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뿔
권정현 지음 / 노블마인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먼저 제목인 달팽이의 뿔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 이 책이 어떤 것을 지향하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달팽이의 뿔이란 장자에 나오는 우화로 달팽이 뿔 위에서 씨국(氏國) 이 다투어 수만의 희생자가 생겼다는 이야기로서, 보잘 것 없는 명리나 소유욕을 두고 다툼을 비유한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정치, 대통령 선거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거기에 액자 소설 형식으로 동한연의라는 소설을 집어넣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 또한 정치에 대한 비판적 작가의 생각이 들어있다고 본다. 그런데 조선시대 무명씨가 왜 중국을 배경으로 이런 작품을 썼을까... 아마도 그때나 지금이나 밑에서 바라보는 정치판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대로 비판하자니 목이 달아날까 하여 중국이 배경이 된 것이리라.
이 책이 추리적 기법을 사용했다고 해서 무작정 읽었더니 추리는 없고 오직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가 하는 작가의 물음뿐이다. 그런데 정작 작가는 대답은 빼고 말았다. 그러니 어쩌자는 건지. 고인돌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이 땅이 어쩌면 옛날 거대한 왕국이었을지도 모른다는 흘림은 무어란 말인가.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라는 응원이 생각난다. 역사는 한번 흘러가면 그뿐이다. 되돌리려는 것은 무모한 것이다. 그것보다 그것을 통한 앞날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풍납토성의 귀중함을 알면서도 그 위에 아파트를 세우고 도로를 건설한 것은 정치가들의 무지몽매함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보존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경주에는 지금도 앞마당을 파면 유물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 집주인은 그것을 몰래 숨기기에 바쁘다고 한다. 이유는 딱 하나다. 생계...
영국의 스톤핸지는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인 모양이다. 왜 그곳은 잘 보존되었을까. 그들이 잘 살았었기 때문이다.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문화에 사람들은 눈을 돌릴 여력이 생긴다.
그런데 개발이라는 미명은 너무도 달콤한 것이다. 그 개발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누가 되었든 말이다.
예전의 우리가 살던 집은 소방도로가 나는 바람에 헐렸다. 그런데 그 소방도로라는 것이 삐뚤빼뚤하게 바로 다섯 걸음만 걸으면 큰 도로가 있는데 도로에 인접한 우리 집을 관통했다. 이유는 중간에 소위 힘 있는 사람이 살았는데 그가 집을 증축한 것이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그 집을 돌아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소방도로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사 오던 해인 26년 전에 이미 있었던 얘기다. 이런 작은 도로 하나도 그런 이들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이니 더 큰 도로나 주택단지 조성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 나라가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 알려면 어떤 자리의 장관이 가장 끗발이 있는 지를 보면 된다. 작가는 뭔가 쓰고는 싶었던 모양이지만 현실 감각이 떨어짐이 느껴진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 책 속에서 말이다. 책은 쉽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그래서? 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좀 더 탄탄한 구성이 필요하다. 동한연의를 쓴 것 같이 현실로 돌아왔을 때도 그런 구성을 보여줬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는 작품의 구성과 전개에 대해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설프다.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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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4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쓸게 없어 이것 저것 같다 붙였습니다. 이젠 추리적이라는 말에 속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ㅠ.ㅠ;;;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우선 이 책은 가정상비약이 있듯이 가정 상비 의료서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백과사전처럼 편하게 모든 분야에 걸쳐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누구나가 한번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족 모두에게 도움 되는 교육적인 책이다. 19금으로 되어 있는 챕터도 청소년과 그들 부모에게는 유용할 것이라 생각된다. 읽기 쉽게 쓰여 진 책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의사들에 대해, 종합병원에 대해 말씀하셔서 나는 리뷰를 나와 내 주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나는 스물다섯에 병을 알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때 처음 찾은 곳은 종합 병원이었지만 신경과 자체가 없어서 대학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처음 그 병원에서는 무척 잘해 주었다. 입원할 때까지 보름 남짓 걸렸지만 그건 내가 2인실을 원했기 때문이다. 6인실은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근조직 검사 할 때 아마도 내 근육을 떼어간 분이 여기에 언급하신 레지던트보다 위의 분이 아니신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뒤 바로 다른 병원에 더 좋은 자리로 가셨다고 하니까. 꿰맬 때는 레진던트가 했던 것 같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 확실하게 누가 누군지도 몰랐고 아팠으니까. 그 뒤 독수리 날개처럼 의사 샘은 회진을 오셨다. 그때마다 살갑게 대해주시기는 했지만 단 한 번도 그 누군가에게도 이 병은 어떤 병이고 어떠하다고 들은 바가 없다. 병명도 들을 때마다 달랐다. 내가 그 병원을 그만 다닌 것은 처방 약인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의 남용에 있었다. 그 약이 나중에 치매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 병원 대기실에서 약을 타다가 보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라니... 하지만 결정적으로 실망을 한 것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나서 이미 내 근육이 거의 없어진 상태라 당시의 조직 샘플이 필요해서 달라고 했더니 아주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그 의사가 누구냐고 하셔서 이 분이라고 했더니 걔가 그렇게 실력이 있나 라고 하시면서 어, 아직도 살아 있어요? 지금쯤이면 적어도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하는데 라고 했다.
의사도 인간이기에 자기 환자가 자신을 신뢰하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간다는 것은 못마땅할 것이다. 그래도 이런 말은, 마치 어디 거기 가서 낫나봐라 하는 투는 절대로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의사이기 때문에 말이다. 또 다른 의사는 거기 가면 나을 거 같아요? 라고 아주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었다. 의사는 수많은 환자를 보게 되지만 환자에게,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에게는 그 의사가 전부라는 점을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미스터 초밥왕에 이런 말이 나온다. 99개의 초밥을 완벽하게 만들었더라도 단 한 개의 초밥을 잘못 만들면 초밥요리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이유는 맛없는 초밥을 먹은 손님에게는 그 하나가 초밥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초밥을 만드는 데도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병을 고쳐야 하는 의사의 자세는 초밥요리사의 자세보다는 더 나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일부 의사들의 태도도  한 몫 한다고 말하고 싶다.

