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진실은 잔인하고 불편한 것이니까.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 유독 친구들의 죽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가가의 모습은 얼핏 인정미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친구라는 이유로 산 친구들을 죽은 친구에게서 무작정 보호하려는 면이 더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듣다. 그만큼 가가는 진지하고 공평하게 친구 모두를 대하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사토코 단 한명만을 믿고 나머지는 용의자로 생각하며 추리를 하게 되지만 말이다. 정말 우정이 허상이었다면 진실을 밝혀서 무너트리는 것이 거짓 우정을 품고 사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작품은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단순하지만 명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또한 말 못할 고민과 친구라는 이름으로 어울리던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늘 내가 먼저고 남은 그 다음이다. 친구도 마찬가지고 연인도 마찬가지다. 우정이나 사랑은 어쩌면 그들 젊음 앞에 닥친 시련과 시험의 다른 이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그 입장에서라면 어떨지 알 수 없다. 누구나 같은 상황에서 삶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울타리는 그들이 모두 비슷하거나 같다고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사회로 나아갈 때 그들의 입장은 너무도 달라지기도 한다. 그 간극은 친구의 우정으로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명의 죽음을 하나는 밀실 트릭을 이용하고 다른 하나는 다도의 한 방식을 트릭으로 사용한 본격 추리소설을 보여주면서 작품은 작가 특유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게 만든다. 여기에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인간 심리를 적당히 보여주며 청춘 미스터리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또한 다도, 검도에 대한 이야기들과 1980년대 일본 사회를 잘 보여주고 있다. 뭐, 대학 졸업반의 걱정이야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가가는 일단 교사가 되기로 한다. 경찰인 아버지때문에 엄마가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경찰도 되고 싶어하니 경찰의 피가 흐른다고 해야 하나. 암튼 다음 작품 속 가가는 어떤 상황,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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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3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시리즈로 쭉 소장하고 싶어요.

물만두 2009-06-30 13:58   좋아요 0 | URL
저두요!

... 2009-06-30 18:01   좋아요 0 | URL
가가형사가 등장하는게 시리즈인줄 모르고,
이렇게 와장창, 쭈르륵 나올줄도 모르고,
이번에 나온 네 권 모두 표지 산뜻, 예쁘장 할지도 모르고,
<붉은 손가락>과 <악의>를 중고샵에 훌쩍 내다 팔아먹은 1人 ㅠㅠㅠㅠ

물만두 2009-06-30 19:04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꺼이꺼이 슬프잖아요~ㅜ.ㅜ

무해한모리군 2009-06-30 23:2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저도 같이 흑흑

... 2009-06-30 23:36   좋아요 0 | URL
여러분들이 울어주시니 더 슬퍼지쟎아요ㅠㅠㅠㅠㅠ

아래 모두 소장하겠다는 댓글만 달리고, 어흑 ㅠㅠㅠㅠㅠㅠㅠ


stella.K 2009-06-3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가 가가입니까? 윽~ 썰렁.ㅠ 미안합니다. 3=3=33

물만두 2009-06-30 13:59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제 손발이 오그라들었어요~

stella.K 2009-06-30 16:57   좋아요 0 | URL
뭘 또 오그라 들기야...ㅋㅋ

물만두 2009-06-30 19:05   좋아요 0 | URL
감기들면 책임지세요^^ㅋㅋㅋ

stella.K 2009-07-01 11:23   좋아요 0 | URL
나의 뜨거운 가슴으로 그대를 낫게하리다.ㅋㅋ

물만두 2009-07-01 11:37   좋아요 0 | URL
헉, 내가 졌소!!!

비연 2009-06-30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모으고 있슴다~

물만두 2009-06-30 19:05   좋아요 0 | URL
저두요^^

그린브라운 2009-06-3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이제 멀리하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만두님의 리뷰로 손이 마구 보관함을 누르게 만드시고... ㅠ.ㅠ 몰라요..저도 이런 시리즈 넘 좋아해요...

물만두 2009-06-30 19:05   좋아요 0 | URL
당근 소장하셔야지요^^
 
죽음의 해부
로렌스 골드스톤 지음, 임옥희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화가 토머스 에이킨스의 <애그뉴 박사의 임상강의>라는 작품을 표지로 하고 실제로 에이킨스를 등장시켜 리얼리티를 가미하고 있다. 작품은 작가가 홀스테드라는 의사가 코카인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에 기초해서 쓴 팩션이다. 마치 셜록 홈즈가 자신의 두뇌 활동을 위해 마약을 주사한 것처럼 홀스테드는 마취제를 실험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임상 대상으로 삼았다가 중독되었다고 한다. 이런 의사의 과학적 실험 정신과 윤리적 문제라는 양날검같은 이야기를 이 작품은 다루고 있다.  

