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Adagio 민음의 시 121
박상순 지음 / 민음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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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암호다. 시인은 내게 시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접근하지 말라고 한다. 마치 텔레비전 CF의 카피처럼 ‘네가 시를 알아?’ 하는 듯이 느껴졌다. 하지만 시인이여, 독자와 소통할 수 없는 시라면 그 시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가볍고 사랑타령만 하는 노래가 지겨울 때가 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랑 노래가 불리는 것은 그래도 그것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듯이 시가 독자에게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런 가벼움도 필요하다고 본다.
독자란 본디 변덕스러운 존재들이라 시가 쉽고 사랑타령만 늘어놓으면 가볍다고 야박하게 굴 것이다. 그렇다 한들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그런 시를 더 좋아할 것이다.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시보다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가 더 좋기 때문이다.
시인도 자기만족으로 시를 쓸 것이다. 자기만족 없는 창작이란 있을 수 없을 테니까. 당신은 만족이라는 성과를 얻었고 독자인 나는 어지럼증을 얻었다.
제발 그래도 소통 가능한 말로 말을 하기 바란다. 외계어는 아니지 않은가. 아님 내가 외계인이라 지구어를 못 알아듣는 것인가... 그럴 수도 있겠군. 미안하다. 지구인, 나는 지구를 떠나야겠다. 안녕... 아니 @&$*#(@EI@($238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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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5-09-20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님..ㅠ.ㅠ

물만두 2005-09-2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야클 2005-09-20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읽다가 이해가 안되는 말들은 대체로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나 '대통령을 향한 변함없는 충성심'으로 해석하라고 국어시간에 배웠음.

물만두 2005-09-20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야클님 국어샘이요? 저런,,, 그리는 못하옵니다. 제가 외계인이 되고 말겠습니다...

플레져 2005-09-2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의견에 동의. 그러나 왠지 슬픔 ㅠㅠ

물만두 2005-09-2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죠, 그럼 넘 슬프다구요 ㅠ.ㅠ

박예진 2005-09-2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렇게 마이리뷰를 쓰신 용감무쌈 만두이모.
대단해요오 ~ b

물만두 2005-09-2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진아, 무식하면 원래 용감한 법이다 ㅠ.ㅠ

하루(春) 2005-09-2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리뷰 제목 좋은데요?

물만두 2005-09-2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진짜요^^;;;
 
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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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전쟁도 어찌 보면 정보가 가져다 준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에 대량무기가 있다는 걸 미국이 매스컴을 통해 부추기고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그 뒤 대량무기는 없는 것으로 정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 미국과 이라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가 부시가 바보라는 사실을, 우리의 병사들이 무식함과 힘의 논리에 의해 희생된 이들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정보는 양날검이다. 정보를 가장 좋아하는 이들이 정치인과 언론인들인데 이들 모두는 우리의 눈과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그래서 결국 우리가 어떤 것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게 될 때까지 서로 우리를 못살게 군다. 우리가 결국 당하는 것은 우리의 힘이 미약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처음 인센티브에 대한 문제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인센티브라는 것은 매력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꽃과 같은 존재다. 같은 일을 할 때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과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무척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물론 그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인가가 결정을 하는 것이라는 걸 우리는 잊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인센티브를 좋아한다. 그런데 진짜 인센티브가 그렇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바보가 아닌 한 우리도 곧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성과를 올릴 때 만원의 돈과 백 만 원의 돈은 극단적 차이다. 그 성과를 올리기 위해 노력한 것에 비해 작다고 생각하는 인센티브라면 누구도 더 이상 그것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의 리뷰를 쓰는 것은 어떤 인센티브가 있어서일까. 일주일에 얼마를 받기 위해 책 한 권 - 그것보다 비싼 책 - 을 읽고 리뷰를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인센티브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만족이다. 어떨 때는 자기만족이라는 것이 돈이라는 자본주의의 가치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 그건 단지 우리가 경제학으로 측정할 수 없는 사회에도 살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정보라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지도 모르고...

