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랄라 가족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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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에 읽는 가족 이야기, 그래서 오랫만에 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의 느낌이라 아무런 부담없이 펼쳐들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아서 술술 읽히는 이야기가 맞기는 한데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드라마 같은 느낌이 더 컸다. 나중에 저자 이력을 보니 드라마 작가 이력이 있던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소설 역시 드라마틱한 구성이 많았고 그것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기도 했다.

 

울랄라~ 하게 되는 이 가족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4년 넘게 병원에 있는 엄마와 경마로 전재산을 날리고 살던 아파트에서도 쫓겨나게 만든 아빠, 택시 기사를 하며 손님들이 두고 간 태블릿이나 휴대폰을 중고로 팔아 넘기며 돈을 벌고 있는 정도, 빵집 알바를 하면서 기러기아빠인 유부남과 연애를 하며 자신의 빵가게를 내고 싶어하는 정아, 그리고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사춘기 중학생 정각 삼남매가 저마다의 고민과 꿈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이면에는 다른 모습이 있지만 - 그래도 아버지는 누가 납치해줬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대책이 없어 보인다.

정도에게는 엄마를 돌봐주는 간호사인 애인 혜정이 있지만, 엄마의 안락사를 요청하는 보험회사 직원의 제안을 중간에서 커미션처럼 1억원이나 가로채려는 것을 알게 되어 혜정과 헤어지고 한순간 돈에 현혹되어 엄마의 안락사 제안을 받아들이려던 가족들은 생각을 바꾸게 된다. 그건 엄마에 대한 가족의 마음이 바뀐것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안락사에 대한 협상을 하러 병원을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들리게 된 폐가에서 발견한 돈가방 때문이기도 한데......

 

울랄라 가족,이라는 표현은 우리식으로 콩가루 집안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삼남매의 마음이 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책을 읽다보면 모든 이야기가 해답을 찾아가듯 하나씩 이야기의 살타래가 풀어지는데 이야기의 전개 중간중간에 저자가 등장인물들을 통해 건네주는 이야기들 속에서 위로와 희망, 특히 막내 정각의 학교에 일일교사로 가서 아이들에게 해 주는 말에는 우리의 아이들 모두에게 건네고 싶은 진심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은 개연성없어 보이는 이야기의 전개가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다. 울랄라 가족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도 하게 되지만 그래도 소설이라는 문학 작품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그런 진심의 말들을 곱씹어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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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뚜렷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독기를 품고 달려들기 때문이다. 목표 제일주의는 가족관계마저 파탄으로 몰고 가기 쉽다. 달빛이 있어도 촛불에 미친 부나비는 불로 뛰어들고, 먹고 마실게 많아도 쥐 고기에 맞들인 올빼미는 오직 쥐를 사냥할 뿐이다. 목표는 집착이고, 집착은 중독이 되며, 중독은 파멸에 이르게 된다. 목표가 과정이어야지 그게 유일무이한 목적이 되면 인생은 한순간에 망가진다. 목표를 자기 인생안에 두어야지 자기 인생을 목표에 가두게 되면 성공하더라도 파멸하는 역설을 맞게 된다. 266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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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문장] 울랄라 가족

 

 

가족이란 무엇인가?

어렵고 힘들 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소설!

 

넌 돈이 있어야만 가족이 되는 거냐?

돈 때문이 아냐.

그럼?

 

 

 

 

헛, 흐음, 여러분. 공부하기 힘들죠?

학생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네.

나도 사는 게 힘들어요. 정말로.

몇몇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었다.

그래도 악착같이 잘 먹고 잘 버티고 있어요. 라면도 잘 먹고, 담배는 끊었어요. 혹시 담배 피는 학생 있으면 당장 끊어요. 담배 피면 입에서 냄새나고 겨드랑이에서도 냄새 나요. 아주 독한 냄새. 키도 안 큽니다. 그러면 여친도 사귀는 게 힘들겠죠?

