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다 그런 거야. 인간이란, 사회란, 그런 거야. 하지만 잘 기억해둬. 살인과 약을 비교하면 살인을 더 무서운 눈으로 보지만 그런 건 정도 문제야. 약으로 집행유예 기간이라고 해도 들키면 엄청나게 색안경 끼고 볼 거야."
창가에 놓인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었다.
오늘 이 거리는 별나게 조용하다.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끝까지 무사히 살아갈 수 있으면 그보다 나은 건 없지. 우리는 말이야, 이 나라에서 시합을 하는 선수같은 거야. 다카오 군은 약, 나는 살인..... 룰을 깨고 반칙을 한 거지. 다카오군은 옐로카드, 난 완전히 레드카드. 경우에 따라서 한 방에 퇴장.....사형이란 것도 있지. 인제 시합에는 나갈 수 없어. 아니, 영구추방인가. 두 번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갈 수 없지. - P174

그렇지만 말이야 반칙이란 언제 누가 할지 모르는 거고, 별 악의가 없어도 순간적으로 아차 해서 할 때도 있잖아. 단방에 퇴장당하면 반성이고 뭐고 없지만 그래도 우리처럼 재출장이 허락되면 한 번더 해보자. 하는 그런..… 뭐랄까...한번 시합에서 아웃당해본 인간만 아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한번 사회의 틀 밖으로 벗어나서밖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 있다고 할까. 아아, 사회란이런 거구나, 법이란 이런 거구나.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됐구나 하는 식으로 말이야. 그건 절대 나쁜 면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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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정말 대단한 호사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충격적이고 놀라운 즐거움을 맛보고, 고양이의 존재를 느끼는 삶, 손바닥에 느껴지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털, 추운 밤에 자다가 깼을 때 느껴지는 온기,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고양이조차 갖고 있는 우아함과 매력, 고양이가 혼자 방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우리는 그고독한 걸음에서 표범을 본다. 심지어 퓨마를 연상할 때도 있다. 녀석이 고개를 돌려 사람을 볼 때 노랗게 이글거리는 그 눈은 녀석이 얼마나 이국적인 손님인지를 알려준다. 우리가 쓰다듬어주거나 턱을 만져주거나 머리를 살살 긁어주면 기분 좋게 목을 울리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 친구. 264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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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가 물을 마시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맞아요, 그렇죠, 병원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병이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또 다른 증세가 나타나거든요. 고양이 스스로 죽음을 겨심하는 게 바로 그 증세예요. 그래서 어딘가 서늘한 곳으로 기어들어간답니다.. 피가 뜨겁게 달궈져 있으니까요. 그렇게 서늘한 곳에 웅크리고 죽음을 기다려요.
...

하지만 그냥 고양이가 아니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비록 모두 녀석과는 상관없는 인간적인 이유이긴 해도, 하여튼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녀석이 죽어가는 것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
...
내가 어디에 놓아두든 녀석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기운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입을 열어 용액을 받아먹으려 하지 않았다. 절대로. 남은 힘을 모두 거부의 뜻을 표현하는 데 쓰고 있었다.
...
그러다 검은 고양이가 회복되기 시작하자 최악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사람의 관점에서 그랬다는 뜻이다. 어쩌면 검은 고양이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였는지모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억지로 다시 살아나게 되었으니까. 검은 고양이는 무슨 일이든 생전 처음 해 보는 새끼 고양이 또는 아주 나이가 많은 노인 같았다.  배변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 하지만 녀석의 증세가 차츰 나아졌다.
... 그래도 녀석은 이제 평범한 본능을 지닌 평범한 고양이로 살아가고 있다.

102-115

 

 

 

 

고양이는 낯선 생물이나 사건을 몇 시간 동안 계속 지켜보곤 한다. 침대를 정리하는 모습, 바닥을 빗자루로 쓰는 모습, 상자를 풀거나 싸는 모습, 바느질, 뜨개질 등등 무엇이든 지켜본다. 그럴 때 녀석들은 무엇을 볼까?.. 녀석들의 눈에 비친 광경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지는 않았을 것 같다.

