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 황경신의 프로방스 한뼘 여행
황경신 지음 / 지안 / 2005년 10월
품절


생명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우리를 다른 삶과 연결시키며, 그 속에서 성장하고 소멸하고 씨를 뿌리고 다시 시작한다. 때로 우리의 삶은 진흙탕 속에서 뒹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 안에는 다른 곳으로 뻗어나갈 준비를 마친 수많은 가지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삶에서 만나야 했던 어려운 문제들과 겪어야 했던 고통들은 결국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열쇠가 된다.

-246쪽

걸음을 멈추고 잠깐 뒤를 돌아본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삶이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돌아선다.
내 앞에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삶이 놓여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모든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진다.
가끔 삶이 무료하게 여겨지는 것은 그때문이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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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5-11-2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되돌아볼 여유가 없을땐? 흑흑

chika 2005-11-21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여유를 만들고 난 다음 뒤돌아보면 돼요. 그 다음은? 죽게 뛰어야죠.
가끔은... 죽게 뛰는 대신 천천히 더 많은 여유를 만드는 방법도 택할 수 있고요.
왠지, 괜찮아, 라고 말해주고 싶어졌어요...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 황경신의 프로방스 한뼘 여행
황경신 지음 / 지안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 당장,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여행기를 읽고 나서는 거즘 짐을 꾸리고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느라 어수선한 마음이 되곤 했는데, 이 책은 그렇지는 않네.
아마 길을 떠나고 돌아온 사람이 일상을 벗어난 일탈의 시간들에 대한 설레임으로 여행의 추억을 기록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약간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생각만큼 사진은 많지 않았고 (그렇지만 사진들은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의 이야기, 소소한 풍경들, 딱 한뼘 만큼의 감상이 적혀있을 줄 알았던 이 책에는 내 예상을 훌쩍 넘겨버리는 사치스러움이 배어있는 것 같아 불편했다. 그런데 이들과 같이 여행길을 따라가다 보니 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차피 여행은 누군가의 대신, 일 수 없기에 말이다.
나의 추억은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어야 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가. 이들의 이야기가 더 이상 불편하지도 않았고, 부럽지도 않았다. 딱 그만큼 내 여행의 꿈을 키우면 된다는 것을 생각했다.

"그때, 나는 일상의 지루함이라거나 외로움, 소유에 대한 욕망이라거나 두려움, 부정하고 싶은 과거라거나 멋대로 굴러갈 미래 같은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장소를 바꾼다고 해서 모든 문제들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프로방스는 나의 자유를 묶어놓고 있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켰다. 눈부신 태양은 사랑에 대한 갈증을 더욱 가중시키고,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강렬한 미스트랄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형체도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달아나다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246쪽)

황경신이라는 사람이 프로방스에서 느낀 이 감정이 나의 것이 될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말에는 공감할 수 있지 않은가. 장소를 바꾼다고 해서 모든 문제들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여행을 떠남은 일탈이 아니라 내 마음의 평화와 쉼, 을 위해서이다. 나도 딱 그만큼의 평온과 나의 추억을 위해 언젠가 떠나게 될 여행을 준비해야겠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얻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건초 더미 속에서의 짧은 휴식은 끝이 났지만, 살아 있는 동안 삶은 계속될 것이다"(248쪽)

 

참, 뱀다리. 이 책은 여행정보지가 아니기 때문에 여행지에 대한 친절한 안내는 없다. 대신 저자 나름대로의 숙소고르기나 레스토랑 고르기, 새로운 도시 탐험하기, 화장실 이용, 엽서 보내기, 공중전화 사용하기 등 소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에 대한 친절한 노하우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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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21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여행가고 싶은 모양이네~

chika 2005-11-2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음음..... (말 못해요!! ㅠ.ㅠ)
 
달과 소년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1년 5월
구판절판


그러나 아무리 어둡고 무거운 밤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
저길 봐, 저기 달이 나왔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여름바람 건듯 지나가고, 풀숲 나뭇잎들이 이리저리 흩날린다.
잊혀졌던 것이 기억 속에 다시 나타났다.
검은 구름이 흩어지고, 하줄기 부드러운 달빛이 창턱에 떨어진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
그는 친구를 찾았을까......?


그들은 어쩌다가 서로 만났을 뿐이라고 믿고 있지만
깊은 어둠이 있을 때 비로소 온유하고 아름다운 빛이 태어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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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1-20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숲속의 토끼를 보니
월레스와 그로밋이...쿨럭~

meshugas 2011-10-25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리미의 달과 소년 저에게 파실 생각 없으신가요?
na-jjim@hanmail.net 입니다...
 
달과 소년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1년 5월
구판절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그저 짙은 구름에 가렸는지도 모르지.
어쩌면 때마침 바람이 불어 티끌이 내 눈 속에 들어가버렸는지도 모르지.
지금은 네가 보이지 않지만, 나는 변함없이 너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9쪽

그들은 어쩌다가 서로 만났을 뿐이라고 믿고 있지만
깊은 어둠이 있을 때 비로소 온유하고 아름다운 빛이 태어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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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토끼
앤디 라일리 지음 / 거름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몹시 우울하던 어느날,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서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뜸 생각난 '자살토끼'를 찾았다. 그렇지만 그 책은 없었고 나는 더 우울한 마음으로 먼 길을 돌아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아마 책 대신 음반을 마구 샀고 음악을 들으며 '누구나 죽고 싶을 때가 있다'는 말은 까맣게 잊어버렸을 것이다.

'누구나 죽고 싶을 때가 있다!'는 공감 백퍼센트의 말 한마디에 책을 펴들었다. 피식, 피식, 거리며 책장을 넘기고 나니, 왜 공감 백퍼센트의 말이 되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아니, 처음부터 마음에 팍 와닿게 알지는 못했다. '죽음'이라는 것이 일상적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았을 뿐이었다.
엉뚱한 자살 시도의 이 그림들은 결코 죽음을 쉽게 생각해버리라는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고, 물론 때로는 실현 불가능하게 전혀 엉뚱한 상상이 나오기도 하지만 자살을 시도하는  토끼녀석은 너무 우울하게 존재를 없애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죽음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아니쟎아? 라고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생각의 시간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쩌면 죽음은 우리의 삶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볼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일상적인 죽음을 억지로 앞당기는 자살 같은 것은 상상해보는 것으로 그치고 자, 이제 일상으로 돌아오라구! 말하는 듯 하다.

왜 그런말도 있지 않나. 우울해지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걸 꽁꽁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표현을 하라는. 정말 그런 마음이 들 때, 자살토끼보다 더 멋있고 기발한 죽음의 방법을 떠올려보자. 정말 죽어버릴꺼야! 라는 마음은 사라지고 어떻게 죽을까? 고민에 빠져 죽을 생각을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미 죽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고 피시식 웃음 짓는 자신을 보게 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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