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日記 121023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서평 별점 ; ★★☆
고미숙씨의 책은 나와 코드가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처음 읽었던 <사랑과 연예의 달인, 호모 에로스>가 그랬고,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이 그랬습니다. 다시 고미숙씨의 책을 읽을 것으로는 생각지 않았는데, 야*님의 ‘흥미롭고 즐거운 독서’였다는 평에 한 번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2권의 책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래도 좋은 평을 주고 싶은 책은 아닙니다. (하필 명리학에 관한 책이었을까.)
대학시절 가입은 하지 않았지만 ‘한의학 연구회’라는 동아리 모임 세미나에도 참여하는 등. 한의학, 주역, 명리학 등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것은 문화로서의 관심입니다. 아직도 과학으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는 코끼리의 코는 지구의 코끼리 코의 길이보다 길까요, 짧을까요?
위 질문에 누군가 관심을 갖을지 모르겠지만 저(와 대부분의 다른 분)는 관심이 없습니다. 저 은하에 생명체( 그리고 코끼리)가 있는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코의 길이가 무슨 상관이랍니까.
저는 명리학의 전제 조건인 태어난 시간(시각)이 사람에게 있어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도 못하고 실감도 하지 못합니다.
(인터넷 검색 ; 세계인구 70억/평균수명 66세/365일 = 하루 평균 출생 29만명)
29만명이 (같는 년/월 및 )같은 일간을 갖고 태어나고 2만4천명의 팔자가 동일합니다.
태어나면서 우주의 기운을 받는다고 합니다. 우주의 기운을 받는다는 것이 실감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만실의 조명과 공기를 받고 마십니다. 이후 산후 조리원의 신생아실에 며칠의 시간을 보냅니다.
p 69 여덟 개 카드 가운데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건 온도다. 즉 어떤 계절, 어떤 시간에 태어났는가가 결정적 단서다.
이 책에는 계절과 온도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남반구에서 태어난 아이는 계절이 반대인데, 이것을 보정하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전제에 대한 의심을 가지니 이후 이야기가 다가오질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존재의 축은 일간이라고 합니다. 계절과 온도가 결정적이라면 월간이 존재의 축이 되어야 겠지요.
책의 앞부분 1/3과 뒤의 몇 가지 내용은 꼭 명리학이 아니라도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관점의 차이이지만 어째든 좋은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관계가 중요하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명리학이 아니라도 그와 같이 이야기합니다. 왜 명리학에서 그와 같이 이야기하는지는 설득하기보다 주장합니다.
제가 옳다고 주장할 수 없지만 나름, 저의 가치관을 동양 철학에 사용한 단어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니, 누구를 설득하려 하지 않고 제 혼자 서술만 합니다.)
p 42 태초에 기氣가 있었다!
태초에 기氣가 있었다고 아니면 리理가 있었다고 단정할 자료가 없다가 제 의견입니다. 이 의견을 잘 보여주는 것이 <실체에 이르는 길1 p 60 그림 1-3>에 있는 그림입니다. (<기철학 연구>의 독후감에서 쓰려했다가 내용이 너무 길어져 그만두었습니다만,) 저는 기氣를 물리학으로, 리理를 수학을 치환해서 생각하는데, 아직 모순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물리학자들은 물리학이 수학을 기반으로 된 것(주리)인지, 아니면 물리학이 수학으로 설명될 뿐(주기)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현재까지 수학에 반하는 물리학적 현상이 증명된 것은 없다고 합니다.
또 다른 철학적 관점의 차이는 '오행이 음양의 분화에서 나왔다'는 언급입니다. 저의 가치관에서는 태초에 우주가 생기면서 음양(태극, 즉 수직적 가치관)과 함께 오행(또는 팔괘 ; 즉 수평적 가치관)은 동시에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마립간의 철학적 관점을 설명하는 단어들
http://blog.aladin.co.kr/maripkahn/3459932
진리가 상호관계일지라도 정적이고 명확한 것을 규정하고 이것이 진리와 갖는 간극에서 진리(상호관계)가 규명되기도 합니다.
이 책의 미덕은 책의 중간 부분의 사주팔자의 풀이입니다. 아직 구체적 사주풀이를 하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사주풀이가 만만해 보이는군요. (저의 사주풀이는 어느 알라디너 분이 이미 풀이를 해주셨습니다.) 만약 단순 산술로 가능하다면 컴퓨터 사주가 전부인 것 아닌가?
* 밑줄 긋기
p 29 좌파들이 고전을 부르주아의 산물이라고 외면한 탓에 인류 지성사의 정수인 고전은 고스란히 부르주아의 전유물이 되어 버렸다고.
p 31 필연지리必然之理, 당연지리當然之理
p 42 이 어긋남과 간극 자체가 탄생의 동력이다. 따라서 태어나려면 일단은 음양파탄지인이어야 한다.
p 42 태초에 기氣가 있었다!
p 45 적대적 대립이 아닌 ‘대대待對’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대대란 음양오행의 전변轉變의 원리다.
p 51 굴드는 말했다. 과학이란 ‘자료와 편견 사이의 대화’
p 52 자유로부터의 도피
p 55 한꺼번에 다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다.
p 73 동양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관계가 존재에 선행한다‘.
p 74 오행들 사이의 ‘리듬과 강밀도’로 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