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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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도 아니고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라니. 처음 이 책에 대한 기대는 장의업 일을 하는 저자가 여러 장례 문화를 접하며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는 이야기일꺼라는 것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사실 처음 책을 읽으며 장작더미에서 시신이 타는 그 과정을 읽을 때, 십여년 전 친구의 죽음에 화장터까지 가기는 했지만 차마 그 불가마앞에는 서지 못하다가 마지막이라는 누군가의 외침에 다가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타오르던 불꽃밖에 기억나지 않는데 그럼에도 오히려 보지 않았던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장례문화에 대한 문화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적나라하게 시신을 화장하는 과정이라거나 화장하면서 생겨나는... 그 묘사들, 심지어 장례를 치르기 전 미이라가 되어가는 시신과 함께 살아가는 인도네시아의 토라자나 멕시코의 미초아칸 지역의 이야기는 정말 그로테스크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평소라면 그 묘사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분명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을텐데 오히려 담담해진다. 인육이라는 표현조차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까 궁금해지고, 시신을 기부해서 법의학적으로 연구하기도 하지만 시신을 썩혀 퇴비로 만든다는 것 역시 끔찍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매장되어 육신이 썩으면 세월이 흘러 결국 똑같아지는 과정을 줄이는 것 말고 다른게 뭔가 생각하게 된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성경말씀과 같은 것 아니겠는가.


매장문화에서 화장으로 옮겨갈때도 처음부터 시선이 좋지는 않았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요즘은 거의 화장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저자는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도 현재는 화장을 택하는 수치가 매장보다 높아졌다고 하니 장례에 대한 의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멕시코의 망자의 날 축제라거나 우리가 제사를 지내며 돌아가신분들을 추모하거나 가톨릭에서 위령의 날을 보내는 것들 모두가 형식은 다르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예식의 형태는 다르지만.

언젠가부터 죽은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공포와 두려움이 되었고 납골당은 혐오시설처럼 여겨져 동네에 납골당이 생기면 모두 결사반대를 한다고 들었다. 그런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들은 이들의 장례문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과 그 죽음을 대하는 자세, 물론 본인의 죽음을 마주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타인의 죽음에 대한 마음과 태도가 어찌해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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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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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뭐 특별할 것이 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지만 늘 미술관련 책이 나오면 궁금하기는 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외국의 유명한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삶이나 작품 세계, 작품에 대한 것까지 많이 읽어봤는데 정작 한국 작가들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만 들어보고, 그것도 이중섭이나 박수근의 그림, 유명세로 인한 백남준, 김환기 혹은 진위여부로 이슈가 되었던 천경자 정도일테고 그나마 그들의 작품마저 많이 본 기억은 없다. 내 개인적 취향으로는 이중섭의 소 그림보다는 아이들의 그림이 더 좋아 찾아본 기억이 있고 박수근의 순박하고 단아한 작품들은 그 느낌 자체가 너무 좋아서 기억하고 있다.


어렴풋이 김환기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글을 접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알게 된 김환기의 삶은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날 지경이다. 물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며 모두가 녹록치않은 삶을 살아야했지만 거기에 더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까지 했던 예술가들의 고난은 더욱 더 마음아프게 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처 못느꼈었는데 추상적이라고만 생각했던 김환기 작품의 색감은 실제로 보면 얼마나 감동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천경자의 생태, 그녀의 그림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뱀 그림이었다. 

학창시절에 이웃학교의 미술전시회가 있어서 미술과제로 찾아갔었는데 그곳에 선생님의 추상화가 걸려있었고, 미술부 학생의 설명은 그 꿈틀거리는 형상이 봄의 태동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던 그림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천경자의 생태를 보는 순간 그 그림이 떠올랐고, 뱀의 형상이 부정이 아닌 긍정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이름만 들으면 그들의 작품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을지 몰라도 그 이름만큼은 모두에게 익숙한 우리 미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어쩌면 한결같이 고난의 삶을 살아왔는지... 흥미위주의 에피소드를 담은 글이 아니라 우리 작가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고 작가들의 많은 도판이 실려있어서 더 좋았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생각보다 글이 더 많았고 그림 도판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책읽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글이 너무 쉽고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내용인데다, 어려운 미술 감상이나 미술사적 가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작가와 그 작가의 작품 자체에 관심을 두고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원래 좋아했던 이중섭이나 박수근의 그림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천경자와 김환기의 그림도 다시 보게 만드는 끌림을 갖게 해주었다. 물론 나혜석이나 이응노, 유영국, 장욱진, 백남준, 이우환... 모두의 작품이 다 좋았지만 이전에는 좀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김환기의 그림과 색감이 좋아서 사진이 아니라 실제 그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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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연해지는 스트레칭 - 뻣뻣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몸으로 만드는
나카노 제임스 슈이치 지음, 송유선 옮김 / 리틀프레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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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같은 자세로 굳어 있는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해서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을 아침 저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달쯤 전에 날마다 하던 가장 기본적인 스트레칭이었는데 어깨가 삐끗하는 느낌이 들더니 며칠동안 너무 아파서 팔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다. 그날 잠시 딴생각을 하며 자세가 흐트러지는 느낌이었는데 아마도 바르지 못한 자세로 인해 근육이 오히려 뭉쳐버렸었나보다. 지금 이 책을 읽어보니 아침에는 몸이 굳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동적인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스트레칭이 정말 쉽고 간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방법과 목적에 따라 더 효과적이고 좋은 스트레칭이 있다는 것도 놀랍다. 물론 기본적인 스트레칭을 시작하는 내게는 정적인 스트레칭과 트레이닝과 워밍업의 특성을 겸한 동적스트레칭(다이나믹 스트레칭)이 필요하며 천천히 과하지 않게 근육을 늘리는 것이 좋다.


