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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정보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전쟁도 어찌 보면 정보가 가져다 준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에 대량무기가 있다는 걸 미국이 매스컴을 통해 부추기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그 뒤 대량무기는 없는 것으로 정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 미국과 이라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가 부시가 바보라는 사실을, 우리의 병사들이 무식함과 힘의 논리에 의해 희생된 이들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정보는 양날검이다. 정보를 가장 좋아하는 이들이 정치인과 언론인들인데 이들 모두는 우리의 눈과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그래서 결국 우리가 어떤 것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게 될 때까지 서로 우리를 못살게 군다. 우리가 결국 당하는 것은 우리의 힘이 미약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처음 인센티브에 대한 문제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인센티브라는 것은 매력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꽃과 같은 존재다. 같은 일을 할 때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과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무척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물론 그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인가가 결정을 하는 것이라는 걸 우리는 잊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인센티브를 좋아한다. 그런데 진짜 인센티브가 그렇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바보가 아닌 한 우리도 곧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성과를 올릴 때 만원의 돈과 백 만 원의 돈은 극단적 차이다. 그 성과를 올리기 위해 노력한 것에 비해 작다고 생각하는 인센티브라면 누구도 더 이상 그것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의 리뷰를 쓰는 것은 어떤 인센티브가 있어서일까. 일주일에 얼마를 받기 위해 책 한 권 - 그것보다 비싼 책 - 을 읽고 리뷰를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인센티브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만족이다. 어떨 때는 자기만족이라는 것이 돈이라는 자본주의의 가치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 그건 단지 우리가 경제학으로 측정할 수 없는 사회에도 살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정보라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지도 모르고...
마약 판매상과 맥도널드의 운영 방법이 같다는 사실은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과 돈은 적게 버는 사람은 늘 있다는 뜻이 된다. 마약 판매상이 엄마와 함께 사는 이유는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파는 사람의 경우와 같을 것이다. 돈이 없다는 점... 그럼 돈은 누가 벌어들이는 걸까. 자본주의 논리에서 알 수 있듯이 최상위층이 가져간다. 마약 판매상이든, 맥도널드 사장이든 간에 말이다. 이건 어느 사회에서든 변하지 않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 인간의 생각에 도전하는 것은 과연 신기루를 쫓는 일일까, 아님 실현 가능한 무엇가가 있는 일일까. 이 챕터는 내게 이런 궁금한 점을 남겼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이 두 가지를 비교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가판대 카드 발급점이 마약 판매상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아무에게나 카드를 발급해주지만 그들이 가져가는 수입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모집한 카드 발급자에 대한 이익은 카드 회사가 챙길테니까. 그리고 카드의 무분별한 발금은 어쩔 수 없는 많은 신용불량자들을 양산했다. 마치 마약중독자들처럼 말이다. 맥도널드가 과체중에 의한 비만자들을 양산하듯, 마약 판매상이 마약중독자를 양산하듯, 우리의 카드 회사들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있고 이것은 사회문제로 우리가 경제학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를 어느 시점엔가 야기 시킬 것이다.
이 책의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과 범죄 예방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범죄 예방이 그 전 세대의 낙태에서 발생했다는 충격적 얘기는 그랬지만 그것이 진짜 범죄 예방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낙태에 대해 어떤 관점도 언급할 수 없는 이 책이 낙태옹호론자나 낙태반대론자에게 모두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어 합리적 결과에 도달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말하고 싶은 부모가 아이의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챕터는 꼭 봤으면 좋겠다. 지금 자식에게, 특히 내 자식에게만은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부모와 누구 부모는 이러는데 나는 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반드시 보기 바란다. 자식은 물론 어느 정도 부모에게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그의 인생은 결코 부모가 대신 살아 줄 수도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스스로 노력하는 것, 그것만이 아이의 인생에 필요한 것이고 그러기 위해 부모가 자시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보고 짧게나마 생각해 봤으면 싶다. 우리 부모는 우리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어도 우리가 아무런 문제없이 자랐듯이 우리도 우리 부모처럼 해도 우리 자식도 우리처럼 자랄 수 있다. 과잉이란 믿음의 부족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제 더 이상 맹모삼천지교는 사라졌다고 본다. 그것은 또 다른 부모들의 자기 학대와 자식에 대한 부담일 뿐이다. 그러니 제발 기러기 아빠들은 그만두셨으면... 가정의 화목이나 아이의 교육이 일방적 희생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 94쪽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정보는 봉화이자, 몽둥이이자, 올리브 가지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점이다. 정보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하여 그 정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정이나 추측만으로 무서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의 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린 전문가보다 어쩌면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야만 하는 지도 모른다. 인터넷으로 우린 어느 정도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많은 것이 정보라는 이름으로 노출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생각을 달리 하는 방법과 새로운 인식의 넓힘을 통해 컨스피러시의 위험에서 빠져나오는 지혜와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 솔로몬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읽었다. 여러분도 읽을 수 있다. 재미있는 책이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