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라고 해도 책 읽을 시간이 특별히 많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책탑을 준비하지 않아도 읽을 책은 집에 이미 쌓여있음에도 책배를 받을 생각에 핑계를 대 보는 것일뿐이라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명목은 연휴준비책탑이다.











책탑을 주문하고 추석연휴가 끝날때까지는 책주문을 참으려고 했는데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또 바로 출간되었다. 주문해봐야 지금 당장 읽을 것은 아니니 이제는 신간을 바로바로 구입하지는 않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우리를...'은 왠지 당장 읽지 못한다해도 당장 사야할 것 같은 책이다. 오랫만에 출간된 해리 홀레 시리즈와 밀레니엄 시리즈. 빨리 읽어야겠지만 이제 책에 집중해서 읽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현재. 목마름은 클리어. 

요 네스뵈께옵서 해리 홀레의 입을 통해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자꾸 언급해주고 계셔서 이 책도 읽어야겠는데 자꾸만 시간이 없다. 아니, 시간이 없는 건 아닌데 책읽는 시간은 없다. 신기하다.


추석맞이 집정리를 해야하니 쌓여있던 주간지 추천도서도 이 기회에 한번 훑어야겠어.


































책을 둘러보다가 - 아니지. 굿즈 광고가 떠서 늘 오른쪽으로 쓱 밀다가 오늘은 멍때리다가 쓰윽 눌러봤다가 이 책이 나왔다. 8백쪽이 넘는 책들 틈바구니에 여전히 시리즈 하나를 살 만한 가격으로 버티고 있는책. 나무사전이 눈에 띈다. 책장이 정리되고 나중에 퇴직해서 운동삼아 숲길을 걷게 된다면 책장에 번듯하게 올려놓고 보고 싶은 책들 중 하나. 나무사전도 그렇지만 식물관련해서는 왠만하면 다 욕심이 난다. 흙만지는 걸 잘 하지도 못하는데 왜?




























 아, 타인에 대한 연민은 있는데. 

책읽을 시간을 늘릴 수 없다면 짬짬이 공부라도 하면 좋겠는데 작심 5일을 못넘기고 있다. 보지 않을 책이라면 집에 쌓여있는 영어관련 책들도 정리를 하고 싶다. 책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이제는 좀 정리를 하면서 새 책을 들여야겠는데 도무지 정리가 안된다. 집에 묵혀두면 휴지가 될 책들이니 한번 읽고 또 한참 후에야 읽게 될 책들은 과감히 방출. 가끔 내가 방출한 책들을 기증이라는 명목으로 받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해진다. 출판사 드림도 많고, 십여년 된 책도 많고 최신간도 많고...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오랜시간 갖고 있던 만화책도 슬그머니 얹었는데.

텅 빈 책장을 들였을 때 뿌듯한 마음으로 저 책장을 언제 채우나.. 싶었는데 이제 더이상 책장을 붙여놓을 벽은 없고, 바닥에 쌓은 책탑은 방 하나를 차지해버리고 있고. 심란하다. 심란해할 이 시간에 대안이 없으면 책이라도 한 장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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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27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은 언제나 쌓여있어요. ㅎㅎ 뭔놈의 책은 그리 많이 나오는지.... 명절 푹 쉬시고 항상 건강 챙기세요. 저는 저녁으로 라면끓이러 갑니다. ㅎㅎ

chika 2020-09-27 19:28   좋아요 0 | URL
이젠 책이 짐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ㅠㅠ
그래도 혹시 북까페를 하게 될까싶어서 책을 다 비우지는 못하겠고요. ㅎ

그나저나 라면! 먹어본지 오랬는데...쓰읍. 먹고싶네요. ^^;;

바람돌이 2020-09-27 19:54   좋아요 1 | URL
오오오 북카페~~~~ 나중에라도 북카페 열게되면 그때 꼭 제주도에 다시 가고싶네요.
라면은 건강해지시면 드세요. 먹다보면 맛없어지는게 또 하면이잖아요. ㅎㅎ
 
신동엽 문학기행 - 이 세상에 나온 것들의 고향을 생각했다 신동엽 아카이브 3
고명철 외 지음 / 소명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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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이 자신의 정체성에 갈등하면서 내면의 변화를 보인다면, 신동엽 시인은 자신을 대하면서 더욱 냉철하고 담담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윤동주 시인이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자신의 태도를 성찰하고 한편으로 연민을 가진다면, 신동엽 시인은 전후와 독재의 현실에서 자신이 어떤 시인으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성찰한다.(184)


