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절주절 페이퍼 증보

* 부제 ; 분노와 냉소 사이 그리고 지향하는 바.

 저도 사람인 고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화를 내기도 하지만 화를 낸 후에는 항상 반성을 합니다. 그리고 화를 내는 것은 수양이 부족한 탓이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용산 철거민 화재 사망 사고’와 관련하여 분노하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저의 개인적인 지향점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다시 한 번 언급하겠습니다.

 ‘지혜’, ‘통찰력’,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원리의 이해’

 성인聖人은 너무 아득하고, 현자賢者를 추구하고 현자가 되는 못한 상황에서는 현자를 스승으로 모시고, 현자를 스승으로 모시지 못한 상황에서는 책을 읽고 지혜를 얻고 마음을 수양하는 것입니다. 이런 현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스타워즈의 요다Yoda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만화영화에서 우그웨이烏龜입니다. (‘닌자 거북이’를 보지 못해 내용 상 다를 수도 있지만, 포스터에서만 본 바로는 여기에 나온 쥐도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요다나 오구가 ‘용산 철거민 화재 사망 사고’를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했을까?


- 아프락사스님의 페이퍼 ; ‘폭력살인진압 규탄 및 MB 악법 저지를 위한 국민대회’

- 라주미힌님의 페이퍼 ; ‘박노자 - 대중의 침묵은 살인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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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절주절 1 - 드팀전님께 못다 한 이야기

 작년 말 드팀전님의 댓글을 통해 시작된 공개 편지 6편의 글을 남기고 ‘소아적 자유’ 및 ‘발화자’, ‘초월적 지향’에 관하여 답신을 써야 했습니다. 그런데, 연말에 1월 1일에 논쟁적 글을 남기기가 멋쩍어 해를 넘겼는데, 그 연초에 아이가 감기에 걸려 휴일에 글을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이의 감기가 나을 시점에 이번에는 제가 감기에 걸려 한동안 고생했고 또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직장 행사가 있어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니 설 명절이네요.

 일단 설을 지났지만 저의 서재를 방문 해 주시는 알라딘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드팀전님께 우선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했지만 거창한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예전에 ‘가을산님께 보내는 편지’(http://blog.aladin.co.kr/maripkahn/524176)에서 한번 이야기했던 것이라 같은 내용을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했던 것입니다.

 서론이 길면 본론은 짧습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원리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수학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절대, 완벽이라는 것이 있을까 그런 것을 추구하자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리철학에서 수학도 상대적이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의 원리, 괴델의 불완전성의 원리를 통해 ‘절대 진리’에 의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아적 자유’에 주저앉았습니다.

 이언 스튜어트의 <자연의 패턴>에 나오는 글입니다.

 마치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두 세계관은 그저 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는 질서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보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그림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보다 높은 질서란 과연 존재하는가?

 높은 질서가 없을 수도 있고 있을 수도 있지만 제가 높은 곳에 서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에게 강권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추구하는 바는 높은 곳입니다. 철학을 잘 모르지만 성향을 따지다면 디오게네스나 니체보다 플라톤와 아리스토텔레스에 가깝다고 할까. 저의 성향이 그렇다고는 것이고 좋고 싫음을 따지면 디오게네스도 좋습니다. 합리성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것이 많으니까요.

* 주절주절2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난세에 답하다>라는 서평을 쓰다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정치상황을 떠 올렸습니다. 바람구두님의 <남재희 칼럼>에 제가 ‘
저도 분노하는데요. 표현하지 않는 것은 저의 시니칼한 성격때문이고요.’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바람구두님은 ‘냉소와 분노는 사실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인데요. ^^’라고 답하셨습니다. 그때 다시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내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 분노인거야? 분명히 분노가 있지만 대부분의 감정은 ‘짜증’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 불편한 상황이 우리나라의 설명되기 어려운 자녀 교육 상황을 연상시켰습니다. 그래서 서평에 언급했는데, 서평을 쓴 이후 서재를 돌아다녀보니 교육과 관련된 글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바람구두님이 ‘제안: 요즘 청소년들은 어떤 꿈을 꾸는가?’라는 페이퍼를 올리며 알라디너의 의견을 모으고 계시네요.

