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41216

 

선의 善意가 항상 환영을 받거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 좋은 결과가 아닌 것 즉 나쁜 결과는 선의라고 생각하고 행동한 측과 행동의 대상이 되는 양측 모두에 가능하고 이런 일은 ‘자주’보다는 드물고 ‘가끔’에 가깝지만, 그보다는 발생 빈도가 조금 높은 ‘때때로’에 가까운 것 같다.

 

생물 응용학과를 졸업하고 영어에 기반을 둔 지식노동자로서, 알라딘에서 나의 직업과 관련된 조언이나 상담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직접적인 원인되는 계기도 있지만, 선행된 사건들의 축적으로 내린 판단이다. 이 글은 과거와 타인을 향해 쓴 글이 아니라 혹시 모를 앞의 일을 두고 나의 다짐을 위해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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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讀書日記 141215

 

<유전자 인류학> 서평 별점 ; ★★★★☆

 

<총, 균, 쇠>를 읽어 있던 중 가연 님의 서재에서 <유전자 인류학>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제목에서 내가 <총, 균, 쇠>보다 더 좋아할 책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실제 읽고 나서 <총, 균, 쇠>보다 <유전자 인류학>이 더 마음에 들었다. (<총, 균, 쇠>보다 별 반개가 더 많다.)

 

이 책은 <총, 균, 쇠>를 읽고 조금 의심이 나던 부분을 긁어준다. 예를 들어 지리적(환경적) 영향과 문화적 영향을 비교했을 때, 문화적 영향이 유전자 분포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p18 지리적 영향보다는 개체군이 함께 겪었던 과거의 역사적 경험 때문에 개체군들끼리 더 닮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안데르탈 인, 농업, 그리고 가축의 하나의 말의 영향, 폴리네시아 인에 관한 이야기 등. 물론 유전자 인류학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과학의 토대인 어느 가설이 우선적 것(golden criteria)이냐는 임의적이거나 직관적일 수 밖에 없다.

 

* 데카르트는 수학자, 물리학자 등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과학을 하는 방법에 대한 그의 생각이 철학적 이념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은 ‘인류학’이라는 과학적 내용보다 과학적 검증 엄밀성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우리는 착각을 하기도 하고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한다. 인류학이나 진화론에 대해서 수학적 엄밀성으로 평가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100% 진리에 어느 정도의 자료, 가설, 이론을 추정했나는 엄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 밑줄 긋기

p18 지리적 영향보다는 개체군이 함께 겪었던 과거의 역사적 경험 때문에 개체군들끼리 더 닮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20 나는 ‘역사’라는 단어를 ‘과거에 일어난 모든 사건들’이라는 보다 폭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p38 어느 게 옳을까? 다시 말하지만, 그건 분류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p39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의 사슬 chain of being’

p49 진화선상의 관계 혹은 생물학적 적응 능력을 분류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오늘날까지도 논쟁이 되고 있다.

p75 호미니드는, 한 분류 체계에서는 인간과 동의어이고 다른 분류 체계에서는 인간과 대형 유인원을 모두 다 의미한다.

p77 적응이나 독자성 강조하고자 하는 분류 체계가 있을 수 있다. 여기에서는 인간을 아프리카 원숭이와 따로 분류해야 하고 또 ‘호미니드’의 위치나 의미도 이걸 반영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p77 어느 분류 체계가 더 맞을까? 그것은 무얼 보여주고자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어떤 점에서 보자면 이 질문은 과학적 통찰력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주제에 관한 문제 제기일 수도 있다.

p89 두 개체가 교배를 통해 번식 능력이 있는 후손을 생산할 수 있다면 동일한 종에 속한다고 보는 생물학적 종 biological species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p119 개체군의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더 많은 유전자 부동이 일어난다. 이 유전자의 부동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작은 개체군의 대립형질의 고정과 소멸은 더 많이 겪을 것이고, 따라서 큰 개체군보다 유전자적 다양성은 적어진다.

p178 많은 경우 이 혈액형은 자연 환경에 대한 적응이나 ‘자연의 선택 natural selection’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p206 페르디난드 왕과 이사벨라 여왕이 콜럼버스의 계획에 난색을 표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콜럼버스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구가 훨씬 더 커서 그가 약속한 기간 안에 목표 지점ㅇ니 동인도에 도달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p207 결국 페르디난드 왕과 이사벨라 여왕이 옳았다.

p250 문화적 확산 개체군 확산/p261 이러한 지리적 유형은 개체군 확산설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p264 쿠르간족이 말을 사육하는 데 성공하고 이걸 이용해 유럽의 다른 지역을 팽창해나갔던 사실을 반영하는 듯싶다. ; 3차, (1차는 농업혁명, 2차는 빙하기의 해빙)

p268 이건 로마제국의 팽창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 4차

p271 이 불연속성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가? 유전자 흐름을 방해하는 물리적이거나 문화적인 장벽이 있음에 틀림없다./p272 그들의 분석에서 나온 결론은 문화적 장벽이었다.

p279 라피타 문화의 기원은 어디일까?

p282 어떤 게 가능하다는 걸 실제로 그 행위를 해보임으로써 증명하는 것과 실제로 일어났던 사실을 증명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p300 현대 인류의 기원에 대한 논쟁과 폴리네시아인의 기원에 대한 논쟁이 어쩌면 그렇게 비슷한지 깜짝 놀랐다./이전에 존재하던 유전자의 양상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새로 쓰는 게 아니라 덧씌워 쓴다는 점에서, 오스트로네시아 어족의 확산과 비슷하다.

