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공범자들
임지현 지음 / 소나무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 기대보다 좋았던 책 -


 처음 대중매체를 통해 이 책을 대했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이 책 겉표지의 네 인물입니다.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김일성, 그리고 부시와 빈 라덴. 책을 읽지 않아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연상되었습니다.


 중학교 때 환경 미화를 위해 게시판 사진을 모으던 중이었습니다. 동이 틀 무렵 일터로 나가는 근로자들을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지나가시던 선생님이 이 사진을 보고 ‘천리마 노동에 동원된 북한 동포라고 제목을 부치면 느낌이 어떨까.’라고 하셨습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기도 했고 상대주의에 대한 생각이 많던 때라 매우 인상 깊은 사건이었습니다.


 그 후 박정희 정권과 김일성 정권의 밀월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게 된 적이 있었는데, 김신조씨가 1968년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 1.21사태라 불리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남한의 정치적 상황은 집권층에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오래 지속된 집권으로 말미암아 불만이 증폭되고 있었습니다. 한편 북한에서도 경제적 침체와 역시 장기 집권에 의한 정치적 불안이 있었는데, 1.21사태와 유사한 열차 폭파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통용되는 명칭을 모르고 자료도 찾을 수가 없는데, 알고 계신 알라디너 계시면 알려주세요.) 북한에서는 고 김일성 주석을 암살하기 위한 사건이었다고 대대적 홍보가 있었고 북한 내부의 불안 요소 제거 및 단합을 이루었습니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분은 상대의 정치적 위험이 있을 때마다 알아서? 어떤 행동을 했다고 이야기하시도 했습니다. 상대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을 아닐까. 저자가 제시한 새마을 운동과 천리마 운동뿐만 아니라 떠오르는 이미지들의 유사점이 왜 이리도 많은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으로 생각하며 책을 구입했는데, 거기에 또 다른 공범자가 있었으니 바로 국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신정권 하에 경제 개발을 국가 주도하에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선진화된 조국을 바라는 국민이 있었습니다. '독제 등의 정치적 상황은 나의 책임이 아니고 집권층의 도덕적 잘못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경제 개발의 열매에 취하면서 정치적 상황을 묵인하는 국민... 또 다른 공범자. 저자는 만약 공범자의 마음, 즉 국민의 마음속에 조국 근대화라는 열망이 없었다면 위로부터의 강압으로만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생각의 전환은 보수와 진보(좌우)의 개념인데, 특수한 역사적 상황을 갖은 우리나라에서 왜곡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있지만 저의 기준으로 분석하면 측면을 정치적, 경제적, 민족의 가치, 남녀평등, 나이 등의 다면多面(다면)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양분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보수적, 구분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 진보적이라는 개념을 주었습니다. 다면적이라기보다 다층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책의 흐름을 이해하면서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하면

 양자를 가르려는 의도는 없어도 선택의 시점은 있게 마련이라는 것,

 민족의 개념의 해체라는 것을 받아들기도 감정적으로 어렵고 인성이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며,

 처벌은 능사가 아니며 역사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니 기억을 통해 심판한다고 하지만 일제 식민지 지배에 동조했던 세력들과 한국동란을 일으킨 세력에 대해 관용을 가져야 된다는 것. 처벌이 만능이 아니지만 관용 역시 만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무엇인가 부족했던 개념이 정리되어 책으로 나오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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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6-07-20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이 '왜 자유와 평등의 선택을 강요했느냐?', 폭력적인 질문인지 알면서. 이 서평이 속편 답변입니다. 저자의 기준에 의하면 선택을 하는 사람이 오른쪽이라면 선택을 거부하는 사람이 왼쪽입니다. 물론 저처럼 선택을 강요한다면 더 오른쪽이 있는 사람이죠. 평등을 택했든, 아니면 분배를 택했든, 북한 지원을 택했든...

마립간 2006-07-2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대적 공범자들> p 197

 정치 공학의 관점에서 볼 때, 폭력과 억압은 사실 그다지 생산적인 방법이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전정한 지지나 성원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잠재적 지지 세력 또는 회색 지대에서 동요하는 사람들을 소회시키기 때문이다.


