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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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브렛. 마흔 다섯. 별로 깊은 생각 없이, 삶이 불완전하기는 해도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무한히 계속되리라 여긴다.... 자신의 삶은 이제 정점에 이르렀으며 이십 년간 지속된 토드 길버트와의 부부생활로 천천히 침식당한 청춘의 탄력성이 붕괴의 마지막 단계에 다다랐따는 사실을 그녀는 깊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아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에 관한 개념이 본인의 생각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취약하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그녀에게서 살인자의 모습이 튀어나오기까지 앞으로 고작 몇 달의 시간이면 충분할 텐데도. (10)

 

첫시작부터 '살인자의 모습'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그 여자 조디 브렛과 그 남자 토드 길버트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지만 책을 읽고 있는 나 역시 도무지 살인의 징조는 찾아볼수가 없는데 말이다.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것들을 참아내며 성장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남편의 외도를 참아내며 결혼생활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고 있지만 그는 그녀에게로 돌아왔고 그녀는 그런 상황에서도 아무일 없다는 듯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변화가 생겼다. 아니, 그건 그녀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 남자가 바란 것도 아닌 것 같다. 문제는 그 남자가 마지막으로 바람을 피운 상태가 그의 절친인 딘의 딸 나타샤였고 그에게도 딸과 같은 그녀는 어린 치기가 아니라 정말로 그남자의 이혼을 요구하고 임신한 자신과의 결혼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곧 그와 그녀의 결혼생활이 무너진다는 뜻인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와 그의 이야기가 교차로 이어지면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그들의 생각과 관찰, 대응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어서 상댕방의 대응하는 생각과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줄거리만을 보면 뻔해보이는 이야기가 결코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 서술 방식은 이처럼 그여자와 그남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것과 그에 더하여 그여자의 이야기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 아들러 심리학은 그여자에게서 튀어나오는 살인자의 모습을 잊게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결국 집을 떠나버린 토드가 기다려도 오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 조디는 결국 자신의 평온함을 지켜내기 위해 무엇인가를 결심하게 되는데...

문장에 담겨있는 섬세한 감정의 변화들은 책을 읽으며 집중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사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뭔가 이야기에 집중이 되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 몰입하게 된다. 이야기의 끝이 무엇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궁금해지는 이야기. 그리고 '그녀는 미래에 눈을 두지 않고 일상사에만 집중하며 순간에 충실하게 살아간다'라는 첫장을 시작하는 문장과는 달리 나는 그녀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살인을 암시하지만 살인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이야기의 끝에서 자꾸 그녀의 미래를 응원하게 되는 마음이 불안해진다. 결코 선이라고 할 수 없는 이 마음이 악이 될수도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불안감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조용한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는 건, 어쩌면 조용한 아내, 그 여자가 내 주위에도 평범하게 존재할것만 같기 때문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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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친절은 맹장염만큼이나 고통스럽다.
나는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는데, 아이들은 너무 친절하고 그 와중에 또 자신들의 친절을 계속해서 되살리고 재충전해서 베풀고있으므로, 나는 몸을 앞으로 구부린 채 잠시 가만히 멈춰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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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 정원과 화분을 가꾸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식물 이야기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지음, 류동수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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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는 분이 수선화와 튤립 뿌리 몇개와 꽃피는 허브 몇 종류를 갖다 주셨다. 집에 작은 마당이 있는데 어머니가 꽃을 좋아하셔서 수선화 구근을 좀 달라 말씀드렸더니 꽃피는 것들을 눈에 보이는대로 갖다주신 것이다. 향이 좋은 제주 수선은 이미 철이 지나 꽃이 다 져버렸지만 샛노란 왕관모양의 노란 수선은 꽃망울이 올라올 때 받았는데 오늘 출근하면서 보니 벌써 꽃이 대여섯개나 피어나고 있었다. 꽃이 지고난 후에 그대로 잘 두면 내년에도 꽃을 볼 수 있을까?

사실 히야신스가 너무 이쁘게 피어서 구입을 하고 꽃이 지고난 후 혹시나 하는 맘에 마당의 화분에 버리듯 심어 뒀더니 그 후로 해마다 꽃이 피어나서 좋기는한데 처음 화원에서 사 왔을때의 그 화려하고 탐스러운 꽃은 더이상 피어오르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것일까?

 

책을 읽다보면 튤립이 정말 심기 힘든 식물이라고 나온다. 그런데 이 정보만으로는 튤립이 꽃을 피우고 난 후 튤립의 구근을 그대로 뒀을 때 다음 해 또 꽃을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다른 책에서는 그럴 수 없다고 본 기억이 있는데...그래도 야생 튤립의 꽃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지 조금은 기대가 된다.

아무튼 큰 기대는 없었는데 중반을 넘어 읽다보니 농작물도 파종시기가 있듯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마당에 심는 시기와 정원 일을 위한 시기별 할 일이 정리되어 있기도 하다. 식물을 키우는 것은 경험치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주듯이 지금 시기에 튤립 구근을 심는 것이 맞다고 적혀있어 내심 감탄하고 있다.

