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만 사야지. 

-이제 책 안 산다. 

-산 거 다 읽고 산다. 


 내가 문화인류학자였다면, 책에 미친 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촌락의 호모 알라디누스, 호모 리디큘러스(readiculous)들의 구매 행태, 책 전염, 책탑 포틀래치 같은 것에 관해 연구해보고 싶었을 것 같다. 먼 미래 종이책이 멸종에 가까워지는 날, 역시나 멸종할 듯 말 듯 근근히 명맥을 잇는 소수 민족 책처돌이들이 (매달 책에 플렉스하는 소득으로 서점 기둥뿌리를 지탱하며) 저 무렵부터 저러고 살고 있었더라고 참고하라고… 


 11월부터 1월까지, 한 달에 읽은 책 두세 권 남짓이면 책쟁이가 책 끊은 거나 다름 없지 않습니까…그래도 살아는 집니다… 공부 열심히 잘 한 날은 상으로 조금씩 읽기로 했는데 상 받는 날이 드물다… 상 받을 만한 날은 지쳐서 쓰러져 잔다…


 직전에 올해는 안 사고 안 읽어…해 놓고 안 읽긴 하는데 샀다. 구매하고 나서 역시 알라딘 책쟁이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나 포함해서… 맨날 안 산다면서 자꾸 사… 뭐 다짐하고 안 지키는게 인간의 존재 이유죠.



 집에 오니 식구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뭐야? 쌀국수야? 곰탕이야? 묻는다. 응, 책이야. 하니까 그럼 그렇지 하고 뿔뿔이 흩어진다… 중고판매자님 이 쌀국수 맛있나요? 적어도 박스 이미지는 호객에 성공했다.


 


 어제 시킨 책들, 알라딘 직배송 새 책은 한 권이고 나머지는 중고로 모셨다. 앤드류 포터는 왠지 신작 새 책으로 하나 사주고 싶었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처음 봤을 땐 전자책 빌려 봤고, 다시 종이책 살 땐 21세기북스의 구판을 모셨다. 그런데 신작 배색이랑 구판 배색이 거의 깔맞춤!!!


 초판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난해한 겉지를 벗겨 내면…

이렇게 상큼한 민트와 베이비핑크 속살이 드러나는데… 신간 소설집이 나름 비슷한 색채 디자인을 채택했다. 푸른색과 분홍색.


 양안다 시집도 또 샀다. 2018년, 난 두번째 아이를 낳았는데, 양안다 시인은 두번째 시집을 낳았다. 무엇이든 낳아 보세요.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시집은 사랑을 많이 받는지 독후감으로 검색 유입이 제법 많이 된다. 저도 양안다의 시 좋아합니다. 그치만 최애 시인은 황인찬… 양안다 시인은 두번째(울지 마)


 다윈은 모아 쌓고만 있는데 이제 ‘비글호 항해기’, ‘종의 기원’,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월리스의 ‘말레이제도’ 다 갖췄으니 진화론이 싹튼 여행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데…(아직 안 따라감…언젠가는…)

서왕모는 고전 문학 보다 보면 가끔 나와서 제목 보니 왠지 친숙한 책이었다… 이건 그거랑 상관 없나? 뭔가 땡겨서 사고 보면 은근 팔백작님한테 세일즈 당한 책이 많다. 노승영 번역가님 책이기도 하고, 뭔 쉼표인지 따옴표인지 겁나 많은 부분인가(생략된 부분인가)…그거 직접 볼라고 삼…벽돌은 일단 쟁이는 겁니다… 착한 가격에 샀다. 


 


 패션 이과, 문과 벗어나려 발버둥 중인 놈은 자꾸 과학책을 쟁인다. 이런저런 과학책이랑, 작년에 보니까 메디컬 어쩌구 하는 책 생각보다 재밌어서 하나씩 또 모으고, 동명 영화만 들어본 잠수종(복)과 나비 책이랑 사진 잔뜩인 민물고기 책은 천 얼마 밖에 안 해서 담아 봤다.


 아, 그리고 제가 구매 내역에 스티커북 검색하면 구매건수만 100건 넘는 인간인데… (거기에 곱하기 3-5쯤 하면 얼추 권수 맞을 듯…더 될지도…현존/절판된 스티커의 과반 이상은 하여간에 사 봄) 어린이에게 밥보다 스티커를 더 먹여 육아를 날로 먹은 인간인데…이번에도 스티커를 하나 샀다. 가끔 알라딘 직배송 중고로 미개봉 스티커북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데… 그런데 이번에 온 것은 어마어마했다.

