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5 - 거울방 환시기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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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홈즈와 왓슨이 있다며 우리에게는 이상과 구보가 있다.

처음부터 이런 느낌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8년전 이 시리즈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아쉽게도 내가 느꼈던 경성 탐정의 첫 인상은 유명한 고전이라고 해서 집어들었지만 너무 옛감성이라 장르소설의 흥미로움을 느낄 수 없었던 책을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인 것이었다. 결국 이런 선입견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권에 이르기까지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지금 그것이 너무나 아쉽다 


거울방 환시기의 시작은 거대한 풍랑속에 빠진 형제가 파도헤 휩쓸려가고 그들을 찾던 보트의 사내들도 어둠의 바다에 빠져들어 그 행방을 찾을 수 없게 된다. 프롤로그처럼 시작된 이 이야기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경성의 이상과 구보. 실종된 여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이상과 구보는 여학생이 다니고 있던 섬의 기숙학교를 찾아간다. 섬의 학교를 찾아가는 기차안에서도 사건이 발생하고 섬에 도착하고 학교를 찾아가도 환대를 받지는 못한다. 실종된 여학생 한영미를 찾기 위해 학교의 협조를 구하지만 이상하게 학교 교장 오수연은 그들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비협조적이다.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왠지 억압적인 교육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교장과 갇힌 공간의 섬에서 또 갇힌 공간의 기숙학교에서는 온갖 소문이 난무하고 실종된 한영미의 행방은 전혀 알수가 없다. 질나쁜 낙서를 했다는 죄로 징벌방인 거울방에 갇혀있던 한영미는 그 이후에 종적을 감췄는데 그녀의 행방을 찾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 거울방에 가보려하지만 여러 핑계를 대며 그곳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모든 것의 시작이 거울방인 것 같아 이상과 구보는 학교를 벗어나 외부에서 건물의 비밀을 찾아내려하는데......


경성 탐정 이상의 다섯번째 권은 '거울방 환시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는데 '환시기'는 이상의 단편소설 제목이기도 하며 "한 남성이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사람들의 얼굴을 비뚤어지게 보고 환각을 겪는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거울방 환시기는 거울방에서의 환시기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 안에는 미스터리 스릴러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의 시대 상황에서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이들의 모습도 담아내고 있어 장르소설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섬과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소문들, 학교괴담처럼 떠도는 이야기에 더하여 전시에 일본이 조선인의 노동력 착취와 생체실험을 한다는 이야기들을 흘려놓고 있는데 소설속 현재의 모습이 우리에게는 명확한 과거가 되니 그 소문의 진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거울의 수, 거울방, 이상의 소설과 거울방 환시기의 내용이 섞이며 장르소설로서의 흥미로움도 같이 느낄 수 있어서 책은 금세 읽힌다. 거울방 환시기가 경성탐정 시리즈의 완결이라고 하는데 뭔가 아쉬운 느낌인데 시리즈의 뒤를 이어 시즌 2가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는 기쁜소식이 날아들기를 기다리며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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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 생각일뿐이고

원래 우리 업무가 아닌 일시적인 일이니까 나눠하는게 맞다고 생각을 해도.

양이 많은 걸 내게 넘기고 똑같이 나눴다는 것도 웃기지만.

업무시간에 딴짓하면서 놀다가 퇴근시간이 되어 그 일때문에 야근해야 한다며 저녁 식대를 받아가는 걸 보니.

정말 얌체짓이 따로 없구나, 싶다.

게다가 야근한다 해놓고 내가 퇴근하니 바로 집으로 가버렸으면서.


본인은 일을 잘한다고 하면서도 제시간에 다 되는 일을 늘 일이 많은것처럼 업무 외 시간에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일이 많다고 투정을 한다. 나와 뭔 상관이냐, 싶어 그냥 두고 있지만.

나날이 그런 일이 늘어나니. 게다가 퇴근한 사람에게도 자꾸 전화를 해대니. 슬슬 짜증이 올라와.


그리고 지금.

내가 자료를 맞추느라 정신이 없는데, 분명 분위기를 보니 놀고 있으면서도 차를 마셨던 컵을 씻지도 않고 그냥 둔다.

저건 분명 나보고 씻으란 소리지. 놀고 있는 사람이 씻으면 안되나?

이런 사소한 것들이 짜증 나게 한다. 내 컵도 씻지 말고 모른척 퇴근해버릴까?


