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書欌日記 141208

 

<성문 기초영문법>

 

내가 지금 정도의 사회적 위치를 가지게 된 것이 ‘수학’ 덕택이라면, 그 이상 올라가지 못한 것은 ‘영어’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에는 과외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이라 중학교 진학하면서 영어를 접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말로도 사람들과 대화하고 특히 내가 말하는 것 그리고 글짓기를 싫어하는 데, 영어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중학교 1년 1학기의 영어는 쉽게, 쉽게 공부했지만, 그 이후로 스스로 공부가 없으면 실력도 성적도 좋을 수 없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영어 공부-성적을 위해 선택한 책은 <정통 종합 영어>였다. 내가 구매한 것은 아니고 주웠거나 물려받은 것이다. 나중에 보니 <성문 종합 영어>와 구판 정도였다. 이 책은 정말 친절하지 않은 책이었다. 그러던 중 사촌 동생이 가지고 있는 책이 눈에 띠었는데, 초록색 예쁘장하게 생긴 책이었다. <성문 기초영문법>이었다. 내용을 훑어보니 문법에 관해 있을 것은 다 있었다. 갖고 싶었으나 구매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성문 기초영문법>을 얻었다. 얼마 동안 함께 있었는데,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대입을 위해 <정통 종합 영어/성문 종합 영어>를 공부하고 있었고 가지고 있는 것,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 때 누군가에게 빌려 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했거나 누군가에 선물로 주었을 것이다.

 

이번에 다시 <성문 기초영문법> 장만했다. 겉모습이 바뀌어 내가 생각한 책이 맞나 의심스러웠는데, 중고서적에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같은 책인 것을 알았다. 물론 이번 구입이 소장所藏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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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4-12-08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에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으로서 다시 뭔가 도전을 하시는듯한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

마립간 2014-12-08 12:52   좋아요 0 | URL
저는 영어 독해에 기반한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약간 정도의 영어와 접촉은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는 잘 못하지만, 그리고 영어 성적은 나쁘지만, 영어 콤플렉스는 없습니다. 콤플렉스 조차 포기했죠. 한국 사람이 영어에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하던 `성문 종합 영어`를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위 책은 아이가 볼 책은 아니지만 아이를 위해 구입했습니다.

cyrus 2014-12-0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영어 공부를 성문으로 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입니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성문을 아는지, 또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영어 공부책이 많으니까요.

마립간 2014-12-08 12:54   좋아요 0 | URL
저의 고등학교 시절, `성문 종합 영어` 독점 체제에서 `Man to Man`이라는 참고 서적이 도전장을 던졌죠. 지금은 춘추전국시대처럼 워낙 참고서적이 많아서 수험생들이 무엇을 가지고 영어 공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학원 교재겠죠.

hnine 2014-12-0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엔 영문법 책은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으로 단계를 높여나가며 공부하는 것 보다, 쉬운 영문법책 여러번 반복해서 보아도 충분한 것 같아요. 저 학교 다닐때에는 성문 기본영어-->성문핵심영어-->성문종합영어 이렇게 세단계 구성이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줄곧 기본영어만 했어요 ^^
어제는 중학교2학년 제 아이 수학 문제 도와주다가 1, -1, 2, -2, 3, -3... 이것의 pattern을 구하라는데 도저히 모르겠어서 끙끙 앓다가 이번에 수능 시험본 제 친구 아들에게 물어보고 겨우 알아냈답니다 ㅠㅠ

마립간 2014-12-08 13:44   좋아요 0 | URL
저도 영문법에 관해서 hnine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저는 `기초 영어`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수학 문제 ; Pattern을 구하는 것은 수학적 추론인데, 이것 역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모든 재능을 가질 수도 없지요.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수학에서 추론을 빼면, 수학 공부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 映畵短評 141205

 

<The Road> (2010)

 

나는 영화를 볼 때 좌뇌로 감상을 먼저 한다고 생각한다. (또는 그렇게 착각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대학생 시절, <Point Break 폭풍 속으로> (1991)을 보면서 친구가 내게 한 말 때문이다. “네가 영화를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냐?” 영화를 보면서 감탄했다. “아! (자유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의 영화를 볼 때, 무표정하게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The Road>를 보면서 오랜만에 우뇌로 영화를 봤다는 느낌을 받았다. 줄거리가 중요하지 한다. 중간에 숨이 막히는 것 같아 영화를 멈췄다. 하지만 그만 볼 수가 없었다. 영차 영차 영화를 다 봤다. 주제도 줄거리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 그저 막막함. 그런데 이 영화가 소설을 각색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것을 소설로 쓸 수 있었을까. <Point Break>와 <The Road>를 섞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의 영화가 <Le Grand Bleu 그랑 블루>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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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4-12-05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안 봐서 모르겠는데 소설은 압도적 걸작`입니다.

