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온도는 무엇이고, 삶의 온도는 무엇일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멀리서부터 우리를 맞이하던 밥 짓는 연기처럼, 어머니가 끓이는 된장국 냄새처럼, 가꾸지 않아도 편안한 마당처럼, 가족들이 아랫목에 발을 맞대고 하릴없이 떠드는 말의 온기처럼,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교감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모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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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래전부터 요다음에 크면 나무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책이 되고 싶어요. 한 장 한 장을 바람과 벌레, 햇빛과 비, 새와 달빛으로 쓴 나무책이요. 봄이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져 여름에 빛을 발했다가 가을이면 잎이 떨어지고 겨울이면 사라지겠죠. 그렇게 끝없이 다시 시작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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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쉽고 그럴싸한 요리책 - 파워블로거 벨루가가 알려주는 간단하고 맛있는 레시피
최해정 지음 / 미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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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신장이 안좋아서 간이 센 음식을 자제해야하는데 할머니들이 으레 그러듯이 어머니 역시 짜지 않으면 음식이 맛없다시며 이미 짠 음식에 소금을 더 치거나 간이 센 조림 음식을 졸이고 또 졸이면서 드신다. 만들어 놓은 것을 데워 먹느라 자꾸만 졸여서 더 짜게 만드는 것 같아 며칠 전에 전자렌지용 탕그릇을 구입했다. 나 역시 간단히 전자렌지로 익히거나 따듯하게 해사 먹는 음식에 익숙해지고 있어서 더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요리책을 발견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불에 직접 익히고 데운 것이 확실히 전자렌지보다는 낫겠지만 효율성을 따지자면 전자렌지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짧은 점심시간에 후다닥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나에게는 전자렌지는 필수품이다.

 

처음에는 시판제품을 그대로 익히거나 냉동제품을 녹여 먹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명색이 '요리'라고 이름이 붙어 있으니 뭔가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기는 했는데 책을 펼쳐보니 이건 기대이상이다. 그리고 이건 정말 쉽고 간단한 요리법이 나와 있는데 꼭 전자렌지를 사용하라는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따뜻하고 깊이있는 맛을 즐기고 싶다면 요리법 그대로 전자렌지가 아닌 가스렌지를 사용할수도 있어서 너무 좋다. 한두가지 집에 있는 재료로 실제 시도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더 맛이 있어 좋다. 처음부터 해보고 싶은 건 마지막 파트 4에 나와있는 홈베이킹이었는데 이건 반죽을 해서 숙성하는 시간이 있고 또 믹스가루 같은 것이 필요해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다. 오븐이 없어서 빵이라는 것은 만들어보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전자렌지로 만드는 빵이라니! 놀라울뿐이다.

집에서 호떡을 만들어보겠다고 호떡 믹스를 사서 괜히 기름만 잔뜩 묻히고 모양도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두번다시 시도를 해보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호떡믹스로 시나몬롤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단지 전자렌지 특성 상 바로 만들었을 때는 부드럽지만 식으면 단단해질 수 있다고 하는것이 좀 아쉬운 부분이지만 바로 해서 먹을 만큼씩 양을 조절하면 괜히 음식낭비를 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아쉬움을 보완해본다.

 

햄과 소시지가 내게는 특히 더 안좋아서 별로 활용할만한 요리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도 앞서기는 했지만 그것이 들어간 요리를 빼놓고도 해볼 수 있는 요리가 많고 한끼 식단으로도 영양적으로 모자람이 없기도 해 만족스럽다. 소량으로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다는 부분과 채소를 익히기 위해 항상 기름을 썼던 것이 전자렌지를 사용하면 기름 사용이 줄어든다는 부분이 가장 큰 이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번주에는 또 어떤 요리를 시도해볼까... 자꾸만 뒤적거려보게 된다. 단호박이 좋은데 미니단호박 계란찜을 해볼까? 날이 추우니 간단히 물만두국이나 된장순두부찌개도 좋을 듯 하다. 아아, 이렇게 잘 해서 먹으면 또 살은 언제 뺄까 싶지만 그래도 일단은 잘 먹고 볼 일이다. 그러니 음식하기 힘들고 피곤하신분들 이 책을 참고해서 잘 챙겨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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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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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전시회에 갔다가 처음 들어본 작가의 작품을 봤을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 책을 통해 한두번쯤은 작품을 봤을수도 있겠지만 실제 원작을 미술관에서 처음 봤는데 그 느낌이 '축제'라는 제목처럼 가만히 보고 있으면 흥겹고 유쾌함이 느껴져 전시회를 관람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그때 봤던 그림이 호안 미로의 축제였는데 언젠가 스페인에 가게 된다면 그의 작품을 꼭 보고 싶다. 그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때 처음으로 내가 좋아서 보는 그림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었다.

사실 꽤 오랫동안 여러 책을 통해 지식을 쌓고 그걸 바탕으로 그림을 보고 내가 발견하지 못하는 그림 속 이야기를 읽으며 그림 보는 재미를 조금씩 느끼고는 있지만 그것이 정말 즐거움일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혼자 보는 미술관'은 더 관심이 갔다. 책 표지에 인용된 피에로 그림도 흥미로웠지만 혼자 보는 미술관의 의미가 더 궁금했던 것이다.

