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익스포저 (포토에세이) 듄 시리즈
그레이그 프레이저.조쉬 브롤린 지음, 채효정 옮김 / 아르누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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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익스포져는 일반적인 포토 에세이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다. 출연 배우가 직접 글을 쓰고 촬영감독이 스탭사진을 찍었다니 이건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조금 성급한 결론을 내리자면 영화를 보지 않고 미공개 스냅사진을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걸 떠올릴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에 실려있는 사진들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사진을 보고 글을 읽어본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이 책 '듄 익스포저'는 영화촬영을 하는 배우, 스탭 모두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고 또 그들 모두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전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치기는 하지만.


모래언덕을 타고 내려가는 샌드백이 있지만 이미 다들 모래사막을 걷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샌드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다,라는 문장 하나에서도 그들의 영화촬영이 어떤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솔직히 소설 원작을 먼저 읽고난 후 영화를 보려고 미뤄둔 상태에서 아직도 나는 듄 영화를 보지 못했다. 소설은 이제야 첫째권인데 처음부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는 않았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스타워즈를 열광하며 봤고, 우주와 외계에 관한 화려한 영화들을 봤기 때문에 좀 밋밋한 느낌이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이 그보다 훨씬 더 이전에 쓰여진 소설이 아닌가, 라는 걸 떠올리며 책을 읽기 시작하니 듄이 얼마나 대단한가 싶어진다. 그리고 상상으로만 구상하던 이야기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형상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들은, 어쩌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더 의미있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마다 울리는 호텔의 무료 조식 알림이라거나 촬영지 근처의 맛있는 식당을 스탭 가족들과 공유를 하는 글에서는 다정함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휴식시간을 보내는 배우들의 표정이라거나 널부러지듯 드러누워 있는 모습, 분장 한 이후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은 에너지가 넘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를 열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정말 책을 더 열심히 읽고 미뤄둔 영화를 빨리 봐야겠다는 결심을 새삼 또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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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물론 좋은 거죠. 하지만 정의가 나쁜 짓을 한 자보다 희생자에게 더 큰 해를끼친다면, 과연 좋다고만 할 수 있을까요? 이제 부인이 곤경에서빠져나왔으니 숨겨진 것은 숨겨진 채로 묻어두기로 하죠.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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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건너는 교실
이요하라 신 지음, 이선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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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 '하늘을 나는 교실'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때문에 그런지 이 책은 읽기전부터 감동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으며, 일반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아닌 야간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들의 조합으로 학교교과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낙오자로 분류되어버린 학생, 일본으로 이주한 외국인 노동자, 건강때문에 또래 친구들과 정규교육을 받기 힘든 학생과 가정환경으로 인해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70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나이도 사정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조금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되기는 하지만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이 현실성 있게 그려지고 있어서 백퍼센트 실화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감성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의 관계, 일률적인 학습평가가 아니라 난독증이 있다거나 몸이 아픈 환자라고 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래 친구들과 같이 동일한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 대해, 편견과 차별이 선량한 사람들을 도둑으로 몰아가기도 하는 현실에 대해, 나이를 먹으며 무능력하고 무기력해지는 사람도 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는 아포리즘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에피소드가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해 빠르게 읽힌다. 

특히 야간반 학생들의 연결고리가 되는 담임선생님에게 감춰진 비밀같은 정체의 궁금증이 또 감초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과학반의 실험이라거나 천체에 대한 설명은, 아주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큰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는 좀 지루한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뭔가 빤한 감동일 것 같았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가 이 소설의 묘미라고 생각해본다. 한때 이 이야기속에 나오는 후지타케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꿈을 꾸던 내게, 이제는 후지타케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기도 하다. 