 저는 ‘잠자는 거인은 당신이다.’라는 <정치와 비전> 리뷰에 제가 ‘왜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을까요?’라는 질문에 드팀전님이 ‘^^정말 궁금하신건가요?’라고 답하셨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짜증나는 정치, 사회, 교육과 이 현상에 대한 만족스럽지 못한 설명이 저의 짜증을 부채질하며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글을 더 읽어야겠죠.)

* 라주미힌님의 1월 28일 페이퍼 ‘김규항 - 행복이란 무엇인가’에서 발췌.

 그는 지난 해 여름 내내 촛불집회에 개근한 사람이며, 이명박이라면 아주 이를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 걸 아이를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아이가 학원을 안 다니면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고 경쟁에서 뒤쳐지면 결국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중략) 경쟁력이 행복을 가져온다는, 남보다 많이 가질수록 남보다 앞설수록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이상 한줌의 지배계급의 생각이 아니다. 대다수 노동자의 생각이며 대다수 농민의 생각이며 대다수 서민들의 생각이다


* 바람구두님의 2008년 11월 21일자
페이퍼 미네르바, 백주대낮에 날아든 올빼미’에서 발췌

 국민들도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을 정도로만 바보지, 그가 도덕적이라고 믿을 만큼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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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이마고 / 2008년 12월
절판


그러나 여왕으로 되고 여왕으로 남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완전한 정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정치에 몸을 바친 인간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니다. 자기 천성의 법칙이 아닌 다른 법칙에 복종하여야 하는 것이다.-48쪽

정치적으로 가장 불행한 길, 즉 이도저도 아닌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중략) 그러니까 권리를 요구했을 뿐 권리를 수호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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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군주는모든 것을 용서하고 참을 수 있지만 단 한가지, 자신의 권력을 의심하는 자만은 용서하지 못한다.-52,53쪽

운명이 그토록 기만적인 방식으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메리 스튜어트에게 지상의 모든 권력을 마련해 준 것은 그녀의 생애를 비극으로 몰아간 가장 큰 요인이다.-55쪽

그녀는 곧 권력이란 단순히 혈통에 따라 상속받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싸우고 자신을 낮춤으로써 새롭게 쟁취해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었다.-99쪽

두 사람은 제각기 강했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약했다. 메리 스튜어트가 영웅적이고 어리석은 대담성으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면 엘리자베스는 망설이고 미루는 성격으로 결국 이득을 얻었다. 정치에서는 언제나 장기간에 걸친 끈질긴 인내가 통제되지 않은 힘을 이기는 법이다. 오랫동안 준비한 계획이 즉흥적인 변덕을 이기고 현실주의가 낭만주의를 이기는 것이다.

결단을 내리는 경우 언제나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의 성격 차이가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곤 한다. 메리 스튜어트는 서둘렀고 참을성이 없었으며 호흡도 매우 빨랐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성격으로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곤 했다.-125,157쪽

그녀는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였다. 당시는 독제체제에서 입헌체제로 넘어간던 시기였다. 그녀는 계급의 변화와 지리상의 발견을 통한 세계 공간의 확대에서 발전해 나온 새로운 힘을 자발적으로 인정했다. 그녀는 모든 새로운 것을 보호했다. 길드, 상인, 금융 종사자, 심지어는 해적까지 보호했다. 해적들이 자신의 잉글랜드를 위해서 바다를 지배하기 위한 길을 닦고 있었기 때문이다.-131쪽

그렇지만 그들은 이 싸움에서 각자 자신의 의미를 완성했다. 현실주의자인 엘리자베스는 역사에서 승리했고, 낭만주의자인 메리 스튜어트는 문학과 전설로 승리했다.-132쪽

메리 스튜어트는 이 젊은이를 보자마자 성급하게 호감에 사로잡혀, 단리의 아름다운 겉모습 아래는 깊이가 별로 없고, 강한 근육 아래 진짜 가인함은 없으며, 세련된 궁정식 매너 속에 참된 교양이 없음을 보지 못했다.

