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별거 아니다. 버틸때까지 버텨보다가 넘어지면 그만이야. 60, 난주의 바다 앞에서



"얻어맞아 팅팅 부은 얼굴이 미워서 내가 ‘이딴 짓 하지 말고,
하던 대로 글이나 열심히 써‘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글쓴다고 인생이 가만히 놔둘 것 같니?‘라면서 흘겨보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그래도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것보다는 낫잖아. 해도 안 되는 일, 질 게 뻔한 일을 왜 하고 있어?‘라고 했더니 이렇게 대답했어요.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긴 다 마찬가지야.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너도 KO를 당해 링바닥에 누워 있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나한테로‘ 무슨 바람이냐고 물었더니 ‘세컨드 윈드‘라고 하더라구요. 동양 챔피언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흉내내서 젠체하는 거였는데.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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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35, 이토록 평범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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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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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는 말로 시작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위화작가는 이 말이 한 독자의 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일병합조약]의 난세 속에서 우리에게도 '원청'의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원청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책을 펼쳤지만 위화작가의 서문을 읽는 순간 이 장편소설이 중국작가 쑤퉁의 우화같은 현실의 비유와는 또 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원청의 이야기는 사실 담담히 시작하고 있었다. 


시진에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 린샹푸는 집집마다 떠돌며 아이 젖동냥을 다니고 있다. 그는 자신과 아이를 남겨두고 떠나버린 아내 샤오메이를 찾아 그녀의 고향인 원청을 찾아헤매다 시진까지 오게 되었다. 샤오메이와 아청 남매를 받아들였지만 결혼 후 집안의 금괴를 훔쳐 달아난 샤오메이가 다시 찾아와 자신의 아이를 낳고 정식으로 결혼 해 살게 되었을 때 린샹푸의 고달픈 삶이 끝나고 평범한 행복이 시작되는 것일까,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아이만 남겨두고 떠나버린 샤오메이를 찾기 위해 집을 톈씨형제에게 맡기고 땅을 담보로 삼아 돈을 마련한 후 딸을 데리고 샤오메이의 고향 원청으로 떠나게 되며 린샹푸의 삶과 운명이 펼쳐지게 된다. 


청나라말기부터 중화민국의 초기까지를 배경으로 린샹푸의 인생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다른 나의 운명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뭐라고 딱히 표현할수는 없지만 이 장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포기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운명과 마주했을 때 후회가 없을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길 양쪽으로 예전에는 부유했다가 지금은 피폐하게 망가져버린 마을이 보였다. 밭에서도 일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멀리 노약자들만 몇 명 보일 뿐이었다. 벼와 목화,유채꽃이 만발했던 논밭도 잡초만 무성하고, 한때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았던 강물 역시 혼탁한 데다 비린내가 진동했다"(401)


"원청이 어디있는데?"

"어딘가에는 있겠지"

그 뜬구름 같은 원청은 샤오메이에게 이미 아픔이 되었다. 원청은 린샹푸와 딸의 끝없는 유랑과 방황을 의미했다(559)


혼란의 시기에 수탈에 수탈에 또 수탈을 당하며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사람들과 망가져버린 마을의 모습이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시대를 살아간 모두는 어딘가에 있을 원청을 찾아 유랑과 방황을 하였을 것이다. 


좀 멀리 돌아가는 이야기일지모르겠지만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다룬 대하소설은 늘 그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는 인물들의 운명과 관계를 말하고 있지만 세세한 설명이 없어도 사람들과의 관계와 그들의 선한 영향이 감동을 느끼게 한다. 

역경과 고난이 사람을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나의 운명의 길 한가운데로 걸어가며 용기있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영웅이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두의 운명과 삶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들의 웃음에 마음이 좋아지기도 했지만 딱히 중요하게 - 아니 결국 마지막에는 중요하게 등장한다고 생각하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말이다) -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톈씨 형제들의 등장에 쓸데없이 눈물이 나왔다. 새벽에 잠이 깨어 잠들지 못하다가 펼쳐든 책을,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의 흐름에 끝내 덮어버리지 못하고 출근 직전까지 읽으면서 이들의 안타까운 운명들에 슬퍼하기보다는 그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여야함 하는 - 물론 순응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 모두 삶의 끝에는 죽음을 맞이할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그 삶의 자세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삶의 모습을 선택할 것인가,는 내게 달려있는 것임을 다시 떠올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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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은 선물을 하는 동물인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그럴지도 모르죠. 언젠가 본 《내셔널 지오그래피채널에서, 돌고래도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한다는 장면이 나와 혼자 웃었어요 돌고래도 맘에 드는 암컷에게 해조류를 뜯어다 준다는군요.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선물을 한다는 걸 보면서, 산다는 건 그 자체가 선물이며, 그 선물 속의 선물은 사랑이라고,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은 상대가 있다는 건 행복이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던, 살아있는 날의 아침입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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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야오우가 말했다. ˝왜 굳이 묶어요? 잔인무도한 토비니 둘 다 죽여요.˝
천융량이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 우리는 사람을 죽이려는게 아니라 구하려는 거야.˝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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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잠들지 못하고 계속 책을 읽게 되는 이유 중 하나.


천야오우가 말했다. "왜 굳이 묶어요? 잔인무도한 토비니 둘 다 죽여요."
천융량이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돼. 우리는 사람을 죽이려는게 아니라 구하려는 거야."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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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2-23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06시....새벽에 읽으시는 군요^^ 혹 밤을 새우셨을지도 모르겟다는 상상을

chika 2022-12-24 14:17   좋아요 0 | URL
예전엔 그러기도 했었는데 이젠 체력이 안되니 밤샘읽기는 절대 못하겠더라고요. 5시쯤 깼는데 책읽다보니 아침이 되어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