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
맥스 브룩스 지음, 조은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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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풋, 마을을 파괴하다.

이 책의 첫문장을 읽을때만해도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레이니어 화산 폭발로 그 인근에 위치한 최첨단 고급 친환경 공동체인 그린루프에서의 유혈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는데 - 이건 이미 서문에 언급되어 있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고난 후 다시 앞으로 돌아갔더니 명확하게 이야기의 전개를 설명하고 있었다. 코로나 확진이 되어 격리되면서 아프기도 하고 정신이 없어서 책의 내용에 집중을 못한탓이라고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그저 상황은 다르지만 격리된 상태에서 '생존'에 대해 더 몰입하며 집중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아무튼 그린루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에 대한 의문은 그곳에서 발견된 케이트의 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친환경공동체에 입주하게 되면서부터 이웃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화산 폭발 후 전력이 끊기고 인터넷 연결이 안되며 고립되어버린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기록한 케이트의 일기를 통해 인간 공동체가 자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노력과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스콰치에 대해 알게 된다. 


'친환경 공동체'라는 설정에서부터 케이트의 이웃이 입양한 딸 팔로미노가 소수민족 로힝야 출신이라는 설정 등을 읽으며 이 소설이 단순히 재난이라거나 좀비스릴러만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이렇게 전개되어가는 이야기가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설명이 많은걸까, 왜 문장마다 이렇게 의미를 묻어두고 있는것처럼 느껴지는걸까... 싶었는데 이 모든 것이 이야기의 전개에 필요한 것이고, 소설의 형식 자체가 케이트의 일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에 필요한 설정이고 복선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속도감이 붙기 시작했다. 

물론 이미지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함을 평소 아쉬워했는데 모스타르가 케이트에게 토끼 잡는 법을 알려주기 시작할 때부터 목이 잘린 이웃의 머리를 찾아내어 가지고 오는.... 아, 이런 것은 구체적인 묘사를 보고 싶지는 않다. 


극한 상황에서 닥치는 공포에 대해, 심지어 부부마저 신뢰할 수 없거나 힘이 없음에도 지켜야할 것들에 대해 용감해지는 것, 지능을 가진 인간만이 우월하다는 인식을 단번에 깨버릴 사스콰치...

이 이야기는 수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도덕 교과서는 결코 아니다. 주먹쥐고 마음졸이며 그린루프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몰입하다보면 쫓고 쫓기는듯한 긴박감에 심장을 조이고 있다가 잠시 안정을 찾게 되면 이 상황들에 대해 성찰과 고뇌가 이어지고 곧이어 또다시 예상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공동운명체에 대한 책임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한 공포가 뒤엉키고 있는 이야기는 다시 곱씹어볼수록 내 생각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케이트와 팔로미노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화자가 예상한 세번째 시나리오처럼 케이트가 눈을 번쩍 뜨는 그 모습에서부터 데볼루션의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잠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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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장에 반대한다 Till Aktion

미카 라우니스, 핀란드 평화 연맹1975년경, 스웨덴스웨덴은 1975년 ‘핵 확산 방지 조약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Nuclear Weapons, NPT‘에 서명했다. 스웨덴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중립을 유지했지만 소련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핵무기를 방위수단으로 간주하고 1972년까지 은밀하게 핵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포스터(왼쪽)는 스웨덴어로 쓰여 있지만 ‘핀란드 평화 연맹 Finnish Peace Defenders‘에서 발표한 것으로 핀란드인 예술가 미카 라우니스Mika Launis가 삽화를 그렸다[핀란드는 비핵국非核國이다]. 스웨덴은 자유주의 정치철학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포스터는 한 국가의 정치적 성향이 언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보여주고 있다. ‘재무장에 반대한다Till Aktion mot upprustning!‘라는좌파적 어조는 대중들에게 핵무기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달라고호소하고 있고, 이 뜻을 전달하기 위한 삽화에는 밀착하여 서 있는 세 명의 젊은이가 그려져 있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어깨를 포갠모습으로 보아 화면 밖에도 더 많은 사람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젊은이 중 한 명은 부리에 올리브 가지를 문 채 머리 위를 맴돌고 있는 흰 비둘기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데, 이는 평화를 향한 포스터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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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2-08-25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엠네스티 50주년 기념 후원을 하고 굿즈도착하면 책과 같이 올리려고 했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9월이 되어야 배송시작이라고...
포스터에 담긴 저항의 역사를 본다. 저절로 얻은것들이 아니다.
 

나도 내가 위선적이라는 걸 안다. 나는 생선과 닭고기를 먹고,
가죽과 실크를 입는다. 내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살생의 모든 혜택을 누린다. 다 알지만 안 된다. 나는 죽음을 볼 수 없다. 127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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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을 열다 우연히 본 뉴스픽.
제주도 거문오름 주위 개발제한구역의 토지를 구입한 사람이 축구장 열배넘는 넓이의 산림을 훼손하고 나무 십만그루를 베어냈다는.
근데 더 웃긴건 기사에서 벌금 혹은 징역이라 나와있지만 벌금 맥시멈은 이억원도 안되고 산림 훼손으로 얻은 토지 시세차익은 십칠억원이랜다. 이런 토지는 벌금이 아니라 국가몰수해야하는거 아닌가?
땅을 되돌릴때까지 매매가 안되는건 기본이고 복구비용까지 부담시켜야하는 법이 있어야지.
도대체 이놈의 나라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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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24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개발제한구역인데 나무를 베어낸다고요? 그게 가능하다는게 더 이상해요. 저건 진짜 복구비용 바담시키고 실형 살아야 하는거 아닌가요? 에휴
 

˝아버지. 제가 매일 이용하는 공항철도는 참으로 이상합니다. 번호가 붙은 다른 호선과는 분명 다릅니다. 1호선이 인과 예가 사라진 아사리판이라면, 2호선은 정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뢰한들의 세상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공항철도와 연결되는 9호선은 출근 시간에 지옥도가 열립니다. 인간이 어디까지 쪼그라들 수 있는지, 어디까지 치사할수 있는지, 어디까지 막돼먹을 수 있는지를 보려면 고시원에 살면서 9호선 오전 급행을 타보면 됩니다. 그에 비해 공항철도는 놀랍도록 깨끗하고 평화롭습니다. 가끔 자전거 족들이 민폐를 끼치기는 하지만 1호선의 예수쟁이나 2호선의 앵벌이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고약한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못난 아들은 공항철도가 불편합니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공항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천진하고 설레는 표정을 보는 것도 불편하고, 여행에서 돌아오는길에 피곤에 절어 꾸벅꾸벅 졸며 서울역으로 향하는 걸 보는 것 역시 불편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제 삶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한 제가 공항철도를 이용해 출퇴근을 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저랑 비슷하게 공항철도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뭔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언제쯤 공항철도가 편하게 다가올까 궁금한 한편, 그런 삶을 누려오지 못한 지난 시간들이 후회로 남기도 합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편권도를 가르치며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편권도의 강력한 주먹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게 딱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이라고, 아버지 올라오셔서 함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공항철도를 이용해 공항에 가보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비행기에 오르기를 또한 소망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생각날 때면 묵묵히 정권 찌르기를 합니다. 백번 천번 계속 합니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요.˝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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