이런 예술적인 취향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분석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상태가 바로 정열의 본질이다.-146,148쪽

언제나 영리한 사람들이 가장 미련하게 행동한다. 겸손하게 자신의 권력을 감추는 대신에 리치오는 그것을 - 모든 벼락 출세자의 영원한 잘못이지만 - 허풍스럽게 보여주었다.-174쪽

강철 같은 단호함, 빠르고 놀라운 통찰력, 거칠고 영웅과도 같은 용기, 이런 극단적인 힘들이 일어나려면 그녀의 가장 민감한 본질이 강하게 자극받아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불 속에서 잘 연단된 금속의 유연성까지도 지니게 되었다.-187쪽

영리하고 사려 깊은 남자라면 그렇게 빠른 변화를 의심했을 것이다.-191쪽

그녀가 지금 열렬히 메리 스튜어트의 편을 든다면 - 이 구별을 특히 강조해야 한다. - 그년 절대로 메리 스튜어트를 편든 것도, 한 개인을 편든 것도, 어둡고 수상쩍은 범죄행동을 편든 것도 아니다. 그녀는 여왕으로서 여왕 편을 든 것이다. 지배권에는 절대로 손댈 수 없다는 보이지 않는 이념의 편을 든 것이며,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의 권리를 수호한 것이다.-344쪽

결론적으로 보면 엘리자베스와 메리 스튜어트 사이의 승부를 결정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엘리자베스에게는 언제나 행운이 따랐고 메리 스튜어트에게는 언제나 불운이 따랐다.-425쪽

그렇지만 - 이 말을 거듭 반복하게 된다 - 엘리자베스가 분명하게 행동했다면 그것은 엘리자베스가 아닐 것이다.-4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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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답하다]의 서평을 써주세요.
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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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배우는 것이 이것 밖에 안 될까?

 일단 이 책은 재미가 있습니다. <사기>의 내용을 쉽게, 주제별로 정리되어 편하게 읽다 보면 어느새 얇지 않은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밑줄을 그을 만한 내용도 많습니다.

 이 책에 쓰여진 내용들 즉 중국 역사에 관한 것은 <열국지>나 ‘전국책’을 다시 쓴 <난세지략>에서 읽었던 내용입니다. 내용에는 새로운 것이 없는데, 나이가 들어 사회 현상을 떠 오리며 읽게 되니 읽을 때 마다 감동이 새롭습니다. 플라톤이 쓴 <국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고전古典이라는 것이 천년이 넘어도 읽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별점을 4개를 줄까 5개를 줄까 고민하면서 4개 반이 있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쉬운 점 몇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밑줄을 그을 만한 내용은 <사기>에 있는 내용이지 저자인 김영수씨의 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꼭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중국고사와 관련된 사건을 읽을 수 있는 책은 많으며 예를 들면 정비석씨가 쓴 <손자병법>이나 앞에서 언급한 전국책을 다시 쓴 <난세지략>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이라도 독자로 하여금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 역시 저자의 능력이겠지요.

 둘째는 책 제목에서 ‘사마천의 인간 탐구’라는 부제가 달려있어, 제가 사마천에 관한 내용이 보다 많이 포함되었기를 기대했었습니다. 앞부분에 일정부분 남자의 성기를 자르고 저작에 몰두했던 모습이 나오지만 상당부분은 <사기> 자체에 대한 내용입니다.

 책을 다 읽고 덮고 나서 느낀 점은 왜 사람들은 과거를 통해, 역사를 통해,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 이것 밖에 안 될까 하는 것입니다. 남녀의 연애관계에 문제가 있습니까? 책에 문제의 원인 및 해결책이 있습니다. 자녀 교육이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까? 역시 책에 해답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치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국민이 나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하십니까? 책을 읽으십시오. <사기>라고 읽으십시오. ‘가장 못난 정치가는 백성과 다투는 자다’라는 인용구는 일간지의 만평에도 실렸습니다.

 솔직히 저는 왜 우리나라 정치가 이 모양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서 잘못된 것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우리나라의 자녀 교육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은 저보다 똑똑하고 공부도 잘 했을 것입니다. 책도 많이 읽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책에서는 어떤 정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도 보여줍니다. 그런데 나이지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나요? (머지않아 저도 자녀교육에 관하여 결판이 나겠지요. 그러면 정치의 발전이 더딘 것도 이해가 되려나?)

