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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낚는 마법사
미하엘 엔데 지음, 서유리 옮김 / 노마드북스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 만에 미하엘 엔데의 작품을 읽는 것일까. 아마도 근 삼십 여년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모모> 이후로 그의 작품을 보지 않은 나에게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진지하게, 또는 약간은 무서운 느낌으로 읽던 <모모>에서 이 작가도 결국은 작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노래 가사를 적기도 했다니 이 작품집은 미하엘 엔데의 노래 가사 모음집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는 이 작품들에서 인생의 희, 노, 애, 락, 그리고 생, 노, 병, 사를 노래하고 있다. 삶의 기쁨과 꿈, 희망에서 인생이란 어차피 그런 거라는 체념과 통달과 비껴감, 나아가서는 허무와 광기와 잔인함과 모순 그리고 마지막에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미안한 얘기지만 미하엘 엔데의 중얼거리는 말, 쏟아내는 단어들의 나열이 아니었다. 단편 사이사이에 배치된 클레의 그림 작품들이었다. 어쩜 그의 작품들이 그렇게 적절하게 놓여 있는지 그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족한 책이었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우리 노래 가사에서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밤하늘을 날아가고 싶다고 하는 노래도 있고 죽을 만큼 보고 싶다고도 한다. 사랑을 노래하고 죽음을 노래하고 삶의 애환을 노래하고 독재자에 항거하는 노래를 부르고 그러다가 빈손으로 왔다 옷 한 벌 건졌으니 횡재한 삶이었다고도 한다. 우리도 다 아는 얘기들... 미하엘 엔데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 사랑을 하면 별도 따다 준다고 하는 것을...
단지 미하엘 엔데도 이런 내용의 노래 가사를 쓴다는 것에 사람은 어디에 살 건 모두 같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은 말이다.
우리는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어떤 마법사가 되려고 하는 걸까... 어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 애를 쓰고 어떤 생각을 하며 외로움과 추위와 고단함을 달랠까. 간단한 내용, 쉬운 말들... 어쩌면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트로트가 좋아지듯 말이다. 산다는 거 별거 아냐... 죽을 때 정말 잘 살고 간다고 말 할 수 있기를 나는 오늘도 가당찮은 꿈을 꾼다. 누구나 꾸는 가당찮은, 그러나 어쩌면 이룰 수 있을 것도 같은 그런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