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
야마우치 마리코 지음, 박은희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꿈을 버리지 않은 여자들이 겪는 초조함과 좌절, 저항을 그린 12가지 이야기'라는 문구에 혹해서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외롭다, 라는 감정을 느껴보지는 않아서 이 글들은 도대체 어떤 느낌으로 읽으면 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또 하필이면 첫번째 단편의 제목이 '사요짱은 추녀가 아니야'라니. 오래전에 친구가 못생긴 여자는 결혼을 할수가 없다, 라는 말을 해서 엄청난 시간을 들여 토론같은 대화를 했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서로의 생각은 바뀌지 않고 이상과 현실이 어떻든 우리의 현실은 그저 예쁜 여자들이 잘 산다, 일뿐인 것처럼 되었을 뿐이었다.

"추녀를 대하는 남자들의 냉정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18) 같은 문장을 읽다보면 이것이 현실이야, 라는 생각도 함께.

물론 10대와 20대를 지나던 시기에는 그런 냉정함이 뾰족하게 다가왔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 모든것이 별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런 것에 상처받지 말고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주기를.

 

이미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완성하고 책 본문을 인용하려고 글을 쓰다가 마우스를 잘못 클릭해 다 써놓은 글이 사라져버렸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새로 글을 쓰려니 내가 써놓았던 문장들이 마구 뒤섞여버린다. 이것이 현실이야, 라니.

"이것은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때로 상처받고 좌절해도 꿈을 잃지않는"

뭔가 좀 놀림을 받는 기분이 들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누군가는 지금의 이야기 또 누군가에게는 오래전에 지나온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이야기가 되었을테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상처를 받고 좌절하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지만 결국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노라면 그저 평범한 삶일뿐이겠지만 각자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주인공들의 일상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소설이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읽으면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평범한 일상들을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들은 그리 강렬함을 전해주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가만히 읽다보면 뭔가 평범함 속에 담겨있는 특별함이 느껴지는 듯 하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러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리운 일이 많아지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나는 앞으로 점점 둔해지고 무감각하여서 무엇보다도 마음이 콩닥콩닥 뛰지 않는 돌 같은 노인이 되고 싶다. 외롭다거나 슬프다거나 쓸쓸하다거나 그런 감정을 느끼는 마음의 주름들이 모두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49, 옛날 이야기를 들려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 이런 문장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야기가 주는 흥미로움보다는 오히려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이런 문장들이 더 마음을 울려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드 뉴욕
이디스 워튼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디스 워튼, 퓰리처 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작가라고 하지만 나는 처음 듣는 낯선 작가다. 순수의 시대라는 작품은 영화제목으로 알고 있지만 영화 역시 본 기억은 없다. 그런데 올드 뉴욕을 읽으며 찾아보니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 징구의 작가였다! 그러고보니 올드 뉴욕에 실려있는 첫번째 단편을 읽고 이 아이러니한 유머는 서머셋 모옴의 글을 읽는 느낌이었고 그냥 그런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징구의 작가라니 새삼 올드 뉴욕의 단편들이 더 반가워진다.

 

애초에 이디스 워튼의 단편 모음집이 올드 뉴욕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된 것인지 설명이 없어 잘 모르겠는데 작품이 씌여진 시기를 생각하면 당시에 올드 뉴욕이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에 에이모 토올스 작가의 우아한 연인을 읽어서 그런지 내가 생각한 올드 뉴욕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조금 달랐다. 아무튼 이 단편집에는 모두 4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19세기 초 뉴욕 상류사회의 단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여성작가의 시선과 감성이 느껴지는 이 작품들은 천천히 잘 읽어야 그 특유의 담백한 문장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편 '노처녀'를 읽을 때 별 생각없이 문장을 넘겼다가 다시 되돌아가 베일을 쓴 부인이 멋진 망토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거나 백달러짜리 수표와 함께 아이를 놓고 갔다는 것, 특히나 '흑인' 잡역부의 집에 아이를 놓고 갔다는 글을 읽어야했다. 그저 한 갓난아기가 버려졌다,라는 의미만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시 글을 읽기 시작하니 역시 그 맛이 다르다.