* 서평 도서의 좋은 (추천할 만한) 점 ; 고전 <사기>를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재미가 있다. 요즘 정치 상황을 떠 올리면 더 재미가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 핏줄 도서 ; <삼국지>, <대망>, <손자병법>, <난세지략>, <정관정요> 등 (그리고 동양 고전이나 서양 고전이나 고전이라 불리는 것들에 대한 투자는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고전으로 불리는 것들은 대학교 졸업 이전에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되나) 요즘 사회 상황을 봐서는 정치인들
* 마음 속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요즘 정치와 관련하여 인상적인 구절이 많기도 하지만) p35 ‘사람의 죽음 가운데는 아홉 마리 소에서 털 하나를 뽑는 것같이 가벼운 죽음이 있는가 하면 태산보다 훨씬 무거운 죽음도 있다네.’ ‘구우일모九牛一毛’

(서평단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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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의 서평을 써주세요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 - 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대필 작가의 독백
배홍진 지음 / 멘토프레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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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1월 10일 받고 쉬엄쉬엄 읽었지만 분량에 비해 읽는 데도 한참, 서평 쓰는데도 한참. 아마도 서평단에 뽑히지 않았다면 이 책을 구입하지도 읽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이 책은 나쁜 책이기 때문이 아니고 주제가 마음을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1970대 교과서에는 우리나라 자긍심을 높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글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 교과서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1천 번이 넘는 외침外侵에도 이를 극복하였으며 한 번도 타국을 침략한 적이 없는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은 것이 자랑일 수 있겠으나 수數도 없이 침략 받은 것이 자랑인가? 임진왜란을 겪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일합방이 된 우리나라의 역사는 과연 어떤 역사관으로 받아들이면 좋을까?

 강덕경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이 책을 썼지만 이 상처는 우리 민족의 상처입니다. 강덕경 할머니 이외의 많은 위안부 여성들, 징용 및 징병으로 끌려간 많은 젊은이, 일제 수탈에 고향을 떠난 많은 이들, 헐벗고 굶주려 때로는 죽어간 많은 이들. 그리고 한일합방의 후유증으로 발생한 한국동란에서 희생된 사람들.

 위안부 할머니를 주제로 생각하면 ‘화냥년’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이 단어의 어원은 환향鄕여자입니다. 고려 시대 몽고 침입 시 몽고로 젊은 처자들이 잡혀갔습니다. 일부는 첩으로, 일부는 몸종으로. 일부는 매춘녀로 잡혀 가겠지요. 나이가 들어 쓸모가 없어지니 몽고에서 나이든 여자를 고려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때의 고향 고려의 대접은, 회향년은 화냥년으로 즉 서방질하는 계집으로 낙인을 찍었습니다. 국가의 잘못을 외침을 극복하지 못한 잘못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렸는데, 일제 위안부에 관해서 같은 느낌을 갖게 됩니다.

 위안부 할머니의 상처는 제가 2004년도에 페이퍼로 올렸던 ‘못자국’ (http://blog.aladin.co.kr/maripkahn/431284)을 떠 올리게 합니다. 어떤 상처들은 한 생애를 통해 결코 치유되지 않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의 성性에 관한 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기도 하지만 남녀를 포함한 그 집단에 대한 폭력이기도 합니다.

 
p15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강압적인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매춘을 한 대가로 일생을 혼자 떠돌며 살아야 하는 벌을 받은 것이라고 자괴했을지도 모른다. (중략)... 야산으로 끌려가던 밤에 혀를 깨물고 자결을 했어야 했다고, 그러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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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이펙트> p37 폴린은 후투족 군인들에게 "여자들을 죽이기 전에 강간하라"고 지시했다.


 한 달 후면 삼일절이 다가옵니다. 예전에는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TV 방송에서 일제 치하와 관련된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이 많이 방영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프로그램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나 봅니다. ‘불편했던 과거는 잊고 살자, 무시하고 외면하자.’ 조금은 걱정됩니다. 혹시 역사가 반복되지나 않을지.

cf ; 이 책의 시작은 다큐멘터리처럼 시작해서, 중간에 ‘동아시아 지도 속으로’에 접어들면서 서술 형식이 바뀝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추론된 허구인지가 불분명해지며 묘한 느낌을 갖게 했습니다.

* 서평도서의 좋은 점 ; 일제 식민지에 관하여 잊고 싶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음을 할 게 한다. 글도 좋지만 강덕경 할머니가 그린 그림 한점 한점이 인상에 남는다.
* 서평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 (삼일절과 광복절이 흐릿하게 지워지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서평글에 포함됨.

(서평단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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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9-01-2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의 서평 ; 위안부가 소모품인 것처럼 사용되 듯, 과거에 군인 즉 병사는 보급품인지 소모품인지로 분류되었다가 요즘에는 군인으로 분류된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