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평점 :
* 내가 그라면 어찌 하였을까
<소현> 서평 별점 ; ★★★
소설이나 영화에 반복되는 사극 주제가 있습니다. 연산군이나 문정왕후 등 병자호란에 관련된 이야기도 이야기 자체가 흥미를 끕니다. 이 책을 보자마자 매력이 넘쳐흐른다고 느꼈습니다. 척화파의 말도 옳고 주화파의 말도 옳고. 이와 관련된 TV 드라마는 멀게는 대명(1981년 KBS)에서부터 가깝게는 추노에 이르기까지.
‘대명’이 봉림대군 입장에서 그려진 것이라면 ‘추노’는 소현세자입장에 그려진 것입니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누구의 입장이든 간에 두 입장에서 옳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지지할 것입니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인조가 왕위에 얼마나 연연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는 소현을 제거하고 봉림대군을 후계로 삼았던 상황까지 고려할 때, 내가 만약 세자였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았을까? 더욱 역사와 같이 동생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고려하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옳았을까?
* 독서일기 120110 <윤휴와 침묵의 제국>
http://blog.aladin.co.kr/maripkahn/5345307
자유와 평등 중에 어느 것을 택할 것이냐의 질문처럼. 역사적 사건의 결과 이전에 소현세자의 가치관과 봉림대군의 가치관, 그 어느 한쪽에 무게를 더 두는 것이 어렵습니다.
절박한 상황에 소현의 심리가 책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소설을 써주었으면 합니다.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 소현 세자의 심리 묘사와 정치적 술수도 소설적 흥미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 소현은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지만 그렇게 우울하지 않다. 오랑캐라고만 생각했던 청나라가 중국 문명과 서역 문명을 받아들여 문화가 나날이 앞서가는 것을 보고 놀란다. 조선은 망해가는 명나라를 준거로 삼을 것이 아니고 조선은 청나라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아버지 인조와 기득권 세력을 어떻게 요리한다.... 이 책의 소현이 햄릿이라면 제갈공명 소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결국 추노에서처럼 역사적 결과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제가 어려서부터 갖고 있던 소현의 이미지는 위와 같았습니다. 이런 소현을 청나라로부터 굴욕을 받은 인조는 못마땅하게 생각했지요. 품안의 자식은 자식이나 장성한 아들은 절대 권력을 놓고 경쟁하는 경쟁자이죠.
국가주위가 보수적 가치와 어떻게 자리메김을 해야 할지 모르나 확실히 전쟁에 패한 국가의 국민이 된다는 것( 또는 국가가 없다는 것)은 서글픈 것입니다.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다락방님께 감사드립니다.)
* 밑줄긋기
p 24 말의 간격은 시간이고, 시간의 간격은 세계의 간격이었다.
p 44 그러나 이와 같은 시기에는 수많은 모사보다는 한 명의 우둔한 용사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p 132 적의 뜻으로 잡혀와 있으니 적에게 굴복하여 살고자 할 수 없음이고, 자신의 뜻으로 잡혀온 것이 아니니 스스로 죽고자 할 이유도 없음이었다.
p 151 세자는 너무 오래 떠나 있었다. 누구도 더는 세자를 세자로서 기억하고 있지 않는 것이었다.
p 153 그러나 슬픔과 의기와 현실이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을,
p 159 “사내로 태어나 대장부에 이르지는 못하였을망정, 섬기는 마음이 무엇인 줄은 아옵니다. 거두어주소서.”
p 160 성현의 뜻이 거기에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입지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었다.
p 161 세자가 그들의 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으면 기원의 말처럼 세자의 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세자가 그들의 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세자는 적의 땅에서 결코 돌아오지 못할 것이었다.
p 172 기원이 아들 석경에게 전하라 하는 것이 바로 아비의 그늘이라는 것을. 그러나 결국 그늘로 가리어진 욕망이라는 것을.
p 174 아비가 임금이 되기 전까지 사저에서의 나날들이 그렇게 온순했었다.
p 206 마침내 남는 것 단 한가지를 위해 모든 것을 지우는 일, 그것이 높은 자리의 일임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p 251 대학사가 석경을 반드시 죽이겠다 마음먹었더라도 세자가 그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일을 막지 않으면 석경이 죽어도 죽은 목숨이고 살아도 죽은 목숨이 될 것을 세자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허니 석경을 죽이려던 것이 대학사인가, 아니면 세자인가......
p 254 원숭환이 어떻게 죽었는지 석경은 알고 있다. ...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닥칠 모든 위험을 알고서도 멈출 수 없었던 원숭환 자신의 충의였다.
p 313 위대하지 않은 자는 적도 벗도 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