 

이디스 워튼의 글을 읽으며 문장이 그려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한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촌철살인의 단편도 아니고 대서사가 담겨있는 장편도 아니고 조금은 늘어지는 느낌이 드는 분량의 글은 아무리 촘촘한 짜임새로 글이 씌여졌다고해도 마냥 재미있다고만은 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이런 느낌은 문학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내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다카하시 유타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이야기의 시작보다 그 전개과정에서 펼쳐질 인간과 고양이들의 애증어린 관계와 에피소드가 더 기대되는 검은 고양이 카페이다. 솔직히 그냥 소설보다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 만일 그렇다면 과연 꽃미남 고양이님들은 누가 등장하게 될지 기대해보게 되는 그런 유쾌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소설책이다.

 

직장에서 잘리고 실업급여를 받으며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는 구르미는 강가에 버려진 택배 상자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를 발견한다. 평소와 달리 비가 많이 내려 불어난 강물에 고양이가 휩쓸려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구르미는 고양이를 외면할 수 없어 자신의 처지가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다음날 우연히 발견한 카페에서 점장을 구한다는 것을 알고 그 카페의 점장에 지원을 하려고 하는데...

이야기는 이제 평범한 일상에서 급전환하기 시작한다.

아니, 사실 처음의 시작은 가벼운 듯 하며서도 거대 출판사에 계약직으로 근무를 하다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어버린 청춘,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려도 누구하나 그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계약직의 고단한 일상을 통해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까 싶었는데 이야기는 이외로 너무 쉽게 판타지로 흘러가 버려 좀 어리둥절하기도 하지만 금세 그 판타지에 빠져들어 버리게 될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다.

 

고양이의 보은, 은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매력적이고 기품넘치는 고양이들이 많이 나오는데 고양이들의 특성과 집사와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기도 해서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느낌도 갖게 한다.

고양이의 언어를 할 수 있게 된 구르미와 밤만 되면 인간으로 변하는 고양이들의 이야기는 재미만이 아니라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가족같은 관계를 미스터리하게 보여주고 결국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감동을 끌어내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흐믓한 마음으로 글을 계속 읽게 된다.

밤이 되면 꽃미남으로 변해버리는 꽃고양이들과 구르미의 케미넘치는 카페의 일상은 앞으로 또 어떤 고양이 손님을 맞이하게 될지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고 있어 검은 고양이 카페 그 두번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다리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지 클래식 2 - 클알못에서 벗어나 클잘알이 되기 위한 클래식 이야기 이지 클래식 2
류인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클래식은 어렵다, 라는 말에는 처음 접근하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음악을 듣다보면 잘 알지 못하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흥겨운 음악이나 하일라이트처럼 자주 듣던 부분은 귀에 쏙쏙 들어오니 귀기울여 듣게 되지만 그런 곡이어도 전체 악장을 모두 듣다보면 자꾸만 귀가 막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번 누군가의 추천으로 실내악곡을 듣다가 도무지 적응이 안되 역시 클래식은 어렵다,라는 생각으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중음악이라는 가요나 팝송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즐겨 들을 수 있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면 그냥 흘려듣고 말듯이 클래식도 그렇지 않을까? 하게 된다. 잠 못드는 조용한 새벽에 슬쩍 틀었던 바흐의 무반주첼로, 폭풍우치던 밤 친구들과 아무런 얘기없이 함께 듣는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던 쉰들러리스트OST의 바이올린 선율, 무료한 한낮에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2번, 딱히 듣고 싶은 가요가 생각나지 않을 때 쇼생크탈출에서 주인공이 교도소소장의 사무실에서 느긋하게 즐기던 모짜르트의 아리아.... 이렇게 조금씩 슬금슬금 좋아하는 클래식이 생겨나고 찾아듣다가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이 이지 클래식이 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뭔가 사연이 있으면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책 이지 클래식은 그렇게 음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클래식을 잘 알게 되기 위해 알아둬야 하는 음악가들과 이제 조금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조금 더 확장하여 할아야 할 음악가들에 대해 소개해주고 있다. 조금 더 우리의 일상에 친숙하게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드라마나 영화에 삽입된 OST곡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꺼내고 음악가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전해준다. 사실 바람둥이린 드뷔시의 이야기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말을 떠올리게 할만큼이어서 그의 곡을 들을 때 그냥 음악으로만 듣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곡을 처음 만들때의 부인과 완성했을 때의 부인이 다르다니 말이다.

