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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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연히 '하치'가 정말 강아지 이름인 줄 알았다.
그렇다면 하치의 마지막 '연인'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도대체 나는 뭘 생각했단 말인가?

난 책을 잘못집어들었다, 란 생각을 해 봤다. 아니 누군가의 책 방출 -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알라딘 서재 주인장 urblue님에게서 책을 받았다. 방출된 책들 중 많은 책이 내게로 왔음에 다시 감사하며 - 목적에 충실하여 다른 누가 이 책을 집어들기 전에 내가 먼저, 라는 이기심으로 집어든 내 욕심이 잘못된 것이리라.
어쩌면 이 책의 입장에서 보면 내게 잘못 건네어지게 된 것인지도.

사실 말하자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사랑을 얘기하고자 한 것인지, 관계성을 얘기하고자 한 것인지, 구속받지 않는 삶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 것인지조차 모르겠다. 폭풍같은 삶의 어느 한 시기를 지나는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인지도 모르지.
삶의 어느 한 시기에 누군가에게,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한번쯤은 다가올지 모르는 사랑이라는 것과 그로 인한 생의 갈림길에 있을수도 있고 그 정점에서 내 인생이 바뀔수도 있고. 그런데 잠깐.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삶의 운명이 바뀌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내가 정한 삶의 운명의 목표를 향해 그대로 걸어가는 것이 좋을까? 사랑은 나를 변화시키고,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인데 슬퍼하면서도 이별의 고통을 겪어내고 극복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지켜나가는 것이 사랑일까?

아아, 정말 어느 노랫가사처럼 '아직은 사랑을 나는 몰라~'라고 나뒹굴면 이 책은 그냥 그렇게 슬쩍 넘어가게 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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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5-10-03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이 좋아하시는 부리입니다.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요시모토 바나나와 결별했습니다. 있어 보이는 척만 할 뿐인 책인 것 같았구요, 거저 줘도 읽으면 안될 책이라 생각했어요. 반갑습니다! 더 친하게 지내요.

chika 2005-10-0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친하게 지내자구요! 바나나 책은 첨이었는데 전 만나자마자 결별인게 되나요?
참, 근데 주사는 잘 맞고 다니나 모르겄네? ;;;

urblue 2005-10-0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저도 이 책으로 바나나와 결별. -_-

chika 2005-10-0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나나의 작품이 다 비슷한가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비로그인 2005-10-04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강아지..책인줄 알고..;;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
현태준. 이우일 지음 / 시공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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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나고 싶어졌다. 이번엔 가면 내가 좋아하는 중고서점과 중고음반가게에서 엄청난 쇼핑을 하고, 벼룩시장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먹을꺼야!! 라는 다짐과 함께, 도쿄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싶어져버렸다. 아앗, 여행은 그런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얼마전 내가 사는 곳과 도쿄가 아닌 교토지역과 자매결연이 있었다. 물론 행정도시의 자매결연이 아니라 종교적인 자매결연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속한 종교안에서는 엄청난 일이었고 그때 나는 오로지 교토에서 오신 주교님의 마지막 말씀 '여러분, 교토로 오십시오'라는 말만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수도인 도쿄가 되었든 그 옛날 일본의 중심이었던 교토가 되었든 '나는 갈꺼야! 주교님이 오라고 하셨단말이지~'라는 말도 안되는 소릴 외쳐대며 '도쿄여행기'를 꺼내들었다. 이번에 가게 되면 어떤곳을 떠돌아다닐까, 를 궁리하면서.

나 역시 관심있고 좋아라 하는 중고서적이나 음반에 대한 정보, 벼룩시장과 음식점에 대한 정보들. 아주 짱짱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하, 이런 정보를 갖고 가면 좋겠구나'라는 생각은 잡힌다. 간혹 전혀 내 관심밖의 빠징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훌렁거리며 쓰윽 지나가버리기도 했지만 이 책은 나름대로 내게 재미있는 정보를 준다. 그림도 많고 사진도 많으니 한가하게 누워 슬슬 책장 넘기면서 여행을 꿈꾸고, 일정을 짜보는 재미도 있다. 나는 딱 그만큼 적당히 허술한 이 책이 맘에 든다.