19세기 미국 명망있는 의사 오슬러의 제자로 필라델피아의 병원에서 일하게 된 것이 자랑스럽던 전도유망한 젊은 의사 캐롤은 오슬러가 하는 시체 해부 수업에 다른 의사들과 함께 한다. 여전히 시체 해부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신은 주로 부랑자나 극빈자의 것을 몰래 돈을 주고 구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해부를 하기 위해 얼음을 채운 관을 연 순간 교수가 뚜껑을 닫고 연기를 한다. 얼핏 본 젊은 여성의 시체다. 그리고 동료 터크의 낯빛도 변한 것 같다. 의아하게 생각한 캐롤에게 갑자기 파커가 초대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난 격으로 어렵게 의사가 된 터크도 있고 부잣집 도련님도 있고 여성도 있는 오슬러의 학생들은 다양했다. 그 점이 더욱 오슬러 교수를 존경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출신이 그렇다보니 비밀스런 점이 많던 터크가 자신과 술을 마시고 난 뒤 병원에 나오지 않아 수소문을 해서 겨우 찾아갔더니 콜레라에 걸려 죽고 만다. 그런데 하숙집 할멈 얘기가 의사를 부르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수상하게  생각한 캐롤은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그가 독살당했음을 알아내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여기에 상류층 아가씨가 캐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캐롤은 그녀에게 한 눈에 반해 그녀가 사라진 친구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수락한다. 그리고 그 여성이 오슬러 교수가 해부하려다가 만 그 여성이 아닌가에 생각이 미치자 캐롤은 탐정처럼 터크의 죽음과 레베카의 실종을 추적한다. 그러던 중 터크가 여자들을 중절수술을 해주고 돈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레베카가 그를 찾아간 사실도 알게 된다. 사건을 알고 명확하게 범인을 잡으려다가 점점 더 상황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자신을 궁지로 몰아 넣는다. 물론 그것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들의 말이지만 결과적으로 캐롤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자, 여기 위대한 의사가 있다. 약간의 문제가 있는 의사지만 앞으로 그가 남길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고 그가 구할 수 있는 생명은 짐작할 수도 없다. 그러니 그의 작은 실수는 봐줘야 하지 않겠냐고 묻고 있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그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실수는 간과되어서는 안된다고 답하고 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는 대의명분으로 '소'라는 이유로 그렇게 실수로 치부되어 희생된 이들을 모두 합하면 어쩌면 '대'만큼은 되지 않을까 싶다. 역사는 늘 그렇게 말하곤 했으니까. 

문제는 의사라는 직업에 있다. 사람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사. 물론 그들도 실수는 한다. 하지만 그 실수가 결코 묵인되거나 감춰지거나 비도덕적이어서는 안된다. 의사라고 모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때나 지금이나 환자가 의사에게 바라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이정도도 무리라면 의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의사 스스로 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험 정신과 희생 또한 잊거나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실험 정신으로 인간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된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다. 잣대를 들이대거나 지난 일을 평가하는 일을 쉽지만 막상 내 앞에 닥치게 되면 쉽지 않은, 포기하기 힘든, 고발하거나 감싸거나 하기 어려운 선택이 될 것 같다. 
 
이 작품은 팩션이다. 그럴 듯해보이는 이야기를 하지만 정말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의사들이 의사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은 어느 집단이나 있는 일이다. 상류 사회가 보여주는 정 반대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어떤 부호는 유산으로 존스 홉킨스 병원과 의대를 지었는데 어떤 부호는 자식의 무책임함도 질책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그 시대 여성들이 미혼모로서 홀로서기를 시도했다는 점은 놀랍다.  

