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정치풍자소설과 소외된 자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자전소설

소외된 자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오웰은 버마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했는데, 경찰관의 직책이 그의 생리에 맞을 리가 없었다. 그는 문학을 하고 싶은 열망에 늘 음산한 나날을 보냈다. 여기에 영국 식민 정책의 비리까지 늘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늘상 경찰직을 그만두자고 벼르던 차에 드디어 1927년, 오웰은 경찰복을 벗어던지고 역겨운 영국 식민 통치에서 탈출한다.
이때부터 고생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지배자의 풍요한 삶에서 지지리도 융통성 없는 삶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는 버마에서 온갖 고생을다 겪으며 파리에 도착하여 가정교사, 식당의 접시닦이, 서점 직원 등닥치는 대로 전전하며 별의별 일을 다 해보았다. 그마저도 일거리가 - P418

없으면 전당포에 알량한 소지품을 잡히고, 시장 고물상에 가서 바지를 10달러에 팔아 2달러짜리로 바꾸어 빵 쪼가리로 연명하겠다고 안간힘을 썼다. 이도저도 없으면 의식이 들락날락 가물거릴 때까지 굶는 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의식주 중에서 입을 것과 잠자리는 고사하고 먹을 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지경을 헤매며, 창자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록 배를 곯는 아사지경을 체험한 것이다.
그때 오웰이 체험한 옹색함 삶 자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바로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이다. 이 작품에는 대도시의 뒷골목, 암흑에 가려진 그 구석진 곳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의생활 면모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굶주림의 극한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강인하게 살아가는 밑바닥의 떠돌이들에게서 우리는 인간의 참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오웰 자신도 이런 따라지들의 생활 수렁에서 맴돌고 있었지만 구빈원‘과 같은 위선적이고 형식적인 사회제도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시선을 잃지않는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 부에는 가난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가난의 테두리 내에서 맴도는 따라지 인생들이 어떻게 하면 구제되고 어떻게 하면 삶의 개선을 이룰 것인지, 오웰은 그 대책을 제시하고 외쳤지만 그러한 사회의 고민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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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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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을 미치거나 자살하게 만든  접근 금지 환자' 

미스테리는 좋아하지만 스릴러나 호러쪽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심리 스릴러일 것 같은 느낌에 조금 기댜가 되었다.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를 만나기만 하면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람들, 과연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궁금하다.


엘리트 코스를 거치고 유망한 정신과 의사로 본인이 원하는 병원에 근무할 수 있음에도 파커는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와 함께 있기 위해 무조건 그녀의 집 근처에 있는 병원을 찾아 지원하고 결국 원하는대로 코네티컷주의 한 열악한 정신병원으로 출근을 하게 된다. 면접을 보러가는 길의 음습한 분위기, 황폐해보이는 병원의 건물, 음산한 외형뿐만 아니라 내부로 들어갔을 때 마침 간호사들에게 붙잡혀 나오는 간호조무사의 모습을 보면서 파커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다잡는다.

정신병동에는 어느곳이나 장기적으로 입원해있는 환자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곳에는 어릴 때 입원해 삼십년이 넘도록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데다가 병실을 나오지도 않고 집단치료에 참가하지도 않고 더구나 의료진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그 환자와 접촉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이 되며 그 또한 장기적인 접촉을 피하기 위해 담당자가 자주 바뀐다. 

그저 조,라고만 불리는 그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있는 것인가. 

그 환자에게 그나마 장기적으로 접촉을 하는 사람은 병원에서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수많은 일을 해결하는 수간호자 네시, 그러나 파커가 츨근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능한 그녀마저 자살해버리고 만다. 이후 파커는 더욱더 조에게 집착하게 되는데....


소설은 회고록같은 기록으로 시작된다. 이 기록이 정신과 의사의 기록이며 기록된 사실들이 밝혀지면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데 정신의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스릴러 소설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데 왠지 소설의 끝을 보고 나면 도대체 이 소설을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조금 망설여진다. 인간의 심연에 담겨있는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일까 싶다가도 이야기의 흐름은 자꾸만 이 세상을 떠도는 괴물같은 악령을 떠올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라기보다는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느낌이 더 강한데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이 소설에 만족할 것 같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 실체에 대해, 특히 파커가 발견한 그 모습의 실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어서 어떤 것이 사실이며 사실에서 유추할 수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어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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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20-08-2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전모씨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지 않을까요? 팬티를 빨아달라고 하질 않나, 유튜브 방송한다고 소란을 피우고, 이런 사실들이 보도되면 내 개인정보를 팔아치우고 명예훼손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겠다며 보는 사람마다 고소하겠다며 소리지르고. 에휴.

chika 2020-08-27 22:24   좋아요 0 | URL
요즘 재택근무라 종일 집에 있으면서 뉴스를 보는데 화나고 짜증나서 스트레스가 올라와 티비를 꺼버리기도 했어요.
저런것도 국민이라고 국가가 보호해주는구나, 진심으로 내는 세금, 건강보험료가 저들 위해 쓰인다는거에 화나드만요.
뉴스를 듣기만 하는 내가 스트레스 받을 지경인데 하물며...ㅠㅠ
 
정원을 묻다 - 특별한 정원에서 가꾸는 삶의 색채
크리스틴 라메르팅 지음, 이수영 옮김, 페르디난트 그라프 폰 루크너 사진 / 돌배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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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관한 책,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면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기도 전에 무작정 읽어보고 싶어지곤한다. '정원을 묻다'는 세계의 여러 정원사들이 가꾸는 자신만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타샤의 정원이었고 우리나라 정원사인 오경아님의 정원 이야기였다.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 생각보다 정돈되지 않은 듯한 정원의 모습에 좀 당황스러웠고 정원가꾸기에 대한 기초적인 팁이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 담겨있는 정원 이야기는 내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 좀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별로 손이 가지 않다. 그래서 사진만 훌렁거리며 대충 읽고는 덮어뒀다. 