마립간 2014-12-05 12:19   좋아요 0 | URL
흥미롭네요. 대부분은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면 대부분 원작이 뛰어나지만 저는 영화를 먼저 본 상태라서 저와 친하지 않는 소설을 읽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4-12-0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랑블루는 지금 생각해도 참 좋아요. 다시 보고 싶네요. 저도 바닷속으로 가고 싶어서 그런지..
로드는 영화화 했다는 것 만으로 참 대단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립간 2014-12-05 12:22   좋아요 0 | URL
`그랑 블루`는 제가 볼 수을 때마다 보는 영화입니다.^^

다락방 2014-12-0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말씀에 저도 한 표. 소설이 절대적으로 훌륭합니다.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요.

마립간 2014-12-05 12:25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말씀대로 이것을 영화로 생각한 감독도 대단하지요. 아마 소설을 먼저 읽으신 분들은 소설이 더 낫다고 평가하시겠지만, 영화의 영상화/영상미를 생각할 때 영화 역시 볼만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Mephistopheles 2014-12-05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풍속으로..(포인트 브레이커) 의 감독 작품은 좋은 작품이 많습니다. 전 비교적 초반작인 블루스틸이란 영화가 인상깊더군요

마립간 2014-12-05 12:29   좋아요 0 | URL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블루 스틸`도 봐야겠네요.
 

 

* 身邊雜記 141204

- 질문의 층위와 출제자의 의도

 

* 질문의 층위에 대한 글을 쓰면서 아주 오래 전의 일을 떠올렸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국어 시험 문제가 ‘“우리”의 뜻은 무엇인가?였다. 나는 ‘나(1인칭)의 복수’라고 답하였다. 물론 ‘1인칭’이니 ‘복수’와 같은 국문법 용어를 쓴 것이 아니고 내용상 그렇다는 뜻이다.

 

나는 이 문제를 틀렸다. 정답은 ‘가축의 집’이었다. 시험 후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 문제를 틀린 학생이 있다는 것에 대해 엄청 화를 내셨다. (오죽하면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겠는가.) 그렇게 여러 번 이야기를 했고, 강조를 했는데, 틀린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화를 내셨다는 것은 나를 지목해서 화를 내셨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화를 내신 것은 (이 페이퍼에 쓰지 않을) 나를 위한 선의善意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의 선의가 있었든, 악의가 있었든, 내가 그 문제를 틀린 것에 대해 전적으로 내 책임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우리’라는 단어가 ‘가축의 집’으로 선생님께 배우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만약 문제가 ; ‘농부가 돼지를 우리로 몰아넣었다.’ 이 문장에서 ‘우리’의 뜻은? 이렇게 문제가 나왔다면 나는 그 문제를 맞혔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문제 풀이도 중요하지만, 문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도 있다. 인터넷에는 초등학생 문제풀이에 대한 것이 유머로 나온다. 한가지 예를 들면 ; 개미를 세 부분으로 나누면? 이 문제의 답은 ‘머리, 가슴, 배’이다. 초등학생은 ‘죽는다’라고 답했다. 나는 이 해학적인 상황도 초등학생이 오답을 했다가 보다 선생님이 문제를 잘못 냈다고 판단한다.

 

* 초등학교 문제야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대학입학시험의 경우는 문제가 좀 복잡하다. 현재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을 방지하기 위해 학년 별 수준을 넘는 답은 오답으로 처리한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2-3’의 정답은 ‘답이 없다’이다. 중학교 1년에게 X**2= -1의 답은 역시 ‘답이 없다’이다. 만약 ‘i, -i (허수)’라고 답을 하면 오답처리하게 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세계지리 문제는 처리는 일관성을 벗어남으로서 또 다른 오류를 보여준다. 나의 의견은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잘못 출제된 것이고, 학년 별 수준을 넘는 답을 오답으로 처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같은 기준으로 작년 세계지리 문제는 교과서를 바탕으로 답을 구할 것이 아니고, 사실을 기준으로 먼저 정답을 정하고, 교과서의 내용을 차선의 정답으로 했어야 맞고 생각한다.

