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로즈
세르다르 오즈칸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 책이 '아름다운' 터키 문학이라는 건 나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문학이 어떤 은유와 느낌으로 말을 건네고 있는지... 말하기는 참으로 힘들다. 자칫 그 아름다움이 나의 어줍잖은 표현으로 사그라져버릴 것 같아서 말이다.

이야기는 대학 졸업을 앞둔 다이애나가 그때까지 전혀 존재를 알지 못했던 쌍동이 여동생 메리에 대한 이야기를 어머니의 죽음과 동시에 알게 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것에서 시작한다. '메리'를 찾으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거부하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메리가 어머니에게 보낸 네통의 편지를 읽게 되고 메리를 찾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장미 정원에서 만난 정원사에게서 '장미의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우는 수업을 받게 되는데....

이렇게만 쓰다가는 '미싱로즈'가 장르문학으로 분류되어, 미스테리 매니아들만 관심을 갖고 읽으려고 하는 책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야기의 줄거리는 분명 그런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처음 말한 것처럼 '미싱로즈'는 아름다운 문학 작품이다. 아니, 좀 더 주관적인 느낌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오랜만에 읽어보는 아름답고 순수한 우화문학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어느날 갑자기 존재하게 되어버린 쌍동이를 인식하게 되고 그 쌍동이를 찾아나서는 여정은 그리 큰 어려움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자아발견의 여정은 깊은 의미를 품고 있다.

처음, 너무나 호들갑스럽게 어린왕자, 갈매기의 꿈, 연금술사를 이야기하며 동시대 가장 아름다운 터키문학이라 칭하는 것때문에 오히려 냉소적으로 책을 펴들었었다. 누구나 쉽게 알수있는 비유와 은유로 언젠가 어디선가 들어봤었던 이야기를 '가르침'을 주듯 쓴 우화일뿐,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싶었지만 역시 나는 쌍동이 자매를 찾아 길을 떠난 다이애나의 이야기가, 잃어버린 장미를 찾아 장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가르침을 받는 이야기가 비웃음 가득한 내 마음을 부끄럽게 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겠다.
어린왕자를 읽을때마다 그 느낌이 새로웠던 것처럼, 미싱로즈 역시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달라질것이다.

"밤과 낮 중에 어느 쪽이 더 아름답지? 라고 묻지 말고, 지금 네가 어느 쪽에서 살고 있는지 물어보렴.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겠니? '내가 장미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가?'라고 말이야.
... 모든게 네가 장미의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걸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달렸어. 상상해보렴. 장미 음성을 들을 수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어느 쪽 삶이 더 즐겁겠는지 말이야. 잠자는 것? 아니면 장미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리란 희망을 품고 깨어있는 것? 어느 쪽일까?....."(161-162)

물론 이 이야기는 장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장미는 영원히 소멸되지 않고 고유의 향기를 계속 품고 있다는 깨달음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다이애나는 쌍동이 메리를 찾고 장미의 이야기를 듣게 될까? 어쩌면 그 대답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이미 들어있다.
'때로는 침묵이 입 밖으로 내뱉는 수천 마디 약속보다 명백'하니까(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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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생애최고의순간,을보고왔다.

초반부터 괜히 그들의 삶이 고단해보여 맘이 짠하고 눈이 아파오더라. 여차저차한 이야기는 몽땅 생략할란다. 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도 모르겠으니.

분명한건, 재연장까지 갔던 그들의 그 아름다운 순간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1등이 아닌 2등이었네. 나도 차암~ 하는 순간 '우리생애최고의순간'의 최고아름다운모습에대한 뭉클함이 괜히 또 나를 압박하더라.

나는... 그들의 모습을 그냥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나 스스로를 칭찬하련다.
내가 그들을 1등이라고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진정한 최고였기때문이다, 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 이제 다음주만 지나면 정리안되고 바쁜 일들이 일단락 될 것이다. 그러면 신세기 에반게리온 서, 가 이곳에서도 개봉되기를, 개봉되기를, 개봉되기를 기다리면서 보지 못했던 영화를 어떻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지.
보름정도 지속된 스트레스가 오늘 영화로 조금, 풀렸다. 일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이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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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8-01-1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단 다음주에 '스위니 토드'를 보려고 하는데... 에반게리온 서는 예고편 봤는데 그다지 안 당기더라구요. ^^
 

내가 사는 동네가 싫어질 때.

- 과한 책 욕심에, 누군가 책을 보내주겠다고 하면 일단 손을 번쩍 드는데...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보내주는거긴 하지만, 간혹 서로의 오해와 실수로 책이 택배착불로 도착할 때.