대머리에 대해서도 말해보겠다. 아버지께서 대머리시다. 일찍이 스물 둘의 나이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 결혼할 서른에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대머리셨다. 그래도 엄마랑 결혼을 하셨다. 큰 이모부께서 뒷조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더랬다고 한다. 애가 있어도 둘은 있어 보인다고. 나이가 들고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자 아버지는 가발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반대했다. 태어나서 대머리인 아버지만 봤는데 대머리가 아닌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도 그 이후 별 말씀이 없으시다. 또 사촌 동생이 탈모로 고생을 하다가 머리를 심었다. 하지만 그래서 자신감이 생긴다면 좋겠지만 진짜 자신감은 대머리가 아니라 머리가 많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버지는 예전에 대머리에 대한 농담까지도 하셨다.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를 보면서. 그리고 결혼 당시 아버지 대머리는 아무런 결혼에 문제가 아니었다는 어머니의 말씀도 이 땅의 대머리이신 분들이 아셨으면 한다. 머리숱 많고 성격 나쁜 남자보다 대머리에 성격 좋은 남자를 여자들은 더 좋아한다.

포경수술에 대해서도 말해보겠다. 포경수술을 남동생은 안했다. 안하고도 잘살고 있다. 그게 문제가 된다는 게 의아하다. 누가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발상은 저자가 말했듯이 정말 위험하고 우리 사회의 모든 방면에 걸친 이 사고 방식은 제발 고쳐졌으면 싶다.