말없이 있으니 사람을 바보로 아는 듯.


아, 바빠 죽겠는데도 이런 것들에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가 쌓이니 일에 집중할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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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맞춤법 띄어쓰기 - 모든 글쓰기의 시작과 완성, 개정증보판 세상 모든 글쓰기 (알에이치코리아 )
정희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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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맞춤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상적으로 쓰는 말 정도는 누구나 다 아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무심결에 쓴 글을 나중에 읽어볼 때, 누구나 다 아는 맞춤법을 틀리게 쓴 글을 발견하면 그렇게 부끄러울수가 없다. 무의식적으로 쓰더라도 맞아야하는거 아닌가, 말이다. 그래도 병이 낳다,라는 식의 글은 써본적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까...


메신저가 발달하면서 소리나는대로 대충 쓰는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맞지 않는 글들이 난무했지만 그래도 맞춤법은 다 알것이라고 생각했다. 뉴스 자막조차 틀리게 올라오고 예능프로그램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막의 글들은 제대로 알지 않으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우리말의 원형이 무너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그건 나의 과한 걱정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너무 기본적인 우리말 맞춤법에 대한 설명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 쉬운 이야기로 시작을 하고 있어서 이걸 끝까지 봐야하나, 싶었다. 그래서 대충 훑어넘기다가 다시 부끄러움을 느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어렵고 헷갈리는 맞춤법에 대한 설명이 넘쳐났다면 분명 재미없는 공부책으로 느껴버렸을것인데 맞춤법이 쉽고 재미있는데? 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다보면 조금 더 공부를 하면 우리말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올라간다.


예전에도 공부를 했지만 여전히 틀리곤 하는 사이시옷, 명사와 서술어의 차이에 대한 설명은 새롭다. 삶이나 앎은 자주 써서 익숙하지만 졸다의 명사형 졺, 놀다의 명사형 놂 같은 맞춤법은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지만 글을 읽다가 졺,을 보게 되면 이건 뭔말인가 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이것도 우리말 맞춤법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읽고 이해를 하면 나중에 다시 떠올리더라도 좀 더 쉽게 맞는 것을 떠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쉽지않은 띄어쓰기. 오래된 티비 프로그램인 우리말 겨루기에서도 우리말 달인이 나오기 힘든데 매번 띄어쓰기에서 달인이 되지 못하는 걸 보면 내게만 어려운 것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기본적인 맞춤법의 원리를 익히면 기본 이상은 할 수 있으니 열심히 공부해봐야겠다. 기본원리에 대한 설명과 실제의 예로 우리에게 익숙한 문장을 통해 맞는 띄어쓰기를 익힐 수 있어서 어렵지 않게, 책읽듯이 읽어나가며 배울 수 있는 것이 좋다. 

의존 명사는 띄어 쓰고, 관형사는 뒤에 오는 말과 띄어 쓰고 - 사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띄어 쓰기가 틀려 다시 적곤 했는데, 지금까지처럼 문장 필사를 하면서 띄어 쓰기를 익히는 방법을 그대로 이 책을 필사하면서 습관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책을 읽고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파악을 한 후, 헷갈리는 부분이 있거나 날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목차를 보면서 그 부분을 잠깐씩 살펴보는 것도 좋을텐데 쉽게 꺼낼 수 있는 곳에 두고 자주 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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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7주년 기념 양장 에디션) - 쉽게 상처받고 주눅 드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회복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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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상처받고 주눅드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 회복의 심리학,이라고 하니 이건 내게 필요한 책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해 보인다고 하지만 내가 아는 나는 쉽게 상처받고 타인의 말에 엄청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내가 나를 잘 아는 것이 맞는가, 라는 생각을 다시 해 봤는데 예전과 좀 많이 달라진 내 모습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한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두고 실천 연습을 계속 하면서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을 늘 되새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사실 '완벽하진 않지만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라는 것을 책 한 권 읽었다고 바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러니 꾸준히 자기 스스로 긍정의 말을 되내이며 연습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나는 생각보다 조금 더 긍정적이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해 나 자신만의 강함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오래전의 나는 자신감없이 움츠러들기만 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여전히 타인의 말에 쉽게 상처받고 자신감없이 주눅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기도 하다. 누가 뭐라한들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그 주장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한 모습이라기보다는 자꾸 타인의 모습을 집어넣게 된다. 자기애가 너무 큰 사람들,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이 무척 중요한 사람이라는 듯이 뻐기거나 자기애가 너무 커서 자기 중심적으로 이기적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다보니 뭔가 이도 저도 아닌 생각으로 빠져들어가버렸다. 