왜냐면,

내가 사는 곳의 택배착불 요금은 다른 지역의 두배. 그러니까 우체국에서 내가 등기로 보내면 사천원인 것을 택배착불로 받으면 팔천원을 줘야하더라는. 몇년 전, 굳이 읽지 않아도 되는 책 한 권을 거절도 못하고 그냥 받았었는데,,, 헐어버린 그 중고책의 정가가 팔천원. 내가 착불로 지불한 금액 팔천원. 왜 갑자기 그게 생각나는게냐.

책값도, 우편요금도 받지 않는 이벤트.
책값도, 우편요금도 받는 천원시장.
우편요금만 받겠다면 '얼마'인지 공시해주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기본이 아니었나보다.

내가 이 동네에 너무 물들어있는게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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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1-17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택배 우송 물품들에 보면 왜 꼭 산간 도서지역은 해당되지 않습니다란 문구가 나오잖아요. 그때마다 참 산간 도서는 대한민국 아니냐 싶어 마음이 좀 그렇더라구요.
 

 

안그래도 머리에 쥐 나려고 하는데, 인터넷마저 안되고 있슴다.

벌써 세번째 시도... 이번 안되면 진짜 폭발해버릴 것 같으니 관둬야겠어요.

 

>> 접힌 부분 펼치기 >>

 

그들은,

우리의 이런 고단함을 결코 이해못할거예요.

아니, 이해는 커녕 자신들의 잘못을 뻔뻔하게도 인정조차 하지 않으니... 화가 날 수밖에.

 

당췌. 뭔 말인지. 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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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01-1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 날땐 나는 대로 발산해 버리시길......
 
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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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특별한 것 없는 이십대 초반의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기죽고 싶지 않아 전도유망한 부잣집 도련님과 사귀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며 자기를 과시하는 한편 만남 사이트에서 만난 청년은 은근히 무시를 한다. 이러한 이중성은 '악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는 그녀에게서뿐만 아니라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가 끄집어 낸 모든 인물유형에게 나타나고 있다.

'악인'은 어디서나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커다란 악의를 갖고 거짓을 일삼는 사람이 아닌 그저 상대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소소하게 일상적으로 거짓말을 한 여성이 살해당한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사건을 시작으로 그에 얽힌 인간군상의 여러 유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복잡하지 않고 단순화한 인간유형을 드러냄으로써 무거운듯한 주제를 조금은 가볍게 그려내고 있는 느낌이든다. 그래서 읽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또 한없이 깊이 생각하게 하는 복잡한 구조는 없지만 그래도 순간, 누군가에게 악인이라고 나.자.신.은 말을 내뱉을 수 있겠는가, 라는 물음앞에 멈칫하게 되기도 한다.
대부분 이런 이야기의 전개는 '누가 그녀를 죽였는가'의 문제제기로 시작하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의 인간에 대한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에 대한 이야기는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는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 아, 물론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의견일 뿐이지만.

이 이야기에서 '누가 악인'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 그와 관련하여 한 인물이 등장하게 되고 그 인물은 그 전의 사건과 관련된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는 이야기의 전개과정을 생략하여 그 느낌만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한 사건을 통해 그와 관련된 인물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난 후 그 이면의 모습은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여 독백을 내뱉는 식으로 '악인'은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그 이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너무 단적으로 '악'을 구분해버리고 책을 읽는 독자에게 생각을 뒤집으라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이 책을 가볍게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은 조금 아쉬움이 느껴진다.

어쨌거나 이 책은 '악인 찾기' 게임이 아닌것은 분명하다. 작가가 노골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내가 만난 악인'은 요시다 슈이치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을 그대로 좇아가며 그가 말하는 악인의 모습을 보게 되지만, 사실 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쉽게 간과하고 마는, 우리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더 참을수없는 '악'으로 느껴졌다.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는 그 대상이 결코 '타인'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그것을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악인'은 단순하고 분명하게 악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너무 간결하고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책을 읽는 동안 스스로의 생각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누구나 내면에 담고 있는 '이기적인 모습'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드러나게 되는지 어떤 악을 품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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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1-1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이기심이란 때때로 두려워요. 극소수의 인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자신의 이익이나 자신의 한계상황에 도달했을때 그 내면의 이기심이 악으로 폭발하는거 역사에 많잖아요. 지금도 그렇구요. 그래서 작가들이 그렇게 인간 내면의 악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을 하는걸까요? 근데 왜 안없어지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