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日記 140730
<민주주의에 反하다> 서평 별점 ; ★★★
현실에 파악과 판단이 돋보이지만, 대책들은 고개를 갸웃뚱하게 한다.
우선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것이 보수-우파나 진보-좌파와 무관한 것 같다. 보수-우파는 위계질서가 있는 수직적 공동체를 지향하고 개인의 공동체를 위한 희생을 강조한다. 쉽게 말해 국민에게 애국하라고 강조한다. 반면 진보-좌파는 구성원들의 수평적 관계와 삶에 주목한다. 과거 우리의 역사 공동체적을 삶을 살았거나 공동체를 지향했다는 사실 자체는 진보-좌파적인 사고방식에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수직적이든, 수평적이든 공동체의 결성은 내부 구성원의 연대와 외부의 배척을 동반하게 된다. 긍정적인 연대와 부정적인 배척이 동시에 나타난다.
체면도 언급되지만 여기서 문제는 각자의 체면이 다르다. 어느 사람은 위장 전입과 부동산투기를 부끄럽게 여기지만, 다른 사람은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라도 재산을 축적하고 수입 고가 사치품으로 치장하지 못한다면 부끄럽게 여긴다.
당위성에 근거한 반발 역시 당위성에 불과하다. 소설 <태백산맥>에는 당위성에 근거하여 반발한 민중이 나오지만 상대와 겨룰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의 반발이 상대편에게 폭압의 구실만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보면, 일정 당위성에 근거한 반발로도 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에게 학살에 가까운 폭압의 구실만 제공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수평적 삶의 공동체는 실패로 끝났다. 공동체를 결성한 1세대에서는 비교적 수평적 공동체를 형성하지만, 바로 다음 세대가 가더라도 수직적 권력의 자기조직화가 이뤄진다. 이 책에서는 수평적 권력 자기조직화를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반대이다.
우리나라에도 키부츠 Kibbutz와 같은 공동체가 있었나보다. 그런 공동체 구성원의 한 명과 알고 지내셨던 중학교 때 선생님께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공동체에서는 치약이 3mm로 통제 된다. 공동체 구성원이었던 분은 개인적으로 구두를 너무 가지고 싶었다. 어찌하다가 구두를 한 켤레를 갖게 되었는데, 그것은 공동체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고, 공동체는 모르는 사실이다. 수평적 권력 구조 공동체에서는 수직적 권력으로 자기조직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저하게 개인행동을 통제했다.
p143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 밑줄 긋기
p17 힘을 가진 자들은 우리가 그런 역사를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p37 함석헌의 말처럼 “일본 군인의 총칼도 감옥의 생죽음도 무서워 않던 민중이 풀이 죽기 시작한 것은, 되는 줄 알았던 독립이 아니 돼서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뒤 소위 일본 사람의 문화 정치 밑에서 사회의 넉넉한 층, 지도층이 민중을 팔아넘기고 일본의 자본가와 타협하고 손잡고 돈을 벌고 출세하기를 도모하게 됨에 따라 민중의 분열이 생기면서부터였다.”
p45 연대가 안 되니 자연스럽게 민중의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그토록 강렬했던 민중의 의지 ; 강렬했었나?
p67 미군정 하에서 ... 공권력의 사유화되고 사적인 권력이 공권력으로 위장하는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 공권력 자체가 이런 사적인 폭력을 눈감아 주거나 조장했다.
p70 스콧은 그동안 이렇게 힘이 있는 자들의 뜻대로 세계를 만들어 가려는 하이 모더니즘 high modernism적 사고방식이 다양성을 파괴하고 지역 고유의 지식의 중요성을 무시하면서 사람들의 자발성과 자율성, 자율적인 역량을 파괴해 왔다고 주장한다.
p71 더구나 한국전쟁 이후 이런 표준화 폭력은 반공 이데올로기와 결합되어 다른 목소리를 완전히 차단했다.
p72 ‘내부 식민지’
p91 추첨으로 선발된 사람들이 아테네의 중요한 결정들을 내렸다는 사실 말이다. 즉 선거가 아니라 추첨제가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핵심적인 제도였다는 사실을 은폐되었다.
