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책 - 100개의 주제로 엮은 그림책 북큐레이션 북
제님 지음 / 헤르츠나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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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책, 제목 그대로 받아들여 그림책을 이야기한 책이라 생각했다. 실제 책을 받아들고 생각보다 훨씬 두툼하고 무거운 책인데다 우리말로 출판된 모든 그림책을 다 모아놓은 것 같아서 잠시 밀려뒀었다. 선물받은 그림책으로 십여년 전에 읽었던 몇 궈을 빼면 대부분 모르는 책일꺼라는 생각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가만히 다시 살펴보니 '백개의 주제로 엮은 그림책 북큐레이션 북'이라는 주제가 보인다. 그림책과 거리는 멀지만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북큐레이션의 그림책이니 그 주제별로 틈틈이 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보고 있다.


그런데 뜻밖에 1부는 그림책 북큐레이션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고 저자의 한 권 북큐레이션과 여러 도서관의 북큐레이션 사진, 북큐레이션 칼럼으로 시작하고 있어서 관심을 확 끌어당기고 있다. 책의 내용이 중요한 건 맞지만 그 내용을 읽기 위해 손이 먼저 가야하는데 그 시선끌기의 시작이 바로 북큐레이터의 손길에서 시작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편견이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다정한' 북큐레이터 제님 씨가 언급하고 있는 책과 저자들이 내가 좋아하는 책과 저자들이어서 더 좋았다. 김영민님이 좋아하는 에세이 작가 스가 아쓰코를 찾아 읽고 그러면서 저자도 좋아하는 모란디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또 서경식님의 글에서 은밀히 좋아하는 모란디 화가에 대한 글에 기뻐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은근 나 역시 더 많은 책을 찾아 읽고 싶어진다. 스가 아쓰코의 책은 읽었지만 다른 책들은 사놓고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말이다. 

그리고 더 좋았던 것은 북큐레이터가 뭔가 많이 알아야 하고 심도깊은 주제를 다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책 제목을 보다가 떠오르는 것으로도, 밥으로 떠올릴 수 있는 그림책을 이야기하며 북큐레이션을 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말 더 좋았던 것은 "'누구나' 논리에 묻혀 상처를 더 깊숙이 꾹꾹 누르고 돌아간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마음에 "쓸모없이 고귀한 것들과 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갖고 싶다"(53)고 하는 저자의 마음이었고 나도 그 마음을 닮고 싶어 괜히 저자처럼 존버거의 글로 쓴 사진을 꺼내들고 싶어진다. 


생각날 때 떠오르는 주제를 찾아 그림책의 책을 참고 하면서 읽어볼 그림책이나 추천해 줄 수 있는 책을 찾기에 딱 맞춤이라는 생각에 관심이 가는 주제를 먼저 보고, 읽은 그림책이 보이면 또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을까 들여다보고, 무심히 책장을 넘기다 눈에 확 뜨이는 책이 보이면 또 그건 어떤 그림책인가 내용을 살펴보게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그림책의 책 저자 제님 씨도 표지가 맘에 들어 책을 집어들게 되기도 한다는 것. 표지가 이뻐서 나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인지상정(!)의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얼마전 티비에서 엄마는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에게는 많은 책을 읽히고 싶어서 온 집안을 책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봤는데 직접 책을 고를 자신이 없다면 최소한 그림책의 책을 참고해서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고 책을 읽고 싶게 만들 수 있는 책을 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참고서가 되는 책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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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우리 할머니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억합니다
한성원 지음 / 소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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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억합니다.


이 모든 걸 기억해야 하는 날이다. 아니, 모든 날에 기억을 해야한다. 

성탄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성당에 갈수도 없는 비대면의 시기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휴일에 새벽에 잠이 깨어 무심코 집어든 책이 할머니, 우리 할머니라니. 아침부터 마음 한 켠이 시리고 울컥 눈물이 나와버렸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르는 일이 많았고 기억하고 함께 하겠다 했었지만 슬며시 잊어가고 있었던 내게 다시 한번 함께 하자 말을 건네고 있다. 성탄의 기쁜날에 눈물이라니,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게 빛이 되어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일에 오히려 이 책이 더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알게 된 김군자 할머니 이야기는 영화 이야기보다 오히려 할머니의 이름을 딴 커피 김군자블렌드 펀딩으로 더 기억을 한다. 장례비용만을 남기고 모든 재산을 기부하셨고 그 장학금으로 멋진 바리스타가 된 청년이 할머니를 기억하며 김군자 블렌드를 펀딩했을 때 커피는 마시지 않지만 선물용으로 구입했었는데... "나눌 수 없을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그 말씀이 성탄절인 오늘 더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 책은 그림으로 표현된 그래픽노블이다. 그래픽노블을 많이 봤지만 이 책은 말 그대로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느낌이다.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그림을 보며 웃고 분노하고 공감하다가 울컥해지는 그림에, 너무도 이뻐서, 정말 화사하고 아름답게 그려져서 더 슬펐던 그림에... 더 이상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를 받지 못하고 떠나시는 할머니들이 없기를, 그것을 위해 우리가 더 노력해야겠구나, 생각한다. 


늘 할머니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할 때 뭐라고 해야하나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 마음이 쓰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 하며 '위안부'에 작은 따옴표를 붙이는 것 조차 할머니들에게 미안해지는 것이다. 