 

클래식은 작곡가에 따라 음악이 다른것은 당연하지만 하나의 같은 곡을 연주하는 연주자에 따라서도, 혹은 같은 연주자라 하더라도 다른 장소, 연주시기에 따라 곡이 달라지는 것을 알기에 음악을 찾아 듣고 싶어도 어떤 걸 먼저 듣는 것이 좋을지 모를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책에는 추천곡의 큐알코드가 담겨있어서 책을 읽으며 그 작곡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역시 그림책과 음악책은 큐알코드가 책읽기를 더욱 확장시켜주는게 맞다.

책을 읽는 동안 음악가들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생겨났지만 그냥 지나쳤던 드라마까지 다시 내용이 궁금해지고 장면은 기억하고 있지만 그 뒤로 흐르던 음악은 기억이 나지않아 찾아 들어보기도 하다보니 예전에 즐겨 듣곤 하던 음악들도 괜히 듣고 싶어지는 날들이었다. 특히 재즈풍을 좋아해 노다메칸타빌레를 보기 전부터 좋아했던 거슈인의 음악이 그리워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세기 미국 미술 - 현대 예술과 문화 1950~2000
휘트니미술관 기획, 리사 필립스 외 지음, 송미숙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20세기 미국 미술이라고 했을 때 현대 미술에 대한 한 부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유명한 앤디 워홀이나 잭슨 폴락 좀 더 최근으로 와서 바스키아나 키스 해링의 작품을 볼 수 있으려나 기대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조지아 오키프까지. 그런데 뜻밖에도 책을 읽으며 현재 명성을 떨치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가 스치듯 사진 한 장에 실려 있고 우리에게는 괜한 자부심까지 느끼게 하는 백남준이 행위예술을 하는 장면도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더 좋았던 것은 20세기의 미국 미술에 포함되는 미술은 당연하게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만 또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00년 밀레니엄을 맞이해 휘트니 미술관에서 기획한 1950년에서 2000년까지의 미국미술과 문화라는 특별전시를 위해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자주 읽었던 미술서적이려니 생각했는데 '예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책에는 당대의 미술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을 보여주는 케루악의 작품 인용에서부터 필립 로스나 커트 보니것의 작품을 통해 미국의 현실을 언급하기도 하고 음악, 영화, 사진 등 모든 분야를 통해 시대의 흐름과 시대적 현실과 상황의 변화에 따른 예술의 변화에 대해 아우르며 설명을 해 주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좀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좀 단순하게 현대 미국의 미술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뿐이었는데 뜻밖에도 더 깊이있고 폭넓은 예술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솔직히 처음 접해보는 작가와 작품이나 개념들도 많아서 세세한 부분을 읽다보니 책을 다 읽고난 후 그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적으로 세계의 패권을 잡기 시작한 미국에서 아방가르드, 전위 예술이 시작되었고 아메리칸 드림의 열풍이 생기기 시작했고 팝아트가 유행하고... 이런 흐름을 생각하며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책을 읽으며 훨씬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추상이라거나 레디 메이드같은 것, 전위 예술... 처럼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많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예술을 보고 즐길 수 있다는 것과 또 그를 통해 시대의 상황과 현실을 알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것일테고. 이 책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대 예술을 훑어보고 나니 밀레니엄 이후, 그러니까 21세기에 들어선 현대의 미국 예술과 문화는 또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도 궁금해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