p301 역사를 자기들만의 분리된 길을 걸어가는 각기 독립적인 개체군의 집합이라는 관첨으로 바라보아서는 결코 과거의 역사를 온전히 되살릴 수 없다.

p303 두 견해 ; 각기 독립적이고 뚜렷이 분리된 개체군들 사이의 역사적 관련을 찾는‘가계도의 역사 history as family trees’와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표현을 빌려와 두 개체군 사이에 존재하거나 존재했음직한 상호 관계의 복잡적인 양상에 초점을 맞추는 ‘온갖 풀과 나무와 동물이 뒤엉킨 강둑의 역사 history as an entangled bank’

p318 대학원 시절에 크로포드의 연구 결과를 읽으며 문화와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p333 이 지리적 분포 양상은 개체군들이 정착한 역사의 차이에서 기인한 듯하다.

p335 첫 번째 주제, “어떤 유전자든 단 하나의 사건을 겪은 뒤 현재의 구성으로 고정된 게 아니다.”/p336 두 번째 주제,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멀리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코앞에 바짝 들이대고 바라볼 것인가?”

p346 이 혼합물 추정법은 몇 가지 가정을 전제한다./이 네 가지 가정들은 연구 방법과 영역, 대상에 따라 적절하기도 하고 또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p376 유전자 조상과 문화적 동질성/자신의 인종을 밝히는 과정에서 두 개 이상 되는 ‘인종’에 동시에 포함된다고 느꼈던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도대체 그 문항이 묻는 게 무엇일까? 생물학적 배경인가, 문화적 배경인가, 아니면 둘 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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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15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마립간님의 글을 읽으면 벤야민의 인용하는 글쓰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인용문만 봐도 책의 전체 내용을 궁금하게 만듭니다.

마립간 2014-12-16 07:34   좋아요 0 | URL
cyrus 님, 감사합니다.

제 자신을 위한 밑줄긋기입니다. 좀 깊이 있는 책은 한 번 읽어서 머리에 남지 않으니, 궁여지책으로 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 身邊雜記 141211

 

* 친구의 아들이 대학 진학을 했다. 친구의 자녀들은 내 아이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러니까 기저귀를 차고 다닐 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친조카만큼 친밀감이 있다. 많은 친구 자녀들 중 이번에 대학에 진학한 아이가 특별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수학’ 전공으로 학자의 길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빠(친구)의 영향으로 수학을 전공하도록 격려를 받았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니, 친구와 친구 아내는 의대로 진학하기를 내심 바랐다. 하지만 아이의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가끔 나의 의견을 물어올 때, 나는 당연히 아이의 뜻대로 진학시키도록 격려했다.

 

나의 격려는 사실 나와 성향이 맞지 않은 학과로 진학하고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 (그렇다고 그렇게 불행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약간은 나의 꿈을 대신 실현시켜 줄 것을 기대하는 투사 projection도 있었을 것이다.

 

친구 아들은 이번 대학 입시에서 원서를 딱 세군데만 넣었다고 한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KAIST 수리과학과, Postech 수학과. 그리고 세군데 모두 초합 初合으로 붙었다고 한다. (초합과 추합 追合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친구로부터 8일에 세 대학 중 한 대학을 정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인생이 쉬운 길이 어디 있으랴마는 ‘학자’의 길, 쉽지 않을 것이다. 인생 마지막까지 행복하고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 이 아이는 내가 정의하는 광의의 (예를 들어 유치원, 피아노 학원, 태권도 도장을 포함한 것 그리고 통상적이지 않은 교육 기회를 포함하는) 사교육을 의미한다면 사교육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통상적인 의미에서 (학과 공부 학원과 같은 것을 의미하는 협의의) 사교육은 받지 않았다. 이 아이의 예는 학원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증거로 삼을 수 있겠다. 인생을 협의俠義의 공부로 승부하겠다면 공부에 대한 내적 동기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 나의 감회를 쓰는 글이지만 조심스럽기도 하다. 분명히 합격한 사람보다 불합격한 사람이 많을 테니. 협의의 공부는 인생에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리고 광의廣義의 공부와 성적, 학벌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주위에 내적 동기를 통해 협의의 공부 이외의 다른 곳에 승부하려는 사람도 있다. 다른 친구들의 자녀들을 보면서 학교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실례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명시적 지식을 취득하는 것은 보통이지만, 암묵적 지식을 획득하는 데는 약점이 있다. 성적이나 학벌에 얽매이지 않은 이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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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4-12-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조카도 이번에 시험을 치렀는데..성적이 안나왔다는것같더군요. 모의고사 점수로는 일등급이라했지만 지금은 인서울만되어도...인듯. 대안학교를 다니고 검정고시를 보고, 일년 캐나다 친척댁에서 학교를 다녔었는데 그때 평점이 백오점정도였다들었거든요. 수학과목에서 만점에 보너스점수까지 받아서. 그런 애가 수학자가 되고 싶어 수능을 봤지만 학교는 점수따라 가야하고.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실망은 제 조카의 미래를 생각할때마다 더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마립간님이 말씀하신 그 아이는 정말 훌륭한 수학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직업전망이 좋다고 다른학과를 추천해도 꿋꿋이 수학전공이 아니면 대학이 무슨 의미냐는 울 조카에게도 희망이 있기를 간절히 바래보는 아침입니다.
아침부터 사무실컴이 안되니 괜히 북플에 들어와 주절대다가네요 ;;;;

