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사실 보림 창작 그림책
최재은 그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최재숙 옮김 / 보림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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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고 간단한 동화가 나를 감동시켰다. 몇 장 되지도 않고 몇 글 되지도 않는다. 나는 마지막장이 가장 좋았다.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며 나의 중요한 사실을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꼭 읽어줄만한 책 같다. 그리고 자신과 생활에 부정적인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사실은 책 이상의 책이라는 점이다. 이 책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이 책이 모든 사람에게 잃어버렸던 마음을 돌려준다는 거다. 이 책은 비록 짧고, 간단하고, 몇 마디의 낙서 같고, 이 책은 책 안에 말을 가두었다. 하지만 이 책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우리 마음을 감동시킨다는 점이다.

관점, 모든 사물에 대한 관점을 갖게 하고 이야기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책... 그 간단함이 오히려 마음을 촉촉이 적시고 딱딱하게 굳은 머리를 두드리는 책... 동화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도 이 책이 주는 기쁨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선물은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에 대해 생각했다. 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내가 존재한다는 거야. 나는 아무 것도 아닌 모든 사람 가운데 평범한 한 사람이고, 내 부모의 자식이고, 내 동생들의 언니고, 나는 그들에게 그 어떤 것도 해줄 수 없는 입장이지. 하지만 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내가 그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거야. 내가 그들을 사랑하듯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족하고 사랑은 나누는 것만으로 족하며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기쁨이다. 존재한다는 것... 얼마나 좋은 것인가... 좋은 존재로 남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 또 다시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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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3-2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멋있어요..

물만두 2005-03-22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함다^^

반딧불,, 2005-03-22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추천!!

물만두 2005-03-22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함다^^

비연 2005-03-22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물만두 2005-03-23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감사^^
 
눈길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5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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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눈길이라는 작품에서 해변 아리랑까지 연대기순으로 작가는 늘 한 가지 이야기만을 하고 있다. 고향과 어머니와 가난... 그것은 내가 모르는 내 어머니의 기억이지 내 기억은 아니다. 공유할 수 없지만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읽는 것은 읽는 내내 외할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는 작가와 같은 위치고 내 외할머니는 작가의 노모 같은 위치다. 내 외할머니는 슬하에 위로 아들 셋, 아래로 딸 넷을 두셨다. 하지만 6.25전쟁 때 막내아들을 북으로 보내셨고, 얼마 뒤 큰아들을 병으로 잃으셨다. 큰아들 죽은 지 한 달 만에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마지막 남은 가운데 아들마저 내가 아홉 살 나던 해 어이없게도 비새는 지붕 고치러 올라갔다 떨어지는 바람에 가슴에 묻으셨다. 가산은 기울고 종내는 돌보지 않는 장손 집에서 혼자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죽는 모습 못 본 막내가 올 새라 보다 나간 책까지 소중히 간직 하셨다 하던 외할머니... 그때 돌아가신다고 끝내 외삼촌 마지막 모습을 못 보게 말리셨던 큰 이모는 일흔 다섯이 된 지금에서야 그때 아들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여 드릴 것을 하며 후회하신다.

 

별 상관없는 이야기 같지만 나는 눈길을 눈밭을 자식 발자국을 따라 걷던 눈길로도 읽었고 또한 부모가 자식을 해바라기 하듯 바라보는 눈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어머니의 눈길이 남아 고향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것이다. 고향이라는 곳이 어머니 눈길이 한 번도 닿지 않은 곳이라면 고향이라 말할 수 있을까. 가난하고 거친 손길이 닿고, 단내 나는 숨길이 묻어나지 않는다면 고향의 의미란 무엇일까. 고향에서 그리 끌려간 외삼촌이 살아 계시다면 이런 이유로 고향이 그리울 것이다. 어머니 계신 곳이라...