두툼하고, 디자인도 개성있고, 작은어린이가 요즘 푹 빠진 세계지도, 국기, 국가 잔뜩 품은 스티커북이라 사 보았는데, 뭔가 큰어린이 키울 때조차 본 적 없는 시리즈였다. 


스티커도 멀쩡히 미사용으로 잘 보존되어 있고…

 스티커 붙이면 재밌겠다. 곧 작은 어린이가 다 붙였지만… 과연 이 스티커북은 언제 태어났을까요????


 


 2004년… 그냥 책도 아닌 스티커북이 무려 20년 동안 손길 닿지 않은 채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 우리 집에 왔다. 다 붙인 스티커북을 보니… 선사시대 움집에서 나온 곡식 한줌으로 죽 쒀 먹은 것 같다… 곱게 잘 보존된 유물은 몇 분 사이 소비되었다… 저 해 벚꽃놀이 다녀와서 연애 시작한 애기 대학생 커플은 애 둘 놓고 중년배로 늙고 있다는… 저 때 태어난 애들은 재작년에 수능 봤다는… 올해 삼수생 되었다는… (나랑 친구네!!!)


 책 그만 사야지. 이제 책 안 산다. 산 거 다 읽고 산다. 오늘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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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2-02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그 참. 전 서왕모 세일즈는 안 했습니다. ㅎㅎㅎ 탱고하고 저항은 널리 알리고 싶지만 말입지요.

반유행열반인 2024-02-02 20:34   좋아요 2 | URL
이상하게 팔백작님이 난 별로…하는 게 저한테는 세일즈포인트인지 유독 기억에 남다가 어느새 사고 맙니다…ㅋㅋㅋㅋ 짐승들의 유희라든가…이것저것…

유수 2024-02-03 0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엇이든 낳아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2-03 08:29   좋아요 1 | URL
우리는 유기체는 실컷 낳았으니 같이 글이나 낳을래?? ㅋㅋㅋㅋ

유수 2024-02-03 19:48   좋아요 1 | URL
글 낳고 싶어요!! 방치된 서재..

반유행열반인 2024-02-04 08:55   좋아요 2 | URL
서재야 뭐 더 방치하셔도 ㅋㅋㅋ나 좋자고 쓰는 거니까 혼자 남 안 보는데 일기 끄적이거나 저처럼 영양가 없는 구매평 나부랑이라도 ㅋㅋㅋ 더 위대해질 필요없이 진통 없는 걸로만 살살 낳아도 뭐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4-02-03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님 생지하세요?
우리앤 사탐하는 문과에요. 귀하고 쓸데 없는 문과 아이;;;

반유행열반인 2024-02-03 09:06   좋아요 2 | URL
네 생지러에 기하이 입니다 ㅋㅋㅋ 저도 전생엔 문과로 꿀빨다 (아마 첫 수능때 이과였으면 입시 실패했겠죠…) 회계하는 마음으로다 수학 과학을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오히려 이과과목 적성에 맞지 않으면 문과가 입시전략으론 나은 선택인 것도 같습니다. 화이팅 고삼이!!

새파랑 2024-02-04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파곰탕면

맛없을수가 없을거 같은데요? ㅋㅋ

저도 책은 안읽어도 책은 사게 되더라구요. 이사한다고 책 많이 주고 팔고 버렸는데.... 또 사는건 왜일까요..

그놈의 기대 평점 적립금...

반유행열반인 2024-02-05 11:06   좋아요 2 | URL
책을 버리기도 하시는 군요!!! ㄷㄷ 저는 그래서 주기적으로 알라딘 앱도 지웠다 깔았다 해요. 기대평점 적립금 유혹 줄인다고 ㅋㅋ(그래놓고 적립금 안 받은 채로 또 사고…)

scott 2024-02-04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이 긁어 모으신 유물들 보다 제 눈엔 파곰탕면만 뙁!^^ 열반인님은 지식의 양식을 채우고 저는 낼 파곰탕면으로 배를 채워야 겠어요 ^ㅎ^

반유행열반인 2024-02-05 11:05   좋아요 1 | URL
저 국수는 코스트코만 판다더라구요? 저희집에는 곰탕맛 아닌 매운맛?인 같은 회사 것만 있어서 그냥 궁금해하기만 하고 말아야겠네요 ㅋㅋㅋ제 몫까지 맛있게 드세요!!!

