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미로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2
천세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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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내 안에 담긴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어떤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일단 이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미로의 이야기를 먼저 해 보자.


미로는 호수마을에 사는 이야기꾼이다. 집에서 가출을 한 나는 - 가출이라기보다는 외삼촌 집으로 가는 것이지만 -안개가 자욱한 날 길을 잃은 미로를 만나게 되고 미로가 사는 호수마을이 이 세상 어느 곳인지는 모르지만 그곳에서는 문자의 기록이 아니라 이야기꾼들의 이야기로 마을의 모든 것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잘 모르지만 외삼촌은 그렇게 사람의 말을 통해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엄마를 잃은 미로는 호수마을의 이야기꾼 구루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며 만나게 된 이야기들을 외삼촌에게 들려주고 다시 호수마을로 돌아간 듯 갑자기 사라지는데, 외삼촌은 미로가 남겨 준 이야기를 글로 기록을 하고 역시 어디론가 떠나고 ... 어쩔 수 없이 외삼촌이 남긴 미로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그렇게 이야기꾼 미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미로의 여행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그 여행 이야기에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지만 내게는 정치풍자나 삶의 우화처럼 읽히기도 했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하지만 시기와 질투가 담겨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풍자 이야기처럼 읽다가 어느 순간 우리의 지고지순한, 순수하기만 한 마음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 여행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또 우리 모두의 마음을 읽게 되기도 하니까.


어쩌다보니 너무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 나 자신의 이야기가 이렇게도 미미한 것인지 부끄럽고 아쉬운 마음뿐이다. 이 동화처럼 읽히는 미로의 이야기를 누구와 읽는지, 누구에게 읽어주는지, 아니면 내 개인의 체험이 어떤 것인지에 따라 글을 읽는 느낌이 다 다르지 않을까? 사실 나는 처음 읽었을 때 마음에 남았던 이야기와 또다시 슬쩍 들춰봤을 때 남는 이야기가 또 달랐다. 

담고 있는 이야기는 똑같은데 읽을때마다 다른 이야기들이 마음에 남는 것은 어린왕자 이야기를 읽은 느낌과 닮았다. 내 느낌으로는 그렇다. 어딜가나 이기적이고 잘난척하는 사람이 있고 그로인해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은 똑같지만.


며칠전 들었던 기억과 추억은 다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리고 또한 기억은 기록과도 다르다. 다른 호수마을로 이야기 여행을 떠난 미로의 이야기에서도 개인의 추억이 다르고 각자의 이야기가 다른 것처럼.

우리가 그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진심과 진실이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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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문 동쪽제단.
지금도 이 구조로 성당을 건축하는지 궁금

6 paradisus. 교회의 앞뜰.
7 propylaia, 고대 그리스의 문 또는 문 형태의 건축물.
8 西正面, 건물 중 주요 도로에서 보이고 주 출입구가 있는 정면을 파사드(facade)라 하는데, 여기에 방위를 더하여 동정면, 서정면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중세 교회 대부분이 탄생, 생명, 부활을 상징하는 동쪽에 제단을 배치하고 죽음과 죄악을 상징하는 서쪽에 출입구를 냈으므로 외부에서 볼 때는 언제나 서정면이 파사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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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중요한 건 이야기를 듣기만 하느냐,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느냐를 결정하는 거야. 그 사이에서 움직이지 않고 머무르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건 천둥과 번개 사이에 머무는 것과 같지. 귀로는 천둥소리를 들어야 하고, 눈으로는 번개를 보아야 하는 일이 그리 즐거운 것만은 아닐 거야. 너희들은 아직 그 차이를 몰라.
하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거야. 중요한 건 이야기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거야. 이야기가 되는 게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어. 그건 너희가 결정할 수도 있고, 세상이 결정할 수도 있지."
- P44