* 가을산님 이야기하셨던 진보가 왜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냐를 증거하는 밑줄 긋기

 
시간을 갖고 노는 아이 책의 기쁨 1
지라우도 아우베스 핀투 지음, 노경실 옮김 / 에디터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 다양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어린 시절


 책의 글자가 몇 개 없어 읽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 군요.^^

 제가 좋아하는 문구 중에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모범생이라면 우리나라는 망한다.’라는 글귀입니다. 왜 모범생만으로 된 우리나라가 망할까요. 그 이유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 주위에 아이들이 없어 이 책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유익한 책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알라딘 책 분류에는 ‘어린이, 초등학생 책’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시원시원한 그림을 보고 즐거워할 찌 모르나 저는 이 책을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약간은 인생의 철학을 담은 듯한.)


 아이가 뛰어 놀다가 ‘꽃병을 깨드려도’, ‘공책을 잃어버려도’, ‘학습태도가 빵점을 받아도.’ 아이들을 이해해 주세요.


 좋은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좋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뜻할 것입니다.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워주세요.


 가물가물 잊혀져가는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알라딘 서평단에 뽑혀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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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빛낸 여성들
린M.오센 지음 / 경문사(경문북스) / 2002년 8월
구판절판


머리말 중에서
보통 남성 학자들의 경우에는 신체적 묘사는 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본문에 언급한 여성 수학자들의 신체적 묘사를 포함하였다. 이런한 신체적 묘사에 대해 불쾌해 할 사람들을 위하여, 여성의 신체적 특징이 종종 여성의 일생에서 기회를 결정해 왔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9쪽

역사는 전통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불문하고 수학자의 업적에 대해 무성의한 평가를 내려왔을 뿐이다.-13쪽

가우스가 소피 제르맹에게

"그러나 우리의 관습과 편견에 비추어 볼 때 여성이 복잡한 연구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남성보다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고 가장 모호한 부분을 통찰력으로 꿰뚫어 볼 줄 알았으니 의심할 여지없이 그녀는 가장 고귀한 용기의 소유자이며 아주 비상한 재능과 보기 드문 천재성을 소유했음에 틀림없다.'-16쪽

그리스 사람들이 수학에서 이루어낸 획기적인 공헌은 증명, 연역, 추상의 개념을 완벽하게 정립해 낸 것이다.-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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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빠빠 -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한 아버지의 기록
저우궈핑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아빠 빠빠’
  이 책은 저에게 또 하나의 어려운 책이 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한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사랑에 대한 것인데, 제가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 이유도 관심을 갖고 있는 ‘부성父性’을 주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쉽지 않은 것이 읽고 나면 저의 머리에 떠오른 감정이 ‘부성’이라는 주제보다는 주의 사건에 대한 해석만 있고 동감同感이 잘 일지 않았습니다. 이는 책의 내용이 적절하지 못했기 보다는 저의 경험이 아버지로서의 잔정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의 첫 번째 떠오르는 느낌은 자녀가 아픈 상황 - 이 책의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렀지만  - 부모에게 주는 영향입니다. 우리나라의 특수하다고 할 만한 문화 때문에 가족 중에 장애인을 비롯하여 아픈 사람이 부끄럽게 여깁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죄책감을 갖기도 합니다. 아마 다른 나라 사람도 같으리라 보지만 저의 견해로는 한국은 더욱 심하게 죄책감을 갖습니다. 특히 아이의 질병에서는.