북깨비 2024-02-09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저 3대 거짓말을 어찌나 밥먹듯이 해댔는지 이제 남편은 들어주지도 않고 씅을 내지요...

반유행열반인 2024-02-10 09:43   좋아요 1 | URL
아니 씅은 왜 내신대요 ㅋㅋ 밥먹듯이면 좀 양호하시고 숨쉬듯이 하는 저 같은 놈도 있잖아요ㅋㅋㅋㅋ새해책많이받으세요!!!
 

 별로 읽지도 못하는 놈이 책광고는 왜 기웃거리는지 모르겠지만… 오… 일문학선집 양장판을 펀딩하고 있다.


일본 문학은 진짜 읽은 게 없고 모셔만 뒀다. 늘 궁금한데 또 읽으려는 시도는 잘 못하고 매우매우 드물게 읽는다. 일본만화나 그림책, 도감류는 자주 보면서 소설은 대체… 마지막 읽은 일본 소설책이 3년 전 사쿠라기 시노의  ‘둘이서 살아간다는 것’… 이 정도면 반일이냐… 재작년에 ‘반딧불이’에서 헛간을 태우다만 하나 본 기억은 있네… 범인은 하루키다!!!! 일본소설의 진입장벽!!!!!



않이 근데 찾아보니 이미 파는 중인 선집 시리즈랑 표지도 번역가도 같은데 왜 두 배나 비싸요?… 하고 보니까 무선 제본이던 걸 양장본으로 다시 출간한 것이었다. 집에 벌써 네 권 있는게 겹쳐서(구매 기억이 없는데 구매기록을 보니 하여간에 샀다고 해…) 있는 거나 보자 했다. 이런 애들이 집 어딘가에 있겠군… 둘러보며 좌표 확인하고 왔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는 알라딘이 예전에 떨이로 중고 구판을 300원(삼천원 아님)에 팔아줬다. 입는 옷 따라, 시기 따라 같은 사람이 쓴 책이 백원대-만원대-이만원대를 오간다. 그런 걸 보면 내면 타령은 허상이고 잘 갖춰 입고 몸매를 관리하고 곱게 꾸며야 가치가 올라가는 걸까? 적어도 시장에서는 그런 것 같다. 이 시절 이 사회를 살면서 인간이 시장 안에 돌지 않기는 어려운 것 같고, 책도 또한 상품이니 뭐…

필립로스 ‘위대한 미국소설’도 야구소설이라는데 야구 모르는 나놈 왜 야구책은 이렇게 사재꼈니…‘머니볼’ 이거도 있는데 야구 얘긴가? 경제책인가? 하여간에 언젠가는 야구…



2024년은 책구경만 하고 안 사고 안 읽는 해… 내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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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1-28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문학선집, 미출간으로 뜨네요. 다행입니다. 제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서 말이죠.ㅋㅋ
저도 모셔 두기만 한 일본문학이 많습니다. 올해는 읽도록 하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1-28 12:55   좋아요 1 | URL
네 아직 펀딩 판매만 하다 종료 후 일반 판매 전환되나 봐요. 물성 중요시하시는 분들 소장용으로나 좋지 아니라면 무선판 중에 집에 없는 거만 골라 사시면 되겠습니다. 밑줄도 맘껏 긋고!!! ㅋㅋ 즐겁게 읽으시길 기원합니다. 저도 올해는 저 중 한 권(?)이라도 읽겠습니다. ㅎㅎㅎ

북깨비 2024-01-28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이게 양장으로 다시 나온다고요? 여유될때마다 한권씩 이제 세권째 샀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기다렸다가 양장세트로 지를 것을 😩

반유행열반인 2024-01-28 15:47   좋아요 1 | URL
값이 두 배이니 그간 저렴하게 샀다 하셔도 ㅎㅎㅎ소장욕구가 물결치시면 중고로 처분하시고 지르셔도… (아니면 오히려 양장판이 풀려서 이전 무선판들이 중고로 쏟아지지 않을까요?!?!)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K-포엣 시리즈 24
황인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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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21 황인찬.

 
1/19
 시 하나로 온 하루가 흔들리기도 한다.

