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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우선 이 책은 가정상비약이 있듯이 가정 상비 의료서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백과사전처럼 편하게 모든 분야에 걸쳐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누구나가 한번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족 모두에게 도움 되는 교육적인 책이다. 19금으로 되어 있는 챕터도 청소년과 그들 부모에게는 유용할 것이라 생각된다. 읽기 쉽게 쓰여 진 책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의사들에 대해, 종합병원에 대해 말씀하셔서 나는 리뷰를 나와 내 주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나는 스물다섯에 병을 알았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때 처음 찾은 곳은 종합 병원이었지만 신경과 자체가 없어서 대학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처음 그 병원에서는 무척 잘해 주었다. 입원할 때까지 보름 남짓 걸렸지만 그건 내가 2인실을 원했기 때문이다. 6인실은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근조직 검사 할 때 아마도 내 근육을 떼어간 분이 여기에 언급하신 레지던트보다 위의 분이 아니신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뒤 바로 다른 병원에 더 좋은 자리로 가셨다고 하니까. 꿰맬 때는 레진던트가 했던 것 같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 확실하게 누가 누군지도 몰랐고 아팠으니까. 그 뒤 독수리 날개처럼 의사 샘은 회진을 오셨다. 그때마다 살갑게 대해주시기는 했지만 단 한 번도 그 누군가에게도 이 병은 어떤 병이고 어떠하다고 들은 바가 없다. 병명도 들을 때마다 달랐다. 내가 그 병원을 그만 다닌 것은 처방 약인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의 남용에 있었다. 그 약이 나중에 치매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 병원 대기실에서 약을 타다가 보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라니... 하지만 결정적으로 실망을 한 것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나서 이미 내 근육이 거의 없어진 상태라 당시의 조직 샘플이 필요해서 달라고 했더니 아주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그 의사가 누구냐고 하셔서 이 분이라고 했더니 걔가 그렇게 실력이 있나 라고 하시면서 어, 아직도 살아 있어요? 지금쯤이면 적어도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하는데 라고 했다.
의사도 인간이기에 자기 환자가 자신을 신뢰하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간다는 것은 못마땅할 것이다. 그래도 이런 말은, 마치 어디 거기 가서 낫나봐라 하는 투는 절대로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의사이기 때문에 말이다. 또 다른 의사는 거기 가면 나을 거 같아요? 라고 아주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었다. 의사는 수많은 환자를 보게 되지만 환자에게,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처한 환자에게는 그 의사가 전부라는 점을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미스터 초밥왕에 이런 말이 나온다. 99개의 초밥을 완벽하게 만들었더라도 단 한 개의 초밥을 잘못 만들면 초밥요리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이유는 맛없는 초밥을 먹은 손님에게는 그 하나가 초밥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초밥을 만드는 데도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병을 고쳐야 하는 의사의 자세는 초밥요리사의 자세보다는 더 나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일부 의사들의 태도도 한 몫 한다고 말하고 싶다.
대머리에 대해서도 말해보겠다. 아버지께서 대머리시다. 일찍이 스물 둘의 나이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 결혼할 서른에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대머리셨다. 그래도 엄마랑 결혼을 하셨다. 큰 이모부께서 뒷조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더랬다고 한다. 애가 있어도 둘은 있어 보인다고. 나이가 들고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자 아버지는 가발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반대했다. 태어나서 대머리인 아버지만 봤는데 대머리가 아닌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도 그 이후 별 말씀이 없으시다. 또 사촌 동생이 탈모로 고생을 하다가 머리를 심었다. 하지만 그래서 자신감이 생긴다면 좋겠지만 진짜 자신감은 대머리가 아니라 머리가 많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버지는 예전에 대머리에 대한 농담까지도 하셨다.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를 보면서. 그리고 결혼 당시 아버지 대머리는 아무런 결혼에 문제가 아니었다는 어머니의 말씀도 이 땅의 대머리이신 분들이 아셨으면 한다. 머리숱 많고 성격 나쁜 남자보다 대머리에 성격 좋은 남자를 여자들은 더 좋아한다.
포경수술에 대해서도 말해보겠다. 포경수술을 남동생은 안했다. 안하고도 잘살고 있다. 그게 문제가 된다는 게 의아하다. 누가 하니 나도 한다는 식의 발상은 저자가 말했듯이 정말 위험하고 우리 사회의 모든 방면에 걸친 이 사고 방식은 제발 고쳐졌으면 싶다.
성장클리닉도 그렇다. 172센티였던 남동생은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군대에 갔다. 스물아홉에 돌아온 남동생은 키가 175센티로 자랐다. 172에도 아무 문제없이 살았지만 늦은 나이에도 자라기도 한다. 외모 지상주의가 아이들에게 나중에 더 큰 이상한 것을 남기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
의료보험도 전적으로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공감해서 진짜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가 되는 의료보험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저자에게 가장 고마운 점은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다른 책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책들 중에 대부분은 안 것만으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이 책과 더불어 같이 읽어본다면 더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충실하게 잘 읽어 퀴즈를 다 풀어 참 잘했어요를 받았다. 그것보다 저자의 폭 넓은 시각이 고마웠다. 여성에 대한 시각, 환자에 대한 시각, 무조건적인 맹신에 대한 비판까지...
이 책의 단점이라면 그림이 아닌 사진을 삽입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심폐소생술에 대해서는 조금 더 확실한 정보와 사람이 직접 하는 사진을 넣어주고, 제목이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인 만큼 그 챕터가 제일 먼저 나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저자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 부분이 있다. 다름 아니라 방귀에 관한 것이다. 174쪽에 보면 [ 소리 없는 방귀가 더 독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방귀 소리가 나면 우리는 곧이어 풍겨질 냄새를 걱정하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므로 왠만한 냄새도 참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소리 없는 방귀는 사전에 준비 과정이 없기 때문에 더 지독하게 느껴진다. ] 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동생이 화학 교사라 물어보니 냄새의 차이는 먹은 음식 때문이라고 한다. 즉, 냄새가 나지 않는 방귀는 식물성 음식이라든가 그런 것을 먹었을 때고, 냄새가 지독한 방귀는 동물성 음식을 먹었을 때 난다고 한다. 여러 포털 사이트에도 찾아보니 같은 맥락의 글들이 적혀있다. 사실인지 아닌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