마립간 2014-12-11 11:33   좋아요 0 | URL
수학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미국 기업에서 수학자를 많이 채용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고 하는군요.), 직업 만족도를 조사하면 이 직군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가 나옵니다. 수학은 정말 남이 시켜서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chika 님의 조카의 입시에 관해서,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그러나 수학자를 키울 수 없는, 어짜피 외국으로 나가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본인의 의지와 능력이 제일 중요하죠.

chika 2014-12-11 11:46   좋아요 0 | URL
의지와 능력. 거기에는 부모의 의지와 능력도 포함되더군요. 의지는 있지만 후원히기에는 재력도 있어야하고.
그래도 이땅에서 본인의 의지로 하고싶은것을 찾아 노력하는 어린 친구들이 있어 희망을 가져야겠죠. ^^

마립간 2014-12-11 11:58   좋아요 1 | URL
제 주위에는 자수성가한 지식노동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자녀들에게 후원할 재력도 없지만, 그런 마음 가짐도 없습니다. 저를 포함한 제 친구들은 대학 입학 후 자립하라고 하죠. 저는 대학 등록금도 이자 쳐서 돌려받을 생각입니다.

수학에 대한 교만일지 모르겠는데요. 수학은 부모의 후원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조카가 승부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의집 2014-12-1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 아들냄이 본인이 원하는 곳에 가고 싶어한다니...저도 응원해주고 싶네요. 요즘 애들은 뭐하고 싶은 게 없던데..맨날 스마트폰이나 보면서 게임만 하면서 그게 인생의 즐거움으로 아는 애들이 대부분이라..울 아들도 그렇거든요. 아 한심해서 정말. 저도 자식 키워보니 친구분 아들처럼 뭔가 목표가 있어 매진 하는 자식 두는 거 쉽지 않아요. 응원할께요~

그렇죠. 인생사 다들 공부 잘하면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죠. 공부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못하는 사람이 있고(우리 아들이 후자 쪽이라 이렇게라도 위안을 하며 삽니다!) 인생이 십대나 이십대에 결정되는 게 아니니...


저도 다락방님이 수학자들 관심 없다가 다락방님이 페이퍼에 사진 올려주셔서 그거 보고 반해서 샀네요. 아 언제 읽으려나요. 수학자들책에 나온 수학자들 포즈 멋지더군요~

마립간 2014-12-11 12:04   좋아요 1 | URL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 의사 부부, 변호사 부부, 의사와 외국 대기업 직원 부부, 서울대 부부, 서울대 포항공대 부부 등 여러 가지 지식노동자의 조합이 있는데, 부모 세대의 중산층과 비슷합니다. 지식 노동자 세상의 종말을 앞두기 있기 때문에 딸아이의 성적에 그렇게 얽매이지 않습니다. 단지 제가 아는 세상이 지식 노동자의 세상이라서 그것에 대해서만 안내를 할 수 있죠.

유치원 제 딸아이의 경우 공부에 재능도 있어보이고,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는데, 자기가 원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자학自虐을 합니다. 어떤 경우는 아빠인 저와 비교하면서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런 성격이 인생 전체로 볼 때 더 위험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대하고 있습니다.
 

 

* 영어 그리고 02

- 최소한 딸아이를 초등학교 1학년 3월부터 영어 학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나의 이전 글 ‘육아일기 141106’에서 알라디너의 영어 교육에 대한 의견을 구했었다. 나는 아이의 사교육이 2개 정도가 적당하고 생각하는데, 가장 우선되는 기준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다. 아이가 나의 선택을 따른다고 하면, 체육으로 1개, 음악과 미술 중에 1개를 생각했다. 나의 생각대로 결정된다면 영어 사교육이 빠지는 것이다.

 

* 육아일기 141106 http://blog.aladin.co.kr/maripkahn/7195071

 

나는 이글에 댓글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에 학원을 통해서라도 초등학교 1년부터 꾸준하게 시켜야 해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 학원은 필요없어요. 영어 학습 의욕만 떨어뜨려요.’; 이렇게 찬반의 의견으로 개인적 경험이 풍부하게 논의될 줄 알았는데, pek0501 님과 세실 님 두 분만이 의견을 주셨다.

 

댓글이 없었던 이유 중에 1) 하나는 내 서재의 무미건조함에 있을 것이다. 어쩌면 무미건조함의 원인이 나의 진지함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괜히 댓글 남겼다가 마립간에게 꼬투리 잡히는 것 아니야’ ; 이런 것 말이다.) 2) 그러나 또 다른 원인 중에 하나는 ‘당연히 영어 학원을 보내야 하는 것 아냐.’라는 생각과 ‘당연히 보내는 것으로 생각했기 안 보낼 수 있다는 상황을 상상해 보거나 경험한 적이 없기’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아이는 실험대상이 아니다’는 문장을 봤다. 어떤 문맥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사교육을 반대하는 뜻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반대로 사교육을 홍보하는 뜻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1차적으로 연상되기는 유치원 아이에게 7개의 학원 공부를 시키는 부모와 아이가 떠올랐다. 하지만 영어 학원은 기본, 그 외 (최빈값) 2~3개의 사교육을 하는 것이 보통일 때, 아이에게 영어 학원조차 보내지 않을 것을 생각하는 것은 내가 ‘딸아이를 대상을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육아일기 141116’ 글은 이미 내 마음속에 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지 않겠다는 결정을 하고 이에 대한 근거나 응원 세력을 원했던 것 같다.

