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아이들
커티스 시튼펠드 지음, 이진 옮김 / 김영사 / 2006년 4월
구판절판


메뉴판의 아랫부분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매일 메뉴판을 새로 인쇄한다는 뜻이라는 걸 깨달는 순간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그동안 부정해왔지만 나는 돈이 인생을 훨씬 더 멋지게 만들어 준다는 것, 물욕 때문이 아니라 안락함 때문에 돈을 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이 있으면 딸과 딸의 친구들을 위해 리무진을 보내 줄 수 있고, 예쁘게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뚱뚱하지만 멋진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엄마의 친구 중에도 맥스웰 부인만큼 뚱뚱한 아줌마가 있지만 늘 헐렁한 바지에 작업복 같은 것을 걸치고 다녔다.-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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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5-1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순간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이순간의 나 역시. 그리고...
 
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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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자연적 공간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강력한 접착제와 같다. 사람이 집단으로 모여 살기 시작했다는 것은 서로 오가기 시작했다는 것과 같다. 그곳에 길이 있다. 문화라는 것은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는 자연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그렇게 터를 잡고 길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오가기 시작하면서 문화는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무르익어 가는 것이다. 그러니 문화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튼실한 끈이며 그 끈의 시작이 길인 셈이다. 나에게서 너에게로, 너에게서 또 다시 나에게로 이어지며 나에게서 그에게로 이어지는 길은 골목이 가장 최소 단위이다. 그러니 나의 집과 너의 집을 이어주는 것은 골목이고, 이 마을과 저 마을을 나누며 또 이어주는 것은 길인 셈이다.
그것은 길고 짧음이다. 길이 짧을수록 같은 문화를 누리며, 너와 나의 길이 멀수록 서로 다른 문화를 지니게 된다......
문화는 묶음이다. 골목은 나와 너의 집을 그리고 너와 그의 집을 이어주며 전체를 묶어 마을을 만드니까 말이다......-3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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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인정받고 싶다. 용서받고 싶다. 빗살 사이에 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걷어내듯, 내 마음에 끼어 있는 검은 실오라기들을 누군가 손가락으로 집어내 쓰레기통에 버려주었으면 좋겠다. ...... 남에게 바랄 뿐이다. 남에게 해 주고 싶은 것 따위는, 뭐 하나 떠올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96쪽)

그런 마음때문에 더욱 더 웅크리고 앉은 니나가와의 등짝을 발로 차주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혼자, ''나는 외롭지 않아''라고 당당히 말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무방비 상태로 보여지고 있는 나의 뒷모습은 한치의 거짓도 없이 외로움과 쓸쓸함이라는 고독을 보여줘 버린다. 그 뒷모습은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이라 말하고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따뜻하게 꼬옥 안아주고 싶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사춘기를 지나는 소녀의 섬세한 마음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해 자꾸만 고통을 주고 싶다고, 발로 차주고 싶다고 해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통을 주고 싶다.
발로 차주고 싶다.
사랑스러움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 (150쪽)

뭐라 표현 할 수는 없지만, 왠지 알수있을 것만 같은 느낌, ''사랑스러움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을 나는 그렇게 표현한다. ''나와 같은, 또한 나와 같지 않은''
어딘가 쓸쓸하게 움츠린, 무방비한 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와 똑같지는 않지만 무리에 섞일수도 없고 완전히 동떨어진 나머지, 가 되지도 못하고 있는 나의 움츠린 등이 떠올라 괜히 발로 차버리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아니, 내 마음속은 그런것이다. 정말은 그 외롭게 움츠린 무방비한 등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하지만 청춘, 이라 할 수 있는 그 시절의 나 역시 하츠처럼 마음의 실체를 알지 못하고 감정의 색깔과 형태가 어떤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그저 발로 퍽, 하고 차버리고 말았으리라.
어쩌면 이리도 섬세한 마음을 지독하리만치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을까. 마치 내가 겪어왔던 그 시절을 돌아보는 듯 하다.
그래서인가. 나와 같은, 또한 나와 같지 않은 하츠의 마음과 쓸쓸히 움츠린 니나가와의 등돌린 뒷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형태를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세심히 그려낸 어린 작가의 글솜씨가 대단하다, 라는 생각은 책을 덮고 한참 되새김질 할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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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미스 -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품절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 프라미스.

어찌 생각해보면 첫장을 열자마자 뻔해 보이는 이야기 전개에 맥이 탁, 빠져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글을 읽기보다는 파스텔처럼 번져가는 색감과 그림들에 더 많이 빠져들어 봤는지도...

바람이 불어와
숲의 기억에 하얀 눈꽃이 날리면....


난 이 그림이 제일 좋았다.

관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외면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외면하고.....

그리하여 세상은 온통 슬픔과 외로움뿐,인거야.

그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우리는 아흔여덟개의 섬을 지나간다....
아니, 아흔여덟개의 섬을 지나는 동안 아흔여덟번의 상처를 받고, 아흔여덟개만큼의 외로움을 느끼고.. 끝없이 이어지는 슬픔.

잠든다는 것은
나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
꿈꾼다는 것은
아직 내가 크지 않았다는 것.
잠이 달콤하다면,
꿈이 행복하다면,
나의 키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면.....

내가 알고 있는 나, 네가 바라보는 나,
그가 기억하는 나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 모두가 나의 모습이다.



해님 프리조니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플레르, 그런 플레르를 지켜보는 풀꽃 꾸르, 꾸르에게 다가서지만 상처만 받고 돌아서는 풀벌레 보떼, 그들의 행복을 위한 약속을 지키려 목숨을 바치는 눈많은 그늘나비, 자신을 추억해주길 바라는 바람 엘랑스....

빤해 보이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내 안의 섬에서 나를 돌아본다.

"풀꽃은 해바라기를 짝사랑하다
꽃가루가 다 빠져 흉하게 변해 버렸다네

해바라기는
마냥 해님만 그리워하며 홀로 슬퍼하고

해님은 자신의 왜소함을 숨기려
해바라기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지

바람은 보이지않아 쉽게 잊혀졌고
외로운 섬들은 제각기 그리움을 노래하네

너와 나는
각자의 섬 같은 존재"



그럼에도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건

모두가 함께하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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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미스 - 눈 많은 그늘나비의 약속
심승현 지음 / 예담 / 2006년 4월
품절


세상은 추억을 만드는 곳,

때론 상처를 주고 또 받지만

어느 누구도 고의적이진 않아.

각자 생김새 대로 행동하는 것일 뿐

너만의 세계에서 나와

세상 속으로 들어가렴.

그리고 아름다운 기억을 만드는 거야.

그게 바로 너란다-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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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05-1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 추억해 주겠니?
보이지 않는 것도 눈을 감으면 느낄 수있다는 걸........"

chika 2006-05-1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린 모두 숲의 기억에서 태어나,
각자의 섬에서 외롭게 살다가
결국 숲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그때,
바람 엘랑스처럼 이렇게 얘기하겠지.

"날 추억해 주겠니?"

사랑은 함께하자는 약속.
마지막 뒷모습까지도 기억해주는
순수하고 완전한 마음이다.

하늘바람 2006-05-1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그대로가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