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이 자신의 정체성에 갈등하면서 내면의 변화를 보인다면, 신동엽 시인은 자신을 대하면서 더욱 냉철하고 담담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윤동주 시인이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자신의 태도를 성찰하고 한편으로 연민을 가진다면, 신동엽 시인은 전후와 독재의 현실에서 자신이 어떤 시인으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성찰한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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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 팬데믹 코로나 시대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김엄지 외 지음 / B_공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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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데믹,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면 사건일 수 있다. 한 계절이 지날때쯤이면 끝나지 않을까, 하던 예상을 뒤엎고 오히려 앞으로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수는 없을꺼라고들 말하고 있다. 한계절을 넘어 반년이 지나가고 있고 이제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이 되면 백신예방전까지는 여전히 코로나의 시대를 견뎌내야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을 각자의 환경에서 견뎌내고 있는 일상들을 작가들이 그려낸 책이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이다. 13명의 한국작가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체감한 것들을 글로 써내려가고 있다. 


엊그제 고위험에도 불구하고 전신마취수술을 받아야한다는 검사결과를 받았다. 혹시 모르니 3차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아보자고 했지만 코로나 확산 위험 지역인 서울을 가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나 역시 폐건강이 안좋아 서울 가기가 꺼려지는데 어쩔 수 없이 모시고 가야겠다, 결심을 하고 서울의 형제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정말 위험하다며 어머니만 서울로 보내면 공항에 모시러 나오는것이 좋겠다고 한다. 만약 수술을 하게 된다면 보호자가 아니라 전문 간병인을 써야하고 보호자 면회도 제한된다. 고령의 어머니에게 낯선 곳에서 위험을 안고 수술을 하게 되는 상황에 가족이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은 뭐라 해야할까...


표제작인 손보미 작가의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는 여러 의미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다. 반려묘 칸트가 아픈 것, 그 아픈 반려묘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삶의 일부가 되었으니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라고 한다. 유독 지금의 내게 건네는 말처럼 느껴졌다.  


육아휴직을 했다가 복직은 커녕 재택근무하는 남편과 어린이집으로도 보내지 못하는 아이를 돌보며 전업주부로 살아가야하는 고단함은 익히 주위 사람들을 통해 느낀것이기는 하지만 sns로 친구가 된 이웃과의 관계가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면서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으로 그려지면서 결국은 단절이 되는 '내 이웃과의 거리'는 소설이라 생각하며 읽지만 소설같지 않은 느낌에 마음이 더 허해진다. 


"너랑 내가 코로나에 걸린 건 아니지만 우리에게 일어난 사건이듯이"(122) 모든 것이 다 뒤엉켜버리고 있는 느낌이다. 쓸쓸히 가족들만의 장례를 치르게 되는 것이나 잠시의 해외체류는 별다를 것이 없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점점 옥죄어오는 듯한 일상들,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고 있지만 반면 코로나 특수를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듯이 각자의 상황과 느낌은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젊은 작가들은 개인 생활의 어려움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라면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가들은 코로나의 상황에서 서로 격리되고 있지만 오히려 가족의 연대는 더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의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사는 건 언제나 모순의 연속이다"(228) 라는 장은아 작가의 글처럼 우리는 모두 코로나 속에서 발견한 작은 행복을 찾게 되는 것은 다 똑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노란딱지를 받은 유튜버가 친구와 함께 찍은 초록 영상이 조회수는 폭망이지만 자신을 되돌아보고 친구와의 우정을 진하게 확인하게 되는 '노란딱지'처럼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지만 이 모든 것이 다 돌아보고 싶지 않은 것뿐만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수는 없지만 우리는 다시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삶의 일부로 견뎌내고 또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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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1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시절인데 어머님이 아프신건가요? 어른이 아플때 요즘같은 때는 함께하지 못하는 이중의 고통이 있는듯해요. 부디ㅡ어머님 수술 무사히 잘되고 건강회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름을 불러주는 그 일상적이고 사소한 행위가 이렇게 힘든 일이 될 줄은 그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이다.
......
보미야, 이게 우리에게 벌어진 일이잖아. 우리가 좀 더 병원에 빨리 갔더라면 뭔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그걸 선택하지 못했고, 이제 아픈 칸트가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된 거야. 이제부터 주어진 삶을 우리도 칸트도 열심히 살아야지, 안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아픈 칸트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된 거야.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손보미,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 P37

그건 네 일이 아니잖아. 왜 직장에다 화풀이를 해. 공과사를 구별해야지. 코로나 시대잖아. 컴플레인 들어오면 답도 없어. 그거 내 일 맞아 맞다고요. 너랑 내가 코로나에 걸린 건 아니지만 우리에게 일어난 사건이듯이.



최미래, 지난이야기 - P122

나한테 노란딱지 주고 싶을 때 없었어? 라고 물으면 노수는 너무 많아서 다 까먹었다고 대답할 거였다. 분명 나도 그랬을 테니까. 잊어버리는 것도 배려구나. 하찮다거나 대수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계속 함께하고 싶어서 지우는 기억도 있구나.

정무늬, 노란딱지 - P144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상대를 깊이 이해하며 그 시간을 함께 견뎌주는 서로를 향한 마음과사랑이 아닐까. 밤이 깊어야 별은 더욱 빛난다고 하더니 어쩌면 두렵고 암울한 코로나로 인해 내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되짚어 볼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사는 건 언제나 모순의 연속이다.