날이 밝자 두 사람은 숲에서 아침식사에 곁들일 먹을거리로 버섯을 땄다. 버섯들이 모두 모양이 다르고 맛과 향이 다른 것이 신기했다.
"버섯을 보면 늘 신비로운 생각이 들고,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생각하게 돼. 미로아, 우리가 보는 숲은 하나가 아니야."
"다른 나무들, 다른 꽃들이 자란다는 거지요?"
"이제 제법인걸! 그렇지. 하나하나의 숲을 보아도 그래. 이 숲에 종류가 다른 많은 버섯들이 자라는 건, 우리가 보는 겉모습은 비슷해도 땅속은 아주 다르기 때문이지. 다르기 때문에다른 버섯이 피어나는 거야. 이야기도 그런 거야. 같은 마을에 사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가 피어나지. 그걸 읽는 게 이야기꾼이 해야 하는 일이야."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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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스포일러에 대한 자세.
그래! 예의가 이닌게지

"자네가 괜찮고 괜찮지 않고를 떠나서, 이건 매너의 문제야."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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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로지 - 히어로 만화에서 인문학을 배우다
김세리 지음 / 하이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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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로지가 뭘까, 했는데 저자가 말 그대로 마블학,을 의미하는 용어로 썼다고 한다. 마블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마블학이라니 뭔가 단단히 준비를 해야하나, 싶었지만 친절하게도 저자가 마블의 히어로의 계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마블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책을 이해하는데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 아니, 솔직히 티비 프로그램(방구석1열)에서 마블 특집 방송을 했는데 그 방송을 보고난 후에 책을 읽어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본적이 없고, 와칸다 포에버의 상징을 표현해보지도 못했고 어벤져스 어셈블!을 외쳐보지도 못했지만 책을 읽고 있으려니 그 의미가 조금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마블코믹스의 탄생에서부터 마블 히어로들의 개별적인 탄생과 일화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각각의 캐릭터에 녹아들어가 있는 신화 속 인물과의 연결점은 뭔가 새로움을 발견하는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영화소개를 하면서 마블히어로들의 조각상을 보며 박장대소를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사실 지금도 그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예전에는 그것이 하나의 풍자처럼 느꼈을뿐인데 이 책을 읽고나니 마블 신화의 위대한 탄생에 대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나는 마블과 디씨를 구별하지도 못하는 사람이었고 코믹스의 영웅들에 대해 그리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친구가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영화관에서 봐 줘야 하는 영화라며 같이 가자고 했을 때 마지못해 같이 가줬었는데 그 이후 시리즈가 나오면 내가 먼저 가자고 하게 될만큼 그 세계관과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니, 거창하게 세계관과 철학이라고 표현할 것 까지는 없다. 그냥 '큰 사람은 큰 책임을 갖는다'라는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 자신이 맡아야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며, 인간적인 모습 속에서 영웅의 특별함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실수를 하며 또한 정의로움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정의로움에 대한 정의가 수학공식처럼 딱 잘라지는 것이 아니니 히어로들에게도 트롤리의 딜레마처럼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논쟁은 힘겨운 것이다. 초인등록법에 대한 찬반 역시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기 힘든데 애초에 이런 딜레마 상황 자체가 옳지 않다고 끝내버리고 싶을만큼. 

마블 신화는 여전히 진행중일 듯 싶고, 어벤져스 영화를 보고난 후라면 마블로지의 내용이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올 것 같기는 하지만 마블로지라고 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마블의 히어로 스토리는 단순히 재미로만 보는 코믹스를 넘어 마블 유니버스,를 창조해내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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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31 0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배트맨을 너무나 사랑하므로 DC코믹스편입니다. 마블이 아무리 거세어도 굳세게 버텨라 DC라고나 할까요? ^^

chika 2021-08-01 18:59   좋아요 0 | URL
ㅋ 저도 배트맨 좋아해요! 조커는 무섭지만. 아무래도 좀 암울한 느낌의 배트맨 느낌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