 

많은 부모가 아이가 (자신처럼) 영어에 대해 어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한 친구는 호주로 이민을 갔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면서 자신의 아이들은 자신처럼 영어로 고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자녀의 영어 때문에 이민을 간다고 볼 수 없고, 그렇다고 해도 예외적인 경우다. 가장 많은 경우는 조기 교육을 통해 그 욕망을 실현하려 한다. 언어는 어렸을 때 쉽게 습득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영어 조기 교육이 붐을 일었다.

 

그러나 나는 ‘영어 그리고 01’ 글에서 소개한 에피소드를 통해 내 경험으로 판단해 보건대, 영어 조기 교육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영어 그리고 01 http://blog.aladin.co.kr/maripkahn/7264287

 

딸아이 친구 중에 한 사람은 얼마 전까지 미국에서 살던 아이다. 당연히 영어는 잘한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영어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집에서는 영어만을 쓰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하면서, 친구 사귀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나의 추정이지만, 한국에서 한국어로 정보가 주어지는 상황에서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접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다양한 사람, 책을 포함한 매체 등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결국 유치원을 나가고 영어 학원-유치원으로 옮겼는데, 그곳에서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곳 역시 영어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 엄마의 욕구 때문에 아이가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되었다. (나의 교만일 수도 있다. 내가 잘못하는 것이고 딸아이 친구 엄마가 옳은 것일 수도 있다.)

 

영어 교육에 대한 나의 지식과 판단은 이렇다.

1) 한국에서의 영어는 외국어이고 자연스러운 습득은 불가능하고 노력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2) 한국에서는 영어 성적이 중요하고,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인이 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중요하다.

3) (수학 공부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조기早期에 시험 성적에 매달리면, 실력을 올리는 공부를 하기 힘들다.

4) 반면 영어 학원의 공부에 대한 긍정적면을 찾으면 시험과 경쟁을 통해 영어에 대한 동기 유발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우 예를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 이 글을 알라딘에 올리면서 학부모 알라디너의 개인적 경험 및 의견을 기대합니다. 예를 들면 ;

1) 유치원, 초등학교 1년부터 영어 학원 공부를 했더니, 아무래도 아이가 중학교 이후 영어 공부를 한결 수월하게 합니다.

2) 주위에 학원을 다닌 아이와 다니지 않은 아이가 있는데, 별 차이가 없습니다.

3) 오히려 영어 학원은 역효과입니다. 아이의 영어 실력/성적은 늘지 않고 영어의 흥미만 떨어졌어요.

4) 아이가 영어 학원에 다니면서 영어 영재가 된 것 같아요.

5) 영어 학원에 다니지 않았더니 영어 영재가 되었어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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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12-1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을 쉽게 달 수 없는 이유는, 제 생각엔 정답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정답에 가까운, 현명한 답변이 있다한들 그게 아이에 따라서도 또 달라지니까요.
학원을 꼭 보내야겠다, 혹은 절대 보내지 않겠다, 이렇게 양극의 결단을 내리기보다 어느 방법이든 시도를 해보고 아이의 반응을 끊임없이 지켜보면서 그에 맞게 조절해줄 수 있는 융통성 (flexibility)를 가지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이랍니다. 예로 들어주신 답의 4, 5번처럼 어떻게 하니 어떻게 되었다, 이런 프레임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고요.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늘 고민이 많지요. 부모 역시 처음 가보는 길을 가는거니까요. 아이가 이제 열네살인 저도 자식 교육이라던가 육아에 대해선 자신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네요 ㅠㅠ

마립간 2014-12-10 09:00   좋아요 0 | URL
hnine 님, 플라톤과 디오게네스를 들먹이는 제 글을 이미 여러번 읽으셨으리라 생각하며.

질문에는 답이 있는 (플라톤 적) 질문이 있고, 답이 없는 (디오게네스 적) 질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같은 질문에서도 그 의미를 층위적으로 해석하면 답이 있기고 하고 없기도 할 수 있습니다.

제 딸을 영어 학원에 보낼 것이냐 말 것이냐는 정답을 알 수 없기에 답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을 영어 학원에 보낼 것이냐 말 것이냐에는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확률적으로 생각해서 초등학교 1학년에 대한 판단을 제 아이에게 적용하려 했던 것이죠.

hnine 님의 몇 번의 댓글을 읽으면서 부모로서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달됩니다. 저는 잘 모를 때, 기본으로, 원칙으로 돌아가서 생각하고 결정합니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죠. 그러나 아직까지 경험에 의하면 이런 방식이 꽤 유용한 듯 합니다.

4번, 5번은 진지함을 떨어뜨리기 위해 추가한 것입니다.^^

blanca 2014-12-1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이 문제는 확신이 안 들어요. 제 딸도 1학년이고 영어학원은 다니지 않고 예체능 관련 학원을 다닙니다. 대신 영어 학습지를 일주일에 한번 하는데 사실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보자면 학원에 다니며 집중적으로 영어 공부를 한 아이들에는 훨씬 못 미쳐요. 일단 아이가 어느 정도 수준의 영어 능력을 가졌으면 하는가,에 대한 상호 간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영어학원이 효과 없더라, 이런 측면보다는 아이가 그 시간에 아무래도 한글 독서 시간과 친구들과 교감하거나 쉴 시간이 부족해지는 데에서 오는 반대급부가 있을 테고요. 저는 마립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영어는 노력의 대상이고 영어로 된 간단한 이야기를 읽고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준이 가능할 정도를 기대하고 있는데 사실 아직 첫애고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 댓글을 달 자격이 있는지...

