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일찍 투표하고 집에서 노닥거리다가 오후엔 주니어를 모시고 삼성동의 수족관에
다녀왔다. 집에 와서 잠시 또 노닥거리다가 마님과 동네 아래 편의점과 비디오 가게 가서
이것저것 사고 빌리고 올라오는 길에 집앞에서 딱 마주친 분은 아래층에 사시는 아주머니..

인사드리고 서로 교차되었나 싶었는데 그 아주머니가 황급하게 내 뒤통수에다 대고 같이
좀 정육점에 가자는 부탁을 하신다. 이유는...그집 아저씨가 술이 떡이 되셔서 몸을 못가눌
정도로 정육점에 널부러져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아래집 아저씨를 설명드리면, 착하고 어질고 좋으신 분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분이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시면, 자제라는 법을 모르시는 듯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몸을 못가눌 정도로 인사불성이 되신다. 벌써 이동네 30년쯤 살다 보니 오래된 주민들의
행동양식들이 전부 눈에 들어오는 실정이다.

마님과 주니어는 집으로 올려 보내고 아래층 아주머니와 정육점에 가보았더니..역시나.
인사불성으로 정육점 간이 의자에 널부러져 있으신 아래층 아저씨를 포착..

정육점 주인 아주머니의 냉수스킬에도 정신을 못차리시고, 쌀집 할아버지의 고함스킬에도
꿈쩍을 안하시는 걸 보니 엄청나게 부어라 마셔라 하신 듯 하다.
방법이 있나. 모여 있는 사람 중 가장 영계(?)이며 가장 등이 넓은 내가 그 아저씨를 업고
집까지 달리는 수밖에....

술취한 사람 업어 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리라. 취하여 늘어진 몸이 몇배는 더 무겁게
느껴지며 업었을 때의 그립이 매우 안좋게 나온다는 사실을...그리고 혹시라도 모를 빈대떡
혹은 피자한판의 공포로 인해 힘을 집중할 수 없다는 사실도.....

결국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낑낑 거리면서 그 아저씨를 업고 한번 땅바닥에 떨어트린 실수를
빼고는 무난하게 아래집의 거실에 아저씨를 골인 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집에 올라오니 얼굴은 땀범벅...마님은 내 얼굴을 보면서 얼굴이 허옇게 떠버렸다고 하질 않나...
간만에 운동했네 하시는 어머니의 깔깔거림.....

거참....이거 어떻게 키운 체지방인데....!!!

뱀꼬리 : 체지방 보충할려고 했더니 눈치빠른 마님은 저녁은 냉면~!! 이라고 선언해 버렸다. 아뿔싸~!

(할말없다...내가 사들고 온 냉면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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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6-06-0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메피스토님 고생하셧군요,
그런데 그아저씨는 왜 대낮부터 그렇게 취하셨데요,,,
잘 읽어내려가다가 땅바닥에 떨어트리는 실수를 읽고 웃어버렸습니다 뒤에서 따라오시던 아주머니가 얼마나 놀라셧을까....그래도 어제 고생많이 하셧네요

하늘바람 2006-06-0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메피님이 좋은 분이시니 부탁하셨겠죠. 좋은 분 알게 되어 저도 좋네요

瑚璉 2006-06-0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정도로는 체지방이 안 빠집니다(휭~).

물만두 2006-06-0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스토님 역시 마당쇠의 실력이 대단하십니다요^^

건우와 연우 2006-06-0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윗집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탁하고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동네라니..
정말 좋은 동네에 좋은 사람들이네요. 마음이 따뜻해져서 추천하고 갑니다.