성장클리닉도 그렇다. 172센티였던 남동생은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군대에 갔다. 스물아홉에 돌아온 남동생은 키가 175센티로 자랐다. 172에도 아무 문제없이 살았지만 늦은 나이에도 자라기도 한다. 외모 지상주의가 아이들에게 나중에 더 큰 이상한 것을 남기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

의료보험도 전적으로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공감해서 진짜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가 되는 의료보험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저자에게 가장 고마운 점은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다른 책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책들 중에 대부분은 안 것만으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이 책과 더불어 같이 읽어본다면 더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충실하게 잘 읽어 퀴즈를 다 풀어 참 잘했어요를 받았다. 그것보다 저자의 폭 넓은 시각이 고마웠다. 여성에 대한 시각, 환자에 대한 시각, 무조건적인 맹신에 대한 비판까지...

이 책의 단점이라면 그림이 아닌 사진을 삽입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심폐소생술에 대해서는 조금 더 확실한 정보와 사람이 직접 하는 사진을 넣어주고, 제목이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인 만큼 그 챕터가 제일 먼저 나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저자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 부분이 있다. 다름 아니라 방귀에 관한 것이다. 174쪽에 보면 [ 소리 없는 방귀가 더 독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방귀 소리가 나면 우리는 곧이어 풍겨질 냄새를 걱정하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므로 왠만한 냄새도 참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소리 없는 방귀는 사전에 준비 과정이 없기 때문에 더 지독하게 느껴진다. ] 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동생이 화학 교사라 물어보니 냄새의 차이는 먹은 음식 때문이라고 한다. 즉, 냄새가 나지 않는 방귀는 식물성 음식이라든가 그런 것을 먹었을 때고, 냄새가 지독한 방귀는 동물성 음식을 먹었을 때 난다고 한다. 여러 포털 사이트에도 찾아보니 같은 맥락의 글들이 적혀있다. 사실인지 아닌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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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이 네개인 것은 그림때문이다...

sooninara 2005-08-1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ㅠ.ㅠ 그림은 두눈 감고 넘어가시지...

물만두 2005-08-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림이 더 좋았더라면 진짜 좋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별 5개도 더 드리고 싶지만 모두 5개이시라^^;;;

조선인 2005-08-1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때문에 별이 4개라니. 푸하하핫.
물만두님도 참 짖꿎으셔요. 히히히

비로그인 2005-08-1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저걸 안읽어서 돌바람님을 웃기고 말았다는 거 아닙니까.
저도 읽겠습니다, 불끈!

날개 2005-08-1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의 리뷰는 절절이 가슴에 와닿는군요..^^

물만두 2005-08-12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야요? 고치는 중에^^;;;

로드무비 2005-08-12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받아 주세요.^^

물만두 2005-08-1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잘 쓴 거 아닌데요^^;;; 감사합니다^^

울보 2005-08-1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다읽으셨군요,
전 이제야 시작을 햇는데,,
저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리뷰는 조금만 읽어야지 난 아직 읽지 않았으므로,

물만두 2005-08-1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읽으셔도 저희집 신변잡기라 내용하고는 뭐^^;;;

비연 2005-08-12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험에서 우러나는 매우 좋은 리뷰라는 생각입니다. 추천 꾸욱!^^

물만두 2005-08-1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하루(春) 2005-08-12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힘찹니다. 잘 읽었어요.
저도 책 받았는데, 저는 그림 괜찮던데요? ^^

물만두 2005-08-12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ㅠ.ㅠ 저 마태님께 미움받겠어요 ㅠ.ㅠ;;;

모과양 2005-08-1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로 만두님이 미움을 받는다면 저도 같이 받겠어요!
저도 사실 다 읽고 리뷰를 쓰긴 썼는데, 나중에 공개해야 할 것 같아요. 리뷰에 잔득 어거지 딴지를 걸어가지고요. 켕기고 무섭걸랑요. 그래서 리뷰열기가 식을 때 냉큼 공개할 생각이여요.

모1 2005-08-1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읽었어요. 상비라는 말에..관심이 가고 있다는..(근데..만돌님은 괜찮으신가요? 아버님이 그리 일찍 머리카락이 빠지셨다면 동생분은 안 그러신지...)