 죄책감에 지치다 보면 잘못을 남의 탓을 돌리기도 하는데 (투사 projection), 과도하면 사회 병리 현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뉴뉴의 질병이 어머니가 임신 때에 X-ray를 찍어서 발생했을까요. 그리고 X-ray를 찍게 된 일련의 과정, 즉 사촌 여동생이 감기를 옮긴 것, 아내와 싸운 것, 응급실에 가게 된 것, 그리고 X-ray를 찍게 된 과정 과정에 뉴뉴의 질병에 책임이 있는 것일까요.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하면 군대 복무 당시 부대장님에게 뇌성 마비 자녀를 두었는데, 이 분은 아이가 질병을 갖게 된 이유는 어렸을 때 아팠을 때 의사가 적절하게 처치를 못 했고 확신을 갖고 있었고, 비행기 여행 중 만난 70세 어느 할아버지의 40세 딸이 지능저하가 있었는데, 할아버지는 당신의 딸이 지능저하가 된 이유를 분만 당시의 의사의 잘못이 그 이유라고 믿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 믿음이 틀렸다는 증명할 수 없고 개연성도 있지만 언급된 사실과 비교하면 그 믿음은 믿은 자체였습니다.


 뉴뉴가 미간을 찡그리는 것을 무엇을 표현한다고 생각했고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화를 내고 있는 거야.’ 아버지는 생각했지만 이는 아버지의 생각입니다. 세상에 불공평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는가? 가난한 나라에 태어난 것이 불공평이며 가난한 부모를 만난 것이 불공평이며 총명하게 태어나지 않은 것이 불공평이다. 질병을 갖고 태어난 것 역시 불공평이다. 제가 평등(공평)을 언급하여 기계적 평등의 의미를 언급하니 한 분은 기회의 균등을 이야기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뉴뉴에게 기회의 평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아버지로서의 감정에 대한 기술이 할애되었습니다. 세상의 불공평이나 X ray가 질병을 유발했느냐,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 이 책 사소한 부분입니다. 핵심은 수술에 대한 결정에서 조차 ‘그 결과 둘 다 잃었다. 분명 현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이 부모된 자가 그 상황에서 보일 수 있는 유일한 태도임을 알아주기를.


 책을 읽으면서도 그리고 이 서평을 쓰면서도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가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다른 느낌을 갖겠지만... 제가 경험 것의 제한점을 알지만... 무엇인가 나의 감정을 흔들기는 부족한 듯.


 잡담 1 ; 학생 때 옛 가요 이야기가 나왔고, 버들피리의 ‘눈이 큰 아이’를 이야기 하던 중 제가 ‘그거 선천성 녹내장(congenital glaucoma) 아니야.’라고 했다가 눈총 받은 적이 있었다는...

 잡담 2 ; 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영화에서 나쁜(?) 사람이 한 어머니에게 그녀의 두 아이 중 처형할 한 아이를 선택하라는 강요한 영화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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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6-05-26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의 글을 보니 중국의학에 대한 글들이 있는데, 짧은 언급을 하지면,
폐렴을 진단하기 위한 단순 흉부 촬영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만장이상의 X ray를 찍어야 하며 비행기 타면 단순 흉부 촬영의 수배(수십배?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음.)의 방사선을 받지만 임산부의 비행기 탑승을 금지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의사로서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뉴뉴의 아버지와 같은 감정을 갖고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좋은 의사로 판단해야 하지 궁금하네요. 기적을 기대하는 의사...
중국의학을 이야기하자면 중국의료이든 미국의료이든, 물론 한국의료도 마찬가지지만, 돈과의 싸움인 것을 일반인들은 잘 이해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서평을 써야 되나 말아야 고민하다가 마지막 날 글을 올리지만 서평단에 선발되었기 글을 남기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차라리 부모가 되어 보라.' 부모가 되기 전에는 알 수 없을 듯.

stella.K 2006-05-2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때문에 또는 누구 때문에 내 아이가 그렇게 됐다는 건 두가지일 겁니다. 거기에서부터 문제의 답을 얻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거나, 나 혼자만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거나. 그런다고 해서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도 아닌데...저는 저 책 안 읽어봐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장애아동이 있는 경우 부모의 자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동시에 냉정해야 할거라고 봅니다.
저의 어머니는 저 때문에 죄책감을 많이 가지셨는데 그나마 신앙을 갖고부터는 많이 긍정적이 되신 것 같더라구요. 오히려 어떨 땐 저 보다 더 저극적이신 것 같더라구요. 다행이죠.
덧붙이자면 제발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으면 해요. 장애인은 누구나 될 수 있고 내 아이마는 장애인이 되어서는 않된다는 당위성도 좀 버렸으면...운명으로 받아 들이되 좀 세상을 적극적으로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으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래서 네 손의 피아니스트 희아가 있고, 말아톤의 배형진 군이 있잖아요.
사람들은 왜 '운명'이란 단어에 심각한 뭔가의 아우라를 덮어씌우길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마음에 안 들어...
 