마약 판매상과 맥도널드의 운영 방법이 같다는 사실은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과 돈은 적게 버는 사람은 늘 있다는 뜻이 된다. 마약 판매상이 엄마와 함께 사는 이유는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파는 사람의 경우와 같을 것이다. 돈이 없다는 점... 그럼 돈은 누가 벌어들이는 걸까. 자본주의 논리에서 알 수 있듯이 최상위층이 가져간다. 마약 판매상이든, 맥도널드 사장이든 간에 말이다. 이건 어느 사회에서든 변하지 않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 인간의 생각에 도전하는 것은 과연 신기루를 쫓는 일일까, 아님 실현 가능한 무엇가가 있는 일일까. 이 챕터는 내게 이런 궁금한 점을 남겼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이 두 가지를 비교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가판대 카드 발급점이 마약 판매상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아무에게나 카드를 발급해주지만 그들이 가져가는 수입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모집한 카드 발급자에 대한 이익은 카드 회사가 챙길테니까. 그리고 카드의 무분별한 발금은 어쩔 수 없는 많은 신용불량자들을 양산했다. 마치 마약중독자들처럼 말이다. 맥도널드가 과체중에 의한 비만자들을 양산하듯, 마약 판매상이 마약중독자를 양산하듯, 우리의 카드 회사들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있고 이것은 사회문제로 우리가 경제학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를 어느 시점엔가 야기 시킬 것이다.

이 책의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과 범죄 예방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우선 범죄 예방이 그 전 세대의 낙태에서 발생했다는 충격적 얘기는 그랬지만 그것이 진짜 범죄 예방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낙태에 대해 어떤 관점도 언급할 수 없는 이 책이 낙태옹호론자나 낙태반대론자에게 모두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어 합리적 결과에 도달하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말하고 싶은 부모가 아이의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챕터는 꼭 봤으면 좋겠다. 지금 자식에게, 특히 내 자식에게만은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부모와 누구 부모는 이러는데 나는 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반드시 보기 바란다. 자식은 물론 어느 정도 부모에게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그의 인생은 결코 부모가 대신 살아 줄 수도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스스로 노력하는 것, 그것만이 아이의 인생에 필요한 것이고 그러기 위해 부모가 자시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보고 짧게나마 생각해 봤으면 싶다. 우리 부모는 우리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어도 우리가 아무런 문제없이 자랐듯이 우리도 우리 부모처럼 해도 우리 자식도 우리처럼 자랄 수 있다. 과잉이란 믿음의 부족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제 더 이상 맹모삼천지교는 사라졌다고 본다. 그것은 또 다른 부모들의 자기 학대와 자식에 대한 부담일 뿐이다. 그러니 제발 기러기 아빠들은 그만두셨으면... 가정의 화목이나 아이의 교육이 일방적 희생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 94쪽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정보는 봉화이자, 몽둥이이자, 올리브 가지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점이다. 정보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하여 그 정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정이나 추측만으로 무서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의 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린 전문가보다 어쩌면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야만 하는 지도 모른다. 인터넷으로 우린 어느 정도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많은 것이 정보라는 이름으로 노출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생각을 달리 하는 방법과 새로운 인식의 넓힘을 통해 컨스피러시의 위험에서 빠져나오는 지혜와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 솔로몬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읽었다. 여러분도 읽을 수 있다. 재미있는 책이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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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9-19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책을 많이 읽으시는 물만두님의 리뷰답습니다^.^

물만두 2005-09-19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드리머님 제 리뷰는 사실 볼 거 없는 자기 만족의 산물이랍니다^^:;;
 
완전한 죽음
기욤 뮈소 지음, 이승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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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추리 소설로 봐야 할지는 참 애매하다. 미스터리한 면을 찾아가는 남자의 행보를 보자면 추리라고 할만도 할 것 같지만 정작 이 작품은 기존의 추리 소설, 스릴러 소설, 범죄 소설 등등 그 어떤 장르 소설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딱 꼬집어 말하라고 한다면 사실적 환상 소설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보르헤스의 작품과 같은 종류는 또 아니다.
어느 날 내 앞에 낯선 사람이 찾아와 애매모호한 말을 한다면... 죽음이라던가, 자신은 누군가의 죽음을 알 수는 있지만 막을 수는 없다고 한다면 나는 어떤 느낌이 들까...
나는 아직도 예전에 읽었던 제목도 기억하지 못하는 한편의 만화를 기억하고 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병원에 있는 남자가 차라리 죽는다는 걸 모른 채 죽는다면 더 좋겠다고 말을 할 때 한 여자가 준비하지 못하고 당하는 죽음이 얼마나 비참한지에 대해 얘기한다. 죽을 날을 아는 사람은 삶에 대해 마지막 정리라도 할 수 있지만 그냥 아무런 준비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사람은 너무 허무한 거라고... 그러고 그 여자는 병원을 나가 건널목을 건너다 사고를 당해 죽는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어떤 죽음이 더 나은가를 생각한 것은... 하지만 반면 누군가 죽는 순간 꼭 이렇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고통은 없었겠지요...’ 죽음을 안다는 것과 고통 없는 죽음의 차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죽는다는 것,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건 산자든 죽은 자든 마찬가지 일 텐데 말이다.
세상에 완전한 죽음은 없다. 불완전한 가운데 다만 좀 더 만족스런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느냐, 아니냐가 있을 뿐이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우린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언젠가는 잃게 된다. 그때 좀 더 덜 고통스러워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조금 더 아름답게 죽음을 만들어가자고... 죽는다는 건 삶의 마지막 마침표, 완성이기 때문이다.