 

* 지금은 뜸해졌지만, 작년까지 아이가 ‘명탐정 코난’을 즐겨봤다. (구매는 계속하고 있지만.) 아이와 둘이서 범인을 예상하는데, 처음에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나중에 코난이 사건을 설명하는데도 동의할 수 없었다. 어떤 사건의 가능성에, A와 B와 C가 가능한데, A와 B가 불가능하니,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C가 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불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능한 것과 차이가 없어보였다. 지은이가 임의적으로 정한 것이지, 과학적이지 않았다. (명탐정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건 해결을 몇 번 경험하니, 패턴을 파악했다. 사건 해결을 목표로 삼지 않고, 지은이가 암시하는 사건 해결을 집어내는 것이다. 어떤 사건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범인을 알아내는 경우도 있었다. ‘명탐정 코난’이 사건 없이 끝난 경우는 없다. 그런데, 이야기 처음에 저런 것을 보여주는 것은 사건의 복선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저와 같은 복선에서는 저 사람밖에 범인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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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讀書日記 141203

 

<진정한 주인은?> 작은 철학자 43권

 

글 ; 김진락/출판사 ; 오르다 코리아

 

줄거리 ; 학자가 초정을 받고 처음에 부잣집에 갔을 때는 변변치 않은 옷을 입고 문전박대를 당한다. 어찌하여 집안 들어갔지만, 여전히 냉대를 당한다. 다시 옷을 차려 입고 부잣집에 가니 환대를 받는다. 학자는 옷에게 음식과 같은 환대는 내가 받는 것이 아니라고 네(옷)가 받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내가 어렸을 때이다. TV에서 방영한 ‘어린이 명작 동화’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기억이 맞다면) 남편은 소크라테스였다. 아내가 남편에게 좋은 옷과 보석을 사달라고 조른다. 소크라테스는 만약 검소한 옷을 입은 당신을 무시하고 좋은 옷과 보석을 입을 당신을 환대한다면 그것은 당신을 환대한 것이 아니라 옷과 보석에 대해 환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이 만화 영화를 보고 사람을 평가할 때, 사람과 분리가 불가능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 예를 들면 (수학이나 철학에 대한) 지적 능력, 그 다음은 신체 능력이다. 운동이나 성악 같은 것을 말한다. 내게 좋은 옷이나 보석과 같은 액세서리도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안목이나 취향도 공짜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경제력도 상속된 것이 아니고 자수성가한 것이라면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진정한 주인은?>과 ‘어린이 명작 동화의 소크라테스 부부의 일화’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바로 ‘예의’다. 이 동화책을 읽으면 예의를 차린 검소함이었는지, ‘부유富裕’를 백안시白眼視하였는지 구분이 잘 안 된다. 학자는 왜 옷을 다시 차려입고 부잣집 잔치에 갔을까? 그 잔치에 온 사람들을 조롱하기 위해?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학자 특유의 쪼잔함을 보인 것이다.) 게다가 외모를 보고 판단한 부잣집 하인들은 학자의 조롱을 받았지만, (그것도 당사자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재, 뭐야?”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듯.) 이 이상의 책임 추궁은 없었다. 그렇게 잘못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단지 상황 판단을 못한 학자만 번거로웠을 뿐이다.

 

우리는 외출할 때, 단정한 모습으로 나간다. 또 모임의 성격에 따라 준비를 다르게 한다. 정부기관에 따라서는 의전儀典만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다. 이 모든 것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주인은?>의 작가는 외모를 보고 섣불리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교훈에 적절한 이야기를 전개하지 못한 것 같다. ; 나는 아이에게 교훈에 관해 적절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현대는 도시 사회다. 도시는 빠른 순간에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 가장 빠른 판단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외모다. 우리나라의 명품과 성형외과가 붐을 이룬 것은 바로 lookism 때문이다. 외모 다음으로 손쉬운 판단 기준은 학벌이다. 그 다음이 능력이고 마지막이 인품일 것이다. 사람의 가치는 물론 이 순서의 역순이 된다. (이 역순은 물론 내 판단이다. 철학적 분파 중에는 현상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것도 있다.)

 

* [오르다] 작은 철학자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6000621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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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讀書日記 141202

 

<총, 균, 쇠>에 관해 어느 모르는 분의 평가에 대한 나의 생각

 

* ‘병신같은 논증을 보여주고 있다’는 <총균쇠>

http://blog.aladin.co.kr/704638105/7189936

yamoo 님의 지인의 의견을 토대로 (반론이라기보다) 나의 의견을 정리한다. 이 글은 긴 글이지만 글의 주제가 명확하기 때문에 앞부분에 대한 나의 의견으로 글 전체에 대한 의견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세 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1) 어느 회사의 약간의 음주를 동반한 저녁 회식이 있었다. A라는 직원은 입에 술을 한 모금도 대지 않는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버지 술을 너무 많이 마시셨기 때문에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B라는 직원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셨기 때문에 자신은 자연스럽게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고 답을 했다. ; 술을 많이 마신 아버지라는 같은 조건에 어떻게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의 말 중의 하나는 이유가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2) 마태우스 님이 자동차를 타고 강의를 하기 위해 학교로 가고 있다. 자동차가 학교로 움직이는 이유는 다음 중 무엇인가?