"배움이라는 것을 알고, 진짜 동료라는 것을 알고, 내 안에 있는 수많은 감정을 알게 된 날들은 결코 잊을 수 없으리라. ... 그곳에는 뭐든지 다 있다. 그럴 마음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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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엔 누룽지나 오차즈케로 -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던 혀끝의 기억
후카자와 우시오 지음, 김현숙 옮김 / 공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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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와 오차즈케라는 두개의 단어로 많은 것을 유추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구수한 누룽지는 입맛없는 여름에 후루룩 먹기에 좋은데, 그 구수한 누룽지에 차가운 녹찻물을 부어 먹으면 담백하게 한끼니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책을 쓴 저자가 재일교포라는 정보가 더해지면서 한국과 일본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지만 뭔가 둘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조합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가벼운 음식 이야기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일관계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재일한국인으로서의 수많은 애환이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한국의 음식을 떠올릴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첫번째로 쓰다가 글의 방향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저자의 아버지가 조국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은 크지만 정작 집안에서는 독재자처럼 행동했다는 문장 하나에서 정말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 시대를 살아 온 많은 우리네 부모님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인 것 같아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고 있는데, 글을 읽는 느낌보다는 어릴 적 친구를 오랫만에 만나 편하게 수다를 떨며 추억을 떠올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살짝 시선을 비틀어보면 그 많은 것들이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시절을 지나 떠올려보게 될 때 후회보다는 좋은 것을 떠올리게 되는 느낌이어서 더 좋았다. 언니의 아픔과 죽음에 대한 기억속에 어린시절의 철없는 행동에 대한 후회 역시 사랑받고 싶은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아서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어가게 된다.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면 서로의 가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어린시절이 어땠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안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취향에 대해서까지 알게 되는데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그 많은 부분들을 알게된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어려움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으리라 믿는다. 


"한국에서 먹는 한국식 돈가스도, 미국의 일본식 레스토랑에서 조우한 화롯불 구이도, 캘리포니아 롤도, 오키나와에 갈 때마다 먹는 스팸 오니기리도,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한다"(156)는 문장에서 음식뿐만 아니라 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세, 나와 다른 것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마음이, 우리가 먹는 음식의 조화로움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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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엑시트 -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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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엑시트와 디아스포라를 같이 떠올려본다. 문자 그대로 '탈출'이라는 것은 속박에서의 해방 같은 느낌이라야 할 것 같은데 오픈 엑시트는 또 다른 속박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은 왜일까.

이 책은 저자의 불평등 3부작의 완결판,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이전의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현 사회의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지향적 목표가 무엇인지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 학교진학, 직장, 결혼이라는 변수가 없는한, 혹은 그런 변수가 있다 하더라도 생활의 범주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이 작은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책에서 표현하는 소셜케이지를 따지고 본다면 다 같은 케이지 안에서 한두사람만 거치면 누구인지 다 알 것 같은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으면서 '오픈 엑시트'를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 현실과 거리가 먼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케이지에서 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가 나의 케이지로 들어오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 노동의 현장에 들어가는 외국인 노동자들, 이민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엑시트 옵션의 내용이 바로 와 닿는다. 


불평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의 케이지에서 엑시트를 해 보지만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이주민들에 대한 언급이 많은데 그들이 본국에서 받는 대우보다 더 많은 혜택이 있기에 우리나라에 살게 되는 것이고 좋은 사장님(!)을 만나면 경력도 쌓이고 가정을 이루거나 가족을 데려올수도 있고 그렇게 정착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이 어려울 것 같았지만 실제 읽다보면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고 있어서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인공지능에 대한 언급이라거나 저출생에 대한 것은 그냥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라는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그 현실이 우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언급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우리가 흔히 '대세'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시대에 노동시장이 줄어들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어찌해야 할지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 


괜히 한가지 덧붙이자면, 저출생에 대한 문제를 언급할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육아휴직이라는 특정 집단만을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게 하지 말고, 이미 교수사회에서는 시행도고 있는 유급휴직, '안식년'이라는 제도를 통해 누구나 다,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고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보편화시키자는 저자의 이야기는 새롭다기보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픈 엑시트는 우리 사회는 유기체처럼 항상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변화속에서 '살아남기'라는 것 보다는 '함께 살아가기'라는 명제를 떠올려보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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