P.S : 두께에 비해 읽기 수월한 작품이었고 재미있었다. 장르를 떠나 삶과 죽음에 대해 무겁지 않게 접근하고 싶은 분들께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추리 소설로 읽으심 어떨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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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7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매력적입니다/ 리뷰 잘 읽었어요^^

물만두 2005-09-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부리 2005-09-07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을 날짜를 알면 그때부터 맥이 빠집니다. 희망이 없는 거죠. 당근 모르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죽을 준비란 거, 따로 필요한지도 의문이네요.

물만두 2005-09-0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럴 수도 있겠죠... 저는 뭐,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어 좋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김기찬 사진, 황인숙 글 / 샘터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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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이 사진들을 본 것은 내 못난 그리움과 아직도 품고 있는 작은 낭만 때문이다. 그것 이외에는 없다.

골목... 어린 시절 바로 코앞의 초등학교를 두고 30분이나 걸어 내가 배정받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 나는 항상 골목길로 가고 오고했다. 하루는 이 골목길, 또 하루는 저 골목길... 낮에 학교를 마치고 골목길을 따라 집에 오던 길에서 사람 한 명 마주치지 않던 날이 있었음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길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집 지붕위에서 피던 호박꽃과 호박, 얇은 담을 축대 삼아 위, 아래 동네를 나누고 비가 오면 질퍽거리고 퀴퀴한 냄새 가득하던 길... 나는 지금도 꿈속에서 그 길을 헤매곤 한다. 그건 단지 그리움일 뿐, 결코 되돌아갈 수 없음에 지닐 수 있는 음험한 낭만일 뿐이다. 

너무 낡은 집은 기와를 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장판과 비닐로 지붕을 덮는 것이다. 9살 때 처음으로 아버지와 여름 바닷가를 갔다 왔더니 옆집에 살던 외삼촌께서 돌아가셨더랬다. 이유는 비 온 뒤 비가 샌다고 지붕 고쳐달라는 말에 덜 마른 스레트 지붕에 올라갔다가 지붕이 무너져서 떨어지셨기 때문이다. 그 지붕을 이고 사는 이들에게 넓고 풍성하다 말하지 말기를...

우리 집도 그런 낡은 무허가 하꼬방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하꼬방이라는 말도 모르리라. 여름이면 비가 새서 자다가 물벼락 맞기 일수고, 겨울이면 연탄가스에 중독되기 일수고, 밤중에 떠다 놓은 자리끼가 아침이면 꽁꽁 얼던 방에서 장갑을 끼고 파가를 입고 버선까지 신고 솜이불을 덮어도 손이 곱아 연필을 쥘 수도 없었던 집... 그 집에서 22년을 살았다. 우리는 그래도 잘 살았다. 불편할 게 뭐가 있으랴. 불편은 엄마의 몫이었을 뿐이다. 비가 오면 지붕에 올라가 장판과 비닐을 덮어야 했고 수돗물도 안 나와서 펌프를 쓰던 집이었으니 고장 나면 그거 고치는 것도 엄마의 일이었다. 연탄가스 때문에 부엌문을 달지도 못해서 한겨울에도 덜덜 떨며 살림해야 했던 엄마... 연탄 가는 일은 만만했을까... 그래도 화초를 기르던 엄마, 그 집이라도 쓸고 닦고 하던 엄마... 그것을 감동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자식으로 결코 할 수 없는 감정이다.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뿐... 더 일찍 알지 못하던...

