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도자 이야기 - 유네스코 세계 공예 도시 이천 도자의 어제와 오늘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자기는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아니, 실용적으로 그릇을 쓰기 시작한 역사는 오래되었을텐데 가만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 토기를 배우면서 이미 신석기인들이 토기의 미적 감각까지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사용하는 그릇의 원형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겠지만 지금 저자는 미적 예술품으로서의 최고봉에 이르는 백자와 청자의 기원과 현대 도자기의 근원이 되는 이천 도자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저자는 도자의 역사와 관련하여 일본과 유럽을 여행하며 본격적인 도자기 이야기를 한 이력이 있고 그 중 몇편의 책은 읽었기에 이번 우리의 도자 이야기는 그 종결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납치되어간 장인들이 우리 도자의 맥을 일본에서 이어가고 오히려 일본에서 더 발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우리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기도 했고.

 

이 책은 칠기- 쉽게 말하자면 자기와 옹기의 중간쯤에 들어갈 수 있는 그릇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천의 도자기 시대가 열리게 되었고 1,2세대 명장들과 그 뒤를 이어 명맥을 이어가는 장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현대에 이르는 칠기가마와 장인들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리나라 자기의 역사를 짧에 언급하고 있기는 한다.

임진왜란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미 우리나라는 수많은 것을 수탈당했는데 도자기 역시 예외가 아니며 그 당시에는 완성된 자기만이 아니라 기술을 가진 도공들이 노예처럼 끌려가고 납치 당해 일본에서 정착을 하며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수탈은 노골적으로 가속되었고 전문적인 자기기술은 일본인들이 독점을 하면서 나중에는 오히려 조선이 일본에서 도기를 입을 해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놀랍기만 하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에 분개만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잘 보존된 가마터를 지켜내어 가마의 역사와 도자의 흔적을 찾아도 쉽지않을텐데 현실은 오히려 그런 가마터를 무너뜨려 스키장을 만드는 것이라니.

물론 저자는 그런 부분만이 아니라 이천 도자기 축제를 이야기하며 우리의 도자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수요를 기다리는 소극적이고 정적인 방법을 벗어나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으며 청자와 백자 역시 과거 양식이 아닌 현대적 미학의 다양한 실험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그런 노력의 이면에는 국내에서의 소비 증가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도자기만을 연상시킬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도기의 수요가 늘어나고 공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더욱 발전된 자기의 생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식당에서 물을 마시더라도 플라스틱 컵보다는 못생기고 이가빠져도 도기컵으로 마시는 기분이 더 좋았지 않은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패티 유미 코트렐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미안해요'는 내가 사과를 할 때 쓰는 말이다. 직장에서는 늘 이 말을 썼는데, 사람마다 아주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사과 말이다. 미안해요, 제 실수예요, 라는 뜻일 수도 있다. 내가 널 망쳐주겠어, 나쁜 년, 이런 듯을 수도 있다."(117)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이라는 말은 이렇게 소설속에 인용되어 있다. 사람마다 아주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라는 말에서 어쩌면 이 소설은 작가의 의도대로 읽히지 않는것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면 작가 역시 자신의 의도라기보다는 하나의 이야기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밖으로 내보내게 되었다는 것일지도.

 

이 이야기는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소녀 헬렌이 같은 가정으로 입양된 한국인 남동생의 자살 소식을 듣고 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기 위해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래 전에 떠나 온 집으로 돌아가서 지낸 3일동안의 이야기이다. 물론 커다란 줄거리는 자살을 한 동생의 죽음의 이유에 대해 확인을 하기 위해 과거를 회상하고 양부모를 비롯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다. 시간상으로는 3일이지만 헬렌이 과거를 회상하며 입양된 가정의 양부모에 대한 이야기라거나 학교생활, 동생과의 일화 등을 따라가다보면 선뜻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단지 미국 중산층 가정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방인인 한국인 입양아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살한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는 뜻밖의 스릴러일까, 싶었지만 이 소설은 전혀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헬렌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던 그들의 가족과 그녀의 친구들, 그녀의 직장생활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그녀가 만난 인물들에게서 튀어나오는 한마디 말에 흠칫 하며 다시 헬렌을 보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오히려 동생이 철저히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며 마지막에 죽음 이후 자신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방법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은 도대체 그들의 삶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싶어진다.

