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장마가 오기 전 꼭 이맘 때 뜨끈뜨끈한 더위가 찾아온다.
장마가 끝나면 뜨끈한 걸로 모자라 끈적거리는 더위까지 찾아온다.
선풍기를 찾고 에어콘을 찾고 얼음을 찾는 계절이 온 것이다.
이맘때쯤 챙기는 물건이 하나 있다면 바로 "부채"다
실내에서 보단 어쩌다 실외에서라도 요긴하게 사용하기 위해
꼭 하나씩 구입을 했던 품목 중에 하나였고, 이왕 사는 김에
옛날 페이퍼에도 밝혔듯이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하나씩 선물이라는
옹색한 이름을 붙여 전달되곤 했었다. 그나마도 2년 전 이야기...
제작년 이맘때쯤 집에도 못들어갈 정도로 바뻤기에 부채살 엄두가
안났다. 강 건너 있다는 인사동을 못나갈 정도였으니..그때부터
시들해졌나 아님 작년 이맘때도 정신이 없었는지 부채구입을
보류했고 2년전 구입한 부채가 제법 튼실하게 존재하기에 올해까지
오게 되버렸다.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
구비한 부채가 두개로 늘어버린 것..
검으로 말하면 이도류요...
총으로 말하면 쌍권총을 휘두르게 되버린 것...

그 중 하나는 2년 전에 샀던 접이식 부채...
핸드폰으로 말하자면 슬라이딩..혹은 폴더식...
(이 부채 디자인을 보고 어느 외국인이 한국인이 최초로 자동차를
개발했다면 아마 접을 수 있게 만들었을 것이다..라며 이 디자인에
극찬을 했다고 한다..정작 우리는 너무나도 흔하게 보는 부채인데 말이다.)
제대로 골랐는지 2년이 다 되어가도 튼튼하게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놈..
또 다른 부채는....
제법 요상하게 생겼다..

펼쳐보면 이런 문양이 나온다...오 현란하다...
(자세히 한참을 쳐다보면 술 안먹고 술 취한 기분 난다..)

이 부채의 가장 큰 특징은 솔솔솔 부채질을 하면 꽤 오래된 듯 하지만
결코 불쾌하지 않은 돌에 핀 곰팡이 내음이 난다.
귀를 기울이면 앙코~ 앙코~ 라는 소리도 가끔 들린다.(믿거나 말거나.)
작년에 선물 받았지만 아슬아슬하게 철을 못 만나..
올해 드디어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실 부채질 하기 아깝다..그냥 쫙 펼쳐서 희희낙낙 쳐다만 봐도 좋다.)
에어콘도 좋고 선풍기도 좋다지만...
부채바람이 제일 시원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올 여름도 이 두녀석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해야 할 듯 하다..
여름을 부탁해~
뱀꼬리 : 저 앙코~ 앙코~ 우는 부채를 선물해주신 H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