 

처음 식물의 특성, 재배환경, 종류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식물에 대한 전반적인 상식 이야기들이어서 다른 식물 이야기 책과 그리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식물 자체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식물을 키우는 정원에서 마주칠 수 있는 벌레, 곤충, 흙.. 같은 환경적인 것과 식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요소들을 읽다보니 역시 정원사의 글이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상식처럼 알고 있었던 달걀껍질이나 차 찌꺼기를 흙에 뿌려도 좋다는 것은 뭔가 특별함보다는 차를 마실때 뜨거운 물을 부었을 뿐 사람이 차로 마시는 것이어서 식물에게도 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에 앞으로 마당에 슬며시 던져넣어도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것같다.

식물에 대한 것도, 정원가꾸기에 대한 것도 알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는데 지금 당장 가장 유용한 정보는 '잘 관리해도 식물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었다. 물만 충분히 주면 된다는 스파티필룸을 키우고 있는데 집 마루에서 꽃이 피지 않아 왜 그런가 싶었는데 어쩌면 너무 따뜻한 환경이 오히려 꽃을 못보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잠시 화분의 위치를 바꿔 현관에 놓아둬봐야겠다.

 

그리고 관상용 식물의 대부분이 외래종이라고 하는데 - 이것은 단지 독일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런 외래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토박이로 살아온 품종들을 몰아내는 것이다. "생태계를 훼방 놓지 않으려면 모든 의식 있는 정원사가 나서서 이런 외래종 식물들의 씨앗이 성숙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진 꽃은 지체하지 말고 잘라주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정원사는 이런 식으로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111)

 

이렇게 여러 측면에서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는데 무엇보다 책에 실려있는 수많은 식물, 꽃 그림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 식물 세밀화가 너무 멋지게 그려져 있어서 누구의 그림일까 궁금했는데 출처가 슈투트가르트의 뷔르텔베르크 주립도서관 소장 도서, 라고만 되어 있다. 다른 식물관련 도서에서 본 개양귀비꽃 그림이 똑같은 느낌인데 고서의 그림이 똑같이 인용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름다운 꽃그림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책을 읽는 즐거움이 배가되어 좋았다. 식물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식물에 관심이 있다면 또 당연히, 식물의 광합성으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산소를 들이마시는 인간이라면 모두가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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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본연의 모습과 문명화된 까마귀의 모습, 썩은 고기를 먹는 동물로서의 까마귀와 철학자로서의 까마귀, 완전한 존재인 여신으로서의 까마귀와 시커먼 얼룩으로서의 까마귀, 개별자로서의 까마귀와 조류로서의 까마귀 사이에는 끊임없이 놀라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애도와 삶,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도 동일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것 같다. 나는 까마귀로부터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40.

 

 

이제야 책을 읽는 중이어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벨맨 앤드 블랙,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두 책은 서로 결이 다른 것이지만. 단지 그냥 블랙,으로 연상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연결이 되는 부분 아니겠는가.

 

 

 

 

 

 

 

 

 

 

 

 

 

 

 

 

 

 

 

 

 

미미여사의 30주년 기념작,이 신간인것처럼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파수꾼도 신간이 맞는거겠지? 최근에 출간된 환야나 유성의 인연은 재간인데. 누구 말대로, 정말 아무리 물가가 오르고 종이값도 오르고 그랬다지만 번역이 달라지는 건 아닐텐데 책값이 많이 올랐구나.

비 내리고, 온 몸이 쑤시고, 식곤증처럼 자꾸 졸음이 쏟아져 정신을 못차리는 사이, 문서 작성은 자꾸만 틀려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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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을 제대로 키우려면,

정원을 가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튤립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로 통한다. 묵직한 튤립 알뿌리를 가을에 심으면 멋지게 꽃이 피지만, 그 이듬해에는 이파리 몇개만 형성되는 것을 너무나 자주 경험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까?
이 식물들이 여름철에 너무 습한 상태로 지냈던 데 이유가 있다. 중유럽 토양이 다 물이 잘 빠지는 것은 아닌 데다 유럽의 기후 여건이 지중해나 스텝기후인 소아시아 지역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튤립에게 필요한 건 여름철의 건조한 토양과 높은 기온이다. 이걸 가장 잘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튤림을 화분에 심은 다음 꽃이 핀 뒤에 구석지지만 가능한 한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 두는 것이다. 그리고 잎은 완전히 말라 거의 저절로 알뿌리에서 떨어져나올 때에 비로소 제거해주어야 한다. 튤립은 중노동을 하는 꽃이다. 매년 이식물은 제 알뿌리를 다 먹어치우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양분 저장고를 만들어야 한다. 그 밖에도 이 식물은 이미 봄에 그 이듬해 봄에 필 꽃과 잎을 만들어놓는다. 수많은 왕성한 튤립 품종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듯 추가로 작은알뿌리들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런 알뿌리들은 아직 꽃을 피우지는 못한다.
하지만 잘 돌보아줄 경우 한 해 뒤에는 우리에게 꽃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제 튤립을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면서 봄철 성장기에 적어도 두 번, 그러니까 한 번은 꽃봉오리가 맺힐 때, 또 한 번은 꽃이 막 시들 때 적정량의 액체비료를주기 바란다.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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