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문학 선집
야마시로 세이츄 외 지음, 곽형덕 편역 / 소명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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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문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2차세계대전 당시의 상황이었다. 사실 오키나와의 역사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내의 식민지배와 비슷한 역사가 있다고 알고 있다. 일제국주의가 제주도를 병참기지화 하려고 했던 것처럼 오키나와 역시 그렇게 이용되었고 미군기지 시설로 인한 피해도 크다고 알고 있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제주 사투리가 제3의 언어처럼 느껴지듯 오키나와 사투리 역시 그런 느낌이라 여러면에서 제주와 비슷한 수탈과 억압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어서 오키나와 문학이라고 했을 때 괜한 끌림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첫 시작은 생각과는 달리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우리 문학도 근대 소설이 마냥 읽기 쉽지만은 않으니 당연한 것이라 위안삼아보지만 그래도 역시 읽기 편하지는 않다. 어쩌면 이 선집을 읽기 전에 처음 접했던 오키나와 문학이 2차세계대전의 끝무렵을 다룬 일제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고발문학과 같은 글이었고 이 문학선집 역시 그러한 내용을 기대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초반에 실려있는 단편들을 넘기니 조금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여전히 오키나와 문학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 느낌에 마음이 무겁다.

이건 제주의 문화와 4.3에 얽힌 역사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제주 4.3문학을 이해하겠다고 덤벼드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더 부끄러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마노구치 바쿠의 '탄알을 뒤집어 쓴 섬'은 짧지만 굵게 읽히는 시여서 기억에 남는다.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오키나와 섬의 궁핍함에서부터 시작하여 - 그러니까 오키나와가 일본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오키나와에서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점차 현대로 오면서 전쟁이 일으킬 수 있는 온갖 문제들을 다 떠안아야 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 역사는 현재진행형임을 미군기지에 대한 이야기로 끝맺고 있다.

사실 많은 작품들 속에서 그나마 낯익은 작가는 메도루마 슌이 유일하지만 단편들을 읽으며 낯선 작가 이름들을 굳이 기억하려 하지는 않았다. 처음 독서는 오키나와 문학에 대한 만남 정도로 익혀보려고 했는데 지금 괜히 글을 쓰려니 글 욕심에 책을 뒤적거리게 된다. 그러다 그냥 멈추고 만다. 글쓰기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진짜 독서를 위해 오키나와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많은 이들이 제주의 수탈의 역사를, 제주 4.3의 역사와 아픔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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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주년 작품이라니! 그것도 제목이 '세상의 봄'이라니.

책을 받고 바로 인증하려고 책을 꺼내 든 순간 온통 꽃분홍이 보여 잠시 생각이 멈췄다.

그러니까 표지가 2개의 버전이었던가? 하며 다시 보는 순간.

하아... 이걸 어쩌나. 하 권만 두 권이다. 그래도 상 권이 두 권이었다면 먼저 읽기라도 시작해볼터인데 이건 하 권이니 어찌해볼도리 없이 상 권이 오기만을 기다려야한다. 이 기다림은 언제 끝나려나. ㅠㅠ

 

 

 

 

 

 

 

 

 

 

 

 

 

 

 

 

 

 

 

 [쓰지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입밖으로 나온 말들, 맞이한 새벽들, 지냈던 도시들, 살았던 삶들 모두가 책의 페이지로 만들어져야 한다"

2015년 6월 아흔의 나이로 제임스 설터가 숨졌을 때 부인 케이 엘드리지 설터는 어마어마한 양의 상자를 발견했다. 이미 출판된 최종 원고뿐 아니라 메모와 초고까지 꼼곰히 모아둔 것이었다. 그 가운데 '최고'라 생각된 글을 추렸다. 책에 실린 산문 35편마다 저자가 기억하고 기록한 사람, 장소, 시절이 촘촘히 빛난다. 그 안에는 어떻게 해서든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삶이 계속되고 있다.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았던 마음이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책 없이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는 미련이 읽힌다. "책도 책이지만 내가 쓴 것들, 반드시 출판할 필요는 없는 그 글들을 두고 갈 수 있을까?" 글은 그가 소유한 것 중 가장 가치가 있었다.

 

 

 

 

 

 

 

 

[이끼와 함께]

 

이끼는 식물 세계의 양서류다. 물을 떠나 육지로 나섰을 때 가장 큰 난관은 생식이었다. 자와 정자가 물속에서 떠다니다 만나는 방식은 어려워졌다. 이끼는 난자를 물로 보내지 않고 암그루 안에서 보호하는 방식을 택했다. 모든 식물이 취하는 이 전략은 이끼가 처음 고안한 것이다. 이끼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한다. 지붕빨간이끼처럼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살 경우 유성생식을 택해 포자를 날려보낸다. 네삭치이끼들은 밀집한 정도에 따라 성별을 바꾼다. 이끼 숲은 그 안에 많은 생명체를 품는다 1그램의 이끼 안에 원생동물 15만 마리, 물곰 같은 완보동물 13만 마리 이상이 산다. 이끼는 작은 곤충의 터전이 되고, 곤충들은 이끼의 정자를 옮겨 번식을 돕는다. 어린 나무는 이끼의 수분을 먹고 자란다. 이끼는 수분을 머금는 능력이 탁월해 북미 원주민들은 기저귀와 생리대로도 사용했다. 북미 원주민 출신의 식물학자인 저자는 현대과학과 부족의 전통지식을 오가며 이끼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향모를 땋으며]