-비 오는 날 창을 열어두면 실내는 흥건해지는 것이다

 오늘은 바닥에서 자야겠네
 그는 웃으며 말하고

 거실 바닥에 누워 있을 때, 그는 상상을 한 것이다 지면이 흔들리고 나무가 흔들리고 건물이 흔들려서 모든 것이 주저앉는 세계에서

 나란히 쓰러지는 두 명의 사람
 두 그루의 나무
 두 마리의 다리

 스르륵 
 잠이 들겠지

 깨어나서는 모든 것이 전과는 다른 것이다

 관계가 새롭게
 실내가 새롭게

 모두가 서로를 교환하는 것이다

 창밖을 보면 거리는 이미 하얗게 말라 있고, 모든 건물들이 더없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는 이것이 정말로 사랑이라고 믿는다

 잘 잤어? 그는 나에게 묻고,
 나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고,

 그는 응, 아니, 웃으며 답한다
(‘흔들림’ 전문. 이 시 나한테만 선명하게 야하고 예쁘냐)


1/21 아침
 읽다 다음 장 넘어갈까 책장 안 펼치고 책갈피 끼워 놓기. (일명 밑장 넣기. 방금 만든 말) 아껴보는 시집 있으십니까. 

-복도는 너무 서늘해서 오히려 안심이 된다
 놀라운 기쁨보다는 슬픔의 익숙함이 편안하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무수한 빛을 보고 있으면
 이게 인생일 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환영하는 영화’ 중)


1/21 저녁
 아껴본대고서 생각보다 얼마 안 남아서(게다가 말미 산문은 작년에 먼저 읽어버려서) 홀라당 저녁에 다 봤다. 아시아 출판사 책들은 볼 때마다 만듦새가 애매하다 싶은데, 역시 담긴 게 무엇인지가 더 중하다. 이 시집은 좋았다. 시집 뒤에 시인의 셀프 시론 두 편이 에세이라고 담겼는데, 그게 꽤 좋았다. 11월에 노인들 틈에서 듣고 온 강연이랑도 맥이 통하는 게 있다. 앉아 있으면 보바리 부인 때문에 플로베르가 기소된 상황을 사례로 들다 그때 여자들이 워낙 그러고 다녀서 어쩌고 하며 푸훕 터지던 시인 보며 뭐가 그리 웃기니, 생각하던 생각도 난다. 

 책 뒤편에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 소설 번역 시리즈 목록 있는데, 오 여기 있는 작가들 소설들 골라 보면 의외로 괜찮겠군 싶었다. 약간 추천 목록 카탈로그 같은 시리즈였다. 해외에서 한국 문학 공부하는 사람들 용으로 번역서를 내서 파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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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 위픽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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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5 구병모
 짧은  하나 봐야지파과를  게…6 전이다기억은   나고 노령의 할머니 킬러익다 못해 썩어 터지는 과일의 이미지만 프리퀄 같은 짧은 소설이라는데 진득하게 알뜰하게 문장이고 단어고 꿍꿍 뭉친 걸로다 꾹꾹열네권  구병모네애정과 애증이 교차한 시간들
 
+밑줄 긋기
-생각은 매 순간 해야 하지만, 생각에 빠지면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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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4-01-15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대사이다......

반유행열반인 2024-01-15 18:40   좋아요 1 | URL
매 순간 함께 해야 하지만 풍덩 빠지면 죽는 것들이 많죠. 물, 사람, 사랑, 자기 자신…

수이 2024-01-15 18:49   좋아요 1 | URL
사람마다 사는 게 다 다르죠, 그래서 사랑하는 것도 다 제각각인 거고 읽는 것도 제각각

2024-01-16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6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샹그릴라 프론티어라는 애니를 본다. 완결작 아닌 시리즈를 보는 일은 드문데 실내자전거 탈 때 낙으로… 망겜만 쫓아 깨던 게이머가 갓겜 샹프론을 겁나 창의적으로 잘하는(?) 이야기이다. 원작 만화책도 있다. 모으는 중. 


번외편처럼 주인공 산라쿠가 이전에 하던 망겜들이 가끔 나온다. 뼈와 살이 분리될 것 같은(!) 격투기 게임 베르세르크 온라인 패션(줄여서 왜 변비…일본어 알못)이 그 중 하나다. 유저들은 망하고 황폐해 접속자도 얼마 없는 그 게임을 여전히 한다. 바로 게임 내 산재한 무한에 가까운 버그를 찾아내, 그걸 새로운 기술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캐릭터가 다른 좌표로 복붙 되는 버그를 도플갱어처럼 활용해 홍길동, 손오공 신공을 펼치거나, 손발이 몸과 떨어져 멀리 날아가 있는 버그로 고무고무 열매 퍼먹은 것처럼 원거리 공격, 발은 지면에 붙인 채 발목은 길게 멀리 늘어나 몸통은 회피스킬 쓰며 또 원거리 공격…

이렇게, 내가 둘이라면. 잘 써 먹으면 버그도 기술이다!!!


