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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엑시트 -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평점 :
오픈 엑시트와 디아스포라를 같이 떠올려본다. 문자 그대로 '탈출'이라는 것은 속박에서의 해방 같은 느낌이라야 할 것 같은데 오픈 엑시트는 또 다른 속박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은 왜일까.
이 책은 저자의 불평등 3부작의 완결판,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이전의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현 사회의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지향적 목표가 무엇인지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 학교진학, 직장, 결혼이라는 변수가 없는한, 혹은 그런 변수가 있다 하더라도 생활의 범주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이 작은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책에서 표현하는 소셜케이지를 따지고 본다면 다 같은 케이지 안에서 한두사람만 거치면 누구인지 다 알 것 같은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으면서 '오픈 엑시트'를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 현실과 거리가 먼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케이지에서 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가 나의 케이지로 들어오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 노동의 현장에 들어가는 외국인 노동자들, 이민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엑시트 옵션의 내용이 바로 와 닿는다.
불평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의 케이지에서 엑시트를 해 보지만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이주민들에 대한 언급이 많은데 그들이 본국에서 받는 대우보다 더 많은 혜택이 있기에 우리나라에 살게 되는 것이고 좋은 사장님(!)을 만나면 경력도 쌓이고 가정을 이루거나 가족을 데려올수도 있고 그렇게 정착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이 어려울 것 같았지만 실제 읽다보면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고 있어서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인공지능에 대한 언급이라거나 저출생에 대한 것은 그냥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라는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그 현실이 우리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언급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우리가 흔히 '대세'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시대에 노동시장이 줄어들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어찌해야 할지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
괜히 한가지 덧붙이자면, 저출생에 대한 문제를 언급할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육아휴직이라는 특정 집단만을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게 하지 말고, 이미 교수사회에서는 시행도고 있는 유급휴직, '안식년'이라는 제도를 통해 누구나 다,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고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보편화시키자는 저자의 이야기는 새롭다기보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픈 엑시트는 우리 사회는 유기체처럼 항상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변화속에서 '살아남기'라는 것 보다는 '함께 살아가기'라는 명제를 떠올려보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