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망년 모임에서
다들 어엿한 직장인들이 되어 있는,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주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A : ‘30대 중반을 넘어 가니 건강에 신경이 쓰여. 술을 마셔도 예전 같지 않고, 밤을 새우기도 힘들고.’
B(의사) : ‘30대가 넘어 가면, 건강에 신경을 쓸 때가 되었지. 증상이 없을 때 질병을 발견해야 완치가 가능하거든. 특히 암은 그렇지.’
A : ‘그렇게 검진하라고 하는 것은 의사들이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니.‘
B(의사) ; ‘그런 의사가 없지 않겠지만, 나는 좋은 의사를 만나면, 돈이 더 든다고 생각해.’
B 의사의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가장 돈이 안 드는 방법은 아예 병원에 안 가는 것입니다. 의료비는 전혀 들지 않죠. 그 다음에 비슷하게 돈이 안 드는 경우는 배를 타고 가다가 난파를 당해 무인도 상륙한 후 의사를 만나는 경우가 아닐까요. 의사는 있지만 약도 없고, 검사 기구도 없고요.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경우를 든다면, 무인도에 상륙한 사람과 비유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될까? 낙도(落島)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그 섬에 사는 의사를 찾아간 경우가 해당하겠지요. 그 섬의 의원에는 청진기를 비롯한 아주 간단한 검진 기구와 약간의 주사, 약물만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그런 낙도의 의원 시술에 만족하며 살까요.
낙도 주민이 좋은 병원과 의사를 찾아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아 왔다고 생각해 봅시다. (좋은 병원과 의사의 논란은 제쳐둡시다.) 그 의사는 종합병원에 있으므로, 그 분야의 감별해야 될 질환을 보다 더 많이 알고, 따라서 검사도 많이 시행하게 됩니다. 작은 병원에는 있지도 않는 MRI, PET-CT 등을 포함하여서 시행할 수도 있겠지요. 많은 아는 의사가 좋은 의사이므로, 적은 확률이지만 감별질환을 제외하기 위해 검사를 해야 될까요, 아니면, 환자의 경제적 문제까지 고려한 의사가 좋은 의사이므로 무시하는 것이 좋은 의사일까요. 큰 병원의 의사들은 꼭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어진 위치 때문에 검사와 치료에 돈이 많이 드는 경우라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횡적인 면을 생각해 보았는데, 종적인 면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 청년이 돌팔이 의사를 만나 맹장염(의학적으로는 충수돌기염)을 걸렸는데, 오진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이 환자의 의료비는 충수돌기염을 진단받을 때 진료비가 전부이겠지요.(이런 진료비를 받은 의사는 도덕적, 법률적 책임이 따르겠지만요.) 그러나 좋은 의사를 만나면, 수술할 수 있는 병원에 보내져 수술을 함으로서 수술비용이 들겠지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고, 복통이 있어 위내시경을 시행했습니다. 조기 위암이 나왔습니다. 다시 수술비용이 들 것입니다. 만약 충수돌기염에서 복막염으로 사망하였다면, 위암에 드는 비용은 생각조차 안 하겠지요. 시간이 좀 더 흘러 흉통이 발생했고, 검사를 해 보니, 심근 경색 즉 허혈성 심장 질환이 발생하여, PTCA (경피적 경혈관 관상동맥 확장술)을 시행하고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합니다. 이 경우도 조기위암을 진단할 수 있는 좋은 의사를 만나지 못해 위함으로 일찍 사먕했다면, 격지 않아도 될 일입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대장암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환자에게는 처음 시작에 당뇨병부터 하면 어떨까요. 당뇨병, 허혈성 심장 질환, 만성 신부전, 아니면 중풍...
조금 극단적인 예가 되었지만, 의료비의 상승의 기본에 오래 사는 것이 있습니다. 아마도 암의 증가 원인에 생활 패턴이나 공해도 언급이 되지만 저는 또 하나의 요인이 수명의 연장입니다. 좋은 의사란 환자를 오래 살리고, 이에 따라 의료비도 같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기적인 의사 자신의 수입을 위해 환자한테 필요 없는 검사, 투약하는 것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못된 사람은 의사 사회에도, 법조계에도, 정치계에도, 종교계에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