지금 이 책은 '자기 회복의 심리학'이기 때문에 오롯이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하며 글을 읽고 연습을 실행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임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고, 첫번째 책읽기는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확인하고 그 다음은 끊임없이 자기 긍정의 연습을 하는 것이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실수와 약점을 가진 인간으로서 조건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긍적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작은 도로에 속도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이다"(96)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며, 타인이 지독히 개인이기주의적인 사람일지라도 그와 상관없이 나는 나 자신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감 넘치게 잘 살아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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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리기 전과 후, 다시는 같아질 수 없어

매초 다른 사람으로 분리되고 있잖아. 괜찮아?

괜찮아

강렬한 긍정속에서 다시

태어나. 언니의 냉담에 동참하며. 엄마의 믿음에 부응하며. 돌이킬 수 없는 세계의 끝. 미개한 신앙인 타고난 몸으로

입술을 찢으며 웃을 수 있어.


- 권민경,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플라나리아 순간, 일부인용. 


















3년 전, 노화되는 현상이려니 하며 아픔을 견디고 견디다 병원에 찾아갔고 뜻밖의 진단에 서둘러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첫번째 수술은 정신없이 지나갔고, 그 수슬에서 요관의 상처를 입어 결국 내 몸속의 신장 하나도 사라졌다. 두번째는 재수가 없었나 체념을 했었지만 세번째는 솔직히 왜 내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전적인 영향으로 암세포가 잘 생겨날 수 있다니. 그냥 그렇구나, 하기에는 왠지 좀 억울한 기분도 들고. 

하지만 '니가 그런 몸으로 태어난건데 받아들여야지'라는 말에 담담하게 받아들이는척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독실한 신앙이이어서도, 운명론자여서도 아니다. 그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현재를 살아야 미래가 있을것이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담담히 받아들이는 척, 했지만 사실 그것이 그리 쉬운 건 아니다. 어쩌면 평생 소변줄을 하고 그걸 몸의 일부처럼 달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땐 돌아누워 우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잘리기 전과 후, 다시는 같아질 수 없어"라니. 권민경 시인의 문장은 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는 절망이 아니라 희망의 느낌이었다. 씩씩하게 인사를 나누고 혼자 공항 대기실에 앉아, 커다란 짐가방을 옆에 두고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어쩌나, 전전긍긍하다가 문득 꺼내든 시집은 나의 시간을 온전히 채워주는 친구였고 그 맑은 기분은 낯선이에게 가방을 잠시 맡겨두고 자리를 떠날수도 있게 해주는 도움이었고, 두려움의 시간을 견뎌내게 해 주는 위안이었다. 


그리고 다시 암이라는 소식은 한걸음 더 죽음에 다가서고 있다는 세상의 끝을 느끼게 했지만 나는 살아남았고 살아있고 또 살아갈 것이다. 생각의 전환은 쉽지 않고 세상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살아가기에도 마냥 순탄한 삶의 굴곡은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왜 내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 할 수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자 저마다의 삶의 시련과 과제가 있고 자신 앞에 놓여있는 운명의 길이 순탄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인데.


문득 그 어쩔 수 없는 삶들을 마주하고 담담히 자신의 길을 가는 그녀들이 떠올랐다. '강렬한 긍정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라는 비관이 아니라 당당히 내 삶을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가겠어, 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신도 인간도 아닌 마녀의 삶으로 당당히 나선 키르케. 


키르케는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이아의 여정에 그의 발목이나 잡는 마녀로만 인식되었던 키르케를 다시 만나게 해 주었다. 수많은 님프들에 묻혀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 존재로 태어났지만 그녀는 운명에 맞서고 아버지인 태양신 헬리오스에 맞서 자신만의 삶을 이어나간다. 하급여신 키르케,가 아니라 마녀 키르케는 마녀사냥처럼 사용되던 '마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버리고 독보적인 '마녀 키르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한다, 가 아니라 신들이 바라는 하급여신 키르케로 살아가야 한다는 틀을 깨버리고 당당히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겠다고 맞서는 모습은 굉장한 설레임을 갖게 한다.

