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인 - 온전한 나를 만나는 자유
서지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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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또 함께 삶을 짓는다. 당신만의 근사한 아날로그를 힘껏 응원한다"(246)


이 책은 영어를 가르치다 은퇴를 하고 전업주부가 된 서지현 작가의 소신있는 아날로그적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아날로그를 대표할 수 있는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자판을 두들겨 글을 작성하는 것보다 연필을 깎으며 글짓기를 하고 차를 타고 쉽게 이동하는 것보다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으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풍경을 바라보는 그런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단지 사물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도 담겨있었다.


아이의 망가진 인형을 쉽게 버렸다가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보며 쓰레기통을 뒤져 떨어져나간 인형 다리까지 찾아내 끝내 수리를 하고 아이의 품에 맡길 때, 어머니가 한달 월급을 열달로 쪼개며 구입한 한국문학전집이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기 위해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어머니에 대한 마음과 추억을 담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될 때, 중고운동화의 구매가보다 수선비가 더 든다해도 세상의 계산이 아니라 물건을 어루만져주는 수고에 더 큰값을 치르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이야기할 때...

아날로그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새삼 떠올려보게 된다. 


"아날로그적 삶은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다.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가 아름답게 연결되는, 연속성 있는 삶의 이야기다. 사고와 감정이 과거에 매여 오늘의 삶의 기준을 잃어서야 될까. 오히려 풋풋했던 지난날의 이야기가 농익어가고, 그것이 오늘의 나를 더욱 크게 하길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63)


어린 시절의 이야기, '오빠'를 연호하며 연예인에 열광해보지 못한 이야기, 빨강머리앤에 심취하고 오래오래 곁에 두고싶은 애착에 대한 이야기... 분명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비슷한 감성의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때로는 내 이야기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고 때로는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통찰을 느끼며 책장을 넘기다보니 작가의 말이 다시 와 닿는다. "우리는 각자, 또 함께 삶을 짓는다"

우리 모두 각자의 근사한 아날로그를 힘껏 응원하며 오늘도 소신껏 내 삶을 지어나가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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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고 싶은 수학
사토 마사히코.오시마 료.히로세 준야 지음, 조미량 옮김 / 이아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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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고 싶은 수학'이라니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내게는 여전히 수학이라는 개념보다는 단순계산식을 하는 산수가 더 수학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하고 있는데 조금씩 깨져가고 있는 그 생각을 확실히 바꿔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라는 기대로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수식보다 일상의 사진과 그림이 더 많이 실려있는 수학책이라니 색다른 책이라는 느낌보다 오히려 내가 쉽게 이해하기 힘든 공간 도형문제들이 많으려나 라는 생각이 들며 동시에 내가 풀 수 있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면 그것 또한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려 책 읽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 책은 계산식으로 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문제풀이를 제시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것은 크기가 다른 초콜릿이나 치즈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방법 혹은 똑같이 분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는데 이 모든 것들을 사진을 보며 직관적으로 풀이해낼 수도 있지만 풀이 해설은 수학적인 계산과 논리적 증명으로 하고 있다. 


한가지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난이도가 높지 않은 불변량의 문제 '6명의 아이들과 6개의 테두리'에서 왜 한 테두리 안에 세명의 아이가 들어갈 수 없는지, 번역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은 후에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 가만히 책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바보같이 양 끝 테두리에 있는 아이들 역시 한칸 이동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학의 수리력은 이해를 했지만 내가 논리적으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문제를 다시 읽어보며 눈으로 확인을 하니 이렇게 간단하고 쉬은 것을 이해못했나 싶어진다. 