 (1) 가솔린이라는 연료가 소모되기 때문에

 (2) 엔진이 움직이기 때문에

 (3)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기 때문에

 (4) 마태우스 님이 운전하기 때문에

 (5) 마태우스 님이 학교에 강의가 있기 때문에

 (6) 마태우스 님이 얼마 전 부터 대중 교통대신 자가 운전으로 등교하기로 했기 때문에

 

3) 북두칠성의 모양은 왜 국자 모양을 하고 있을까?

 

* 그가 궁극적 원인으로 사용한 ‘환경’이라는 것이 무언가 보자. ; 궁극적 원인은 그 단어 자체가 모순적이다. 궁극적 원인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쉽게 드러난다. 궁극적 원인의 원인이 있다면 그것은 궁극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궁극은 원인 없이 존재하는 것인데, 과학적 사고에서 원인 없는 결과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 책에서 ‘궁극’이라는 용어가 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궁극은 수사적 표현으로 봐야 한다.

 

* 즉, 질문은 그 15세기에 문명들 간 기술적 격차가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설명이어야 할 것이다./15세기에서 상당히 고도로 발달된 사회 사이에서 왜 유럽만 이길 수 있었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다이아몬드의 글들은 전혀 그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고 있다. ; 내가 보기에는 다른 문명의 비교보다 15세기의 유럽 문명의 이유에 대해 집중한 글이다. 따라서 다른 문명과 비교가 없으므로 ‘왜 유럽만 이길 수 있었는가’의 질문에 답은 없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전환해 볼 수도 있다. 중국 문명과 인도 문명에 제국주의-식민지 경영, 즉 약탈적 국가가 되는 것에 약점이 있었다고.

 

* 전파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위도가 비슷하기 때문에 옆으로 전파가 쉽다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이다. ; 위도가 같은 것은 전파에 쉬운 것에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충분조건은 된다고 생각한다. 위도가 같은 지역의 전파가 산맥같은 자연지형에 의해 장애를 받아 위도가 같은 것만으로 전파가 쉽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도가 다른, 그래서 자연환경이 다른 지역에 전파가 빨리되는 것도 아니다.

 

* 우리는 세계사에서 4대 문명 발상지라고 배운다. 왜 중국과 인도는 제국주의-식민지 시대에 지배국가가 아니고 피식민지 국가가 되었을까? 내가 준비한 답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기에 한 가지로 대답할 수 없다. 그리고 준비한 또 다른 답은 ‘왜에 대한 답이 없을 수도 있다’이다. 약간의 플라톤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것에 이유를 달기 좋아한다. 하늘에 원인 없이 국자 모양의 별 7개를 보고 반드시 국자 모양의 별배치가 된 원인이 있을 것이라 추정한다. 원인이라 할 수 없는 즉 사소한 이유에 의해 중국이나 한국이 제국주의-식민지 약탈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 만약 현대 문명의 원인이 환경이 아니라면 뭐가 원인일까? 문화? 문화는 사람이 만들어 냈으니 그 문화를 만들어낸 서양 백인은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것은 인종적 우월성은 최소한 답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 나는 <총, 균, 쇠>를 읽고 이에 대한 부정적 감상문을 읽으면서 바둑을 떠올렸다. 바둑에는 급소와 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급소와 맥점은 바둑을 두면서 생기는 것이지 바둑알이 놓이기 전에 어느 점이 급소와 맥점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아마 15세기의 기술은 그와 같은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반면 그와 같은 판세가 만들어지기 과정을 설명할 때, 포석은 중반 행마의 급소의 이유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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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2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3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3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12-0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균쇠도 읽었고 반론글도 읽었습ㄴ다. 근데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 자체가 안 납니다. 열정이 있었다면 다시 읽고 싶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이 글을 읽으니 총균쇠를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

첫번째 비교는 정말 탁월합니다. ( 이거 자주 써먹어야겠습니다. )

마립간 2014-12-03 07:47   좋아요 0 | URL
탁월하다고 칭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총, 균, 쇠` ; 지금 돌이켜 보니 완독을 하지 않았더라도 거의 다 읽을 즈음에, 나머지 부분은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책에 밀려 완독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읽은 것을 재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의 재독을 하면 초독에 느끼지 못한 깨닫게 되면서 책에 대한 평가가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 책은 여전히 그저 그렇네요. 앞의 글에 이야기한 `영국 할머니의 오류`인지, 아니면 제가 인류사나 인류문화사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곰곰발 님의 `총, 균, 쇠` 재독을 막을 생각은 없지만, 크게 감동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