 

저자는 고전미술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에 대한 방법으로 타블라 라사,를 제시한다. 타블라 라사는 TABULA RASA 원래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백지 상태를 뜻하는 말로...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아무 선입견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다. T.A.B.U.L.A.R.A.S.A는 작품 감상 방법의 각 단계를 나타내는 약자로 앞의 여섯 단계는 시간, 관계, 배경, 이해하기, 다시보기, 평가하기의 단계이고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리듬, 비유, 구도, 분위기를 적용할 수 있다(17).

이 책은 여섯단계에 대한 설명을 실제 작품을 보면서 그림 감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고난 후 그를 바탕으로 8개의 관점에서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예술에도 철학이 담겨있고 의식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은유나 비유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한다. 단순한 사물이나 풍경의 모습이 담고 있는 의미는 그림을 그린 저자와 그림을 바라보는 독자의 모습이 다를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들 역시 그림을 보는 방식에 대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지금까지의 미술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미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가 조금 다른 것은 굳이 그 내용을 알 필요는 없다고 일축해버린다는 것이다. 참고해서 그림을 볼수는 있지만 그런 선입견이 되는 지식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래 전 어린 조카를 데리고 여행을 갔을 때 유명한 작품을 보는 것보다 미켈란젤로의 조각 모조품 앞에서 똥침을 놓는다고 즐거워하거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령의 신을 찾기 위해 신발의 날개를 찾아내는 놀이를 하는 것으로 미술관이 재밌어지는 것이 우리와 더 가까운 예술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에 더하여 예술작품을 보는 즐거움과 미적 감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예술 작품을 볼 때 우리는 T.A.B.U.L.A 같은 예술 치료, 정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덕적으로 진화하고, 우리 영혼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만나 타락한 인간의 실수에서 배운 다음, 영적인 깨우침에 이른다. 화가들은 이런 미지의 무의식으로 떠나는 여행을 우스꽝스러운 광란의 장면으로 표현했다. 나는 그런 작품들을 내면의 강력한 창조성이나 순수한 예술적 상상력에서 비롯된 우리 문화 최고의 예술로 평가한다"(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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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신해철! - 그에 대한 소박한 앤솔러지
지승호 지음 / 목선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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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해철 5주기를 맞아 그에 대한 헌정곡이 만들어져 예능 방송에서 공연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신해철과 이승환과 서태지가 같이 공연을 할 계획이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자꾸만 여러가지 이유로 '그가 살아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그의 존재가 크다는 것이겠지.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조차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 책은 그의 5주기를 맞으며 그와 한차례 인터뷰를 했었고 두번째를 계획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던 인터뷰어 지승호가 신해철을 기억하며 쓴 글을 엮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조금은 미약한 글이 되리라 짐작했고 그걸 감안하며 신해철이라는 사람, 음악가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부분의 가상인터뷰는 그 형식에 있어서 저자인 지승호 본인이 사망 후 천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신해철을 만나 짧게 대화를 나눈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가상인터뷰라는 것이 좀 코메디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 신해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에 대한 자료를 많이 봤으리라 짐작되는 바 저자 본인의 생각이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고인에 대한 평전을 인터뷰 형식으로 기록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실제로 그의 말에서 인용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글들에서는 뭔가 아쉬웠다. 아니,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겠지만 이 책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키워드를 통해 신해철이라는 사람의 활동과 사상, 음악적 업적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지만 그저 이런 저런 자료를 모아뒀다는 느낌을 넘어서는 존경,이랄까 그것이 조금 아쉬웠다. 아니 그에 대한 위대함은 이야기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 책은 그에 대한 평전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신해철에 대한 소박한 엔솔러지'이기 때문에 조금 더 영웅 신해철에 대한 떠받듬이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부 '내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신해철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히어로 신해철을 보여주기에 더 좋았을텐데 너무 균형을 잡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유명인들의 이야기보다 오히려 신해철의 팬들이 경험한 자신만의 이야기가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랬다면 그의 세심하고 배려깊은 따뜻한 마음을 더 많이 알게 되지 않았을까...

 

사실 나는 신해철을 잘 모른다. 그의 음악도 처음부터 들었던 것이 아니다. 내가 소장하게된 그의 첫 앨범은 친구가 두 개를 구매했을 때 갈취하듯이 하나를 얻어 듣게 된 것이고, 라젠카 음반 역시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의무감처럼 보기시작한 애니의 OST였기에 듣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그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고스트 스테이션의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그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가 털어놓는 삶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더 그가 좋아지기 시작했을뿐이다.

그래서 아쉬운 건 신해철에게 바치는 엔솔러지,라고 한다면 그냥 우리의 히어로 신해철이었으면 좋았겠고 좀 더 음악적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그의 평전이 따로 나왔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진즉에 책장에 꽂아두기만 하고 있는 진짜 그의 인터뷰집 쾌변독설을 꺼내어 읽어보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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