어려서 하던 게임 중에도 버그가 은근 재미를 더하는 것들이 있었다. 엄마가 테트리스와 유사한 블럭게임기를 큰맘먹고 만원에 사주셨는데, 그게 고장나서 막 블럭이 발사되어 날아가거나, 거울상처럼 내가 놓은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블록이 놓였는데, 그것도 재밌었다. 친구네 집에서 바람돌이 소닉 게임을 하는데, 갑자기 소닉이 뭔 버튼을 누르면 황금링이 되어서, 그 상태로는 적이 닿아도 천하무적, 그냥 공중부양한 상태로 부우웅 날아서 클리어 지점까지 가서 다시 같은 버튼 누르면 소닉이 되는 천하무적 모드(그런데 그렇게 클리어하면 먹은 링이 0개…)가 되는 것도 신기했다. 


18세에 잘못된 선택(?)으로 문과로 접어든 바람에 코딩이니 디버깅이니 하는 말도 최근에야 들어봤다. 그렇지만 버그라 하면 이런저런 게임과 웹페이지를 거쳐 자라온 세대에게는 벅벅 긁고 싶게 성가신 존재인 걸 알아… 


 개인용 노트북이 없어 모바일 기기로 컴퓨터로 할 일 대부분을 처리하는 나는 앱 까는 걸 싫어하고, 사파리 브라우저(IOS기본. 네이버앱 이런 거보다 훨 가벼움. 근데 나 말고 쓰는 사람 잘 못 봄…) 모바일 웹페이지로 직접 들어가 앱/웹 기반 서비스를 이용한다. 앱은 너무 강박적으로 드나드는 경향이 있어서 싹 지우고 사파리에 스크린타임 걸어두면 그나마 기기 중독 완화(방지나 치료는 아무래도 어렵다…)에 도움이 된다. 용량 부족에 너무 구형이라 앱이 잘 안 깔리는 십여년 전 모델인 아이폰5/5S를 작년 이맘쯤까지 써온 탓도 크다. 


요즘도 그래서 북플앱 지운 지 한참, 이젠 기대별점, 이벤트 적립금 알림으로 혼란스러운 알라딘 앱마저 지우고 구매욕구를 가라앉힌지 조금 되었는데, 모바일 브라우저로 피씨/앱 기반 서비스 이용하는 건 고충이 있다. 대다수 쇼핑 사이트는 그런 어려움 없이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게 지상 과제라, 알라딘 역시 도서 구매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 하지만 돈벌이랑 직접적인 연관 없는 곁다리 사회 관계망 서비스는 다르지…


<모바일 브라우저로 북플/모바일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면 당신이 겪을 일>

 모바일 브라우저로도 북플 메뉴에 접속‘은’ 할 수 있다. 눈팅이나 댓글 달기도 가능은 하지만… 내글에 달린 댓글에 대댓글은 불가능하다. 북플앱에선 남이 단 댓글을 누르면 뿅 대댓글 다는 메뉴가 뜨는데 앱 외의 접속은 대댓글 불가…그런데 다른데서 단 대댓글 수정 버튼은 뜸 ㅋㅋㅋ댓글 옆에 대댓글 메뉴 버튼 딱 하나만 저렇게 수정 버튼처럼 추가하시면 될 건데…이쯤 되면 일부러 안 넣었다. 


 브라우저 상 북플/모바일서재 접속으로 글쓰기를 하면 더 어마어마해진다. 사진 첨부 불가, 페이퍼에 도서 정보 첨부 불가… 알라딘에서 앱 없이 모바일 접속자에게 허용된 건 텍스트 기반의 백자평 뿐이여…

 



 

그렇지만 피씨버전이 있지! 궁여지책으로 아래 피씨버전 전환 버튼을 누르면 대댓글 달 수 있다. 