여러가지 사회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가운데 무엇보다 바이엘사가 염료 회사였다는 사실과 바이엘사에서 헤로인이 처음에는 의학적으로 만든 발명품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사실적 인물들을 적절하게 등장시켜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사실같은 묘사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꽤 근사한 팩션이다. 이 작품은 죽음처럼 잠자던 그 시대의 일들을 독자에게 해부해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역사 앞에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 과연 올바른  선택이란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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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블루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의 첫 장편 소설이라 더 호기심이 생겼다. 대가의 첫 시작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떤 소재를 사용했을까? 어떻게 전개를 했을까 무척 궁금하게 만들었다. 시원한 파란색 표지에 제목은 <퍼펙트 블루>, 오히려 너무 밝은 느낌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한 밤중에 화재가 발생하는 것으로 작품은 시작한다. 불에 타고 있는 것은 언뜻 사람같아 보이지만 사람이 아닌 마네킹이어서 해프닝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하스미 탐정 사무소에 한 가출 소년을 찾아 달라는 의뢰가 온다. 고교 야구의 유망주인 모로오카 가쓰히코의 동생 신야라는 가출을 일삼는 소년이었다. 그를 찾으러 가요코와 이 작품에서 가장 특이한 점으로 꼽을 수 있는 화자인 경찰견 출신의 마사인 '나'가 갈만한 곳을 찾다가 소년을 발견하게 된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순식간에 가쓰히코가 살해되어 불에 타는 것을 집에 가다 신야가 발견하게 되고 신야는 형의 친구로 형을 협박했다는 야마세를 찾아나서는데 그는 이미 자살한 뒤였다. 유서를 남겨둔 채. 여기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싶었지만 다시 야마세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되고 경찰이 아닌 하스미 탐정 사무소 자체적으로 조사하기로 한다.  

여기에 이들과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다이도제약에 근무하는 기하라는 전무가 소다라는 남자에게 협박당하는 와중에 중개자 역할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를  실질적으로 조종하는 사람은 료코라는 여자다. 그는 아내를 잃고 딸과 단 둘이 살면서 한직에서 정신적 충격을 다스리고 있는 중이다. 마치 아내가 죽었을때 그 자신도 같이 죽은 것처럼 유령처럼 살고 있어 자신의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그 심각성을 늦게 알게 된다. 자신이 빠져나갈 수 없는 늪에 빠진 거라는 것을. 

이야기는 이렇게 하스미 탐정이 소다라는 남자를 찾고 다이도제약 사람들이 소다라는 남자를 찾게 되면서 그들 사이에 접점을 알게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마지막 일격을 남겨두고 있었다.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이 첫 장편임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일본 사회의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시엔이라는 대회는 그야말로 일본 고교 야구팀이라면 한번 밟아보는 것이 소원인 대회다. 지역 예선을 거쳐 전국에서 모인 쟁쟁한 팀들만이 겨루는. 그런데 팀원이 어떤 불상사를 일으키면 그 팀은 대회를 포기해야 한다. 일년을 준비한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3학년 학생은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게 된다. 이런 것이 일본의 연대책임이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잔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사회가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런 사회에서 어떤 일인들 일어나지 않을까.   

제약회사는 아이들을 이용해서 몰래 임상 실험을 하고 그것의 부작용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 생각한다. 또한 일개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의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의 모습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본이란 사회는 아직도 사무라이 정신에 의해 지배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개인은 용납되지 않고 명예를 더럽히느니 죽는게 낫고 백번을 우기면 진실이 된다는 그들의 속담처럼 그렇게 자꾸 자기 최면을 거는 것 같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완벽은 욕망에 의해 제지당하게 되어 있으니까. 완벽한 인간, 완벽한 인생, 완벽한 제품란 없다. 그래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욕망으로 변하기 전까지는. 또한 개인의 인생은 개인의 것이다. 누가 선택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용서를 비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감추는 법을 먼저 배우면 더욱 완벽과 멀어지게 된다. 일본 사회의 절대 변하지 않는 점을 본 것 같아 씁쓸하다.  

마사와 기하라라는 개와 인간이 화자로 등장하는 두 작품을 읽는 느낌을 주며 전개되는 이 작품은 마사가 나올때는 긴장감보다 인간적인 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기하라가 등장할 때는 긴장감과 스릴을 느끼게 구성되었다. 그리고 읽다보면 마사와 기하라에게서 비슷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적절한 구성으로 하스미 탐정 사무소를 건전하게 표현한 한편 제약회사쪽을 떨어뜨려 대비시킨 점이 좋았다. 인간을 구조하는 하스미 탐정 사무소라고 할까. 꽤 괜찮은 탐정단을 만난 것으로 작품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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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6-2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미야베미유키라니! 당장 보관함으로 골인임다~

물만두 2009-06-22 19:22   좋아요 0 | URL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