"돌고 돌아 내가 도착한 곳은 처음 출발한 곳, 아름다움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것은 과학이 묻지 않는 물음이었다"

책을 들추자 작은 종이첩이 발등으로 툭 떨어졌다. '책사용설명서'였다. 표지 종이는 앙상블 엑스트라화이트 130그램, 본문 종이는 전주페이퍼 그린라이트80그램 같은 책 기본 사양은 물론이고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배경지식이 담겼다. 편집자도 책을 만들면서 '향모'라는 식물을 처음 들어봤다는 친근한 고백도 곁들였다. 570쪽에 달하는 책 두께가 사용설명서를 읽는 동안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저자는 어린 시절 숲페서 경험했던 식물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에 이끌려 식물학자가 되었다. 과학이라는 증거와 논리의 세계 안에서도 끝내 닳지 않았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저자의 눈은 아메리카 원주민이라는 그의 '뿌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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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3-02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권만 두권? 잘못 온건가요? ㅜ

chika 2020-03-02 18:40   좋아요 0 | URL
안타깝게도... 네. 어떻게 할지 연락을 기다리는중이예요. ^^;;

2020-03-02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일미사가 없는 주일.

뭔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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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피에르 크리스탱 지음, 세바스티앵 베르디에 그림, 최정수 옮김 / 마농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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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그의 삶 자체가 혁명적이고 그의 삶이 프롤레타리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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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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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인간은 문자 그대로 별 먼지로 만들어졌다. 아니 지구의 모든 것이 별 먼지로 만들어졌다. 인간과 지구의 모든 것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고 동시에 우주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세상이 궁금할 때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당신까지/ 신시아 브라운, 이근영 옮김, 해나무,131)

얼마 전에 읽은 책이 떠올랐다. 우주와 빅뱅과 방탄 소년단의 DNA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책의 제목이 왜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라고 되어있는지는 알 것 같다. 지구의 모든 것이 별 먼지로 만들어졌다,라는 말을 이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만약 하늘의 별에 관해 알기 원한다면 저 하늘을 보기 전에 먼저 거울 앞에 선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거울에 비친 당신은 우주 역사의 체현이다.”(200)

 

우주를 생각하면 뭔가 신비롭다. 언젠가 해가 지고 난 저녁에 바닷가를 간 기억이 있는데 근처에 가로등 불빛조차 없어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내 시선에는 온통 칠흑같은 어둠뿐이었다. 외부에서 그렇게 드넓게 펼쳐진 암흑속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은 정말 광활한 우주에 홀로 유영하고 있는 느낌과 비슷할까, 라는 상상을 하게 되고 그건 신비로움 약간에 두려움이 더 큰 묘한 경험이었다. 그런 어둠속에서 밝게 빛나는 별빛을 보게 된다면 과학적인 검증보다는 감성적인 생각을 더 하게 되지 않을까.

 

과거에는 온 세상이,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점차 과학이 발전하면서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으며 태양계가 은하의 한 끄트머리에 있으며 초신성의 잔해가 흐트러진 우주에 빅뱅의 이론으로 팽창해져가는 우주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다. 사실 책을 읽으며 천문학이 수학의 방정식으로 설명되는 것도 내게는 쉽지 않고 과학적 증명의 이론도 쉽게 설명되었다고는 하지만 단박에 이해할만큼 쉬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수학의 공식, 종교의 율법, 우주의 섭리와 같은 운명적인 우리의 만남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우연처럼 보이는 과학의 발견들은 백억년전의 시작과 지금의 우리의 현재를 끊임없이 새롭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상 우주론의 우주가 마치 완성된 성인이 과거, 현재, 미래에도 변함없이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면, 빅뱅우주론의 우주는 영아, 유아, 소아, 청소년, 청년, 장년 등을 거쳐가면서 점점 변화하는 사람의 모습과 같다. 운동하거나 변화하는 것, 즉 '진화'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영원'한 것만이 참되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했을까? 우주는 과거와 현재가 다르고 현재와 미래가 다르다."(183)

 

평면적인 세계관에서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적인 지동설이 온 우주를 뒤흔든 느낌이다. 물론 지금이야 아주 당연한 생각이지만 당시 종교재판을 떠올린다면 지동설은 가히 혁명이라는 말이 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후 망원경의 발명으로 천문학은 점점 더 발전하게 되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환경이 우리 은하 어딘가에 또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이 더 이상 가설이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우리는 우주의 광대함에 압도되어 우주의 끝이 어디인가를 종종 묻곤 한다. 하지만 우리를 더 설레게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우주가 내재하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의 한계는 무엇인가? ...... 인간보다도 더 경이로운 현상이 저 우주 어디에선가 일어날 수도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질문은 과연 어디에서 멈출 수 있을까?"(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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