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박사의 심리학 시리즈 1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게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요즘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에, 제 주위에 몇 알라디너를 포함하여 결혼을 하시거나 할 계획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시고, 저에게도 유언 무언의 결혼의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가족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저의 직업 때문에 전혀 남편답지 못한 남자들을 접하게 되는데, 그들은 알콜 중독자 이고 알콜성 간병변 등의 합병증을 갖고 있고 직업이 없어 가족을 부양할 경제적 능력이 없습니다. 이곳저곳을 떠돌다 식사와 술을 대접받으며 어울리고 아내 자녀들 돌보는 것에 무관심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해 못할 것은 아내의 행동입니다. 사실이혼(이런 용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또는 이혼 상태임에도 남편이 알콜로 인한 입원에 다른 불평 없이 병원비를 대줍니다. 술값을 대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한 남자는 알콜성 간경변 환자였는데 2인실에 있었습니다. 제가 그 분에게 2인실 비용이 부담되지 않느냐 6인실에 어떻겠냐고 했더니 6인실은 사람도 많고 싫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실비용은 누가 대냐고 했더니 이혼한 아내가 대준다고 합니다. 아내의 직업을 물으니 파출부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적지 않게 당황했습니다.


 이 분들의 하나하나 심리상태를 분석하여 서평에 올릴 수 없지만 단편적으로 이야기하면 이와 같은 상황은 대개 부모로부터 물려받습니다. 외모, 재산만 부모에게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역할도 가정 분위기도 부모에게 물려받습니다. 본인이 부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가난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과 같고, 부모로서의 좋은 본보기는 수억을 유산을 남기는 것보다 더 좋은 유산입니다.


 배우자에 대한 적절히 못한 역할은 배우자에게 대한 해악 보다는 자녀에게 대한 해악이 더 크다고 합니다. 부모(부부)는 어른이기 때문에 적절한 방어기제가 있지만 자녀에게는 그대로 투영되어 상흔으로 남는다고 합니다. (자녀를 위해서라도 배우자에게 잘 해라 이런 이야기가 되네요.)


 고등학교 여학생이 몸이 안 좋다고 저를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 학생은 임신으로 인한 증상이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는데, 어머니는 안타까워하며 딸에게 ‘왜 나에게라도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니?’라고 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두 가지를 느꼈는데, 아버지는 이런 일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또한 이 경우에서도 그랬지만 ‘어머니에게 조차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렸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여대생이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 학생도 임신으로 인한 증상이었습니다. 이 학생은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지만 만 20세가 넘은 고로 당사자에게만 사실을 알렸습니다. (두 사람에 대한 제 행동의 차이는 그 나름대로의 기준입니다.) 며칠 후 그 학생의 어머니가 다시 방문하였는데, 딸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딸에게 무슨 일(병)이 있냐고 물으러 오셨습니다. 그리고 집히는 것이 있다고. 그래서 저는 ‘당신의 딸은 이미 성인이고 해 줄 있는 말은 충분히 딸에게 했고,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저한테 듣는 것보다 딸에게 듣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에게 아무리 졸라도 답변을 얻지 못할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그 후에 이야기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좋게 해결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상당히 이해심이 있고 현명하며 딸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상심리치료사의 이야기를 빌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태어나서 0세부터 3세까지 랍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에게 신경을 더 씁니다. (학교 성적 때문에?) 임상심리치료사의 한 동료의 경우는 자신의 성격이 아이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본인이 직장생활을 하는 이유도 한 가지가 되겠지만 일부러 할머니를 보모로 채용했다고 합니다. 또 그 할머니가 좋은 보모의 역할을 할 지 또한 알 수 없기 때문에 할머니 댁을 방문하여 그 할머니의 자녀들의 상태와 가족의 분위기를 확인 후 선택을 하였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부모들은 이렇게 현명하지 않습니다. 단지 바라기는 저의 경험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편견(selective bias)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아버지에게 ‘당신의 자녀가 중대한 고민이 있다면 당신에게 상담을 해 올까요?’라는 설문에 50%가 조금 넘는 아버지들이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항상 여성보다 남성이 똑똑하다고 생가하면 살지만 이런 바보 같은, 어의가 없는 대답을 하는 남성들을 생각하면 섬뜩합니다.) 반대로 청소년들에게 자신에 중대한 고민이 있을 때 아버지와 상담을 하겠나는 질문에 몇 %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을까요.