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냥 그 느낌이 그대로 전해질 때가 있다.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그랬다. 알맹이가 뭔지도 모르면서 왠지 그냥 비장하게 껍데기는 가라,를 외치듯이 시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신동엽 문학기행인 이 책을 읽기 전에 금강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시집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의 문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문학기행이라는 것은 허공에 뜬 기분이 들 것 같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의 문학세계에 대한 글은 조금은 술렁거리며 문학해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신동엽 시인의 삶과 그의 문학세계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신동엽 시인에 대한 자료는 꽤 많이 잘 보존되어 있는데 그것은 그의 아내인 인병선 여사의 꼼꼼한 성격덕분이라고 한다. 더구나 그녀는 이화양장점을 운영하며 생활을 도맡아 하기도 했다. 


여러명의 작가가 글을 써서 그런지 조금은 중복되어 보이는 글의 느낌이 나지만 전체적으로 시기별로 신동엽시인의 문학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사실 가장 관심이 있었던 부분은 제주여행에 대한 글이었다. 신동엽 시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가 제주여행을 하고 제주를 가슴메어지는 땅, 구제받아야 할 곳이라 표현했다는 것에, 제주를 단순한 관광지로 여기면 안된다는 말에 괜히 마음이 울컥해진다. 제주의 역사를 이해하려고 했고 그의 그런 역사인식이 곧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4.19 혁명의 맥락을 이어가는 서사시 금강을 탄생시켰다는 생각을 하면 저항시인으로 일컬어지는 그의 문학관에 대해 조금 더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대서사시 금강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여, 백마강을 한번쯤은 바라보며 그 역사의 시간을 되돌아봐야할 것 같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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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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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이 없었다.

키르케,가 누구였지? 하고 보니 태양신 헬리오스와 님프 사이에 태어난 마녀.

마녀,라고 하면 마녀특급배달 키카 외에는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데. 

아니, 이런 생각의 흐름대로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보자. 그 유명한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에 열광하고 트로이 전쟁이 배출한 온갖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랐었는데 그 기나긴 이야기에서 여자들의 이야기는 뭐가 나왔었을까.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전쟁의 희생양이 된 헬레나? 하지만 영화 트로이에서 그녀는 남편을 버리고 파리스와 함께 도망친 것으로 나온다.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 그녀 역시 무대의 주인공은 아니다. 오디세우스를 이야기하기 위한 마지막 여정의 무대장치를 완성하게 하는 배경일뿐. 

아테나, 아르테미스, 헤라 역시 쓸데없는 질투심과 자존심으로 인해 전쟁을 일으킨 여신들일뿐이다. 이 모든 이야기에 키르케가 나오던가?


메들린 밀러의 키르케를 읽으면서 '문학적 상상력'이 얼마나 위대한가,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을 끝내고 고향인 이타케로 가는 기나긴 여정에서 키르케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짧은 한토막의 글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그 키르케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너무 멋있는 것이 아닌가. '멋'에 대한 개념이 다 다를 수 있겠지만.


키르케의 등장은 프로메테우스에게 측은지심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심상치않았다. 인간을 위해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의 고통 - 신에게 고통이란 그리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 에 마음을 기울이고 인간세계에 관심을 가진 그녀는 호기심을 넘어 인간세계를 동경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순진하게도 인간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 별볼일없는 인간남자가 키르케와 지내면서 그녀의 동생 칼리스와 결혼을 원했을 때 키르케는 좌절이 아니라 자신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마녀 키르케의 마법은 단지 약초의 힘이라거나 마법만의 힘은 아니다. 마법을 성공시키기 위한 '의지'가 중요하고 그것은 마녀 키르케만이 아니라 페넬로페에게도 전해지는데 이 이야기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운명에 맞서 자신의 미래를 바꾼다는 것은 의지의 힘이 큰 것이다. 

