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사라진 밤
루이즈 젠슨 지음, 정영은 옮김 / 마카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일요일 아침에 잠에서 깬 앨리슨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다. 몸은 상처투성이고, 전난 밤 데이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게다가 거울 속에서 자신을 마주 보고 있는 것은... 생저 처음 보는 얼굴의 여자였다!"

 

이런 문장을 읽고 책의 내용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더구나 요즘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문제시 되고 있고 성착취가 이루어지는 박사방에 대한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끔찍해지는데 혹시 이 책은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을 때 그 내용에 대해 미리 알고 글을 읽으면 이해가 더 쉽게 된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 이야기의 스포일러가 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내용에 대한 정보없이 소설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은 책을 읽기 전에 짐작하고 있는 그런 얘기는 아니라는 걸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 어쩌면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반전이 거듭되고 있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되는 효과가 큰 것일까? 아무튼 책을 읽다보면 금세 눈치채게 되기는 하지만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남편 매트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앨리슨은 함께 지내면서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 같아 잠시 별거를 하며 시간을 갖기로 하고 친구 크리시의 집으로 이사를 간다. 또 다른 친구 줄리아가 이혼을 하고 사촌의 집에서 살게 되는데 크리시와 줄리아는 이웃하고 있어서 앨리슨과 두 친구는 더욱 더 함께 어울리게 된다. 다른 두 친구는 별거중인 앨리슨을 설득해 데이트앱에 가입 해 누군가와의 약속까지 잡게 만들어버린다.

데이트를 하러 나간 다음날 집에서 잠이 깬 앨리슨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전혀 기억할수가 없다. 더구나 머리에는 맞은 듯한 상처가 있고 자신은 물론 친동생 벤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병원에 가서 안면인식장애와 단기기억상실을 진단받은 앨리슨은 그 날 이후로 보이지 않는 크리시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두려워 선뜻 경찰서에 가 사건조사를 의뢰하지도 못한다. 그런 앨리슨에게 알수없는 낯선 외부인이 그녀 근처를 맴돌고 정체불명의 협박 편지가 날아온다.

 

앨리슨의 친구, 남편, 이웃들... 모두가 의심스럽고 모든 것이 불명확하며 앨리슨 자신의 무죄 역시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앨리슨은 어떻게 해서든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려 하고 조금씩 밝혀져가는 진실에 이야기의 끝이 무엇인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다.