 불쌍한 남자들은 평균수명이 여성보다 8년 정도나 짧고 (남자 74.4세, 여성 81.2세, 전체 77.7세, 40-50대에서 남자 사망률은 여자 사망률의 3배, 2005년) 질병에도 많이 걸립니다. (자가면역성 질환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질환에서 남성 이환율이 높다. - 여성 가족부에서 양성 평등을 위해 남성의 평균 수명을 여성과 같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남자들이 죽음과 질병을 피했다고 해도 남자의 노년은 그리 행복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외로움입니다. 노후를 위한 재력도 있고, 아내와 자녀가 있지만 주체할 수 없는 외로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학년 때 전혀 공부를 하지 않던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에 벼락공부로 대학에 합격하기 어려운 것과 같이 많은 아버지들은 가정의 경제력을 담당한다는 변명 하에 가족과의 관계를 소홀한 대가로 노년의 외로움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은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까?

 부모의 역할을 잘하고 있습니까?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습니까?


 몇 가지 확실한 점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는 99% 노력과 1%의 사랑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알라딘 서평단에 선발되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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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6-04-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동안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나 <빈 서판> 등의 책들이 있었지만 앞의 책은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별 5개이고 뒤의 책은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권유하기가 부담스러운 책이었는데, 가족의 심리학은 너무 전문적이지도 않고 여러 점에서 유익을 준다는 점에서 강력히 추천하는 책입니다. 오랜만에 마이리스트 <내가 별 5개를 준 책>에 책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책은 서평을 쓰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대개의 책들의 서평은 읽고 나면 떠오르는 생각들, 에피소드나 가치관, 비평을 쭉 쓰고, 쓴 것을 한번 흐름에 맞게 정리하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떠오르는 몇 가지는 내 개인적인 몇 가지 사건들, 주위에 일어는 난 일들, 직업을 통해 알게 된 일등이 있는데, 글로 써서 남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서도 좋은 책이라는 것 외에 쓸 내용이 없어 주저하다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가을산님은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고 하셨는데, 저도 동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는 것을 알고 있어도 하지 않고 시험을 망친 후의 후회. 책을 보고 운동을 배우면서 머리로는 이렇게 떠오르는데, 몸은 따로 노는 것. 사회현상도 마찬가지. 그래도 병식病識 insight라도 있으면 희망이 있지요.

p32 : 안타까운 것은, 뒤틀린 인성을 가진 부모들은 대부분 이런 조언을 귀담아들을 만큼 마음이 열려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 이 말은 알라디너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실제 마립간도 알라딘 마을처럼 마음이 열린 모임을 보지 못했지만) 마음이 열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이상 마음을 여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자들이 가족과의 관계에 관심을 두지 못하는 것은 사회생활 즉 직장생활에서 경쟁, 스트레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가정에서 잘하는 남자가 직장 생활도 잘 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직장 생활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남자가 가정에도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닐지. 이혼 사유에 성격차이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제적 문제는 2위를 차지합니다. (개인적 생각에 경제적 문제라 함에 여성의 경제적 문제는 아닐 듯.)

조선인 2006-04-02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력한 뽐뿌질이네요. 추천.

마립간 2006-04-0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언뜻 책선물할 사람이 적게는 4명, 많게는... 모르겠다. 어째든 출판사 입장에서 책 한권 선물하고, 성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