나 역시 내게 주어진 환경, 상황들, 운명이라는 것에 짓눌려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겠다는 의지를 불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마녀 키르케의 마법은 단지 약초의 힘이라거나 마법만의 힘은 아니다. 키르케 역시 마법을 성공시키기 위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운명에 맞서 자신의 미래를 바꾼다는 것은 의지의 힘이 큰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키르케, 그녀가 진정 마녀로 다시 태어난 것이 아닐까.
















저 끝 어디라도 갈 수 있어. 다녀올게,라며 환하게 웃는 스즈와 그녀의 언니들


무표정한 모습에 어른스럽게 보이지만 무엇인가를 참아내는것처럼 보이던 어린 스즈를 가마쿠라로 데리고 와 함께 살게 된 네자매의 이야기,가 바닷마을 다이어리이다.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 이복자매... 그것만으로도 불행이 감돌것만 같고 안정되지 않을 것 같은 삶의 모습이 예상되지만 뜻밖에 그녀들의 일상에는 힘듦보다 웃음이 더 많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이혼과 재혼을 하며 혈연관계가 아닌 가족관계를 맺으며 천덕꾸러기처럼 여겨진다면 어떻게 삶의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픈것은 낫게 하려는 의지를 가져본다지만, 돌아가신 부모님과 가족의 인연은 도무지 어쩔 수 없는것 아닐까.

하지만 스즈는 점점 더 밝은 모습을 갖게 된다.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듯 보였던 어린 스즈가 가마쿠라에 와서 언니들과 생활하면서 웃음을 찾고 그 평온함에 묻히지 않고 미래의 확신을 갖고 다시 가마쿠라를 떠나는 모습은 어린 소녀가 몸과 마음 모두 성장하여 '입술을 찢으며 웃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잃지않고 각자의 사랑과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한 주체로서 꿋꿋이 자신의 일상을 지켜나가는 모습에 따뜻한 감동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평온한 따뜻함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성장하기 위해 둥지를 떠나는 스즈의 마음은 '다녀올게'라는 말 한마디로 알 수 있을것 같다. 

"저 끝 어디라도 갈 수 있어. 다녀올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고리섬의 복자, 세상의 복자들


복자에게,를 읽기 시작할 때 어느날 들었던 뉴스가 생각났다. 의료원에 근무하던 간호사들이 8년여간의 투쟁끝에 산재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이 작은 섬, 같은 곳에 살면서도 그녀들의 이야기를 전혀 몰랐던 내게 그 뉴스는 충격이었지만 다행히 고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산재인정 소식이어서 마음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우연일까, 운명일까. 그녀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복자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그들 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복자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그녀들의 투쟁은 성공하였다,의 투쟁기가 아니라 수많은 복자들에게도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슬픔이 있고,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음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어서 좋았다. 이 척박한 섬에서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건 노동뿐, 이라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슬픔, 분노와 기쁨 모두를 느끼며 당당히 바다로 나아가는 삶의 모습이 있어 좋았다.


"나는 제주, 하면 일하는 여자들의 세상으로 읽힌다. 울고 설운 일이 있는 여자들이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무한대의 바다가 있는 세상. 그렇게 매번 세상의 시원을 만졌다가 고개를 들고 물밖으로 나와 깊은 숨을 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 잘되지 않겠니?"(복자에게, 189)



이 세상의 키르케, 스즈,복자 들은 모두 그렇게 각자의 삶 앞에 담담히 맞서며 당당해져 갔다. 운명을 거스른다거나 뭔가 특별하다거나 엄청난 용기가 있어서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닌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나서, 나는 왜 이런 상황속에서... 따위의 분통이 아니라 단지 '나는!' 외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내게 닥쳐온 삶의 모습은. 늘 평온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바다의 파도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다 똑같은 파도가 아니고, 평온한 바다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는 생태계의 생존이 치열하게 담겨있으며,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의 한가운데에서는 오히려 고요함이 감돌기도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을 떠올려보게 된다. 

나는 나로서, 의지로 기적을 일으키는 마녀처럼, 미래에 대한 나의 선택을 믿으며 내 앞에 있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면 될 것이다. 그런 나에게, 내가 아닌 나에게, 나인 너에게 인사를 건넨다. 

복된 이들이여, 요망지게. 안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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