그러나!! (역접 남발)



 피씨버전 글 작성 에디터는 모바일 접속에선 사진/동영상 첨부와 상품 첨부를 막아놨다. 이건 기기별로 호환이 다른데, 아이폰, 아이패드미니는 막힘/ 그냥 아이패드는 피씨처럼 이용 가능…그래서 제가 사진이나 영상, 상품 정보 올릴 게시물은 큰 아이패드로 옮겨가서 씁니다…


 그러니까 착하게 북플 깔고 걸음 수 세서 적립금도 받고 얼마나 좋으냐!!! 싶지만 수험생이 페북 인스타 카톡 삼대장 앱 지우는 거랑 비슷한 것입니다. (실제로 저 세 앱도 몇 년째 내 폰에 없음 ㅋㅋㅋ앞으로도 없을 예정…아싸새끼…) 제가 누른 좋아요는 폰 브라우저로 알라딘 접속-북플 메뉴-뉴스피드 메뉴 들어가서 한땀한땀… 뭐 그렇습니다. 요즘엔 자주 못 와서 송구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남기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버그가 등장해서…이제 알라딘에 모바일로 접속하면 저렇게…


 모든 댓글이 다 똑같은 말만 반복해… 귀신인가…아무래도 나새끼 모바일 접속 방지용으로 저렇게 일부러 만든 게 아니고선…징그럽다. 괜히 bug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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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14 11: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저거 저도 며칠 전에 저래서 식겁했었는데 ㅋㅋㅋㅋㅋㅋ 제정신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알라딘 버그였나 싶기도 하고…. 알라딘 북플/서재 시스템 진짜 답답하고 미개한데;;; 여기서 좋다고 놀고 있는 저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퇴화하는 노인정 ㅋㅋㅋㅋ

공쟝쟝 2024-01-14 11:14   좋아요 1 | URL
노인정........... no인정!

반유행열반인 2024-01-14 11:14   좋아요 0 | URL
노인정이 싫으면 노인이 떠나야지(헉 어디로?) 중이 절이 싫으면 교회 가야지 그런데 나는 어디로? 저만 그런 거 아니라 다행(?)이네요.

공쟝쟝 2024-01-14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독때문에 진즉에 앱 지우고 맥북에만 깔아뒀는 데 (맥북은 잘 안켬) 얼마전부터 맥북으로는 북플이 안열려요! (그래서 다시 앱을 깔고 죽치고 앉아있다 ㅋㅋㅋㅋ 새해결심-북픅줄이기- 완전 파토남)

알라딘 관계자님? (여기서 왜 찾아) !
저의 중독치료를 위해서 제발 맥북으로 북플되게 해주세요!

반유행열반인 2024-01-14 11:20   좋아요 1 | URL
그렇게 하나하나씩 안 되게 해서 중독을 치유해주려는 큰 그림일지도 모릅니다!!!(그러나 아는가 원래 사람은 금기된 것에 더 투지를 불태우게 되어있다네…내가 피씨버전으로 기어이 기어들어와 대댓글 다는 거 보면…ㅋㅋㅋㅋ)

공쟝쟝 2024-01-14 11:21   좋아요 1 | URL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 -라캉-

blueyonder 2024-01-14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유행열반인 님, 한땀한땀 ‘좋아요’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계획하시는 모든 일 크게 이루시는 한 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늦었지만 겸사겸사 새해 인사 드립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4-01-14 12:38   좋아요 1 | URL
blueyonder님, 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즐겁게 읽으시고 내내 건강히 하시는 일 다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dollC 2024-01-14 2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일단 에디터 자체가 정말 구려요. 초창기 구형을 아직까지 고수하면서 이것저것 앱 만들면 뭐합니까, 호환이 안되는데요. 웹표준화, 반응형같은 기본도 안되면서 새 프로젝트로 계속 일만 벌리는 고문관 부장놈같아요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1-14 20:54   좋아요 1 | URL
dollC님 ㅋㅋㅋ이렇게 신랄하신 모습 처음 아니면 간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기본도 안 되면서 일만 벌리는 고문관 부장놈이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 망해버린 알라딘 마켓(다들 잊었겠지만 당근이나 번개장터 따라하려다 금세 접은...)이 생각나네요...(또르르...)

유부만두 2024-01-15 0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이상했던 걸 다른분들도 겪으셨군요. 전 폰으로 pc형 블로그를 띄우면 자꾸 뭔가가 지워져서 (수정시 사진이 없어지고 글도 지 맘대로 단락 순서가 바뀜) 어렵더라고요.

반유행열반인 2024-01-15 18:42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도 현재형이네요 ㅎㅎㅎ 고치는 것도 일이긴 하겠지만 이대로 몇 년 고여있는 것도 그거대로 대단…(개선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