그렇지만 뭔가 조금은 부족하다. 쇼핑관광을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나는 일본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책을 한권정도 더 읽고 준비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 그리고 나서 이 책을 한번 더 훑어보게 된다면 정말 도쿄든 교토든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싶어 미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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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10-03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고백하자면, 리뷰쓰다가 컴이 멈춰버려 다 날아갈 것 같은 불안감때문에 마구 써서 올려버렸다. 리뷰를 이렇게 쓰면 안된다는 거 알면서도... ㅠ.ㅠ
작년 도깨비여행으로 도쿄에 갔던 기억과 함께 또 가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때문에 내 마음은 벌써 부풀어 있다.
메이지 신사와 아사쿠사를 그냥 쓱 구경만 하고 지나쳐버린 기억때문에 문화와 역사에 대한 책도 읽고 싶었고.

하이드 2005-10-0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것도 여행 맞지요. 뭐!

chika 2005-10-0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하이드님, '낭만'이 빠졌쟎아요오~ ;;;;
(하기는.. 나이를 좀 먹다보니 '낭만'은 저절로 빠져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는..;;;)

바람돌이 2005-10-03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독일 여행기는 어떻게 된거예요. 간간이 올라온게 정녕 다란 말입니까?

chika 2005-10-0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그..그게 말이지요,,,
이젠 순서 상관없이 사진보면서 마구마구 올려드릴께요. 제가 쫌! 게으르다는거 아시쟎아요~ ^^;;;
 

바닷가 우체국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 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우체통이 빨갛게 달아오른 능금 같다고 생각하거나
편지를 받아먹는 도깨비라고
생각하는 소년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소년의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 돋을 때쯤이면
우체통에 대한 상상력은 끝나리라
부치지 못한 편지를
가슴속 주머니에 넣어두는 날도 있을 것이며
오지 않는 편지를 혼자 기다리는 날이 많아질 뿐
사랑은 열망의 반대쪽에 있는 그림자 같은 것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삶이 때로 까닭도 없이 서러워진다
우체국에서 편지 한 장 써보지 않고
인생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또 길에서 만나다면
나는 편지봉투의 귀퉁이처럼 슬퍼질 것이다
바다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쓸쓸해지는 저물녘
퇴근을 서두르는 늙은 우체국장이 못마땅해할지라도
나는 바닷가 우체국에서
만년필로 잉크 냄새 나는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긴 편지를 쓰는
소년이 되고 싶어진다
나는 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한 게 아니었다고
나는 사랑을 하기 위해 살았다고
그리하여 한 모금의 따뜻한 국물 같은 시를 그리워하였고
한 여자보다 한 여자와의 연애를 그리워하였고
그리고 맑고 차가운 술을 그리워하였다고
밤의 염전에서 소금 같은 별들이 쏟아지면
바닷가 우체국이 보이는 여관방 창문에서 나는
느리게 느리게 굴러가다가 머물러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아는
우체부의 자전거를 생각하고
이 세상의 모든 길이
우체국을 향해 모였다가
다시 갈래갈래 흩어져 산골짜기로도 가는 것을 생각하고
길은 해변의 벼랑 끝에서 끊기는 게 아니라
훌쩍 먼바다를 건너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때로 외로울 때는
파도 소리를 우표 속에 그려넣거나
수평선을 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면서
나도 바닷가 우체국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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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10-0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물만두 2005-10-03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감^^
 