아, 너무 앞서가면서 뜬구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나의 느낌은 이만 줄여야겠다. 메들린 밀러의 다른 글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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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구혼자들의 아버지가 찾아왔습니다. 모두 우리 섬의 백성들이었죠. 키우는 염소의 숫자가 가장 많은 니카노르 무늬를 새긴소나무 지팡이를 짚은 아가톤, 예전에 저에게 자기 과수원에서 배를따먹게 해주었던 에우페이테스, 그가 대변인이었어요. 그대의 집에손님으로 있던 우리 아들들을 그대가 죽였소. 배상을 해주시오.
‘그대의 아들들은 도둑이고 악당이었다. 아버지가 말하고는 수신호를 보내자 할아버지가 창을 던졌습니다. 에우페이테스의 얼굴이터지면서 뇌와 함께 사방으로 먼지가 튀었죠. 아버지는 우리에게 나머지도 죽이라고 했지만 아테나가 내려왔습니다."
결국 아테나가 그에게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아테나가 싸움은 끝났다고 선포했습니다. 구혼자들이 응당한 대가를 치렀으니 더이상의 유혈사태는 없도록 하자고요. 하지만 다음날부터는 병사들의 아버지들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아들들은 어디있습니까?‘ 그들이 물었습니다. ‘트로이아에서 돌아오길 이십 년 동안 기다렸는데요."
- P391

네 아들은 키클롭스에게 잡아먹혔다. 네 아들은 스킬라에게 잡아먹혔다. 네 아들은 식인 거인족의 손에 갈기갈기 찢겼다. 네 아들은 술에 취해 지붕에서 떨어졌다. 도망치는 동안 네 아들이 탄 배는 거인들에게 침몰당했다.
"이 섬에서 출발했을 때만 해도 부하들이 있었다만, 그중에서 목숨을 부지한 자가 한 명도 없었단 말이냐?"
그는 머뭇거렸다. "모르십니까?"
"무엇을?" 하지만 이렇게 되묻는 동안 내 입속이 아이아이에의 노란 모래처럼 말라버렸다. 텔레고노스의 사나운 어린 시절을 지나오느라 내 손밖의 일에는 안달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방금 전에 오디세우스에게 들은 듯이 선명하게 테이레시아스의 예언이 기억났다. "소, 내가 말했다. 그들이 소를 먹었구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의욕 넘치고 무모한 사내들이 나와 함께 지낸 기간이 일 년이었다. 나는 그들을 먹였고, 아픈 곳과 다친 데를 치료해주었고, 낮는걸 지켜보는 데서 희열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존재하지도 않는았던 듯이 이 땅에서 지워져버렸다.
- P392

"그들의 아버지는 찾아와서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자기 아들들이 트로이아에서 쟁취한 보물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제 아버지가 모두 수장됐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았죠. 그들은 찾아오고 또 찾아왔고 그때마다 아버지의 분노는 더욱 끓어올랐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니카노르의 어깨를 막대로 때리고 말았습니다. 클레이토스는 쓰러뜨렸고요. "‘그대 아들의 진실을 알고 싶은가? 그 아이는 멍청한떠버리였어. 욕심 많고 어리석었고 신의 명을 거역했지.‘"
그렇게 직설적인 말들이 오디세우스의 입에서 내뱉어졌다니 충격이었다. 오디세우스가 그리 얘기했을 리 없다고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 수법을 얼마나 숱하게 찬양했던가. 유일한 차이점이 있다면 텔레마코스의 경우에는 그럴듯하게 포장하지않았다는 것이었다. 한숨을 쉬며 손바닥을 펼쳐 보이는 오디세우스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그것이 사령관의 운명이죠. 그것이 인류의 어리석음이고요. 당나귀처럼 두들겨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인간도 있다는것이 우리 인류의 비극이지 않겠습니까?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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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7년 발표한 장편서사시 금강」은 동학농민운동과 3·1 운동, 4-19 정신의 맥락을 주제로 한다. 이러한 시적 인식은 첫 시집 『아사녀」에서 비롯한다. 첫 시집을 출간한 이후 신동엽 시인은 역사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시를 쓴다. 1964년에 쓴 「제주여행록」을 보면 서울에서 출발하여 부여와 목포를 경유해서 제주로 간다. 신동엽 시인은 4·3사건을 생각하며 제주를 "가슴 메어지는 곳‘이라 했고 구제받아야 할 땅"이라 했다.
제주4·3사건은 제주도민의 가족 해체와 여성 겁탈, 잔인무도한 무력행사 등 심신의 피해와 후유증을 남긴 역사적 비극이었다. 신동엽 시인은 제주를 관광지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역사 인식을 지닌 신동엽 시인이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4·19 정신의 맥락으로 장편 서사시 금강을 쓰는 것은 어쩌면당연한 과정이다. 그는 시인으로서 귀수성의 세계‘를 시에 형상화한 것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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