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讀書日記 141202
<총, 균, 쇠>에 관해 어느 모르는 분의 평가에 대한 나의 생각
* ‘병신같은 논증을 보여주고 있다’는 <총균쇠>
http://blog.aladin.co.kr/704638105/7189936
yamoo 님의 지인의 의견을 토대로 (반론이라기보다) 나의 의견을 정리한다. 이 글은 긴 글이지만 글의 주제가 명확하기 때문에 앞부분에 대한 나의 의견으로 글 전체에 대한 의견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세 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1) 어느 회사의 약간의 음주를 동반한 저녁 회식이 있었다. A라는 직원은 입에 술을 한 모금도 대지 않는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술을 너무 많이 마시셨기 때문에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B라는 직원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셨기 때문에 자신은 자연스럽게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고 답을 했다. ; 술을 많이 마신 아버지라는 같은 조건에 어떻게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의 말 중의 하나는 이유가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2) 마태우스 님이 자동차를 타고 강의를 하기 위해 학교로 가고 있다. 자동차가 학교로 움직이는 이유는 다음 중 무엇인가?
(1) 가솔린이라는 연료가 소모되기 때문에
(2) 엔진이 움직이기 때문에
(3)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기 때문에
(4) 마태우스 님이 운전하기 때문에
(5) 마태우스 님이 학교에 강의가 있기 때문에
(6) 마태우스 님이 얼마 전 부터 대중 교통대신 자가 운전으로 등교하기로 했기 때문에
3) 북두칠성의 모양은 왜 국자 모양을 하고 있을까?
* 그가 궁극적 원인으로 사용한 ‘환경’이라는 것이 무언가 보자. ; 궁극적 원인은 그 단어 자체가 모순적이다. 궁극적 원인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쉽게 드러난다. 궁극적 원인의 원인이 있다면 그것은 궁극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궁극은 원인 없이 존재하는 것인데, 과학적 사고에서 원인 없는 결과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 책에서 ‘궁극’이라는 용어가 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궁극은 수사적 표현으로 봐야 한다.
* 즉, 질문은 그 15세기에 문명들 간 기술적 격차가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설명이어야 할 것이다./15세기에서 상당히 고도로 발달된 사회 사이에서 왜 유럽만 이길 수 있었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다이아몬드의 글들은 전혀 그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고 있다. ; 내가 보기에는 다른 문명의 비교보다 15세기의 유럽 문명의 이유에 대해 집중한 글이다. 따라서 다른 문명과 비교가 없으므로 ‘왜 유럽만 이길 수 있었는가’의 질문에 답은 없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전환해 볼 수도 있다. 중국 문명과 인도 문명에 제국주의-식민지 경영, 즉 약탈적 국가가 되는 것에 약점이 있었다고.
* 전파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위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옆으로 전파가 쉽다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이다. ; 위도가 같은 것은 전파에 쉬운 것에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충분조건은 된다고 생각한다. 위도가 같은 지역의 전파가 산맥같은 자연지형에 의해 장애를 받아 위도가 같은 것만으로 전파가 쉽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도가 다른, 그래서 자연환경이 다른 지역에 전파가 빨리되는 것도 아니다.
* 우리는 세계사에서 4대 문명 발상지라고 배운다. 왜 중국과 인도는 제국주의-식민지 시대에 지배국가가 아니고 피식민지 국가가 되었을까? 내가 준비한 답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기에 한 가지로 대답할 수 없다. 그리고 준비한 또 다른 답은 ‘왜에 대한 답이 없을 수도 있다’이다. 약간의 플라톤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것에 이유를 달기 좋아한다. 하늘에 원인 없이 국자 모양의 별 7개를 보고 반드시 국자 모양의 별배치가 된 원인이 있을 것이라 추정한다. 원인이라 할 수 없는 즉 사소한 이유에 의해 중국이나 한국이 제국주의-식민지 약탈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 만약 현대 문명의 원인이 환경이 아니라면 뭐가 원인일까? 문화? 문화는 사람이 만들어 냈으니 그 문화를 만들어낸 서양 백인은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것은 인종적 우월성은 최소한 답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 나는 <총, 균, 쇠>를 읽고 이에 대한 부정적 감상문을 읽으면서 바둑을 떠올렸다. 바둑에는 급소와 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급소와 맥점은 바둑을 두면서 생기는 것이지 바둑알이 놓이기 전에 어느 점이 급소와 맥점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아마 15세기의 기술은 그와 같은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반면 그와 같은 판세가 만들어지기 과정을 설명할 때, 포석은 중반 행마의 급소의 이유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