마립간 2014-12-10 13:21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아이의 영어 실력이 좋으면 좋지요. 하지만 한글 독서와 친구들과의 교감, 휴식 등에 필요한 것을 반대급부로 제공하고 싶지 않은 것이죠.

영어로 된 간단한 이야기를 읽고 기본적인 의사 소통 수준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빨강요다 2014-12-1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경우에는 ‘영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 아이는 영어유치원에 보냈고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데 지금도 영어공부는 꾸준히 시킵니다. 다만 이 영어공부를 회화 위주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보는 영어 시험의 점수는 공부한 기간에 비해 좋은 편이 아닙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시키는 목적은 시험점수를 높여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앞으로 삶을 풍부하게 하는데 유용한 ‘도구` 하나를 마련해 주는 데 있습니다. 운동이나 음악, 미술 하나를 시키듯이요. 영어공부를 시키시고 앞으로 아이가 영어시험을 보고 왔을 때, “너는 영어공부를 그렇게 시켰는데 점수가 이게 뭐냐”라고 꾸짖지 않으실 수 있으시다면 ‘편리한 도구’로서 영어 공부는 추천합니다. 

마립간 2014-12-10 13:2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빨강요다 님, 처음 인사를 나누는 것 같네요.

저는 초등학교 학생이 다니는 영어 학원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발음, 청취, 회화, 문법, 독해, 작문, 무엇을 조합해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더군요. 만약 영어유치원에서 부터 이어지는 학원 교육이 영어 회화를 익숙하게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효용성은 있다고 봐야겠네요.

바람돌이 2014-12-10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경험만 말씀드릴게요.
중1, 초5 아이가 있습니다. 이 두아이가 정말 극단일정도로 다릅니다.(저는 공부학원은 영어만 보냈고, 나머지는 아이가 가고싶어하는 곳만 보냈습니다)

일단 저의 전제는
1. 영어는 외국어다. 외국어를 잘 하는 것은 물론 나쁜 일은 아니지만, 굳이 원어민수준이 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알 수 없다. 또한 영어가 절대 모국어에 우선할 수 없다.
2. 다만 한국사회에서 대학입시는 어쨌든 신경쓰지 않을 수 없고 영어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을 일단 필요로 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이것을 고등학교 가서 시작하면 늦는다. 따라서 조금 일찍 시작해줄 필요는 있다. 단 이것이 아이의 부담이 될 정도가 되면 안된다.

1. 중1인 첫째 아이 - 언어적 감각이 좀 발달한 아이입니다. 초1부터 3학년까지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영어수업(매일 40분씩 수업하고 천천히 진도나가고 숙제는 거의 없습니다)만 했습니다.(초등학교 이전에는 영어책 한 권 읽어준적이 없습니다.) 언어감각이 좀 좋은 아이라 무난히 따라갔고, 저는 4학까지 시키고 5학년정도 되면 영어학원을 보내볼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4학년 올라가면서 아이가 영어학원을 요구했습니다. 아마 주변에 아이들이 저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는게 조금 부러웠던듯.... 처음 영어학원가면서는 낮은 단계에서 시작했지만 나이가 있으니 금방 따라잡고 제 나이대의 상급 클래스로 올라가더군요. 영어학원 안간다 소리는 안하고 그냥 저냥 다닙니다. 영어 성적도 잘 나오는 편이구요. 하지만 만약 아이가 영어학원을 힘들어하고 혼자서 하겠다 하면 그렇게 해줄 생각입니다.

2. 둘째의 경우는 초5학년인데 언어감각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수학이나 과학쪽으로 관심과 두뇌회전이 빠른 반면 언어쪽은 정말 늦되다고 할까요? 언니의 경험도 있고 해서 둘째도 초등 1학년부터 학교 방과후 영어만 시켰습니다. 근데 2년을 시키고 3학년이 되면서 아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매일 40분씩 2년을 수업을 어쨌든 했는데 알파벳조차 다 못외우다니요. 학교방과후수업의 많은 학생수속에서 공부를 하는게 아이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거겠죠. 결국 둘째는 언니보다 1년 빠른 3학년때 좀 비싸지만 학급당 학생수가 적은 영어학원으로 보냈습니다. 얼마 안돼서 알파벳은 외워오더군요. ㅎㅎ 학원은 좋아하고 잘 다니지만 여전히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합니다. 그 나이대의 수준에서 겨우겨우 따라가는 정도. 저는 둘째의 경우 딱 학교영어를 뒤처지는 정도만 아니며 된다 생각하고 보내고 있습니다. 이걸 학원을 안보냈을때 학교 수업만으로는 거의 영어포기자 수준이 될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꾸준히 보내기로 하고 있습니다. 언니와 달리 싫다 해도 보내겠다 뭐 이런....^^;;

결국 아이들은 다 다르고요. 그 아이들에 따라서 영어공부의 방법도 달라질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전제를 어떻게 둘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아이를 네이티브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저의 경우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것이고요.
그게 아니라 이후 학교수업에서 영어공부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생각이라면 조금 늦게 보내도 충분히 따라가니 너무 서둘지 마시라고 얘기하고 싶구요. 좀 늦게 지네들이 필요성을 스스로 느낄 때 보내니 학원을 가니 안가니 하는 실랑이가 없는게 좋기도 합니다. 뭐 제가 늘 하는 말이 학원 다니기 싫으면 그만 다녀도 돼입니다. 그냥 하는 말 아니구 진심이구요. ^^ 오히려 제가 진심인걸 아니까 그런건지 쉽게 학원을 그만둔단 얘기는 안하더군요. 대신에 새로운 학원을 간다는 말도 쉽게 안합니다.

