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평점 :
눈은 즐거우나 마음은 무겁다. 그림책 속에 또 다른 그림책,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있다.
더 이상 상상력이 고갈되어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화가가 찾아 나선 마지막 휴양지... 그곳을 찾는 이상한 손님들...
낚시만을 즐기는 소년 허클베리 핀... 허클베리 핀... 너는 무엇이 마음에 안 들어, 아니 그곳의 어떤 점이 싫어 그곳을 떠난 것이냐... 그것은 허클베리 핀을 읽은 사람만이 알겠지. 나는 안 읽었다.
병약한 소녀... 왕자를 기다리는 인어공주... 그래, 너는 모든 것을 주고도 물거품이 되었으니 그곳을 나와 너의 왕자를 찾는 것이 당연하다. 안데르센... 참 잔인한 인간... 작가는 그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나 보다.
외다리 남자. 보물을 찾는 해적... 그 보물을 찾아 만족했을지는 미지수지만 여전히 해적은 똑같은 것만을 찾는다는 것이 진부하다. 그래서 해적이겠지만. 하지만 해적도 사랑이라던가, 가정, 평범한 일상을 꿈꿀 수도 있지 않을까... 약간의 상상력 부재가 느껴진다.
또 내가 모르는 많은 인물들... 아, 그레이를 잡으러 왔던 메그레 경감... 이 사람이 메그레 경감을 어찌 보고... 그 훌륭한 경감이 실수를 하게 만들다니 당신 나빴어...
그레이가 그 사람인가... 매카시즘에 의한 또 다른 희생자... 영원히 동료들에게 비난받던 그 남자??? 모르겠군. 나의 상식은 미천하니...
몇 단어의 말과 몇 컷의 그림으로 작가는 대단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나는 나의 마지막 휴양지를 찾아 갈 때 어떤 생각을 하고 갈런지... 그곳에서 화가처럼 그가 원하던 것을 찾아 나올 수 있을지... 그것은 미지수지만 못 찾으면 또 어떤가. 아직도 허클베리 핀은 길을 헤매며 바닷가 낚시터를 찾고 있는데.
꿈은 꾸는 자의 것이고 휴식은 취하는 자의 것이며 사랑은 하는 자의 것이고 책은 읽는 자의 것이다. 고로 나는 읽는 자의 만족감 하나로 살겠다. 그 읽음이 고갈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