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라이브러리
케이시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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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야간 손님에게는 물건을, 서점 손님에게는 꿈을 파는 것 같았다. 꿈을 팔 때는 마음을 채굴하는 기술이 필요했다"(113)


어린 시절 내 꿈들 중 하나는 서점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원하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서점 주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 꿈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잊고 살다가 서점 손님에게는 꿈을 파는 것 같았다,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서점 주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를 했다. 나는 꿈이 아니라 책만 팔 생각을 했을테니까.


이 소설은 꿈을 이뤄나가는 성장 소설이라고 생각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소설인 줄 알았다. 집을 나간 엄마, 도박에 빠진 아버지, 자신을 키워주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학교에서도 따돌림당하다 자퇴를 하고 가출을 계획하며 편의점에서 일을 하다 음주운전자를 노리고 고의사고를 내어 합의금을 받는 사기를 벌이고 돈을 벌던 '나'는 다행히 더 엇나가지 않고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만난 친구 히키와 발톱의 이야기, 학창시절 왕따의 인연으로 친구(!)가 된 눈곱까지 만나게 되며 더 라이브러리에서의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많은 에피소드가 담겨있는데 사실 친구들과 같이 마약 범죄자를 추적하는 에피소드는 굳이 이야기의 흐름에 필요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로인해 엄마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는 했지만.

물론 서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첩보 스릴러의 느낌이 있어서 어떤면에서는 복선이 되는 에피소드를 넘어 또 다른 서점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다. 


결코 가볍지 않은 '메이드 인 라이브러리'는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결국은 사람고 사람의 관계, 삶을 긍정하며 살아갈 것인지 부정하며 살아갈 것인지,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선한영향력을 미칠 것인지...와 같은 인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연찮게 책을 좋아해서 늘 책을 읽는 일상을 지내고 그 책으로 인해 귀한 인연을 만나게 되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저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소설 속 주인공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의 결말은 소설을 소설로 읽게 하지만 그래도 감동과 행복이 담겨있어서 좋았다. 


책을 다 읽고나니 서점 주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채굴하며 꿈을 파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속 어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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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1-31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렸을 때 서점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는 서점에는 참고서가 많고 도서 대여점에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소설들과 만화책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죠. 나중에 출판사 영업팀장으로 일할 때에는 서점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현실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고, 단순히 책이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책에 둘러쌓인 삶은 원했던 내 꿈은, 그냥 돈이 많고 그래서 평생 일 할 필요가 없는 하루종일 책만 읽어도 누가 뭐라고 할 필요가 없는 부자집 아들로 태어났어야 이룰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썩은 은행 열매에서 비롯되는 뉴욕 거리의 그 독특한 향기.
나는 그 향기도 노트에 적는다...... 뉴욕의 은행나무. 그 기억은 무엇을 보유할까, 공룡의 최후를 기억하는 나무, 빙하기이전부터 있었던 움직이는 (그리고 무너지는) 고층건물들. 그리고 그들 옆에서 역시 무너지는 진짜 고층건물들이것은한없이 무시무시한 기억이다. 네가 왜 악몽을 꾸는지 이제 이해돼?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한다. 넌 망각과 싸우려고 오랫동안 그렇게도 은행을 처먹었는데 은행은 끔찍한 일들을 기억하잖아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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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거가 무슨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던가? 왜 돌아보면 안 되는가? 왜 과거가 그토록 위험하고, 왜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사람을 소금 기둥으로 변하게 할 만큼 엄청난 죄란 말인가? 종말은 바로 과거를 파괴하러 온다. 소돔과 고모라를 떠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쉬운 부분이다. 모두가재난을 피해 도망친다. 진짜 시험은 과거를 잊는 것, 과거를기억에서 지우는 것,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는 것이다. 롯의 아내는 도시를 떠났지만 그곳을 끝내 잊지 못했다.
시간은 방금 막 지나간 마지막 초가 아니라 과거로 넘긴(그리고 미래로도 이어질) 실패의 연속이자 발터 벤야민이 말한 폐허 더미이며, 그 폐허 더미 앞에서 역사의 천사는 경악하여 얼굴을 돌린 채 서 있을 것이다. 역사의 천사(클레가 <앙겔루스 노부스>의 모습으로 그린)는 사실 롯의 아내일 수도 있지않을까?
롯의 아내는 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는가?
그것이 인간적인 행동이니까.
거기에 무엇을 두고 왔을까?
과거왜 하필 소금인가?
소금은 기억이 없으니까. 소금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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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야간 손님에게는 물건을, 서점 손님에게는 꿈을 파는 것같았다. 꿈을 팔 때는 마음을 채굴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큰따옴표의 꺼풀을 벗겨 작은따옴표 안의 속마음, 작고 세심한 부분을 바라보는 연습을 의식적으로 했다. 몸짓과 표정으로 말하는 사람도있는 반면 속내를 감추는 히키 같은 사람들도 있어 재밌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개성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건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일이었고 난 이 관찰이 별을 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웠다. - P113


물론 최고의 복지는 틈틈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작가가 숨겨놓은 은유와 상징에서 보물 같은 해석을 찾아낼 때면 마치함께 호흡하는 듯했다. 내 현실과 소설의 상황을 직조해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하는 놀라움, 나아가 다양한 주인공을 내면화하면서이해와 경험의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른이 된 기분. 내 세상은 타인이 유입될수록 커졌다.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꾸는 터지지 않는 풍선같이 시가 들어오면 움직이는 시가 됐고 불의에 맞서는 주인공이 들어오면 눈에 불을 켠 영웅이 됐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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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의 신화는 뼛속까지 빈곤하게 남아 있다.
그들은 계속 노력해 신화의 접착성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그러려면 몇 가지 사실을 잊어야 한다. 1925년에 일어난 교회테러 공격을 잊는다. 쿠데타가 일어날 때마다 곧바로 살해되어 집단 매장된 사람들을 잊는다. 구타를 당하고 억센 장화에짓밟히고 수용소에 감금된 사람들을 잊는다. 감시받고 기만당하고 소외당하고 금지당하고 경멸받은 이들을 잊는다.…………모든 이를 잊어야 한다. 그런 다음 잊었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잊는 일에는 상당한 노고가 따른다. 무엇인가를 잊어야 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기억해야 하니까. 분명 모든 이데올로기는 그렇게 작동한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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