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날때부터 악하다라는 기본모토를 가진 철학이념인 성악설은 내가 믿거나 혹은
추종하는 사상이 아니다. 물론 한순간에 이런 생각이 정립된 것이 아닌 살아오면서 사람
들과 부대끼다 보니 성악설보다는 성선설에 가까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편이었다. 물론 요즘들어 저 성악설이 더더욱 꼴보기 싫어졌지만 말이다...
그러나. 난 어제 야근 후 집에 들어가 거실에서 왕왕거리는 피디수첩을 보면서 사람이
근본적으로 악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제할 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피디수첩의 주제는 "맨발의 기봉이"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정신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는 40대의 엄기봉씨에 관련된 이야기였었다.

모 TV프로에서 비록 장애가 있으나 순박하고 효심이 넘치는 그의 훈훈한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혹은 정신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다가갔었나 보다.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으며, 책으로도 출판이 될 정도였으니까.. 거기다가 기봉씨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자는 후원회까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모두 과거지사...현재진행형은 이러했다.
기봉씨와 기봉씨의 어머니는 이미 그곳(서산)에 살고 있지 않는다고 한다.
철원에 사는 여동생이 나타나 보쌈하듯 기봉씨와 어머니를 채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끌고 가버린 것이란다. 가족간의 정으로 인한 부양의 책임으로 그랬다면 오죽 좋겠냐마는
실상은 결국 후원회를 거쳐 모인 "돈"이 목적이였던 것...더더욱 날 광분케 했던 건.....
그 여동생 단독의 생각이 아닌..여동생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가 개입되었다는 사실.....
후원금으로 들어온 돈을 손대는 것을 안 기봉씨의 모친이 이를 제지하자, 치매환자로 몰아
요양소에 가둬놓고 모자간을 생이별시켜버린 일... 더더욱 기가막힌 건..기봉씨의 이름으로
식당을 개업해 한 몫 잡으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는 것까지....
그뿐만 아니라, 후원회장이라는 인간은 기봉씨 새집 건립기금으로 모인 2천만원의 돈을 들고
튀어버린 후 연락조차 안된지 오래이며, 마을 이장이라는 작자는 출판도서 계약금 300만원을
꿀꺽한 후 취재진의 추궁으로 말도 안되는 연극으로 억지로 뱉어내기까지 하는 작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가 유명세를 타기 전까지 거슬러올라가는 부분도 보여주었다.
동네 일꾼으로 소문이 자자한 기봉씨는 성실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를 당했던 것...
축사를 가진 옆동네 어떤인간은 하루죙일 일을 시키고 일당 5천원으로 그의 노통력을 갈취해
왔다는 것...철원으로 이사간 후 강요에 의한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거의 착취의 수준으로 일해 온
것...등등...
방송이 진행되는 그 시간동안 한숨만 쉼없이 나오면서 옛날 이와 비슷한 희생을 당했던 산골소녀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버지와 도란도란 일반인의 시점으로 봤을 때 부족함이 많은 삶이지만 그래도
행복한 삶을 살았던 그녀는 방송매체라는 어마어마한 흉기에 노출된 후...하나밖에 없는 아버지는
결국 유명세의 결과물로 추정되는 "돈"을 노린 강도에게 희생당한 후, 어쩌면 그녀가 원하지도 않았을
비구니의 길을 가고 있는 현실....
또다른 피해자도 생각난다.
옐로우 저널리즘으로 시청률에 광분한 모 케이블 TV의 개떡같은 전개방식의 소개팅에서 과거 애로
배우였던 여성이 인간적인 모멸감과 더불어 방송에 의해 철저하게 난도질이 되버리고 있는 현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다변화되어지는 건 문명의 발달로 어쩔 수 없는 전개과정이라 봐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인간성마져 이모양 이꼴로 가버린다면 아마도 인류는 공룡이 그랬듯이 서서히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순서를 밟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제발..좀 차카게...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