장은아, 코로나 속에서 발견한 작은 행복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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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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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문장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적은 없다. 사실 나는 소설파가 아니라 에세이파여서 그의 문장력에 대한 글을 읽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나카무라 구니오의 '하루키의 언어'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의 내용이 어떨지 궁금했다. 하루키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확실히 이 책은 에세이보다는 소설에 중점이 더 있는 것 같아서 아쉬운 느낌이 많았다.하루키의 소설을 더 많이 읽고 이 책을 읽었다면 확실히 재미있게 읽었을텐데 말이다. 


별생각없이 읽었던 글인데 하루키 소설의 제목이 주는 독특함이라거나 그가 만들어내는 신조어, 논쟁을 피하기 위해 한없이 가벼운 글을 쓰는 듯 하지만 그가 정말 생각없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처음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을 때는 한없이 가볍고 가벼운 에세이를 쓴다고 생각했었는데 글을 읽다보면 에둘러가다가 뭔가 따끔한 느낌이 올때가 있다. 

하루키는 에세이 연재를 하게 될 때 그때그때 떠오르는 글을 소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1년이라면 50개의 글 주제를 다 계획하고 정리해놓고 준비한다고 한다.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의 주관과 세계관이 있다는 것은 기사단장 이야기에서 난징대학살을 이야기한것만이 아니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끄집어 낸다는 것에서도 알수있다. 


사실 하루키식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지만 잘못받아들이면 하루키의 흉내를 내는것이 될 것이라 그저 이 책을 하루키의 글에 대한 글로 읽었다 에세이만 주로 읽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조만간 하루키의 소설을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조만간 또 새로운 하루키의 에세이가 번역 출간된다는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하루키 소설의 제목에 대한 특이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는데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하루키의 소설 제목만이 아니라 김연수 작가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같이 떠올리게 한다. 등장인물의 기묘한 이름과 어느 즈음으로 표현되거나 예측되는 것과 달리 명확한 숫자가 적혀있는 하루키의 소설들, 그리고 저자는 어쩌면 하루키의 팬에 대한 서비스같기도 하다는데 하루키의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이 그의 다른 소설에 연결되면서 등장하기도 한다는 이야기에서는 정말 그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고서는 공감을 하지 못하고 그저 이해하고 넘겨야만 하는 내용들이라 아쉬웠다. 

최근에 하루키의 그림책 '양사나이의 크리스마스'를 읽었는데 바로 그 양사나이, 양도 그의 소설에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하루키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음악을 같이 떠올리며 배경음악처럼 소설에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소설을 읽는다고 하는데 문장속에 표현되는 음식, 숫자, 색채, 등장인물의 비현실적인 이름까지도 모아놓고 보니 상당히 흥미롭다. 


"하루키에게 배우는 맛있는 문장 쓰는 47가지 규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굳이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운다기보다 하루키의 작품들에 대한 분석과 작품에 녹아들어 있는 의미들을 알게 된다는 즐거움이 더 큰 책이다. 에세이말고 하루키 소설을 몇 권 더 읽고난 후 다시 이 책을 펼쳐들면 더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어쨌든 결론은 하루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 전에 그의 작품들을 읽어야겠다는 것. 이 또한 기대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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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16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하루키가 왜 그렇게 대단한 소설가인지 잘 모르겠어요. 특별히 문장을 잘 쓰는지도... 물론 괜찮은 작가고요. 책이 나오면 저도 꾸준히 보기는 하는데 볼 때마다 이렇게 한국에서 열풍이 불 정도인가에는 좀 회의적이더라구요.
책 취향은 진짜 사람마다 다르지만요. ^^

chika 2020-09-17 08:52   좋아요 0 | URL
독서취향은 정말 다 달라서리...ㅎ
전 하루키가 유독 좋다기보다는 에세이는 대부분 잘 읽는편이예요.
그리고 하루키소설은...몇번 시도하다가 실패해서. 제대로 읽은 소설은 없다고봐야죠. 아, 그림동화나 짧은단편은 읽었지만요. 기사단장죽이기는 읽어보고싶어요. 선물받은책이기도해서요. ㅋ
전 취향이야기하면...김훈작가님. 최근에 나온소설을 처음으로 읽어봤는데 화려한 문장속에 뭐가있지?라는 느낌이라서. ..난 아닌가보다 했어요. ^^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칼날이 닿자 살갗이 찢어졌고 번개처럼 뜨거운 은백색의 고통이 쏜살처럼 나를 갈랐다. 나에게는 삼촌의 능력이 없으니 빨간 피가 흘렀다. 상처는 한참 동안 피를 흘린 다음에야 저절로 아물어갔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걸 지켜보았고 그러는 동안 새로운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기 손이 자기 거라는사실을 깨달은 갓난아이처럼 너무 미숙한 발상이라 고백하기 부끄럽지만 내가 그랬다. 나는 갓난아이나 다름없었다.
그 생각이란, 내 인생 자체가 뿌연 심연이었지만 내가 그 어두컴컴한 바다의 일부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안에 사는 생명체였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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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0-09-21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세상이 원래 부당한 곳이잖습니까. 388

오디세우스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그뿐만아니라 그 누구도 할 수 있는말이다.
하늘은 왜 침묵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