수학을 잘 하거나 중학생 이상의 학생에게는 좀 쉬운 내용이 많아서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기 위한 방법으로 이 책을 권해주는 것은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 난이도가 높아져가는 단계가 있지만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배운 학생이라면 이 책은 그리 어렵지 않게 쓰윽 읽을 수 있는 수준이고 수식 계산이 아니라 모양만을 보고 정답을 알아챌 수 있다 하더라도 잠시 생각을 해 보고 그 정답이 나오게 되는 수치변환 해설을 보면 수학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흥미와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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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 - 산업 혁명과 서부 개척 시대를 촉발한 리볼버의 신화 건들건들 컬렉션
짐 라센버거 지음, 유강은 옮김, 강준환 감수 / 레드리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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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있는데 누군가 개그맨 김민경이 사격 국가대표가 되었다며 이게 예능이 아니라 진짜라고 강조한다. 뭔소린가 하고 찾아봤더니 운동부가 아닌 연예인이 사격실력으로 국가대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콜트'를 읽으며 책보다 현실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떠올렸는데...


콜트,는 '산업 혁명과 서부 개척 시대를 촉발한 리볼버의 신화'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샘 콜트의 평전...이라고 설명을 해야할지. 아무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재미없고 그렇다기에는 막장드라마같은 인생의 내용이 담겨있고 행간을 잘 훑어 읽다보면 북아메리카의 역사에 담긴 피로 얼룩진 총기의 역사와 콜트의 인생운(!)도 볼 수 있어서 어떤 측면에서는 재미있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내가 알지도 못했던 콜트라는 인물의 전기 -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게 느껴지는 인생이야기를 읽어야하나 싶었는데 대충 설렁거리며 읽기 시작하다가 조금씩 그 핵심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 설렁설렁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췄다. 특히 내가 처음부터 이 책에서 기대를 했었던 역사속 총기 발달과 사용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서 좀 더 깊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는 에드거 앨런 포가 콜트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살인사건(243),이라는 출판사 홍보가 있지만 그보다는 "차일드는 평화주의자이고 콜트는 무기 제조업자였다. 차일드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권리를 옹호한 반면 콜트는 인디언을 죽이는 이들에게 총을 공급했다. 차일드는 노예제 폐지론자였고 콜트는... 폐지론자는 절대 아니었다"(242)라는 문장에 더 중점을 둬야하지 않는가 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2차세계대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핵폭탄일 것이다. 전쟁을 무기에 대한 관점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지만 무기의 발달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신식무기인 총을 사용하는 적군앞에서 칼을 휘두르는 군인이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저렴하게 재생산되어 보급된 AK 소총 시리즈는 결국 아프리카 내전을 더 악화시키고 쉬운 총기사용법은 또한 비극적인 소년병들의 탄생을 촉발시키는데 한몫을 했다는 것에 수긍을 한다면 자동소총 리볼버의 발명은 총을 한발 쏘고 재장전을 하고 총검을 꽂아 육탄전을 준비하는 동안 연달아 총을 발사하며 살육을 저지르는 전쟁터에서 남북전쟁의 승패가 갈리고 골드러시에 일확천금을 꿈꾸며 서부로 달려간 백인들에게 속절없이 무너지는 인디언들의 멸망을 이야기하는 것 역시 과장된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콜트의 발명품이 없었더라도 틀림없이 이 모든 일이 벌어졌겠지만, 아마 양상이 달랐을 것이다. 적어도 인디언들이 더 오랫동안 우위를 차지했을테고, 백인들이 발판을 확보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며, 아마 살인보다는 협상을 통해 이루어졌을 것이다"(466)


사실 책을 읽은 후에도 그닥 콜트의 가족사에 대해서는 더 알고 싶지도 않고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아 떠올리고 싶지 않고 있지만 이 책 '콜트'는 그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단순히 리볼버 총기의 역사만이 아니라 미국의 역사속에 '총'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책의 말미에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다. 물론 미국에서의 총격사건은 계속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지만 그 총격사건에 사용된 AR-15 속사소총은 콜트 회사가 소유했던 특허를 바탕으로 개발된 총이며 2019년 민간시장에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다고 미국에서의 총기사고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어떤 의미가 될지는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콜트와 그의 6연발총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누구든 총에 관한 견해를 180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순진한 생각일 테지만, 적어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우리가 특히 한 총에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기억을 더듬는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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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 아름다움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조주관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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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라는 말은 익숙해져있지만 사실 이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적은 없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역시 죄와벌,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외에는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런 내가 무작정 이 책을 읽으려고 시도한 것이 무리였는지 모르겠다. 

