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간 많은 것이 변화했다. 홍수와 화재의 빈도가 늘고 기후가 달라졌을 뿐 아니라 식물의 과학도 바뀌었다. 식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방법, 식물을 식별하는 방법, 그리고 농학자가 더욱 튼튼한 농작물과 질병에 강한 느릅나무를 개발하기 위해 실행하는 방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내가 과학자로서 배운 2가지 소중한 교훈은 어린 시절 뉴욕주 북부 시골에서 수집한 식물에서 얻었다. 첫째는 ‘한 사람의 힘‘이라는 교훈으로, 나는 대개 혼자서 자연을 관찰해 지역 야생화는 물론 새알에 관해서도 아마추어 전문가가 되었으며, 그 시절 내디딘 걸음마가 현장 생물학 전문가가 되는 길로 이어졌다. 둘째는 ‘지역에서 출발해 세계로 나가라‘라는 교훈으로,
처음에 뒤뜰에서 자연을 배우고 나중에 지구 생태계로 시야를 넓힌 덕택에 나는 한층 더 유능한 현장 생물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내가 나무에 지었던 요새는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뒤 몇몇 대륙에 설치된 열대 우듬지 통로로 진화했다. 호숫가 오두막에 우뚝 서 있는 키 큰 느릅나무 한그루에 쏟았던 애정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삼림 보전 활동으로 확장되었다. 유년 시절 자연에서 식물을 발견하고, 만지고, 냄새 맡고, 식별하는 등 오감을 발달시키며 만끽했던 즐거움은 내가 대학교에 다니고, 대학원생이 되어 연구하고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소수의 여성에게 조언하는 과정에 영감을 주었다. 어릴 적 나의 마음에 담겨 있던 그 모든 열정은 헝겊 조각을 이어 붙인 조각보처럼 한데 뒤엉켜 궁극적으로 나를 세계 최초의 나무탐험가로 성장시켰다. 자연을 탐험하면서 평온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면 나는 현장 생물학자를 직업으로 삼지 않았을것이다. 대부분 나무였다. 대부분 고독이었다. 대부분 야생화였고,
나뭇잎이었고, 자연의 작동 원리를 궁금해하는 호기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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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나 - 한없이 다정한 야생에 관하여
캐서린 레이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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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가장 친한 친구는 야생 붉은여우예요"(399)

이 책의 저자 캐서린 레이븐은 야생 붉은여우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유일한' 친구가 여우라는 말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야생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모비딕을 읽었지만 - 그래픽노블까지 읽었지만 완역본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 그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 보며, 저자의 글을 다시 인용해보자면 소설 모비딕에서의 화자 이슈메일(이름의 번역이 조금 다르지만)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로 나누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하는데 이 말을 되새기며 세상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단순히 야생 여우와 생태학자가 우연히 만남과 교류(?)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티비에서 닫힌 문을 열고 집안에까지 들어와 냉장고까지 뒤지고 나가는 곰의 모습을 봤는데 그냥 야생곰이 아니라 그 집의 주인인 환경보호자와 오랜 시간 친분을 쌓은 곰이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어쩌면 야생 여우와의 흥미로운 일상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만남은 그렇게 우연이었겠지만 어린왕자가 만난 여우처럼 늘 같은 시간에 찾아와주는 의미있는 친구는 아니지만 저자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여우가 된 것은 확실하다. 


레인저로 활동하며 사냥도 하는 모습이 낯설어보이기도 하고 야생동물의 사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이유없는 학살과 게임처럼 놀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굳이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글을 읽다보면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이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이 이야기는 야생의 숲에서 지내는 야생 동물의 모습과 그에 연장선상에 있는 인간의 삶의 공존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될까,를 고민해보게 되는 이야기이다.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읽기 시작한 '어쩌다 숲'이라는 책의 내용은 조금 더 인간의 세상을 중심으로 도시화된 공간에서의 동물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의 일상은 조금 더 후자에 가깝겠지만 우리나라 역시 산 속 깊은 숲에 사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우연한 야생동물과의 만남, 혹은 야생동물과 가까워지기 위한 장난의 기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깊은 숲속,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먼 곳에서 새까만 새끼 여우 한 마리가 해먹 모양 가지에 등을 긁고 다리를 꼬고 웃음을 터뜨려 숲의 모든 새끼들을 웃게 한다. 과학자가 소리를 듣는다. 바람소리겠지. 그는 공책에 중요한 숫자를 몇 개 적는다. 그는 마음의 장난에 휘말리지 않는다.
애석한 일이다. 인간의 정신이 습득한 모든 기술 중에서 장난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술이니까."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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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스는 『바람과 모래와 별들』에서 이렇게 썼다. ˝인간은 백화되고 헐벗고 돌투성이인 산을 위해 죽을 것이며 (・・・) 거대한 모래더미를 마치 사금처럼 죽기 살기로 지킬 것이다.˝ 모든 짐승에게 공간과 고독과 야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짐승은 최적의 서식처를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 그게 무엇이든 여우와 나는 인디언밥풀 사이에서 발가락을 벌린 채 다윈의 냉이처럼 굴광성‘을 발휘하여 해를 바라보았다. 주변 식물들 못지않게 우리도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태양에 의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나, 그리고 이제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 여우는 해바라기를 하며 빙글빙글 맴돌았다.
여우와 나,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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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소유하는데는 크나큰 책임이 따른다.