이쯤에서 다시 그녀의 말이 떠오른다.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미안해요'......

 

"1년 전쯤, 나는 내 윤리의 나침반을 박살 냈다. 그 파편들은 사방으로 날아갔다. 박살 나기 전, 그 나침반은 내게 무용지물이었다! 차라리 파편이 나았다! 나는 그것들을 쓰레받기로 쓸어 모아 내다버렸다. 좌절하는 시기에 윤리의 나침반은 흔들릴 수 있으며, 사실극단적으로 윤리적 자세가 바뀔 수도 있다. 윤리적 자세는 콘크리트안에 고정돼서는 안 되며, 가끔은 윤리의 나침반을 흔들 필요가 있고, 때로는 파괴해야만 한다."(165)

삶은 죽음을 향해가고 있는 것이다.

입양아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방인이면서 이방인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전혀 다른 가정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화와 사회환경은 그들을 숨막히게 하고 따돌림을 당하게 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인가, 라고 묻는 듯 하지만 결국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극적이지도 않고 이야기같지도 않고 그래서 어쩌면 이것이 현실이고 작가의 자서전일까 라는 궁금증도 생기지만 이야기의 끝에서 그 모든 의문은 사라지고 - 자살을 택한 동생의 입장은 그 누구도 모르기때문에 - 헬렌의 입장에서, 또 독자의 입장에서 작가가 말하는 것, "나는 그저 목소리를 따라갔다. 스토리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마침내 헬렌의 이야기가 끝에 다다랐을 때, 나는 어떤 면에서 그 결말이 희망적이고 고무적이라고 생각했다."라는 그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떠올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 인생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남들 눈에는 아름다워 보이지 않겠지만, 내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2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년 전쯤, 나는 내 윤리의 나침반을 박살 냈다. 그 파편들은 사방으로 날아갔다. 박살 나기 전, 그 나침반은 내게 무용지물이었다! 차라리 파편이 나았다! 나는 그것들을 쓰레받기로 쓸어 모아 내다버렸다. 좌절하는 시기에 윤리의 나침반은 흔들릴 수 있으며, 사실극단적으로 윤리적 자세가 바뀔 수도 있다. 윤리적 자세는 콘크리트안에 고정돼서는 안 되며, 가끔은 윤리의 나침반을 흔들 필요가 있고, 때로는 파괴해야만 한다. 1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퍼트리샤 윌트셔 지음, 김아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에는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식물학자의 사건일지,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사실 여성,식물학자라고 되어 있기는 하지만 굳이 여성임을 강조할 이유는 없지않은가. 당시 여성으로서 법의학, 특히 법의생태학이라는 분야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퍼트리샤 윌트셔가 선구적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책의 원제는 The Nature of Life and Death라 되어있는데 이 제목만으로는 식물학 관련이라고만 생각이 되는데 엄밀히 말한다면 식물생태학의 과학적인 접근으로 범죄사실을 증명해낸 기록들을 퍼트리샤 자신의 삶을 녹여낸 에세이 형태로 쓴 글이다.

어린시절의 이야기,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이야기, 사건 분석을 하다 만난 남편 이야기도 그렇지만 초창기 범죄현장의 보존이라는 개념도 희미할 때 그녀가 찾아간 현장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경찰이 그녀를 위해 주변의 풀들을 모조리 베어내고는 자랑스럽다는듯이 말을 했다는 부분에서는 나조차도 경악을 금치못하겠는데 그녀의 표정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간다.

 

성폭행을 하고 범죄사실을 부인하는 남자들의 범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현장에 있는 식물들을 조사하고 그 특성에 따른 꽃가루 등을 통해 범죄 현장에서의 행동반경과 그들의 거짓증언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보이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변호사를 통해 부인할 수 없는 증거임을 확인한 가해자가 즉시 범죄사실을 자백하기도 하고, 특히 성폭행을 당한 소녀가 증언을 위해 법정에 다시 나오지 않아도 되었다는 이야기는 법의생태학자인 퍼트리샤의 놀라운 작업들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가져온 진실들도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혀 시신의 부패나 손상이 없어도, 그 반대로 심하게 부패된 시신 역시 그 환경에 대해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사망일시를 거의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신기했다.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많은 경우 시신에서 발견되는 이야기와 그들이 전해주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전해주고 있는 식물의 꽃가루와 포자, 균류들의 과학적인 분석은 놀랍기만 하다.