플레져 2006-06-0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따뜻한 동네에 사시는군요 ^^
동네 공식지정 마당쇠이시면서... =3=3

Mephistopheles 2006-06-01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있는 일이라..아주머니는 별로 안놀라신 듯 합니다.
하늘바람님 // 일부러 떨어트렸을 수도 있습니다...ㅋㅋ
호질님 // 설마...조금은 빠졌겠죠...ㅋㅋ
물만두님 // 문제는..그 다음...왜 자기는 안 업어주냐는 마님의 투정때문에 골치 아팠습니다..
건우와 연우님 //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집 지을 때 건너편 통장사람들 생각하면 아직도 이기 갈립니다..
플레져님 // 푸하~~ 이기회에 다음 구의원에 출마해볼까요...ㅋㅋ
 

1.
2006년 3월부터 농땡이 모드로 돌입하였다.
이유는 서재질이라기 보다는 바쁠 때 다 팽개치고 직원들 빼갔던 실장이 다시 돌아 왔기 때문.
난 그들의 부재로 인해 작년에 몸이 삭고 수명이 단축될 정도로 일을 했었다.
고로 주관적인 생각으로 나의 농땡이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오버 안하고 딱 거기까지만 해준다.)

2.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실장의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그게 모두에게 다이면 모르겠지만, 나를 대하는 말투는 상당히 뾰류퉁 그 자체다.
별 신경 안쓴다. 한번 배신을 때린 인간은 언젠간 똑같은 배신을 반복하기에.....
앞에서 접대성 페이스 하고 있는 것이 피곤할 뿐이다.

3.
내 농땡이의 주된 내용은 인터넷 혹은 담배피러 나가서 동네 한바퀴를 5분에 도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아이 소박해라..~!)
재미있는 사실은 농땡이는 나만 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내가 넷서핑 혹은 서재질을 하고 있지만, 그와 맘먹는 막내 여직원은 11시반부터 실장을 붙잡고
이사하는 전세 혹은 월세에 대해서 지금까지 이야기 하고 있다.
자 비교를 해보자...넷서핑 한번 길게 하는데 10분정도 그리고 동네 한바퀴 도는데 5분정도....
지금 30분 넘게 이사에 관련된 전세, 월세이야기를 떠드는 농땡이의 강도는 어느게 더 심각할까.?
소장은 일찍 일이 있어서 외출 중...

4.
사실 대중적인 악마의 네임을 닉으로 정한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내 사회생활은 살벌 그자체였으니까. 결코 자랑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 몇마디로 회사를 관두게
만든 직원만 벌써 10명에 육박 한다. 남에게 어떤 치명타를 날릴 수 있고 좌절모드로 만들 수 있는
세치혀를 나는 아직도 입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단 안쓰는 것 뿐......
그런데 왜 자꾸 써보라고 시비를 거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나원참....

뱀꼬리 : 조만간 이 세치혀가 튀어나올 것 같은 매우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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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6-0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다른 글은 그냥 흘려버렸어요. 메피스토님의 세치 혀!! - 울 사무실에 와서 한바탕 해 주시고 가면 안될까요? 화악~ 쫓아버리고픈 직원들에게 쩜......;;;;;;;;;

물만두 2006-06-0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시와요~

울보 2006-06-0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무서워요,,,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ceylontea 2006-06-0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살다 보니.. 그렇더라구요... 세치혀로 분명히 가능한 일이나.. 그들에게도 생계가 있으니.. 그냥 봐주심이... 그런 인간은 언제가 스스로 망하는 법이니까요..(과연 그런가? 안 그런 인간도 있더만.. 많더만... --;)

Mephistopheles 2006-06-0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 착탈이 가능하면 택배로 부쳐드릴 텐데...(쓰고 보니 끔찍한 호러영화)
물만두님 // 참지는 않을 듯 합니다. ^^
울보님 // 사회생활에서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실론티님 // 전 그렇게 생각 안해요 내 생계에 위협을 준다면 빠른 시간내에 제거를 해야 겠죠...^^

ceylontea 2006-06-0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그거이 내 생계에 위협받지 않는 경우요.. 그말도 더 적으려다가 말았어요.. ^^
딜레마랍니다.. 내 생계에 위협받지 않지만..(지금은.. 그러나 나중에 분명 그 화살이 나에게도 오겠죠?) 확실히 문제있는 인간도 있긴 하니까.. 그리고 그 중엔 세치혀를 이상하게 놀려 승승장구하는 인간도 있더군요...