그의 소설 백치의 주제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고 하는데 도스토옙스키가 조카딸 이바노바에게 보낸 편지에서 "백치의 주요사상은 '온전히 아름다운 인간'을 그리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 세상에서 '온전히 아름다운 인간은 단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뿐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예수그리스도를 '가장 아름다운 이상'의 모델로 간주한 도스토옙스키는 미시킨을 그와 비슷하게 그리고자 한다"(139)라고 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며 백치를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을 되새기기는 하지만 그 책을 읽은 적 없는 지금 현재의 나로서는 이 책을 쓴 저자의 글을 그냥 읽는 것뿐 내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을 알면서도 책을 꾸역꾸역 읽다보니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사상이나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아름다움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그 맛을 음미할 줄 알아야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인데.


"아름다움은 윤리학을 넘어 종교적 미학과 만나면서 의미의 지평이 확대된다. 아름다움은 진과 선이라는 추상의 영역으로부터 ‘신성한 물질성‘의 영역으로 강림하게 된다. 이 강림한 아름다움이 바로 성스러움이다. 도스토옙스키에게 최고의 아름다움은 성스러움으로, 그의 소설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은 항상 초월적인 성스러움과 함께한다."(138)


물론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지 않아도 이 글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해하고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런 이야기인가보다,하며 술렁술렁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좀 한심해보인것은 사실이다. 

두리뭉실하게 정리해보자면 도스토옙스키가 말하고자하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의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은 아닌데 - 아니,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앙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그의 사상에 더 깊이 파고들어갈 수 있으니 천천히 그의 문학작품에 인용된 그림에 대한 생각도 비교해볼 수 있고 그림뿐 아니라 문학작품속에 담겨있는 '아름다움'의 사상에 대해 고찰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좀 많이 아쉽다. 그 유명한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에 담겨있는 그림의 의미뿐만 아니라 한스 홀바인의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을 보는 시선 역시 새삼스럽다. 아무래도 익숙한 그림에 더 눈길이 가게 마련이고 그에 대한 비유와 작품과의 연관이 더 쉽게 이해되고 기억에 남기는 하겠지만 이 책에서 그림과 관련된 글을 떠올리게 된다면 야코비의 [죄수들의 휴식]에 대한 사실적인 언급과 그 그림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사실적인 비평이다. 그림에 묘사된 세부적인 부분들 - 발목의 쇠고랑이라든가 죽어가는 죄수의 몸에 보석이 남아있을리 없으리라는 현실적인 부분들에 대한 지적이 있는데 단순히 그런 사실적인 부분들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고차원의 리얼리티"가 담겨있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 그림을 바라보는 도스토옙스키의 시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도스토엡스키의 문학작품을 읽으며 직접적으로 언급된 미술작품을 다시 보고 그의 문학속 인물들을 다시 살펴본다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지려나. 아직은 장담할 수 없지만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는 문장의 의미에 대해서는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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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2-11-0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 그림에 방점을 두고 읽었으나 이 책은 그림이 아니라 문학작품에 방점을 두고 읽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
뭔가 좀 집중이 안되어 아쉬움이 많다.
 

도스토옙스키는 아름다움의 비밀을 탐구한 작가다. 그의 소설에서 아름다움(美)은 진(眞)과 선(善)을 그 안에서 포괄하고 있다. 인간의 감각에서 아름다움은 유일하게 현시될 수 있는 것으로 인간이지각할 수 없는 진과 선의 육화다. 그리하여 아름다움은 진과 선의
‘보이지 않는 추상성‘이 ‘보이는 이미지‘로 현현된 것이다.
여기서 아름다움은 윤리학을 넘어 종교적 미학과 만나면서 의미의 지평이 확대된다. 아름다움은 진과 선이라는 추상의 영역으로부터 ‘신성한 물질성‘의 영역으로 강림하게 된다. 이 강림한 아름다움이 바로 성스러움이다. 도스토옙스키에게 최고의 아름다움은 성스러움으로, 그의 소설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은 항상 초월적인 성스러움과 함께한다.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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