라파엘로의 유혹
이언 피어스 지음, 송신화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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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라파엘로의 유혹'이라니. 이 작품은 언제 쓴거지?
찾아보니 1990년에 발표했다고 적혀있군. 그러면 십오년전 작품인건가? 십오년 전이라...
이상하다고 여겼던 것은 이미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의 줄거리가 내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기때문이다. 언젠가 들어봤던 이야기들, 실제로 이뤄졌던 미술품 도난 사건들. 별다른게 뭐야?
물론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로만 쓰여진 책이 있을 수 없고 소설과 허구는 현실을 바탕으로 쓰여지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없다고 이 책의 가치를 낮춰버릴수는 없다.
십오년 전에 읽었다면 재미있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대답을 생각해보다 십오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 흥미로움이 떨어지는 책이라면 '재미없었을거야'라는 결론이 나와버린다.
아, 물론 이 말은 비유일뿐이지 이 책이 그만큼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너무 식상해버려 나에게는 흥미로움이 조금 떨어져버렸다는 의미일뿐이다. 어쩌면 너무 급하게 달려들듯이 읽어버려서 그런건지도 모르지. 급하게 달려 읽다보니 이언 피어스라는 사람이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통해 말하려고 은근히 깔아놓은 복선들을 모두 놓쳐버려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르지.
아니면.. 내가 오늘은 마음이 너무 꼬장꼬장해져서 나름대로 훌륭한 이 작품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자꾸만 깍아내리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쌩뚱맞게 그냥 얘기하자면 라파엘로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미술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겨나고 흥미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나처럼 '들었던 얘기들만 가득하쟎아!'라는 투정만 없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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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10-0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없다는데 저도 한표!
하지만 이사람. 핑거포스트는 정말 재밌어요.
그래서 전 이 사람 다음 책이라면 무조건 살것같아요. ^^
 
빠져들다 - 보급판
이승하 지음 / 좋은생각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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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넘고, 국경을 넘고, 세대차이를 넘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고 애잔하게 느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인가?
나는 아직 그렇게 깊이 빠져들어 본 적이 없었던가봐. 이 책 역시 그냥 훌렁훌렁 넘겨버렸거든. 그러고보니 내게 이런 책을 선물해주는 사람도 없었구나. 하이드님이 '읽어보세요'라고 보내주지 않았다면 내가 이 책을 읽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겠지. 그런데말야 네가 보기에 난 '사랑' 같은 거 평생 모를꺼 같니?
난 이상하게도말야 괜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더 깊은 사려를 갖고 이성적으로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을 멋있다고 여겼던 것 같아. 좀 우습지? 어쩌면 말야, 어쩌면.. 내가 그렇게 감정표현에 서투르기 때문에 그러는 건지도 몰라. 그래도, 표현은 서툴러도 나를 보면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고 하는데. 난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표정과 행동에 나타나버리거든. 근데 어떻게 감정표현이 서투르냐고? 글쎄 그게말야 싫은건 마구 드러내면서 좋은건 안되더라고. 바보.. 같은건가?

이 책에는말야 나와는 달리 자신의 느낌에 솔직하고, 자신의 강렬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많은 연인들에 대한 얘기가 담겨있어. 훌렁훌렁 넘겨버린 또 하나의 이유가 어쩌면 나와는 다른 그들의 모습에 대한 질투때문이기도 했을까?

내겐 부족한 것이 아주 많지만 그 중 하나가 '열정'이야. 그래, 그건 나도 인정해. 내게 열정이 없다는 거. 너무 뜨뜻미지근한 내 성격이 주위 모두에게 편안함을 준다고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그것이 너무나 지겹구나. 그래서 이제 달라지려고 해. 열정을 가지려고말야. 일에 대해서도.
응? 그래. 가능하면 사람에 대해서도. - 그치만 이건 내 맘대로 되는건 아니라구. 알지?

미래가 결정된 것은 아니니까. 오늘은 나도 그 무엇엔가, 그 누구에겐가 깊이 빠져들게 되리라는 멋진 꿈을 꿔볼까? 그래, 좋다구? 너도 응원한다구? 헤헷,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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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10-0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