며칠동안 계속 책을 가까이 두고 틈 날때마다 한 챕터씩 다시 보고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의 그 느낌이 아니다. 멋지고 화사한 정원의 모습만 기대하고 펼쳤는데 마구 자라게 그냥 둔 것 같은 정원 사진의 모습에만 시선이 가서 이 책에 담겨있는 정원사들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책이 별로였었나보다, 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인터뷰형식으로 진행된 11명의 정원사들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정원을 가꾸기 위한 도구에서부터 어울리는 식물을 찾는 것에 대한 이야기와 각자가 생각하는 자기만의 정원에 대한 개성과 아이디어가 때로는 삶의 모습과도 중첩되어 나타나 읽을수록 매력을 느끼게 된다. 정원은 자신이 가꾸고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섬이기도 하고, 정원은 모든 식물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정원은 항상 새로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실제 정원을 가꾸기 위해서는 힘든 노동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것이 고됨이 아니라 삶의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은, 표현만 다를 뿐 모두가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가만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한 정원이라는 것이 어쩌면 요즘 유행처럼 생겨난 플라워까페 같은 것만을 떠올려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기대치와 달라 책을 대충 읽어버린 것 같다. 물론 일년내내 이쁜 꽃이 피어나는 정원이라면 더 좋겠지만 꽃이 있는 정원만이 최고의 정원인 것은 아니라는 걸 생각해본다. 

자연 그대로의 생태숲이 가장 좋은 것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인공적으로 숲을 가꾸고, 작게는 나만의 정원을 꾸미게 되었을 때 보기에 이쁜 모습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모습이 조화를 이루고 환경과 어울리는 조화로운 모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작은 텃밭규모의 과수원 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어놓고 잡초를 뽑다가 해먹에 누워 쉬는 어머니 모습을 보니 일의 고됨이 아니라 정말 삶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나도 가서 해먹에 누워봐야지, 라는 로망을 갖게 되었는데 열한명의 인터뷰중에 "정원에서 가장 완벽한 자리는 아름다운 나무 아래 놓인 해먹이라고 생각해요. 그 주변으로는 좋은 향이 나는 식물이 가득하고요"라고 말한 하이케 봄가르덴의 말이 떠오른다. 아, 생각만으로도 괜히 웃음이 난다. 


한가지 더. 여러가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멋진 정원사들이 꼽은 꼭 방문하고 싶은 정원이라거나 좋아하는 세계의 정원에 대한 정보는 기록해두었다가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가보고 싶은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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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은 기억으로 경험으로 남지만 내 의지로 바꿀 수는없기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내일은 오늘 자고 나면 생기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오늘의 행동에 따라 무한하게 바뀔 수 있고, 극단적으로 없을 수도 있다. 결코 무심하게 다가오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좀 격한 비교일지는 몰라도, 어제 운명을 달리한 사람에게는 세상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 오늘이라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알고 있다. 공기가 늘 있을 거란 생각에 호흡하고 있음을 잊고 사는 것처럼.
그럼 오늘은 어떻게 살 것인가. 물론 열심히 보내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반드시 본인의 의지가 개입되어야 한다. 싫든 좋든 그 하루 동안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는데, 본인 생각과 같은 선택도, 어쩔 수 없는 다른선택도 해야 한다. 하지만 결국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좀더 자신다운 모습으로 사는 경우가 많기를 바란다. 행복하고 싶다. 오늘의 할 일을 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내일로 미루지 않기를 원한다.
세상 한가운데서 나는 밀가루와 물을 섞고 그 반죽에 내 체온을 더한다. 그렇게 고스란히 빵 하나를 만든다. 나는 원하는 빵을 만들고 있고, 바쁘고 고단하지만 몸에서 빵냄새를 풍기며 가게 - P250

를 나온다. "수고했고, 멋지다" 라고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따뜻한 마음으로, 혹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어야 할 때 차갑지않게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잘 살고 있다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해본다. "저는 아직 버틸 만하고, 나름 행복하니 저까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열린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저녁하늘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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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복잡해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적요의 깊은 맛을 알까. 그 가을, 갈증 때문에 석류가깨어졌듯이 말이다

젊음을 다 보내버릴 때까지도 나는 네 귀가 꼭 들어맞는 도형처럼 살았다. 그러기에 젊음은 내게 아무런 거름도 남기지 않았다. 내
- P389

가 성긴 투망으로 인생이라는 푸른 물을 건져올리려고 밤새워 헛손질을 하던 가혹한 기억은 더이상 젊지도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 외로움이 소설을 쓰게 했을까.
낡은 흰 벽에 등을 기대고 밤늦도록 텔레비전 화면 속의 ‘드라마게임‘을 보면서 세상 모든 남자들의 귀향을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다. 베란다로 비쳐드는 달빛 아래에서 발톱을 깎으며. 그 시절 나는 누군가에게 뺨을 맞고 종일 맛있는 반찬을 만들면서 경쾌한 허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힘이 나. 그 안간힘이 소설을 쓰게 했을까.
세상이 내게 훨씬 단순하고 그리고 너그러웠다면 나는 소설을 쓰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 인생에 대해서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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