물만두 2005-08-1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과양님 우리같이 받아요^^;;; 그래도 둘이 공조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공개좀^^;;;

물만두 2005-08-1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 울 아버지는 유전적 대머리가 아니시고요. 젊었을때 스트레스를 엄청 받으셔서 그래요. 머리 숱이 아버지 닮아서 만순이, 만돌이가 남보다 배는 많아요^^;;; 그래도 좀 걱정은 되죠^^ 외할아버지께서 대머리셨거든요^^;;; 근데 성격이 또 남 신경 안쓰고 사는 체질이라 빠지면 나름대로 잘 적응할꺼예요^^

마태우스 2005-08-1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리뷰는 전에 읽었는데 댓글을 이제 남기네요 그땐 술먹고 이걸 읽어서요... 만두님의 병원 얘기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귀 얘기, 제가 전에 답변을 드렸나 안드렸나 모르겠지만... 냄새가 왜 차이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동생분 말씀이 맞겠지요 아마. 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방귀 냄새는 다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런 걸로 보아 내용물 이외에 뭔가가 더 있을 것도 같습니다.

물만두 2005-08-1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태님 글솜씨가 없어 죄송합니다. 다른분들께서 잘써주시리라 생각하여 저는 제 얘기만 썼네요^^;;; 저도 뭔가 성분에 대한 얘기를 봤는데 모르는 거라 그냥 저렇게만 썼씁니다. 제가 더 감사하지요^^ 감사합니다^^

물만두 2005-08-1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사람의 신화
손홍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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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군가 말을 했다. 역사는 반은 거짓이고 반은 가짜라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것이 생각났다.

사람은, 사람이 산다는 건, 반은 거짓이고 반은 가짜라고... 이런 책을 기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의 거짓과 가짜의 모습과 마주쳐야 하는 사실이 싫어 피한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피해도 이렇게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럼 두 눈 부릅뜨고 보게 된다. 왜냐하면 그래도 잘 쓰여 진 거짓이고 가짜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생소한 작가가 토해내는 것들이 전혀 생소하지 않다는 사실에 나는 놀랐다. 아니 가슴 쓰렸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진부하다는 말이 아니다. 전혀 달라지지 않음에 대한 놀라움이랄까.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아픔 같은 것이 밀려왔다.

작가는 단편 하나, 하나마다 무언가 얘기를 한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 같음과 비슷함의 경계에서 나는 넘어지고 말았다.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작가는... 그 어떤 곳으로든... 아니면 무엇을 회상하고 있는 것인가. 먼 옛날을...

이청준의 <눈길>과 닮았으면서 똑같다고 말하기엔 뭐한... 아주 새롭지 않으면서 생경한 느낌을 받았다.

더 이상은 쓸 수가 없다. 나는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등이 배겨 돌아누웠는데 얼마 못가 또 등이 배기는 느낌... 명치끝에 돌멩이가 또 하나 울컥 울컥할 때마다 덜렁거리는 것 같은 기분...

여름밤은 덥고 작가는 나를 더 덥게 했다. 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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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0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주신 분께 미안하게 글솜씨가 없어서 죄송하다 ㅠ.ㅠ

로드무비 2005-08-06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물만두님의 그리 길지 않은, 이렇게 진솔한 리뷰가 참 좋아요.^^

검둥개 2005-08-06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청준에 비견되는 작가라니. 저도 막 읽고 싶어져요. (지르고 싶어 부르르 떨리는 손! :)

물만두 2005-08-0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 저의 한계입니다 ㅠ.ㅠ;;;
검정개님 보세요. 보시고 판단하시길^^;;;

돌바람 2005-08-07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인데요, 우리집 꼬맹이가 물만두언니 서재를 매일 들락거린답니다. 어느날 이상한 문자가 남겨져 있어도 놀라지 마셔요. 아직 저장키를 모르지만 한순간이라... 저는 추천하고 자러 갑니다^^

