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래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떤 노래는 지미의 시와 그림이 잘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중적이다. 한쪽은 계속 사랑과 희망과 꿈과 기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계속 어둠과 버거움, 고독과 벗어나고 싶은 현대인의 외로움, 쓸쓸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지미가 두 줄 사이를 교묘하게 교차하며 지나다니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바람벽>이라는 시에서는 추락이 아닌 추락 뒤에 올 수 있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음을 피력하고 있고 <공중의 유모차>에서는 현대인의 무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눈빛의 무게>로는 사랑을, <굴러다니는 집>에서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두 관점의 충돌이 나타나는 시가 <오묘한 경계선>에서 표현한 어릿광대에 대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태양과 그림자, 환희와 처량함으로 나뉜 어릿광대... 그것은 바로 지미가 표현하려는 현대인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 지미는 자꾸만 쉬어 가라고 말하면서도 너를 밝고 올라갈 수밖에 없는 나를 이해하라고도 말한다. 그것은 지미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나는 지미의 다른 작품에서보다 더 심한 현대인의 무력한 고독과 벗어날 수 없는 근원적 외로움 때문에 서평을 미루었는지 모르겠다. <바람벽>을 읽고 공감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외면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이제 지미의 작품은 다 읽었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가의 작품을 일년에 한편 정도는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아직 우리 나라에 발표되지 않은 작품이 있을 테니 그 작품들이 출판되기를 우선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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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소년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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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달은 인간의 꿈이다. 희망이다. 미국에 달의 땅을 팔아 부자가 된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사기라고 말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돈 몇 만원에 꿈과 희망을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한다. 이제 추석이 다가온다. 달이 없는 추석을 우리는 생각할 수 있을까. 달이 없는 밤하늘... 이미 수많은 별을 잃은 우리에게 달마저 사라진다면 그건 우리가 더 이상 살아갈 그 어떤 이유도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소년은 꿈을 꾸었다. 달과 같은 꿈을... 소년에겐 희망이 있었다. 달과 같은 희망이... 아무도 주지 않을 때 자신을 위로하던 친구, 아무도 어울리지 않을 때 친구가 되어 주던 친구, 무관심으로 마음 상해 있을 때 자신과 놀아 주던 친구... 그것은 달이었다. 달은 소년의 친구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그에겐 잃어버린 친구다. 잃어버린 꿈이고, 헛된 희망의 상징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달을 품었던 마음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었다면 세상은 이렇게 삭막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년이 달과 이별하듯 우리가 어른이 되는 것은 잃어버림의 연속기다. 잊고, 잃고, 후회하고, 되찾으려 애를 쓰고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저 하늘의 달이 내 품속에 품어지지 않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도 저 달이 저리 있으니 만족하자. 잃어버린 꿈이, 헛된 희망일지라도 한 때 품었던 것이 저리 보이니,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내려다보며 가끔 기억나게 만들어 주니 고마워하자. 그나마 저 달이 없었다면 우린 얼마나 더 비참할 지 모를 일이니까...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지금은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지만 아이들에게 한번 불러 줘도 좋으리라. 달이라는 희망 하나쯤 쥐어 줘도 어쩜 우린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일지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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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에사는고래 2004-09-30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다....(중얼중얼)

물만두 2004-09-3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세요^^
 
미소짓는 물고기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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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린 살면서 많은 것을 소유하려 애쓰지만 결국 뒤돌아보면 우리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한 남자가 미소 짓는 물고기를 발견하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어항에 담아 오지만 그는 꿈속에서 결국 그도 자신에게 미소를 지어 주는 물고기와 같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커다란 어항에 갇힌 한 마리의 물고기에 불과함을 깨닫고 그 미소 짓는 물고기를 놓아준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잊고 살았던 것들을 되찾는다.

이 작품은 벼룩 만화 총서에 있던 한 작품 <금붕어, 죽음을 택하다>를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그 작품이 시니컬했던 반면 이 작품은 따뜻하게 독자를 감싼다. 그리하여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어린 시절 우린 이런 모습의 우리를 그리지는 않았으리라. 어린 시절에 바라본 세상은 지금의 눈으로 바라본 이런 세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바뀐 것이지 세상이 바뀐 것은 아니다. 우린 '나 돌아갈래!'라고 외칠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가끔 우리가 어떠했는가를 기억하는 것, 작은 욕심들을 줄여 나가는 것, 그런 것들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미소 짓는 물고기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미소 짓기 위해서다.