몸을 따뜻하게 하면 근막이 늘어나 스트레칭의 효과가 커지며 아침에는 근육을 풀고 몸을 데우는 동적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운동 전에는 동적 스트레칭 운동 후에는 정적인 스트레칭을 하여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자세를 바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스트레칭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알아야 하는 스트레칭의 5가지 규칙을 바로 알게 되어 좋았다. 

아침 스트레칭을 하며 자세를 30초 유지하는 이유는 몰랐었는데 근육을 그정도 늘이고 있어야  긴장이 사라지고 수축한 상태에서 해방되어 늘어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확한 포즈를 완성하고 난 후 30초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힘을 주다보면 호흡이 자연스럽지 않고 때로는 숨을 멈춘 상태에서 자세를 유지하기도 했었는데 호흡을 느긋하고 길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기분좋은 통증이 느껴질 때까지 근육을 늘이는 것, 뻣뻣한 부분을 먼저 늘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주일에 5-7일 계속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는데 다른 책에서 근력운동은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말과 통하는 것 같다.


이론적인 부분을 기억하고 본격적으로 각 부위별 스트레칭을 시작한다면 조금씩 몸이 유연해지며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함을 가질 수 있지않을까 싶어진다. 좋다는 생각만으로 스트레칭을 마구잡이로 했었는데 같은 시간을 들여하는 것이라면 스트레칭의 더 좋은 효과를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물론 스트레칭으로 살을 뺄수는 없다고 하는데 직접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살이 찌지 않는 생활을 유지할 수는 있다는 말에 동의하게 된다. 

부위별 스트레칭, 타입별 스트레칭의 인덱스도 좋은데 가장 먼저 펼쳐보게 되는 것은 역시 고민해결 스트레칭, 통증이 있는 부위의 스트레칭을 먼저 해보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게 가장 최적의 스트레칭을 찾는 것과 기본적인 동작을 짧게 하더라도 날마다 꾸준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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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귤 따러 간다고 합니다. 언니님께서.


혹시 귤 주문하실 분 계시면 댓글로 주소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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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2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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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2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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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2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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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0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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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06: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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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07: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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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19: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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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0 1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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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0 1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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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2-10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hika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chika 2020-12-11 09:1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알라디너 모두에게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래요.
서니데이님도 축하합니다 ^^

2020-12-10 2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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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1 09: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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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2 1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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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2 1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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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2: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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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6 1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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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2 18: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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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2 2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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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2 2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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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3 1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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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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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스며들었다. 사건 해결의 결말로 넘어가면서 스릴과 긴장감이 점점 더 고조되었는데 막상 결말을 보니 왠지 허탈해졌다. 결국 해결은 그렇게 되어야 했을까.

하지만 잠시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니 '해결'이 된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블랙아이드수잔,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깨닫고 있는것일까.


십대 소녀 테시는 강간 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소녀들의 시신과 함께 묻혀있다가 우연히 발견되어 살아났다. 어린 시절의 그녀가 의사와 상담을 하며 재판에서 증언을 하는 과거의 이야기와 그녀와 함께 발견된 소녀들의 연쇄살인범으로 지목되어 감옥에 갇혀있는 페렐의 사형집행을 앞두고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과거의 사건을 되짚게 되는 현재의 테사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면서 조금씩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니, 드러나는 것 같았다. 


처음 열살의 테시가 할아버지 앞에서 낭송한 노간주나무 시를 읽으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할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후로 계속 테시와 테사가 쌍둥이 자매일꺼라 믿고 있었다. 그리고 범인잡기에만 급급했었는데 책장을 덮고나면 범인이 누구인가,에만 집중하고 있던 내가 조금, 아니 많이 부끄러워진다. 

테시의 재판에서 그녀의 가족이 받은 고통, 특히 할아버지가 의심을 받은 상황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에서 한 소년의 아버지가 범인으로 몰렸던 사건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또한 죄가 없지만 18년간 범인으로 지목되어 억울한 감옥살이를 했을뿐만 아니라 사형집행을 앞두고 무고하게 희생되어야 하는 페렐을 통해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흑인들의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상상을 하든 이 책을 읽으며 떠올리게 되는 범인의 행방은 찾기 쉽지 않을 것이지만 - 반전의 반전이 있고,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에 놀랄 수 밖에 없겠지만 - 사실 그것이 중요해지지 않게 되어버린다. 블랙아이드수잔이 번식력이 강하고 끈질기게 살아남는 식물이라고 하는데, 과거의 테시에게도 그렇지만 현재의 테사에게도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는 범죄현장의 블랙아이드수잔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흐른다해도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은유처럼 계속 맴돌고 있다. 


"나는 종결을 원해요" 스타카토처럼 툭툭 끊기는 단어, 자일즈 박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듯한 요구였다.

"종결은 존재하지 않아요" 박사는 매끄럽게 답했다. 단지 인식이 있을 뿐이죠. 되돌아갈 수 없다는 인식, 삶의 무작위성이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진실을 알고 있다는 인식"

"어쩌면 아직도 그를 용서해야 할지도 몰라요. 분명 전에도 이런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용서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니에요. 당신 자신을 위한 겁니다"(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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