p92 선출된 대표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중의 의견과 이익을 무시하거나 국익을 내세우며 나라를 전쟁과 파괴 속으로 몰아갈 때, 대의 민주주의는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나? 답은 한 가지이다. 다음 선거를 기다려라!
p94 민주주의에서 다스리는 자는 나와 근본적으로 다른 뛰어난 인물, 추종해야 할 인물이 아니라 동등하고 평등한 시민이었다.
p103 참여 민주주의의 역설 ... 민주주의가 항상 시민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유리할 것 같지만, 조직화된 세력이 선거에 개입해서 여론을 몰아가거나 이익을 공유하는 집단들이 서로 손을 잡으면, 오히려 다수의 시민이나 약자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결정이 내려지면 과정은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기 때문에 그 정당성을 문제 삼기 어렵다./투표의 역설 ... 투표는 개인의 이해 관계나 선호를 따른다고 하지만, 개인들이 세력을 형성하고 소수파들이 손을 잡아 다수파를 형성하면 온갖 이해관계를 뒤섞은 기이한 합의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
p105 교사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이 서로 충돌한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면 인권의 의미가 뒤죽박죽되듯이 말이다.
p107 원래 참여는 “다르게 살고 다르게 어울린다.”는 윤리적인 말이었다. ... 참여는 자신의 차이와 삶을 드러내며 타자와 어울리는 방식이 ...
p108 인민주권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권력은 정부가 아니라 민중에게 있다. ; 당위가 아니라 사실이 그러한가? 권력은 정부에 있어 보인다.
p109 시민 참여를 당연한 권리로 전제하지 않는 법치는 기득권층의 기만적인 통치술일 뿐이다.
p111 “전쟁을 하는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이쪽에서 가만히 있으면 되느냐?”고 태연히 말했다.
p116 회의주의는 타고난 본성이 아니라 학습된 경험이다. ; 본성이든 경험이든 현실이다.
p117 집이나 옷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집이나 옷을 맞춰야 한다. ; 이것이 항상 가능하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존재하지 않았겠지.
p129 또한 선거 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왜 투표밖에 없겠는가. 오히려 선거 때문에 가려지는 중요한 쟁점, 선거에서 드러나지 못한 중요한 사안을 부각시키고 요구하는 정치 행위가 중요하다.
p132 집중되었다는 점이 안타깝다. ... 분산되어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이 두렵지 예측할 수 있는 흐름이 두렵지 않다. ; 후향 확증 편향 아닌가? 분산되어 예측할 수 없지만 무시할 만큼의 미미한 흐름과 예측되지만 막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주는 막강한 흐름, 어느 것이 힘 있는 자에게 효과적일까?
p134 체면 ; 어떤 이는 옳은 편에 서는 것을 체면이라 하고, 어떤 이는 불의不義하지만 사익私益을 쫓는 것이 체면이라고 생각한다.
p139 하지만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해석하는 자들이 공동체의 질서와 안전을, 개인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한다면?
p140 사실 법이 정한 수단으로 말할 수 없는 사람에게 법대로 하라는 애기는 폭력이다.
p142 개신교 신학자 마틴 니묄러의 <그들이 왔다>는 이 상황을 잘 보여 준다.
p143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p145 한국처럼 불복종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서, ... 불복종하는 시민은 언제나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p154 시민의 개념을 중산층이라는 특수 계층의 운동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p158 한국의 사법부는 줄곧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p179 사실 법 제도가 지금처럼 배타적 소유권을 보호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 소유의 역사는 오래되었으나 소유‘권’은 근대적인 발명품인 것이다.
p183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었다. ... 그 권리는 배타적이지 않았다. ; 낭만적 원시인 아닌가?
p195 왜 대안이 없는가? /지금의 헌법 제 23조 2항에 따르면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하고 제 33조 1항 ‘근로자는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 교섭권 및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이것이 대안이다.
p208 협동조합 ; 낭만적 원시인과 같이 작은 공동체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p210 자기조직화 ; 권력 지향적으로 조직화하는 것이 아닌가?
p289 국적이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관한 착각>에 의하면, 인식의 중요성에 과학적, 객관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바른 마음>에 의하면 사람들이 이유가 없더라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실이 중요하다.
p290 함석헌이 이야기했듯이, “국가주의가 있는 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그들이 왔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조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