인권운동가이며 평화운동가이며 용기를 내어 증언을 하시는 영웅 슈퍼히어로 할머니들은 또한 우리의 할머니이며 그래서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재이다. 그리고 우리는 할머니들을 기억한다. 팔십년전의 사라져가는 기억이 아니라 팔십년이 지나도록 "진정한 반성과 사죄가 없는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고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찾는 그 날까지 우리는 함께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당신을 기억합니다.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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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이끌어 내고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되찾는 그 날까지 우리는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당신을 기억합니다.
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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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 데일리의 1분 세계여행
누세이르 야신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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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이 사람들의 가슴에 가닿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나스 데일리의 1분 세계여행,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미 나스 데일리는 천일이 넘게 세계 각국을 다니며 영상을 찍고 딱 1분동안의 내용으로 편집해 날마다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리며 천만이 넘는 팔로어가 열광한 여행동영상인데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나스 데일리가 무엇인지 몰랐던 내가 처음 이 책을 펼치며 기대했던 것은 세계 각국의 풍경이 담겨있는 사진이었다. 1분 세계여행이라니 그곳을 알 수 있는 최고의 풍경들이 담겨있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곳의 풍경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래서 술렁거리며 책을 넘기려다가 멈추고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차분히 읽기 시작했다. 나스가 저자인 줄 알았는데 나스는 아랍어로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것만 알았어도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더 많은 기대를 했을지도 모르는데.


나스 데일리의 여행을 제작한 누세이르 야신은 이스라엘의 한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이다. 아랍인이라 입국이 금지된 국가도 많고 그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많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판에 박힌 틀과 선입견이다. 그래서 그의 여행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특히 차별과 편견, 선입견 등에 맞서는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갖지 않게 된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들인데 그렇지 못한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부끄러워해야하는지도.


르완다 지역의 인종청소 피해자의 용서, 열다섯살 이스라엘 소녀의 이유없는 증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실 몰랐던 이야기가 아니지만 구체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그 내용이 더 강하게 와 닿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자본의 힘으로 팔레스타인을 억압했던 이스라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어쩌면 이것 역시 하나의 단편적인 선입견이 될수도 있으니 더 깊이 나가지는 말자.

어쨌거나 나스 데일리의 여행이 인종차별뿐 아니라 종교와 문화에 대해서도 선입견을 없애기 위한 그의 노력이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지구 환경을 위한 재활용 이야기, 노숙자들의 희망을 담은 이야기, 멕시코 문화의 훌륭함과 지진피해가 있었을 때 모두가 한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전한 이야기... 나스 데일리의 세계여행을 되새기고 있으려니 정말 많은 나라와 사람들과 이야기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만큼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여행기이다. 그러니 좀 더 많은 이들이 이 여행기를 통해 열린 마음과 열린 생각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모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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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여행법 - 10년 차 기획자가 지켜온 태도와 시선들
조정희 지음 / SISO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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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여행법,이라고 해서 별 생각없이 여행계획에 대한 기획자의 계획제안서 정도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더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는 두리뭉실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여행'이라는 것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개념과 그 여행의 목적을 생각해보게 하고 그 목적에 따라 여행지와 일정 등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글을 읽다보면 그저 막연하게 여행이 좋아, 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과 어떤 곳을 어떻게 준비하고 찾아가야할지 구체적인 생각을 하며 여행계획을 세워보게 된다.


책을 읽다보니 오랜 세월 여행을 하면서 생긴 노하우가 저자가 말하는 여행준비와 맞물리는 것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내심 나름대로 잘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또 여러 팁을 얻기도 했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지역에 대한 여행서를 읽고 정보를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과 관련된 인문서가 있으면 찾아보고 더 여유가 있으면 문학책을 찾아보는데 저자가 바로 3권이상의 책으로 정보를 얻는다는 말에 다들 비슷한 마음이구나 싶어지기도 하고, 의미있는 여행을 위한 열린 마음과 목적의식을 갖는 것의 중요성도 생각하게 된다.

사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에 그 지역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라도 얻고 가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언젠가 너무 바빠서 여행 짐도 떠나는 날 새벽에 싸들고 떠나게 된 때가 있었다. 사실 그 때 이번 여행은 얻는 것이 많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저 쉬면서 좋은 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면 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기도 했었다. 미리 준비하고 공부를 좀 하고 떠났다면 더 많은 것을 얻었을지 모르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그 때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먹고 구경하고 자고의 반복이 더 좋았던 기억이 있다. 한가지 방식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이 책의 저자는 조곤조곤 잘 설명하며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획자의 여행법,으로 많은 것을 배울수도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생각과 마음이 아닐까 싶다. 굳이 먼 곳으로 떠나지 않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골목길을 탐방해보면서 동네의 역사와 나와 부모님의 삶의 여정을 떠올려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기분을 내며 내게 추억할 수 있는 하루를 남길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3장에서는 저자가 직접 떠났던 여행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획자의 시선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굳이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더라도 내가 선호하는 나만의 멋진 여행지를 찾아 떠날 수 있다면 좋지않을까, 싶어진다. 물론 지금은 그 어느곳으로도 떠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느 곳이든 더 간절해지는 여행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한가지 덧붙이자면, 나는 휴양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언어의 장벽이 너무 커서 힘들다 하더라도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알게 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면 최상의 여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몇년 전 직원들과 여행을 가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갔었는데 어머니가 여행지에서 많은 것을 체험하지 못하시지만 함께 갔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시고 내 마음도 더 즐거운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었다. 여행이라는 측면에서 효율을 따진다면 비용대비 많은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와의 추억이라는 측면에서는 엄청나게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까. 

기획자의 여행법,을 이야기하는 기획자의 '기획'과는 조금 엇나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것이 바로 그 '기획'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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