하이드 2006-06-0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 전 그렇게 생각 안해요 내 생계에 위협을 준다면 빠른 시간내에 제거를 해야 겠죠...^^ "

아, '...제거를 해야 겠죠...' 다음에 붙은 저 눈웃음을 보라지.
깊이 감명받고 갑니다. ㅋㅋ

비로그인 2006-06-0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잘 보여야겠군요 무서운 분이셨어요..ㅎㅎ

Mephistopheles 2006-06-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실론티님 // 세치혀로 승승장구.....(뜨끔.!)
하이드님 // 님도 저와 비슷한 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ㅋㅋ
새벽별님 // 그럼요 얼마나 소박한 건데요.. 외근간다하고는 싸우나에 죽치는 인간도 있고, 회사돈으로 룸살롱가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으며, 얼마전 TV에서 봤던 출퇴근 카드 저녁에 다시와서 야근한걸로 허위로 찍는 공무원들에 비하면 소박한거죠..^^
사야님 // 제가 설마 사야님 앞에서 송곳니를 드러내겠습니까...ㅋㅋㅋ

세실 2006-06-0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절대 그런 공무원 아닙니다. 스읍!(졸다가 침 닦는 소리)

paviana 2006-06-0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활약상을 기대하고 기다리겠어요. 어머 저는 피비린내나는 페퍼들이 좋아요.-_-;;
착탈식 세치혀라니....느무 멋져요

반딧불,, 2006-06-0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장 무시하세요.
그리고 오버하지 않게 딱 할 일만 하시는 것 잘하시는 거에요.
화이삼!
(근데.... 너무 무서워지는 것은 싫어요)

건우와 연우 2006-06-0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시고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절대 잊지는 마시구요.
쓰고보니 제 신조군요.

Mephistopheles 2006-06-0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 공무원들 세실님처럼만 일해주시면 불만 없을 것 같아요..(뜨끔....하신 건 아니시겠죠..ㅋㅋㅋ)
파비님 // 발사도 됩니다...마징가 제트마냥...(호러에서 SF무비로..)
반딧불님 // 저 무서운 거 이제 아셨죠?? 반딧불님...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헐크보다는 덜 무서울지도=3=3=3=3=3
건우와 연우님 // 아...그건 제 스타일이 아닌데 어쩌죠..^^ 전 참기는 잘 참습니다만. 영 아니다 싶으면 재기 불능으로 확실하게 밟아준다가 제 신조입니다..^^
후환을 없애자는 의미로써요...^^

해적오리 2006-06-0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혀 착탈식이면 저한테도 보내달라고 하고 싶어요..
오늘은 일도 많은데 우쒸...울 팀 누구 땜에 열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었거든요.
진정한 농땡이의 진수를 보여주는 누구는 능구렁이처럼 잘도 빠져나가고 일많은 저만 또 다시 일을 맡게되는 기막힌 상황...메피님의 위로가 절/실 합니다.

Mephistopheles 2006-06-0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터기 달아서 보내야 겠군요..기본요금 5000원입니다...

마늘빵 2006-06-01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흥
 

생각했던 것보다는 참가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그리고 마감날짜를 계산하면서 열심히 칼을 갈고 있으실 분들도 있으실 듯 합니다.
자뻑을 올려달라고 했더니 팔불출 페이퍼를 올리시는 분도 계시고..(아모모모님, 울모님,조모모님)
난데없이 자뻑을 가장한 고해성서 페이퍼를 올리는 분이 계시질 않나..(하모모님)
어떤분은 협박 페이퍼를 올리시는 분(물모모님)도 계시는군요....^^

이 모든 걸 다.....바다같이 넓고 엄마품처럼 포근하며, 우주처럼 광활한.........

메피스토의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보듬어 드리겠습니다..~~~~

전~ 대범하고 자비로우니까요~~!!!

뱀꼬리 : 현재 하이드님과 물만두님의 페이퍼가....토크토크에 떠버렸습니다...이를 어찌합니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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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6-0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최강 자뻑이 있군요.
그나저나 토크토크에 뜨면 뭐 얼렁 책 한 권 집어넣으면 되죠.쿄쿄쿄!
(참, 이것도 이벤트 페이펀가요? 고롬 추천 안할건데^^)

반딧불,, 2006-06-01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근데 얼결에 손이 움직였다.
엉엉!