물만두 2005-08-07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문학과지성 시인선 276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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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리 집은 개천가에 있었다. 어릴 적 그 개천가에서 아이들과 놀았다. 공놀이라도 하다가 개천 아래로 공이 떨어지면 그 공을 주우러 내려가야 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그 개천물이 시커매진 것이. 그래도 우린 그 개천 물로 들어가서 공을 꺼내오곤 했다.
내가 4살 때 이사 온 그 무렵에는, 아니 그 이전에는 그곳에 집을 짓고 살았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 개천 물에서 빨래하고 목욕도 하고 그랬다고 했다. 더러는 개천 다리 밑에서 살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그 집에서 22년을 살았다. 사는 동안 점점 그 개천을 더러워지고 악취를 풍기고 썩을 대로 썩어 아무도 그 아래로 내려가는 아이들이 없었다.
스물여섯 해를 보내고 떠나온 그 개천은 지금 그 위로 고가 도로가 생겼다고 한다. 우리 집은 철거되었지만 개천은 남아 그래도 냄새는 풍기더라고 얼마 전 그 주변을 다녀온 동생이 말해줬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세월이 흘러 변하리라 믿었던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또 세월에 그래도.. 그래도... 라는 미련을 남긴다. 발자국을 찍듯이.
시인의 시는 내게 자신의 발자국이었다. 하나하나 푸념 섞인 투정이었다. 소금 그릇에서 나왔으나 짠 맛을 알지 못했던 누구나의 청춘과 잘못 그려진 나에게 두껍게 밤을 칠해달라는 배짱과 오늘의 메마른 곳에 떨어진 어제라는 차가운 물방울을 알아보는 성찰, 그리고 벌레와 손가락의 환상까지...
아직 어리다고 보니 나보다 두 살밖에 안 어리네. 그래도 내겐 좀 더 성숙한 시인의 앞이 보고 싶다. 십년 뒤 다시 쓰여 진 그의 시는 분명 오늘 내가 읽은 시와는 다를 것이다. 그때 어쩌면 나는 오늘의 이 시들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기대해본다. 구겨진 자화상속에서 귀를 자른 고흐처럼 얼마나 멋진 시를 써 보일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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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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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 책의 자히르를 보르헤스의 작품 <자히르>를 보고 썼다는 말에 보르헤스의 단편 <자히르>를 읽고 말았다. 아주 짧은 단편이다. 자히르는 무엇인가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인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에 어떤 자히르가 있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이 어느 시점에서부터 자히르를 잃어버렸듯이 작가도 자히르를 잃어버렸다. 그런데 자히르가 그렇게 쉽게 잃어버리고 잊혀 질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절대 아니다. 자히르는 그런 것이 아니다.
물론 나는 자히르가 무엇인지 모르고 경험한 적도 없다. 하지만 종교적 의미로든지 아니면 다른 어떤 정신적 의미로든지 자히르는 코엘료가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자히르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은 <알렙>에 수록된 보르헤스의 자히르를 보시기 바란다. 거기에는 자이르라고 나와 있다.
이 작품 이전에 나는 한 여자가 말도 없이 남편 곁을 떠났던 작품을 읽었다. 그 작품은 마르흐리트 더 모르의 <쥐색 흰색 푸른색>이다. 이 작품이 더 인간적이다. 여기에서도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갔다가 몇 년 만에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온다.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이 자히르인가? 아니다. 그건 단지 일탈일 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각각의 주변 사람들과 남편의 반응은 보편적이다. 그래서 그 보편적인 것 가운데 나는 또 다른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독자가 무언가를 느낄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생각할 기회 조차 주지 않는다. 완전히 단절된 작가만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것도 한 얘기 또하고 한 얘기 또하는 술 취한 사람같은 느낌의...
작가의 작품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고 알고 있었지만 읽을수록 허무해진다. 뭔 말이 그리 많은 지... 돈은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다 해봤고 양손 가득 모든 것 쥐고 났더니 그래도 허무하더라 이 말이다. 결론은... 그래서 여자는 종군 기자로, 중앙아시아로 떠나고 남자는 그 여자를 찾아 떠나고... 산다는 게 그리 편하고 만만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화가 났다. 못 사는 어느 나라 사람들은 아파도 약 살 돈이 없어 가짜 약이라도 먹으려고 애를 쓰는데, 전기세를 못 내 어느 여중생은 촛불 켜고 자다가 불이 나서 죽었는데 모두 가졌더니 그게 아무 것도 아니더라는 책을 쓰고 싶은지...
작가가 자히르에 대해 쓰고 싶었다면 유럽에서 그것을 가장 잘 실천하는 작가의 책에서 말하는 것에 의하면 말이지만, 집시에 대해 썼어야 했다. 2차 세계 대전에서 유태인보다 더 많이 학살당하고도 어떤 주목도 받지 못한 이들 말이다. 그러면서 자유롭게 방랑자의 생활, 도시에서 유목민의 생활을 하는 그들 말이다. 사라져가는 먼 나라의 유목민을 찾아가 양탄자를 짜는 게 아니라. 그런데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유럽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 사람들이니까. 등장인물로는 안 어울린다. 책이 안 팔릴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한 거 아닌가 싶다.
표지만 겁나게 예쁜 작품... 그 표지의 반만큼의 알맹이도 없는 내용... 마지막의 만남이 압권이다. 그게 자히르란 말인가. 사랑이란 말인가.
이 책을 읽느니 나는 차라리 오승근의 노래를 듣겠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가까이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 작가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면서도 뭘 여러 가지로 둘러싸서 뭐가 있는 듯이 보이게 하려고 애를 쓰는지... 간단하게 말하면 될 것을...