소유가 존재가 아님을, 때론 공유와 외면이 더 나을 때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미소를 짓는 물고기는 내 안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그 물고기를 풀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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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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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시는 이렇게 삭막하다. 도시는 늘 사람을 외롭게 한다. 여자는 늘 왼쪽으로만 가고 남자는 늘 오른쪽으로만 간다. 우린 습관이라는 것에 이끌려 하늘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땅만 쳐다보며 걸어간다. 넘어지면 아무도 일으켜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는 듯이... 믿음이 없는 만남과 애쓰지 않는 사랑, 소통하지 않는 마음을 지닌 채 우리는 도시에서 살아간다. 그러면서 우린 모두 이 지긋지긋한 도시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도시가 아닌 우리가 잘못이라는 생각은 결코 하려 하지 않는다. 앞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른다. 윗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른다. 설사 누군가 죽어 살이 썩어 그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해도 우린 그 냄새를 도시의 냄새로 여기로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러한 도시인의 무심함이 두 남녀의 스쳐 지나가는 만남 속에 들어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과 단 한 줄의 글 속에 우린 그래서 감동하며 서글퍼지는 것이리라. 누군가의 사연이나 픽션이 아니라 바로 내 일이고 내 일상의 생활임을 아는 까닭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존재도 알지 못하는 우리, 그리고 상처가 부메랑이 되에게 돌아오는 것도 모른 채 무심코 타인에게 상처 주는 것이 일상이 된 우리, 이제 우리도 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왼쪽으로 가는 여자는 방향을 바꿔 그 사람에게 가려는 시도라도 해보길.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또 그렇게 산다가 아니라 그렇게 살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도 살아보지 뭐. 이렇게 도시에 희망이라는 새로움이라는 싹이 돋아날 수 있게 씨라도 뿌려 보자. 아님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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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4-09-21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롭지 않은 도시를 우리가 건설해 보아요^^
(아주 잘 쓰셨어요)

물만두 2004-09-2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안의 말씀이 넘 감격적입니다. 흑...

내가없는 이 안 2004-09-21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감동적이에요. 저 오늘 누구한테 상처받았는데, 흑흑, 이 리뷰 보고 조금 덤덤해지려고 그래요. ^^ 그리고 저도 (아주 잘 쓰셨어요)... ^^

물만두 2004-09-2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안이 맘에 듭니다...^^

설박사 2004-09-2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쓰시는데요.. 양보다 질로 승부하셔도 되겠어요. ^^

물만두 2004-09-23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박사님까정... 흑... 감사합니다...
 
숲속의 비밀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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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 <비밀의 화원>을 읽고 비밀의 나만의 화원을 꿈꾸듯 어른이 되었어도 우린 그 꿈 한 조각을 잊지 못해 꿈을 찾아 헤맨다. 그래서 이 책의 작품들은 무채색인 것이 아닐까. 지미의 다른 그림들과는 달리...

아이가 꾸는 꿈과 어른이 꾸는 꿈은 다르다. 아이가 꾸는 꿈은 찬란하지만 어른이 꾸는 꿈은 허무하다. 그 허무함이 무채색으로 표현되었다. 참 서글프면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직도 꿈을 꾸는 어른을 격려하면서 고개를 젓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그래도 무채색 꿈이라도 꾸고 싶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나만의 숲을 가꾸고 싶고 그 안에 비밀을 간직하고 싶다. 언젠가는 무채색마저도 사라져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만 그때까지 무채색 꿈이라도 꾸면서 살아가련다. 우리에겐 유채색의 아름다운 꿈을 꾸는 또 다른 이들이 있으므로...

지미는 초창기에 무채색 꿈을 꾸다 유채색으로 바꾼 것일까. 아니면 이 작품만 색다르게 표현한 것일까... 궁금하군.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다른 누군가는 어떤 비밀의 숲을 가꾸어 나갈까. 그의 숲이 편안한 안식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지미에게서 그런 편안함을 얻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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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4-09-14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을 꿀 수 있다는 건 참말로 아름다운 일이예요. 그리고 꿈으로 지어진 그 화원이 비밀스러워 보여도 보이는 사람에겐 보이게 되어 있지요. 만두님만의 향기가 풍기는 화원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붐비나봐요.

로드무비 2004-09-1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책 읽고 좋은 영화 보는 것이 제겐 비밀의 화원이네요.
그리고 그 공간을 이렇게 물만두님 등 친구들과 공유하니 기쁘고요.^^

물만두 2004-09-1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과찬을... 물만두 드시고 가세요...

털짱 2004-09-1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책을 덩말 많이 읽으시는군요. 아, 만두님 보고 싶어라~~!

물만두 2004-09-14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털 좀 그만 세우세요...

2004-09-15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그림 보는 순간 딱 사고 싶은 책이네요. 최근에 어느 님인가의 서재에 지미 그림 본 적 있는데...그 지미죠?

물만두 2004-09-15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판다님 서재의 그 지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