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04
유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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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하면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대학 입학시험 때 내 뒤에서 시험을 보던 이름도 모르는 아이가 구정 고등학교 출신이었다. 압구정동은 원래 한명회의 호를 딴 정자가 있던 자리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그의 호는 압구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학교라는 학문 기관의 이름이 압구 고등학교도 아니고 구정 고등학교란 말인가. 이것이 압구정동의 실체다. 내용은 아무 곳에도 없고 포장지만 찬란하게 나풀거리는 곳. 바로 휘황찬란한 우리 나라 제일의 거리인 것이다. 그래서 압구정동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침을 뱉고 싶어질까 봐. 그곳에 가면 자유냐, 방종이냐의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헤매게 될 게 분명하니까. 바람 부는 날이면 더더욱 그곳엔 접근하지 않는다. 휘청거리다 바람에 날려 어딘지 모르는 곳에 쳐 박혀 절대로 나올 수 없게 될까 두려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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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대니 서 지음, 임지현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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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서의 책을 일게 된 동기는 그가 환경운동가이기 때문이다. 나도 환경운동에 약간 관심이 있어서 내게 도움을 주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환경운동 지침서는 아니다. 그것보다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 가를 알려주는 삶의 지침서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제 22살인 이 청년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 가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 지도 너무 잘 알고 자신만만하다. 그건 실로 12살에 하고자 하는 일을 완벽하게 이뤄 낸 탁월한 그의 능력과 집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아, 얼마나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지, 우리 아이들이 너무 좁은 곳만을 바라보고 세상을 사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가 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년인지를 알 수 있다. 청소년 교양 지침서는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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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김은국 지음 / 을유문화사 / 199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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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란 무엇인가. 종교는 무엇이고 사상은 또 무엇인가. 전쟁 속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 지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믿음은 심판 받는 것인가. 이 책에서 단지 초라한 죽음을 목격했을 뿐이다. 어떤 죽음은 단지 죽음일 뿐이고 누군가의 죽음은 선택받은 순교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이 시대를 절망하게 했다. 언제나 인간은 선택을 강요당한다. 아무 것도 강요받을 수 없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채찍질을 견뎌내야 한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보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발가벗겨진 채 길을 걷다가 쓰러진 자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를 순교자라 말하는 이에 동조하는 우리가 있다. 진정 이 땅에 순교자가 필요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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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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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표현하는데 한 줄도 길겠지. 하지만 무지한 중생들이 시라고 이해하기에는 한 줄은 너무 짧다. 17자로 시를 쓰고 그것을 사람들이 공감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런 하이쿠에 나도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하이쿠, 하이쿠 하는 이유는 일본의 경제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문화란 경제력과 함께 전파되는 것이니까.

미국인들이나 서구인들이 하이쿠에 매력을 느끼는 까닭은 잘사는 나라에 대한 동경일 것이다. 일본과 더 가까운, 그러면서 일본이 별로 좋지 않은 우리와 중국은 하이쿠에 대한 생각이 오히려 좋지 않다. 그것은 동양시의 원류인 중국이 하이쿠에 매력을 느낄 수 없는 문화적 바탕이 있는 까닭이고, 우리 또한 일본문화에 매력을 느낀 지 채 백년도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시를 사랑해서 널리 보급하려는 마음가짐은 본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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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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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모리슨의 이 작품은 독특하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다는 느낌보다는 한 곡의 재즈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흑인 여자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만 보더라도 이 작품이 쓸쓸하게 전재될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흑인이란 미국에서 소외되고 핍박받는 사람들의 대명사니까. 그들의 삶이라면 도망, 하층민으로서의 삶, 범죄, 등등 이런 것을 연상시킨다.  

남편은 어린 여자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그 아이를 살해한다. 아내는 남편의 배신으로 그 죽은 아이의 시체에 난도질을 하려 한다. 여자 아이는 자신을 죽이는데도 주저없이 목숨을 내놓고 사라짐을 택한다. 그 모든 동기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자들이 마지막 가지고 있던 것마저 빼앗겼을 때의 상실감과 인생에 대한 허무함이 삶의 극단적인 비극이라는 형태로 표출된 것일 것이다. 억울함을 그런 식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들의 삶 자체가 가슴 아프다.

서글픈 흑인여자가 기차를 타고 달려온다. 그 젊은 여자는 기차가 데려다 주는 곳에서라면 멋진 인생이 펼쳐질 거라고 상상하지만 그건 덧없는 착각일 뿐, 어느 곳에서도 그녀는 평온함을 누릴 수 없다. 시간은 그렇게 기차처럼 빠르게 지나고 이제 그녀는 누군가를 용서하는 마음만을 갖으려 애쓰고 있다. 세상에 자신을 흑인으로, 여성으로, 빈곤한 이로 있게 하는 분께서 그녀를 어루만지고 계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 사랑이란 사람을 가엾게 여기는 거라 했다. 내가 흑인으로 태어난 것도 가여운 것이고 여자로 태어난 것도 그러하며 남편이 어린 여자아이와 바람피우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가엾고 그 아이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남편과 그 손에 죽어가야 했던 그 아이도 가여워.

인생이 너무 가여워서 나는 나를 사랑해. 주인공이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아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을 참아가며 끝까지 읽었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인생도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없음의 연속이겠지. 그러다가 가끔 재즈를 듣는 것처럼 즉흥적이고 자신도 모르는 난해함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울면서 사라지겠지. 인생, 참 슬프다.

우리는 존재의 이유를 거창한 곳에서 찾으려 애쓰지만 존재는 그저 존재일 뿐. 사랑이 머물다 스쳐 지나는 것처럼 사람의 인생 또한 우주의 먼지처럼 그렇게 흩어지는 거라고 그녀의 주름진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말하고 있다.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사연이 있어 슬픈 잔잔한 재즈 한 곡을 들은 느낌이다. 한스럽게 늘어지는 굵은 섹스폰 소리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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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08-25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때 이 책 읽었을적에는 '참 재미없다' 가 느낌의 전부였는데,
지금 읽으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잔뜩 쌓아둔 책 박스를 열어봐야 겠어요.

물만두 2004-08-2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그렇더라구요. 처음 읽을 때보다 두번째가 더 좋은 작품이 있고 더 안 좋은 작품이 있구요. 이 작품은 아마 나이가 들어 읽으면 더 좋은 작품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