물만두 2006-06-0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착한 사람이 무슨 협박을 했다고 그러세요~ 아, 넘 소심해서=3=3=3

울보 2006-06-0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원래 팔불출이었기에 그냥 ,,뭐

하늘바람 2006-06-01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차마 참여 못하겠더라고요

ceylontea 2006-06-0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더구나 특히나 글씨 크기 키우고, 진하게, 글자색도 바꾸어 포인트를 주는 메피님의 센스~~!!

아모모모님 것도 토크토크에 떠버렸는디유.. ^^

ceylontea 2006-06-0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내 손가락이 우찌 된거야.. 이미 추천하셨습니다.. 라고 나오다니.. --;

chika 2006-06-0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추천하기 싫어서 그냥 가버릴까봐 추천 먼저 했다. 난 착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바보이기까지 하다닛.... ㅠ.ㅠ

해적오리 2006-06-0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들이 ㅋㅋ 다 우/끼/다..

반딧불,, 2006-06-0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악마가 상주하니 그래요.실론티님.흑.

Mephistopheles 2006-06-0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 설마 이벤트 페이퍼 일까요...제가 하는 이벤트가 제가 1등하면..
이건 자작극에 사기극 수준이죠..ㅋㅋ
울보님 // 일부로 초상권 때문에 모모모 라고 표현했는데 실토를 하시면 어떻합니까. 음성변조 모자이크 부탁합니다...
하늘바람님 // 혹시 울트라 캡숑 마왕급 페이퍼에 눌리신 건 아니시겠죠.?
실론티님 // 님도 하나 써주세요...근사하게요..님도 만만치 않은 무기가 있지
않던가요..?? ㅋㅋ
치카님 // 바보라는 페인트를 쓰셔도 소용없습니다...ㅋㅋㅋ
해적님 // 여러분의 댓글들이 너무나 대단해서 댓글로 승부하는 저로써는 참으로 난감합니다.
반딧불님 // 상주라니요~~ 반딧불도 이미 빠져~ 빠져~ 모두 빠져버려~ 인걸 다 알고 있습니다..



승주나무 2006-06-01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자뻑 중에는 자신이 자뻑인 줄 모르고 올리는 글이 가장 강력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숨쉬는 것 자체가 자뻑인 사람이 있죠^^ 아시죠 매피 성님!!

Mephistopheles 2006-06-01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엔 승주나무님 빼고 답니다...ㅋㅋㅋ
 

처음 뵙겠습니다 메피스토님..

본래 처음 뵙는 분의 서재이벤트에 잘 참여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벤트의 주제가 제가 너무너무 원하던 것이네요. 정말 요즘 전

'난 내가 너무 자랑스러워!!'

.......하고 생각하려고 애써 노력하고 있습니다 -_-;;

이런 생각이라도 안하면 정말 요즘같은 때에는 견디기가 힘들 것 같더군요.

전 공익근무요원입니다. 본래 구청에서 일하다 건강문제로 작년에 동사무소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선거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동사무소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드린다면 약간의 자뻑은 오히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5월 2째주부터 3째주>

- 이번 5.31 지방선거는 중선거구제 시행에 따라 대전 서구 4개동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임

- 시장,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 후보로 총 23명이 출마한 상황

- 각 후보측에서 홍보물을 동사무소에 전달하기 시작

- 한 사람당 2000~3000장의 홍보물이 도착. 비례대표 홍보물까지 포함하면 +1000~1500장 정도

<5월 21일>

- 선거 벽보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일요일 아침에 출근. 동사무소측에선 그대신 내일 쉬게 해준다고 약속

- 오전 9시 반쯤 구청 선거관리위원회에 가서 벽보와 기타 재료를 가지고 옴

- 밖에 나가 붙이기 전에 기초작업을 하고 11시쯤 인근 초등학교에서 벽보를 붙이기 시작

-20~30분쯤 들여서 23명의 벽보를 모두 붙였더니 그제서야 한 공무원이 관련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함 ----->5분간 좌절상태 OTL

-총 9군데를 돌아다니며 작업해야 하는데 12시 반까지 3군데 끝냄.