초반부터 스릴과 긴장감 넘치게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예상했던 이야기의 흐름은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재미도 느끼게 한다. 심리적인 묘사와 긴장감의 극대화는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높이기는 하지만 최종 결론에 가서는 왠지 좀 맥이 풀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시간이 흐른 후 서평을 써야겠다고 다시 되새겨보기 시작하니 그저 허무한 결론이라고만 하기에는  아쉬운 평가라는 생각이 든다. 가해자와 피해자, 마녀사냥과 진실, 용서하기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앨리슨이 느껴야 하는 공포와 두려움은 자신도 모르게 사진이 찍히고 영상이 촬영되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의 결말은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얼굴이 사라진 밤]이 강한 몰입을 하며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그 과정들이 갖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니 이 소설의 느낌이 또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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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뒤에는 새로운 사람, 동물, 꿈,
사건이 생기지 않는다(아주 어린 나이에 이렇게 되는 사람도 있다). 모두 전에 겪었던 일, 전에 만났던 사람이 다른 가면을 쓰고 나타날 뿐이다. 옷차림, 국적, 색깔이 달라졌어도 모두 똑같다. 모든 것은 과거의 메아리이자 반복이다. 슬픔도 없다. 순전히 죽음을 앞둔 아주 작고 마른 고양이 때문에 엄청난 괴로움, 외로움, 배신감 속에서 몇 날 며칠눈물을 흘리던 오래전 기억과는 조금 다른 경험 앞에서도 마찬가지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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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아무리 덮어두려 해도 언젠가 드러난다. 추악하고 어두운 비밀은 어떻게든 밝혀져 우리를 파괴한다. .....
우리 가족을 지탱하고 있던 그 작은 선의의 거짓말들. 서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했던 거짓말들. 진실이 너무나 추악해서, 너무나 추악해서 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거짓말들. 390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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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처음에는 그 사건으로 인한 부끄러움과 이웃의 곱지 않은 시선에 외출을 피하게 된 것이었겠지. 하지만 그 후더 큰 비극이 닥칠 줄 알았다면 엄마도 그렇게 웅크리고 있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삶을 즐기지 않았을까? 따스한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을 머리칼에 받으며 해바라기밭을 거닐지 않았을까? 하다못해 거리를 걸을 때라도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고개를 들지 않았을까? 나로서는 영영 알 수없다. 너무 많은 것들을 나는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병가 때문에 시간이 많아서인지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인생의 유한함을 떠올리게 됐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생각하고 있다. 자꾸만 떠오르는 과거의 일들을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내려 애썼지만, 기억은 댐의 벽에 스며 나오는 물처럼 자꾸만 내 의식으로 스며 나왔다. 혹시 내 무의식이 내게 말을 걸고 있는 걸까? 머리에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해바라기밭을 거닐라고 말하고 있는걸까?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고개를 들고 거리를 거닐라고 말하고 있는걸까? 하지만 이완이 저 밖에서 나를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아는 이상 나는 결코 그럴 수 없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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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은, 진수성찬 주먹밥 - 최강의 맛 오니기리와 감자샐러드 & 핫샌드위치 레시피 102
Tesshi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스타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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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주먹밥을 주말마다 먹던 떄가 있었다. 편의점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밥에 초양념을 해서 김가루를 넣고 손으로 적당히 잡아 뭉친 그런 주먹밥을 집에서 만들어 싸들고 다녔다. 어머니 모시고 공원이라도 가려할 때, 어머니가 가리는 음식이 많아 외식을 하려면 식당을 찾기도 힘들고, 운동이나 산책을 할 때마다 애매한 식사시간 때문에 어쩌나 고민하다가 간단한 김가루밥을 만들고 단무지를 담아 갖고 갔더니 식비도 절약되고 어머니도 간단히 잘 드셔서 그 후로는 채소를 곁들여 주먹밥을 만들기도 했다. 채소를 다듬어 썰고 익힌 후 주먹밥을 만드는 과정의 노력에 비해 결과물은 그닥 폼이 나지 않는 것이기는 했지만 한때 우리의 식사를 책임져주었던 주먹밥에 대한 기억이 '진수성찬' 주먹밥 책을 보니 그때 내가 만든 것은 정말 폼이 나지 않는 주먹밥이 맞구나.. 싶다.

 

그냥 쉽게 생각해서 있는 재료들을 다 섞어서 밥이랑 뭉치면 그게 주먹밥인거 아냐? 라고 생각했는데 주먹밥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고 재료의 어우러짐이 있고 비주얼도 무시할 수 없어 사진에 잘 찍히는 모양새도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트레일러 운전을 하는 남편의 도시락과 공부를 하는 아이가 한손에 잡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주먹밥을 원해 영양을 생각하다보니 이렇게 진수성찬인 주먹밥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끼 식사분량의 주먹밥 세개는 많이 만들다보니 생긴 노하우가 딱 먹기에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주먹밥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역시 가족사랑이란...

나름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면 자신만의 조합으로 주먹밥을 만들면 되겠지만 있는 재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교과서적인 레시피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주먹밥 만들기 교재로 최강일 듯.

 

레시피 중간중간 테이스트 팁,이 있어 재료의 맛을 더해주는 방법이라거나 시판용 초밥초 말고 수제초밥초를 만드는 법도 적혀있다. 햄과 소시지를 먹지 않으니 만들어 볼 주먹밥의 별로 없어보이지만, 이제 햇감자가 나오면 주먹밥 말고도 감자 샐러드와 핫 샌드위치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레맛 감자 샐러드와 오믈렛 핫샌드위치만 있으면 더워지는 여름에 뭘 먹어야하나 고민하지 않고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될 것 같다.

그러고보니 짧은 점심시간에 땀 뻘뻘흘리면서 불앞에서 요리할 생각하지 말고 간단히 주먹밥을 만들어 놓으면 되겠구나. 이제 재료를 준비해서 주말에는 주먹밥과 샌드위치를 만들어 식사를 해 보고 괜찮으면 본격적으로 주먹밥의 계절을 맞이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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