마립간 2014-12-10 14: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상황이 바람돌이 님의 첫째와 같은 것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사교육을 안 시키겠다는 사명감이 있는 것은 아니고, 스스로 내적 동기 부여가 있기 전까지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아이가 초등 1년 중이라도 시켜달라고 조르면 시킬 생각입니다. 내적 동기가 친구들과의 비교이든, 학교 수업의 수월성이든, 아니면 회화를 중심으로 한 영어의 경험이든 간에 말입니다.

저는 딸아이에게 수학, 과학의 분야의 재능을 기대했는데, 아직은 언어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알케 2014-12-1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2아들 하나 키웁니다. 영어는 어려서부터 제가 가르쳤습니다.

예전 한문 공부하듯이 읽고 쓰기 중심으로.
쉬운 동화책 하나를 정해서 읽고 필사하고 제가 해제하고.
초1부터 점점 높은 레벨의 책을 바꿔가면서 한 육년했습니다.

제가 서른 넘어서 스승를 모시고 한문을 배우면서 했던 방법이죠.
이건 제가 언어학습의 목적을 텍스트를 통한 정보취득과 텍스트 기반의 소통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도 공부라고 생각안하고 따라주었고 저도 일상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언어는 도구로서 숟가락일 뿐이라고 가르쳤고 특히 영어만큼 배우기 쉬운 언어가 없다고 암시를 줬죠.
˝네가 만약 소리를 내는 발화자가 사라진 고대 미야어를 배운다고 생각해봐라˝...
제 단골 레토릭이었습니다.

중2인 지금은 본격 전공서가 아닌 원서들은 읽고 이해하고 영어 글도 그럭저럭 쓰는 편입니다.
객관적 문해수준은 미국의 동년배 아이들 정도는 될 듯 합니다. 단어레벨은 더 높을 수도 있죠.
마치 비정상회담의 타일러씨가 사회과학서적으로 한국어를 배워 어휘 수준이 더 높은 것처럼.

발음과 회화는 시청각 자료로 커버하는데 기본적으로 네티브가 아닌 이상
발음에 그리 주안점을 두지 않아서. 아이가 혼자 연습하는 모양입니다.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최소한 축구전문지 기자와 같은 레벨에서 번역되는 시점 이전에
EPL 사무국의 보도자료를 읽고 해외 전문지들의 최신 인터뷰기사나 해설 기사를
실시간으로 접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저는 만족합니다.

언어는 도구일 뿐이죠. 제 생각에는.

영어학원을 가든 안가든 먼저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아이가 먼저 납득하도록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언어로만 놓고 보면 영어만큼 배우기 쉬운 언어가 없죠.
유럽어에 비해 단순한 문법 규칙...한국어와 달리 고립어라는 언어적 특성만 이해하면
글쓰기도 금방 늘고 무엇보다 레퍼런스가 널려있으니 말이죠.





마립간 2014-12-10 14:09   좋아요 0 | URL
알케 님, 감사합니다.

저의 의도는 아이의 영어 공부를 집에서 가족과 같이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원은 강제성이 있고, 그것을 아이가 느끼므로 어느 정도의 타의에 의한 공부가 가능한데, 그것은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납득을 방해할 것으로 생각되서요.

학원에 보내지 않고 충분히 영어 공부를 한 실례를 얻게 되었군요.

마립간 2014-12-11 07:44   좋아요 0 | URL
어제 제 생각과 여러 분들의 댓글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우선 알케 님의 영어 교육 방식대로 시작하고 아이의 요구가 생기면 바람돌이 큰 아이처럼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집에서 하는 영어 공부를 부담으로 생각 안 할지, 잘 따라줄지는 의문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의 시작은 내적 동기로 해야 함이 장기적으로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가상 2014-12-1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빨강요다님의 생각처럼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결론이 꼭 학원이어여 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가 어렵습니다. 전 아이들이 원할 때만 학원을 보냈습니다. 선행학습을 하고 온 애들 때문에 기가 죽어서 4학년이 되어서야 영어학원에 보냈는데 저보다 어린 애들과 한 반이 되어 역시 기가 죽더군요. 학원에 보내야겠다면 일찍 보내는 게 애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학원이 아이의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학원은 부모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는 효과 이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방에 살고 있고, 학원교육에 큰 신뢰가 없으며,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국 제 아이들은 중학교 1학년 이후 영어학원을 끊었는데요. 힘들어하긴 했지만 영어성적이 점점 나아졌습니다. 학원은 완전히 의존하기 보다는 도움을 받는 정도로 다녀야 한다는 뻔한 이야깁니다.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학원을 꼭 보내야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보내야겠다면 1. 영어 공교육 평가 방법이 바뀌지 않는 한 중학교 이후 영어학원은 수능을 염두에 두고 고를 것. 2. 남들 보낼 때 보낼 것. 3. 아이가 원할 때 보낼 것. 제가 필요해서 선택한 거라 열심히 합니다. 4. 회화위주라면 원어민 강사 관리 잘 하는 학원 보낼 것. 자질 없는 사람 많습니다.
답을 미리 갖고 계시는 것 같은데 말이 길었네요. 공자님 말씀이 진리가 아닐까요.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마립간 2014-12-10 14:1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가상 님.