 

어머니와 가난은 왜 함께 하는 모진 숙명 같은 것이었을까. 경험하지 못해도 슬퍼서 우는 나는 무엇을 안단 말인가. 모진 것이 목숨이라 가난해도 이어가는 삶 속에서 인간은 성숙된다. 그 가난을 이기고 자식을 키운 어머니가 있기에 앞이 트여 뒤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청준의 한없는 고향 넋두리는 조금 지겹다. 인생사가 지겨운 것처럼 단조롭다. 그의 고향에 대한 생각은 눈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것만이 그의 고향과 어머니에 대해 지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그래서 때로는 고향을 등지고 멀리하고 아주 가끔만 누가 볼 새라 몰래 꺼내 보고 금새 집어넣게 되는 것 아닐까.

 

눈물 한 바가지를 쏟아 내고 나니 진이 빠진다. 진 빠지게 하는 것이 고향이고 어머니인 모양이다. 그러니 떨쳐 버리려 한다면 생각 고쳐먹고 끌어안는 것이 좋으리라.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 쪽을 향해 머리를 누인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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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2-28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에 어느 정도 여성에게 그런 삶을 강요하죠.
여성은 없고, 어머니만 남았는데 그러면서도 여성을 갈구하는
남성으로서의 어떤 면을 ...이청준씨 뿐이 아니라 거의 모든 남성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글쓰기의 함정 같은 것이요.

물만두 2005-02-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작가뿐 아니라 우리 나라 모든 남성들의 모습이죠. 그래서 중간의 중편 하나는 설렁 설렁 읽었네요. 아마 올 해 읽는 마지막 문학 작품이 될 것 같아요 ㅠ.ㅠ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69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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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이 시집을 쓸 때 나이가 서른 즈음이다. 서른이라는 미묘한 나이가 시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은 비상을 꿈꾼다. 여러 갈래 길 사이에서 자신이 택한 길에 대해 회의를 품는다. 시인은 나아가야 하는 지 되돌아가야 하는 지 망설이고 있다. 나무가 되어, 시인의 작품에는 많은 나무가 등장한다. 정착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동시에 비와 새가 되어 어딘가에 떨어지고 날아가고 싶어한다. 비록 하늘에 발목이 잡힌 새라 할지라도. 시인의 갈팡질팡은 그 나이를 겪는 모든 사람과 동일하다. 이십대에서 삼십대가 된다는 것은 두려움을 준다. 이십대처럼 젊지도 않고 사십대처럼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도 같으면서 왠지 그래서는 안될 것 같은 인생의 죄책감을 짊어지게 되는 한 지점... 그 지점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고 누구도 명확한 마침표를 제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1988년에 발표된 이 시집에서는 다른 시집에서 느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불안과 초조, 혼란을 느낀다.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정체 없는 그란 누구란 말인가. 그는 시인 자신일 수도 있고 시인이 인정받고 싶은 존재일 수도 있고 그 누구도 아닐 수도 있다.

시 <잠자는 숲>에는 마지막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아, 나는

은사시나무숲으로 가고 싶죠.

내 나이가 이리저리 기울 때면.

<믿지 못하여>에서는 이런 구절이 눈에 띤다.