이처럼 법의생태학이라는 분야가 있다는 것은 생소하면서도 생소하지만은 않은 퍼트리샤 윌트셔의 이야기들은 삶과 죽음뿐 아니라 우리들의 삶과 죽음에 담겨있는 진실을 들여다보게 하고 있다. 철저한 과학적인 분석을 하면서 그 분석의 의미에 대해 상상력을 더하여 찾아내는 진실은 거짓을 밝혀내고 범인과 가해자를 잡아내며 또한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기도 한다.

그래서 퍼트리샤 윌트셔의 자전적 에세이인 이 책은 여러 의미에서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s087426 2020-01-30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 식물학자 타이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책 리뷰를 쓰려다가 이 리뷰글을 보고 격하게 공감하러 왔습니다. 다 같은 식물학자인것을... 이런 여성 강조타이틀을 볼 때마다 씁쓸하네요..

chika 2020-01-30 14:11   좋아요 0 | URL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바뀔 날이 오겠지요? ^^
 
아일랜드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7
한일동 지음 / 가람기획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41년에는 ‘더브 린(Dubh Linn: 어원상으로는 ‘검은 연못(Black Pool)‘이라는 뜻이며, 공식 아일랜드어 명칭은 Baile Atha Cliath)‘이라는 바이킹족의 왕국을 세웠는데, 이곳은 바이킹족의 정착지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이 되었다. 이곳은 노스족이 세운 영국의 요크(York)처럼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후에 아일랜드 공화국의 수도 더블린(Dublin)이 되었다."(121)

 

더블린의 어원이 이렇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내 버킷리스트는 더블린에서 더블린 사람들을 읽는 것이라고 해 왔었는데, 아직까지 더블린 사람들도 못 읽었고 아일랜드에는 갈 엄두도 못내고 있다.

아일랜드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가톨릭, 무장독립혁명, U2, 감자대기근 그리고 선교사...였다. 우리나라에는 아일랜드에서 오신 신부님들이 많이 계신데 아일랜드가 고향이신 신부님들이 제주도의 자연환경이 아일랜드와 흡사하다며 특히 제주도를 좋아하신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괜히 아일랜드에 대해 더 관심이 생겼다. 아일랜드 여행을 하고 있다는 누군가의 풍경 사진을 보면서 정말 쌓여있는 돌이 현무암이라면 제주도라고 해도 믿겠다 싶을 만큼 사진으로 보는 아일랜드는 제주도와 비슷했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독립을 꿈꾸는 아일랜드의 독립혁명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감자대기근은 세계사에서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니 왠만큼 관심이 있다면 다 알게 되는 사실들이다.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아일랜드의 역사에 대해, 특히 독립혁명운동이나 종교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조금 정리가 된 느낌이었고 남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구별도 조금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아일랜드에 대한 백가지 이야기처럼 이 책은 아일랜드의 자연환경에서부터 시작하여 문학과 예술, 언어, 종교 등을 포함하여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 이야기까지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다.

아일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꾸 우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 저자 역시 처음부터 지정학적 위치에서 강대국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경제적으로 성장을 이루었고 독립 투쟁을 하고, 대기근과 종교적 탄압이라거나 식민 통치 등으로 인한 한의 정서와 음주가무를 즐기며 가족 공동체를 중시하는 아일랜드인들의 성향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이 비슷하다는 점들을 강조하고 있으니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일랜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될수록 강하게 긍정하게 된다.

 

영화 원스, 티비에서 방송된 버스킹 프로그램을 통해 아일랜드의 풍경들을 보면서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는데 아일랜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알게 되니 정말 언젠가는 꼭 더블린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 펍에서 기네스를 마시며 U2의 음악을 즐기고 싶어진다. 온통 초록으로 물든 샴록풀밭에서 세잎클로버의 행복과 운이 좋으면 네잎의 행운도 찾아보고 아일랜드의 또 다른 초록빛의 상징인 성 패트릭데이에 패트릭성인을 기념하며 축제를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