나는 밭쥐숲을 없애버릴까 생각했다. 그토록 오래 내 곁에 있어준 밭쥐들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들을 보호해줄 숲이 사라지면 매, 족제비, 고무보아뱀에게 대부분 학살당할 것이다. 밭쥐가 초지 위를 나는 붉은꼬리말똥가리의 발톱에 꿰인 채 핏방울을 뚝뚝떨어뜨리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족제비가 밭쥐굴에 살금살금 들어가 털 난 궁둥이에 뾰족뾰족한 송곳니를 박는다고 상상해보라.
고무보아뱀이 통통한 밭쥐를 삼켜 팽팽한 한쪽 끝이 불룩하게 부푼 모습을 상상해보라. 상상할수록 죄책감은 커져만 갔다.
땅을 소유하는 데는 크나큰 책임이 따른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길 하나를 낼 때마다, 잡초한 포기를 뽑을 때마다, 나무 한그루를 심을 때마다 수억 가지 결과가 생겨난다. 대자연에게 봉토를 하사받은 대봉건지주는 자신의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를 정당화할 수 있어야 한다. 홧김에 숲을 밀어버릴 수는 없다. 밭쥐숲도 예외가 아니다. 밭쥐들이 끼친 피해는 엎지른 물이었다. 숲을 없앤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었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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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쉬운 영문법 - 궁금증이 싹! 풀리는
윤여홍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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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암기가 아닌 문법의 원리로 이해한다'라는 말을 내세우며 그저 책을 읽기만 해도 문법이 쏙쏙 들어와 이해하기 쉽게 된다는 문구를 읽으면서도 내심 어느정도의 과장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쉽게 설명을 한다하더라도 문법이야기는 내가 이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예문을 풀어보면 백퍼센트 이해했다는 말이 무색할만큼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 책은 말 그대로 쓱 읽기만 했는데 문법의 내용이 확연히 이해가 된다. 


이 책의 활용법에 대한 설명 중 '궁금증을 유발하고 함께 해결하면서 즐겁게 체득하는 문법'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한문장으로 이 책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설마, 라고 의심을 할수도 있지만 실제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부인할 사람은 없지않을까. 

첫번째 궁금증인 스쿨school은 학교일까요? 를 읽다보면 수의일치 - 단수, 복수를 일컫는 수의 일치에 대한 설명인데 잘 설명해나가다 주어에 s가 있으면 동사에 s가 없고 주어에 s가 없으면 동사에 s가 있다는 식의 설명에 너무 단순한 수식처럼 넘어가는가 싶어 대충 읽어넘길까 싶었는데 뒤이어 '수 일치는 왜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문법책에서는 그렇게 수의 일치에 대한 설명과 이해로 끝났었는데 그 '왜'라는 물음에 멈칫하면서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좀 당황스러웠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는 궁금증의 해결은 곧바로 이어지는 문장 A person schools in the paddock를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예를 들기 위해 저자는 school이라는 단어가 동사로 쓰이는 문장을 언급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확실히 수의 일치가 문장을 이해하는데 더 명확함을 준다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런 기본적인 설명이 마무리되면 연습문제가 있고 '더 친절한 윤쌤의 보충설명'으로 그 장에서 배운 내용의 보충설명까지 끝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면 그 다음 궁금증으로 넘어간다. 


책의 내용에 대해 첫부분을 상세히 언급한 이유는 일단 이런 내용이 담겨있으니 영어를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어서이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그저 쓰윽 읽는 것만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굳이 공부를 한다는 느낌이 없기도 했지만 천천히 읽고 있으면 좀 애매했던 부분들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 같아 기분좋게 이해가 된다. 무엇보다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유는 문장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인지 이 책은 그 부분에서 확실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더 신뢰가 간다. 

이 한권의 책으로 영어실력이 향상되거나 말문이 트인다거나 문장의 해석이 저절로 잘 된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더 올바른 방향으로 수준이 향상되리라는 기대는 하게 된다는 뜻이다. 여전히 오늘부터 1일,이라는 다짐으로 영어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이 책을 제대로 숙지한다면 분명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아진 영어실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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