- 점심을 먹은 후 오후 5시 30분까지 작업.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중간에 한번 쉬었음.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투덜댔지만 어느새 해탈하여 '내일 비가 온다는데 그러면 더 힘들거야. 차라리 더운게 낫지' 하고 생각하게 됨.

- 남들이 볼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정말 무진장 힘들었던 하루;;

- 집에 돌아갈 때 쯤 동사무소 측은 아무래도 선거때문에 바빠서 안되겠다며 내일도 그냥 출근하라고 함 -_-;

<5월 25일>

-OO동의 모든 주민들에게 전달할 홍보물을 우편봉투에 넣어 포장하는 역할

- 23명의 통장들과 공익근무요원, 약간의 동사무소 직원들이 동원되어 아침 10시부터 작업 시작하여 12시까지 한번 쉬고 계속 작업함

- 점심을 먹은후 1시부터 몇시간동안 내내 봉투에 홍보물 담고, 풀칠하고, 한쪽에 쌓는 일이 반복

- 점심먹고 오후 6시 반까지 작업. 중간에 두번쉬었음.

- 일 끝나고 돌아가는 통장들에게 일당을 지급하는 동사무소...(우린 뭐 없나??)

- 안그래도 허약한 체질에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피로로 그날 코감기에 걸림.

- 우체국 직원이 몇명와서 한쪽벽을 완전히 덮어버린 우편물들을 보더니 표정이 굳어짐(뭔가 안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짐)

<5월 26일>

- 불길한 예상 적중!! 우체국 직원들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인 우편물을 밖으로 나르기 시작!!

- 이때부터 요통에 시달려서 주말에 집에서 누워지냄. 토요일 밤에는 열까지 나서 더욱 보기 안타까워진 상태가 됨.

<5월 29일>

- 투표소 바닥에 깔 천을 사옴.

- 두루말이로 된 것 2개를 사왔는데, 하나에 90미터라고 함.

-간만에 쉬운일을 한 덕분인지  다행히 감기는 좀 가라앉았음.

<5월 30일>

- 동사무소 인근의 초등학교, 중학교 아파트 단지 내 노인정에 투표소 설치

- 남들이 볼땐 그까이꺼 대충 기표대 몇개 갖다놓고 의자, 책상 몇개 채워놓으면 되는 줄 알지만 바닥에 천을 깔고 벽에 전지 붙이는 일이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음.

- 특히 동사무서 2층에서 15개의 테이블과 지하 창고에서 20개의 의자를 갖고 3개의 투표소에 옮기는 일은 거의 죽음이었음. 불과 3군데 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하는데 오전 10시 반에 시작한 일이 저녁 6시에 끝남.

- 트럭에서 테이블을 내리다가 손가락 부상. 그날밤 목감기에 시달림.

<5월 31일>

- 오전에 투표를 하고 오후 6시쯤 철거작업 시작.

- 이때는 거의 이런 일에 베테랑이 된 상태라 7시 30분쯤 모든 작업이 완료.

- 트럭에서 라디오로 개표상황을 들으면서 어떤 직원이

 '만약 무효가 되서 재선거 하면 동사무소를 나가버릴테다'

 하고 소리침. 나도 완전히 공감함 -_-;;

 

보름동안 선거에 시달리면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5.31선거에 나 없었으면 이 동네사람들 손쉽게 투표했을 것 같아!!!

물론 동사무소는 어떻게든 잘 굴러갔을지도 모릅니다. 작년 여름에는 주민등록표 정리에 자원봉사시간을 미끼로 많은 중고등학생을 끌어들인 센스를 발휘했던 동사무소니까요.

사실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죠. 하지만 더운데 일은 힘들고 어디 마땅히 이런 얘기할 데도 없는 판에 이렇게라도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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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5-31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공무원이셨나요?