위 페이퍼에도 썼지만 지금은 제가 아이를 영어 학원에 보내지 않을 것을 정해놓고 응원 글을 청했다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학원이 아이의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런 글 말입니다.

아이가 공부에 대한 철학이 생긴 후에 스스로 학원을 선택한다면 보낼 생각입니다.

icaru 2014-12-1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영어 사교육 문제는 골치아픈 애로사항입니다. 같은반 친구 엄마들끼리 모여도 이 얘기가 꼭나오는데, 뾰족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구요. 1박2일 뜬눈으로 토론해도 끝나지를 않겠다 합니다.

저조차도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방법이 아이에게 맞나, 학원을 보내고 있는데 언제까지 보내야 하나, 끝이라는 게 있기는 한가, 여러 생각 합니다. 아무튼 저도 제가 겪고 느낀 것만 갖고 이야기를 하려 하네요. 저는 마립간님 댁에서 아이와 따로 흔히 말하는 부모님표 영어공부처럼, 시간을 내서 영어 노출이나 그림책읽기 등을 하고 계시다면, 굳이 1학년부터 학원을 또 보내지 않아도 된다 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으나 위에 쓰신 글처럼, `영어 교육에 대한 마립간 님의 지식과 판단에 의거` 자녀 교육에 적용하기를 염원하신다면, 1학년부터 학습지나, 방문선생님 혹은 학원을 보내시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영어는 언어이기 때문에 학습의 대상이기 전에, 습득의 대상이고, 모국어 읽기 쓰기 단계의 기초가 이루어졌다면, 외국어를 바로 시작하는 것이 익히기에는 유리하다고들 하더군요. 흔히 말하는 영어조기교육 부작용은 부모의 욕심이 앞설 때 생기는 거겠죠. 아직은 친숙함 혹은 거부감이 없이 접근하는 기회를 주려는 마음을 앞질러, 당장에 아이가 2개국어를 동시에 잘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거나요.

제 상황이 학원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학원에 보내지 않고, 아이곁에서 학습 방향을 제시하고, 피드백해 주고, 읽어야 할 텍스트를 골라주고, 아 그러나 이런 과정을 날마다 반복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말처럼 즐겁게 하루하루를 수행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네요. 아이 옆에 찰싹 붙어 있더라도 이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한 일이네요.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

저는 엄마인 제가 아이의 영어 교육에까지 일일히 신경을 쓰는 것이 역부족이라고 느꼈고, 심지어 집으로 방문하는 선생님 수업 또한 엄마가 체크해 주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들었기 때문에, 학원을 보냈습니다.

또 하나 조기영어교육(조기라는 게 초등1학년도 해당이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은 기회비용이 크다고 말씀들 하십니다. 저도 느끼는 부분이고요. 그래서인지 큰아이 때와는 달리 둘째는 방향이 설계되더라고요. 큰애를 시켜보니까, 굳이 필요할까 하는 부분들 재조정중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현재 초등 1학년이 다니는 영어학원들이 우려하시는 것처럼, 시험을 위한 지식암기위주의 수업 진행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뭐또, 그래서 레벨이라는 것을 두었겠거니.

한참 진지했다가 `분류 곤란한 이야기들`이라는 카테고리 확인하고 살짝 긴장 풀고 가요~ ㅎ



마립간 2014-12-10 14:21   좋아요 0 | URL
icaru 님 감사합니다. 페이퍼를 쓸 때, 학습지 생각은 못 했습니다. 앞 분의 댓글을 보고 한 가지 방법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면 학습지 선생님이 학습지 하라고 조릅니다. 그런데, 저는 선생님 없이 학습지만 가능하지 물었는데, 안 된다고 하더군요. 한 번 알아봐야겠습니다.

`수학 그리고`라는 제 페이퍼를 읽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도 있고, 부모가 만능일 수도 없습니다. 제가 아이를 영어 학원에 안 보내면서 다른 분들의 상황을 옅봤다고 해야겠네요.
 

 

* 영어 그리고 01

- 내가 경험한 일과 그에 대한 나의 가치판단

 

<성문 기초영문법> 구매를 계기로 영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먼저 나는 영어를 엄청 못한다. 영어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꽤 일찍 포기했다. 영어에 대한 나의 생각이 고착하게 된 몇 가지 에피소드로 글을 시작한다. (내가 영어에 대한 글을 알라딘에 남길 줄 몰랐다.)

 

1) (출처가 기억나지 않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습득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있겠지만) 불가능하다. 모국어처럼 습득하기 위한 언어 노출시간이 있는데, 그것이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영어는 외국어 학습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년부터 영어 교육을 시킨다고 하더라도 영어는 공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 나는 아이에게 영어를 모국어처럼 습득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2) 직업적 관계가 있는 한국인 외국 대기업 이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외국 회사에 근무를 하니, 영어 회화에 대해 묻게 되었다. 그 분은 영어 학원을 쉬지 않고 7년간 다녔는데, 그렇게 7년을 다니고 나니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하셨다. - 내가 유창한 영어 회화를 한다는 것을 포기하게 된 계기다.