지금 아파트에 이사 와서 12년을 살았다. 처음 이사 왔을 때만 낯설어 했을 뿐. 지금은 잘했다는 마음뿐이다. 그 집이 헐리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그 집에서 살았을 것이고 예순이 넘어 관절염이 생긴 엄마는 아직도 지붕에 오르셨으리라. 아버지도 체중이 많이 나가 오를 수 없었던 지붕이므로...

사진을 보며 그리움은 넘친다. 그 속에 내가 살던 집과 비슷한 집도 보이고 어린 시절 나와 같은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그뿐이다. 다시 돌아가라면 절대 돌아가지 않을 그때... 골목이 사라진다는 것이 가난이 사라진다는 것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뿐이다. 골목이 없어져 삭막한 곳이 천지가 되더라도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그들이 또 다른 곳에서 또 이런 고통을 감수하며 변하지 않는 삶을 산다는 것이 마음 아플 뿐... 나는 그저 눈물 겨울뿐이다. 이곳이 현재라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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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05-08-25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목이 사라진다는 것이 가난이 사라진다는 것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본 사람과 구경만 하는 사람은 서로 다른 것들을 보겠죠..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은 과연 뭔지.. 저도 무척 보고싶은 책입니다..

이리스 2005-08-25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가진자들이 단지 풍경으로서 골목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문제가 있죠. 그런 사람들은 공동 화장실 쓰는 단칸방에 다섯식구 같이 한 겨울에 두어달 살아봐야할텐데 ㅋㅋ

물만두 2005-08-2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우드롭님 보세요^^;;;
낡은구두님 이틀이면 족할겁니다^^

BRINY 2005-08-28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프라인 서점에서 보고 찜해놓은 책이여요. 화장품 리뷰로 받은 마일리지 보태서 사려구요.

물만두 2005-08-28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세요. 좋아요^^
 
쨍한 사랑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300
박혜경.이광호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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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남자는 한 여자를 사랑했다. 동그란 카라가 달린 노란 블라우스를 입고 계단을 내려오던 커트 머리의 그 여자에게 그 남자는 첫눈에 반했다. 그리고 같은 그 먼 옛날에 한 여자는 한 남자를 사랑했다. 남산에서 공갈빵을 사준다며 낡은 바지 주머니에서 소중하게 꺼내던 깨끗하고 반짝반짝 빛나던 십 원짜리 지폐 한 장에 그 여자는 남자에게 반했다고 한다.


그 남자와 그 여자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셋 낳고 호호 할아버지와 호호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지금 그들은 서로를 웬수라고 부른다. 불쌍해서 살아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남자는 문을 열고 들어와서 그 여자가 없으면 불안해 안절부절 못하고 그걸 아는 그 여자는 문 여는 소리만 들리면 “여보, 왔어?”를 크게 외친다.


사랑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 나는 이런 사랑만을 알뿐이다. 그런데 이런 사랑이면 족하지 않을까. 한 세상 쨍한 사랑이 어떤 사랑인지는 몰라도 가슴 짠한 사랑을 하는 이를 보는 것, 그들의 자식으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노래 부른다.


내가 읽었던 시도 있고 처음 읽는 시도 있다. 사랑은 각자가 느끼고 각자가 품는 것이니 시인들의 시를 뭐라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아직도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는 유행가처럼 사랑을 노래하는 시, 시인들은 여전히 있다는 생각에 사랑, 그것은 질기고도 지독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산다는 것은 사랑을 한다는 것이라 했던가... 사랑을 한다는 것, 사랑의 시를 쓴다는 건 그래서 일상일 뿐이다. 모두... 그 일상은 또한 지루하고 남루하며 허무한 것이기도 하다. 쨍한 사랑이라... 사랑 앞에 쨍이라는 것이 붙고 보니 유리창 깨지는 소리처럼 들린다. 유리창은 깨져서 햇빛을 받아 그래도 반짝이고 누군가 밟고 간 이의 피로 물들어 색을 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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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8-18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쨍하고 짠한 리뷰입니다.^^

물만두 2005-08-18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솨^^

플레져 2005-08-1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뭉클한 리뷰네요. 오늘 너무 허무하게 보내서 속상했는데, 사랑하며 보낸 날이라고 생각해야겠어요...

물만두 2005-08-18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인생 별건가요^^ 생각하기 나름이죠^^;;;

진주 2005-08-1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제가 쓰려고 했던 댓글을 로드무비님이 그대로 하셨네요.신기하네~
"만두님 리뷰도 쨍하고 짠합니다!"
하고 쓰려고 했거든요.

물만두 2005-08-19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