데메트리오스 2006-05-31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익이에요^^

물만두 2006-05-3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메님 님 덕분입니다~^^ 허리 이제 좀 괜찮으세요?

chika 2006-05-3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녁에 철거작업해요? 울 동네 공무원들은 담날 오전에 철거작업 하던걸요? 근무시간에 사람들 보는데서 해야 지들 일하는거 티낼수있으니까...? ㅡ,.ㅡ
고생하셨단 의미로 추천! ^^

해적오리 2006-05-3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네요..

가을산 2006-05-3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데메트리오스님, 대전 서구시라구요?
어머나~~~! 제가 투표한 곳에도 데메트리오스님의 손길이 갔을지도 모르겠네요!

Mephistopheles 2006-06-0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국가의 자산이 되시는 분은 자뻑하셔도 돌 날라올 일은 없을 껍니다..^^

반딧불,, 2006-06-0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추천 필히 누를께요..

ceylontea 2006-06-0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만약 무효가 되서 재선거 하면 동사무소를 나가버릴테다' 와 이번 5.31선거에 나 없었으면 이 동네사람들 손쉽게 투표했을 것 같아!!! 에 추천 빵빵 눌러드립니다.. ^^

데메트리오스 2006-06-0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몸이 녹초가 돼서 쓴 글인데 정신도 없었나 봅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까 쑥쓰럽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길거리에 붙은 포스터를 떼는 걸로 모든 업무가 끝났네요 ㅋㅋ)

만두님/ 허리는 좀 괜찮아졌는데 아직 감기기운이 좀 있어요 ㅋ
치카님/이쪽 동네는 노인정과 학교 교실에 투표소를 차려서 빨리 철거한 것 같아요^^
날나리난쟁이해적님/ 감사합니다 ㅠ.ㅠ
가을산님/서구 월평1,2,3동과 만년동에서 일했어요^^
Mephisto님/어제 글쓸 때는 아무 생각없었는 지 용감했던 것 같아요. 다시 읽어보니 ㄷㄷㄷ
반딧불님/추천 필히...ㅎㅎ 감사합니다^^
ceylontea님/자뻑스러운 멘트에 추천이라니...감사합니다^^

플레져 2006-06-0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이번 5.31선거에 나 없었으면... ㅎㅎㅎ
정말 수고 많이 하셨어요. 추천합니다 ^^

마태우스 2006-06-0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익이시군요 더운 날씨에 애 많이 쓰셨습니다. 저도 추천.

로드무비 2006-06-0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이오!^^

치유 2006-06-0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뵙네요???
 

 

2004년 7월 4일 - 2006년 5월 31일 : 789권. 그만 놀고 책 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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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31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헉~ 255권... 반도 안되네요 ㅠ.ㅠ

chika 2006-05-31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비숍님, 너무 야개요~! (^^)

마늘빵 2006-05-31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험... 돌 하나 추가요.

울보 2006-05-3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플레져 2006-05-31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네...-_*

해적오리 2006-05-3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가을산 2006-05-3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비숍님, 도서관 운영하시나요? ^^

Mephistopheles 2006-06-0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권은...되야.........ㅋㅋㅋㅋㅋㅋ

반딧불,, 2006-06-0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ceylontea 2006-06-0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에 책 한권 못읽어 반성의 페이퍼를 썼는데... 흑.. 비숍님.. 바위 날아갑니다.. 피하세요..

ceylontea 2006-06-0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늘은 정녕 손가락이 따로 노는 것인가.. 아니면 머리가 멍청해진 것인가.. 또 다시 뜨는 이미 추천하셨습니다.. --;

하루(春) 2006-06-0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비로그인 2006-06-0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태우스 2006-06-0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치, 칠백권이나.... 전 그 반도 안되요...

로드무비 2006-06-0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하십니다.^^

치유 2006-06-0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하하하~~~~~놀라울 뿐입니다..

아영엄마 2006-06-03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면서 저 정도 읽으시면 안 놀면 도서관 하나 통째로 섭렵하실 듯~ ^^

승주나무 2006-06-03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한줄의 힘.. 그만 책 보고 놀아야겠다가 되려면 몇 권 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