...새끼들을 꼼꼼하게 교육시키는 검은 고양이는 새끼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거나 훈계할 기회를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그런 녀석이 왜 양편에 각각 한 마리씩 새끼들을 거느리고 앉아서 오전 내내 짙은 색 천 위에서 금속 가위가 번쩍이는 모습을 지켜보았을가? 왜 가위 냄새, 천 냄새를 킁킁 맡아보고, 작업하는 내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 뒤 자신이 관찰한 것을 새끼들에게 전달해 장난꾸러기 새끼들 또한 같은 행동을 하게 했을까? 새끼들은 방금 어미가 했던 그대로 가위와 천의 냄새를 킁킁 맡아보았다. 그러고는 앉아서 지켜보았다. 어미 고양이는 뭔가를 배워서 새끼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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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고양이 임신을 가볍게 건냈다. 정원 가격으로달려가서 나무를 쪼르르 올라갔다가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나무에 달라붙어 있을때 녀석이 눈을 반쯤 감은 채 박수갈채를 기대하듯이 고개를 돌렸다는 것이다. 녀석은 계단을 한 번에 서너 칸씩 뛰어내렸다. 소파 밑에서 바닥을 기어다녔다. 사람이라면누구든 자신을 처음 보면 황홀경에 빠져서 어머, 이렇게 아름다운 고양이가 다 있다니, 하고 외치기 십상이라는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손님이 오면 항상 문 앞에서 적절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난간을 타고 아래층 계단까지 미끄러져 내려가려고 하다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굴욕감을 느낀 녀석은 그런 시도를 한 적이 없는 것처럼 굴었다. 계단을 굽이굽이 돌아서 한참 동안 걸어 내려가는 편을 더 좋아하는 척 했다. 나무를 쪼르르 올라갔다 내려오는 속도도 점점 느려지더니, 아예 나무에 올라가지 않게 되었다.
새끼들이 배 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는 당황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72-73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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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인문쟁이의 재즈 수업
이강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음악을 즐긴다기보다는 어쩌다 듣게 된 음악이 좋으면 나중에 기억날 때 그 음악을 찾아 듣는 정도일뿐 일상에서 그리 음악과 밀접하게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오디오가 있을 때는 평일 퇴근 후 저녁이나 주말에 가끔 좋아하는 음악을 듣곤 했었는데 오디오가 고장 난 이후로, 컴퓨터마저 노트북으로 간단한 워드만 작성하고 있다보니 꽤 많이 소장하고 있는 시디를 못들어본지 십여년은 되어가는 것 같다. 더구나 요즘은 인터넷 연결을 하면 유튜브로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어서 더욱더 시디는 장식품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처음엔 이 책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다보니'라는 단어에 조금은 가볍게 읽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음알못인 내게 큐알코드까지 담겨있고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음반의 추천이 담겨있는 책이라면 이 기회에 재즈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생겨 책을 덥석 잡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시작은 선생님인 저자가 방과 후 수업이다. 그리고 이 책은 학생들과 함께 재즈를 듣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들었던 노래와 추천하고 싶은 노래들과 그에 대한 에피소드를 곁들여 재즈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들을 책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급한 마음에 내용을 채 펼쳐놓지 않고 처음 나온 큐알코드를 찍어 음악부터 틀어놓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은 몰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연주들, 리듬을 듣기 시작하면 아, 이 노래! 하게 되는 연주들도 많고 지나가다 주워들은 음악가들의 이름도 많이 나와서 책은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리고 전혀 알지 못했던 음악가들의 생애나 저자의 곡에 대한 감상평이 담겨있어서 곡을 듣는 가이드가 되어 준다. 물론 각자의 감상평은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그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그냥 단순히 책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할까...싶었는데 책의 어느 부분에 저자가 이오덕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글짓기 하지 말고 글쓰기를 하라'는 가르침에 자신 역시 글을 쥐어짜내는 글짓기를 하지 않고 글쓰기를 하겠다는 말을 하는데 나 역시 그저 내가 느끼는대로 써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재즈를 잘 모르지만 친구가 추천해 알게 된 니나 시몬이나 피츠제랄드,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현대 재즈 가수인 노라 존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노라 존스는 이미 팝음악으로 유명한 가수라 언급을 안했을지 모르겠지만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재즈를 가장 보편적으로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소개해줬으면 하는 사적인 바램이 맞겠지만.

그래도 취향 확고한 선생님이 학생들을 위해 평소 듣지 않던 루이 암스트롱을 들었다고 하니 책에 실려있는 음악을 그저 개인취향이라고만 하면 안될 것이다. 아는 노래보다는 모르는 노래가 더 많이 소개되어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키스 재릿이나 스탄 게츠를 찾아 들어봐야겠다. 어쩌다보니 음악을 들을 시간이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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