 

3) 군복부 중 만난 서남아시아 어느 지역에 근무한 어느 분이 한 이야기다. 근무한 외국의 기관에 어학 강좌가 있었는데, 교실 한곳에서는 회화반, 다른 반에서는 A, B, C를 가르친다. 영어책을 읽는 사람이 영어회화는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이 있었고, 영어회화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A, B, C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나에게 이야기를 해 준 분은 당연히? 앞 반이다.) - 우리나라 사람이 영어의 듣기, 말하기에 약하다는 것은 유전적인 것도 한국어에 관련된 것도 아니다. 단지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유교적 영향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어로도 대화가 안 되는데, 영어로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 - 나는 외국어의 경우 읽고 쓰기에 치중한 공부를 하면 읽기-쓰기 능력만 키워지고 듣고 말하기에 치중한 공부를 하면 역시 듣기-말하기 능력만 키워진다고 판단했다.

 

4) 예전 직장에서 직장의 후원을 받아 동료들과 함께 잠깐 영어 회화를 공부한 적이 있다. 한 직장 동료가 (CNN과 같은) 영어 뉴스를 들을 때, 주제별로 영어 듣기가 잘 되는 것이 있고, 잘 안 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영어 선생님도 국제 정치에 관한 뉴스를 들으면 본인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다. 즉 이 경우에는 영어 청취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주제에 관한 지식의 문제다. - 나는 언어로서의 영어 능력은 지식과 연관된다고 생각한다. (속된 말로 미국의 거지도 영어를 한다.)

 

5)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반기문 유엔총장의 영어 연설을 들려주고 누군인지 알려주지 않고 영어 실력을 평가하라고 하면, 대개 영어를 못한다고 한다. 발음이 원어민처럼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영어권 국가의 사람에게 들려주면 영어를 잘 한다고 평가한다. 그 이유는 사용하는 단어가 고급 단어이거나 명문에 해당하는 문장이 많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에서는 영어 잘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영어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6) 후배가 내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후배도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는데 (경제적 능력도 문제지만) 일찍 영어를 시작하면 확실히 영어는 앞서가지만, 국어 습득이 늦게 되어 아이에게 좋을 것이 없다고 했다. - 영어유치원에 대해 부정적 감정이 고착된 계기다.

 

8) 미국에든, 한국에서든 내가 ‘갑’이면 영어 본토 사람과 대화가 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물건을 사려하는 경우가 내가 ‘갑’인 경우다.) 이 때 영어권 사람이 나에게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표정조차 짓지 않는다. 본인은 천천히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내가 엉터리 영어를 구사해도 상대방이 대부분을 알아듣고, 잘못 알아들었을 경우에도 알아듣지 못했다고 이야기를 한 후 나의 새로운 표현이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 언어는 권력 관계가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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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2-09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과 관련해서 저는 매우 미천한 영어 실력인데 나이지리아 친구랑 양국의 역사문제를 토론한 적도 있어요. 나이지리아 친구(멋진 남자)가 처음보는 동양여자애에게 관심이 있었던 덕이지요. 영국식 영어를 수려하게 말하는 남자를 유치원식 표현으로 낚을 수는 없었지만 =.=

저는 영어를 잘 말하는 것보다 잘 읽고 쓰고 싶어요. 많은 정보들이 영어로 되어있어서 궁금한게 많아요. 그런데 거기에 얼만큼의 투자를 하겠냐를 보면 좀 불편해도 그냥살자는 결론이 나네요...

마립간 2014-12-09 14:03   좋아요 0 | URL
8번은 우리나라 사람이 영어를 배우는 원래 목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정치, 경제도 마찬가지지만 자연과학, 응용과학 쪽은 헤게모니를 미국이 워낙 강력하게 쥐고 있어서 세계적 인물로 크려면 영어는 필수지요. 하지만 시험 성적에 얽매인 영어 공부는 실력을 늘이기 보다 성적을 올리는데 주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암묵적 지식보다 명시적 지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영어의 읽고 쓰기를 듣고 말하기 보다 선호합니다만, 역시 세계적인 그룹에서 활동하려면 대화를 통해서 암묵적 지식(행간 의미)도 잡아내야 되므로 듣고 말하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계적인 그룹에 속하지 않으니 그 정도의 영어에 관심이 없고, 국내 줄세기용 영어에도 관심이 없어 영어는 하는데까지만 합니다.

cyrus 2014-12-0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게 투박한 발음과 억양이 심힌데도 원어민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게 된다면 일단 회화 위주로 배우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어, 문법을 암기하던 학창시절 공부의 효과에 의문이 들어요. ^^

마립간 2014-12-09 17:37   좋아요 1 | URL
제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정확한 발음이 아니더라도 구별해서 발음하면 처음에는 못 알아들어도 대화가 반복되면서 소통이 된다고 합니다. 저는 독일인이 영어하는 것 들은 적이 있는데, 영어인가 싶더라고요. 저는 day와 they, sink와 think를 들어서는 구분 못합니다.

단어, 문법은 시험을 위한 공부죠. 문법 자체는 `기초 영문법`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회화까지 잘했으면 바랄 것이 없겠지만, 저는 우리나라 사람 모임에서도 아무 말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text reading으로 만족합니다.

마립간 2014-12-1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68779.html
1만1680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