믿지 못하여 나는

만족하지 못하여

나는 안경을 썼다

이 두 구절만으로 시인의 시를 내가 감히 논할 수는 없다. 그리고 시인의 심정도. 하지만 나는 내 입장에서 그 시절 내가 그러했기 때문에 공감한다. 나이가 주는 외로움을 시인도 겪었구나 하는 생각에 시가 친근히 다가오는 것을 어쩌랴. 시인도 나와 같은 인간이었음을 발견한 기쁨을 만끽하게 내버려두시라. 나는 시를 평하거나 논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려는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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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
김서희 지음 / 상상의친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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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님의 사진 동화는 네티즌 사이에 아주 . 책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그간의 퍼감에 대한 보답으로 사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고무신님의 사진 동화는 때론 웃음을 주고, 때론 감동을 주고, 때론 생각할 여지를 주어 좋았다. 바나나잎을 쓴 작은 도토리로 인해 웃을 수 있었고, 고깔콘으로, 여러 과자와 과일로 나타낸 인간사의 날카로운 통찰에 놀라기도 했다. 침대는 과학이라는 카피가 있었듯이 깻잎은 침대라는 상식을 깨는 발상이 주는 신선함은 동화를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충분히 동화적 상상력을 제공해 주었다. 그래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책에서 보는 사진 동화는 원작과는 좀 달랐다. 사진이 너무 작았다. 한 면을 가득 채워도 좋았을 텐데 여백을 둔 이유가 궁금하다. 또한 좀더 좋은 종이를 사용해서 사진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책값에 대한 부담이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또한 사진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은 좀 과하다 싶다. 이미 사진 동화를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아무런 글 없이도 충분히 공감했었더랬다. 그런데 새삼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와 여백의 아름다움을 빼앗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소중히 간직할 생각이다. 우리 세대 이런 기발한 동화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기 때문이다.

다음에 2편을 만들 계획이라면 사진은 크게, 글은 되도록 적게, 그리고 사진의 원본의 감을 충분히 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기쁨을 준 고마운 고무신님의 앞날에 사진 동화 작가로서의 더 넓은 길이 열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그래야 계속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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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5-02-1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동화라.. 보고싶어지네요^^

박예진 2005-02-1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재밌죠? ^-^
책으로 나온 건 못 봐서 아쉽네요. 근데 물만두님 서평을 보니, 그냥 인터넷으로만 봐도 될 듯! 히히.

박예진 2005-02-1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재밌죠? ^-^
책으로 나온 건 못 봐서 아쉽네요. 근데 물만두님 서평을 보니, 그냥 인터넷으로만 봐도 될 듯! 히히.

물만두 2005-02-16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보던 곳보다는 못하지만 재미있어요^^ 음... 예진아, 사라^^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문학과지성 시인선 216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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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 그의 침울한, 소중한 이는 나다. 그가 나를 부른다. 아니다. 그는 자신을 불렀다. 또한 우리를 불렀다. 그의 시는 하나의 고해성사와 같고 나를 고해성사를 하게 만든다. 나는 병들어 침울하고 그런 나는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나뿐이겠는가. 시인도 그러한 존재며 시인의 상대 또한 마찬가지다. 이 시를 읽는 독자도 같다. 침울함이라는 단어와 소중함이라는 단어가 이루는 조화는 자기 연민과 자기 보호를 뜻한다. 자학적이기도 하지만 그런 자학을 감싸는 인간 본연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아프다. 고독하고 힘들고 슬프다. 그런 침울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소중하다. 그런 인간이기에 소중한 것이다. 이 시들은 나를 감싼다. 포근하지는 않지만 칼바람을 막아 주는 바람막이는 된다. 그럼 된 것이다.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삶은 누구에게나 고단한 것... 그 고단한 삶을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 쓴 약을 삼키듯 소태같은 혀를 내밀어 내리는 눈은 달콤하리라 상상하는 것.... 그 눈이 쓸개즙처럼 느껴졌을 때의 절망... 그러면서 다시 혀를 내밀어, 손을 내밀어 내리는 눈을 받아 혀 끗에 대보는 것... 인생을 천천히 가고 있는 우리 침울하고도 소중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버리지 못하는 껍데기를 부여잡고 이승을 좀비처럼 떠도는 우리... 침울한, 소중한 이들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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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5-02-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절한 리뷰입니다.시집보다 더 찡하게 울리는.

물만두 2005-02-0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그리 침울하게 썼나요 ㅠ.ㅠ

hanicare 2005-02-0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침울이 아니라 감동적인 리뷰였어요.

물만두 2005-02-0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로드무비 2005-02-16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합니다.^^

물만두 2005-02-1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