아이들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여러분한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무조건 뭔가 이뤄내겠다는 목표만 세우지 말고 이런 건 안하겠다는 계획도 해보란 겁니다. 난 계획을 거의 다 이뤘어요. 도둑은 되지 말자! 그래서 도둑놈 안 됐구요, 국방부장관도 되지 말자! 그래서 국방부장관도 안됐어요. 돈은 벌지만 백 억 부자는 되지 말자고 세운 계획도 완전히 다 이뤘습니다. 세웠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상실감이 큰데, 난 계획을 다 이뤄내서 별로 걱정이 없어요."

학생 하나가 돌발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럼 공부하지 말자, 그런 계획도 되는 건가요?"

"아, 공부는 약간 다른 차원의 문젠데, 공부가 소용없다는 걸 스스로 다 깨달을 때까진 공부해야 합니다. 죽어라 하고, 그거 못 깨달으면 루저가 되는 거예요. 루저. 내가 지금 그래요.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그걸 못 깨달았거든요."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은 진지해졌다. 담임교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인국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내가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건 내 어렸을 때 이야깁니다. 초등학교 육학년 때, 밤에 잠이 막 쏟아지는데 중학교 다니는 형이 들어와 내 귀에다 대고 소곤대는 거예요. 야, 너 오늘밤에 능구렁이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내일 돈이 생길 거야. 정말이야, 돈이 생긴다고. 그렇게 말하고 나갔어요"

"능구렁이가 큰 뱀인거죠?"

"네, 맞아요. 그 말을 듣기 전까진 능구렁이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말을 듣고 나선 능구렁이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밤새도록 능구렁이만 생각했어요. 아주 밤새도록요. 여러분, 최고가 될꺼야, 일등이 돼야 돼, 그런 강박에 쫓기지 말고 그냥 자기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강박에 쫓기면 사는 게 재미없어요. 변비 걸려서 똥도 제대로 안 나와요. 최고보단 최선! 그리고 조금 느리게 걷는다고 그게 실패는 아니니까 기죽지 말구요. 느리게 걷는 건 스타일이 그런 거지. 실패가 아니거든요. 걷지 않는 거보다 백 번 낫죠. 제 얘긴 여기까집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공부 잘 해서 남주자. 끝!" (207-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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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9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상에는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거. 근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런 일이 일어난 건 다 이유가 있다는 거. 괜히 일어난 게 아니라는 거. 특정 직업에 대한 선입관이 없을 때 인간적인 관계가 가능해지는 법인데 애초부터 모든 게 돈과 세속적인 명예로 수렴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거. 아, 세상이 이런거였구나.그걸 끝까지 모르고 사는 건 무지가 아니라 죄악이라는거. 택시운전사는 변비와 설사가 반복돼 똥구멍이 너덜너덜해져도 편견의 원죄를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거.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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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울랄라 가족
    from 놀이터 2020-05-08 16:14 
    가족이란 무엇인가?어렵고 힘들 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소설! 넌 돈이 있어야만 가족이 되는 거냐?돈 때문이 아냐.그럼? 헛, 흐음, 여러분. 공부하기 힘들죠?학생들이 일제히 대답했다.네.나도 사는 게 힘들어요. 정말로.몇몇 아이들은 키득키득 웃었다.그래도 악착같이 잘 먹고 잘 버티고 있어요. 라면도 잘 먹고, 담배는 끊었어요. 혹시 담배 피는 학생 있으면 당장 끊어요. 담배 피면 입에서 냄새나고 겨드랑이에서도 냄새 나요. 아주 독한 냄새.
 
 
 

과학은 그게 문제다. 세계를 사실로만 판단하는거. 그럴듯하게 보이는 건 진실이라고 믿었고, 아무리 진실이라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믿지 않았다. 누구든 가시적인 성과를 들이대지 못하면 루저로 낙인찍히는 건 예삿일이다. 그러니까 교묘하게 속이기도 하고, 간사하게 핑계를 대는 거다. 어떤 이는 진실을 왜 알려주지 않느냐고 목을 맸고, 투신도 했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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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20-05-0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각은 온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태어난 건 결코 자신의 뜻이 아니었고 이름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 아닌데도 책임을 져야 하는 모순덩어리가 인생의 본질이란 걸 일찍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뜻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머리를 깎는 것도 그런데 더 말할 게 뭐 있겠는가.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게 비극이고, 자신은 운명적으로 슬픈 드라마의 주인공일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