참,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맨 처음 아내가 실종되고 남편이 경찰서에 잡히는 장면때문이었다. 경찰이 등장하니 추리적인 면이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기 때문이다.

p286-287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것들을 그냥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그것들에서 해방돼라. 관계를 끊어내라. 속임수를 쓰기 위해 표시해놓은 카드로 게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때로는 따기도 하지만 때로는 잃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뭔가를 되돌려주기를, 너의 노력을 인정받기를, 사람들이 네 재능을 발견하기를, 사람들이 네 사랑을 이해하기를 바라지 마라.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유가 자존심이나 무능이나 교만이어서는 안 된다. 네가 그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이젠 네 삶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문을 닫아라. 다른 음악을 틀어라. 집을 청소하고, 먼지를 떨어내라. 지금까지의 너이기를 그만두라. 그리고 너 자신이 돼라. 

소크라테스가 그 옛날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이 그리 쉬우면 이리 오랜 세월 알려 질 수 있었을까. 말을 하기 쉬우나 행동이 어려우니 장자는 도를 말하고 누군가는 단순하게 살아라라는 책을 쓰고... 그러는 거 아닐까. 사랑을 이리 어렵게 만들면 속인은 어찌 사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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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7-19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다 읽었거든요. 동감!

물만두 2005-07-1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고치는데 오셨습니다. 역시 코엘료랑은 코드가 안 맞아요 ㅠ.ㅠ

파란여우 2005-07-19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승근의 노래까지 특별출연한 오 자히르...
박진감이 팍팍 묻어나는 스피디한 리뷰였구먼..
어머, 코엘료 군단이 보면 안돼는뎅...

물만두 2005-07-19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읽고 바로 안 씀 잊어먹어서 못써요 ㅠ.ㅠ 코엘료 군단이 있나요? 그리샴도 뭐라고 했는데 그리샴 군단보다 막강할까요 ㅠ.ㅠ;;;

2005-07-19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5-07-19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stella.K 2005-07-2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물만두님! 저도 읽으면서 짜증나는데, 님의 평은 한줄기 물 같구려. 추천하고 가오!

물만두 2005-07-2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다 저 출판사에서 뭐라고 하는 거 아닌가 몰라요. 하지만 뭐 더한 걸 참았답니다^^;;; 날도 더운데...

sayonara 2005-07-2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이런 식이라서 더욱 아쉽더라구요. '연금술사'의 끝에서도 고작 그것(?)이 그것(?)이었는지... -_-#

물만두 2005-07-2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두 권 더 있다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