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마주하고 따듯한 봄날에 꽃이 피네

하이즈




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말에게 먹이를 주거나 장작을 패거나 세상을 돌아다니겠습니다



내일부터는 양식과 채소에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집, 따듯한 봄날 꽃이 핍니다

내일부터는 모든 친척들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그들에게 나의 행복을 알리고

그 행복의 번뜩임이 내게 알려준 것들을

모든 이에게 알리겠습니다



모든 강줄기 모든 산봉우리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낯선 이들의 축복도 빌겠습니다

당신의 앞날이 찬란하길 바라고

당신에게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부부가 되길 빌겠습니다



당신이 이 티끌세상에서 행복하길 바랍니다

나는 그저 따듯한 꽃 피는 봄날 바다를 마주하길 바랍니다

세상을 떠돌다가 바닷가 마을에 정착해 살고 싶었다. 바닷가 마을에 집 한 채를 구해 홀로 외동딸을 기르며 밤에는 동화를 들려주고 싶었다. 우체국이 하나있고, 작은 도서관과 아침마다 새로운 빵을 구워내는빵집이 있다면 작은 슬픔은 참을 수 있었으리라. 봄날이면 붉은 동백이 탐스럽게 꽃을 피우고, 나는 외동딸의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걸어도 좋았으리라. 나는 혼자중얼거리리, "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라고.
편지를 쓴 지 참 오래되었다. 각박하게 사느라 누군가의 안부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 나는 늘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손바닥만 한 텃밭조차 잘 건사하지 못했다. 실패와 시행착오가 잦았다. 꿈은 아득하고, 가난은 쓰라렸다. 늦었을지모르지만 친척들에게 편지를 써서 그럭저럭 잘 살고있다고 알리겠다. 강줄기와 산봉우리들에 이름을 지어주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 티끌세상에서 무사하기를 빌겠다. 당신과 따뜻한 봄날 오렌지꽃 피는 바다에서 만나기를 꿈꾸겠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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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의 재구성, 번아웃의 범인은 누구인가?

번아웃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과도한 업무가 번아웃의 주요 원인이고, 푹 쉬면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번아웃에 걸린 사람들은 대개 쉬지 않고오랜 시간 일을 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하지만 몇 주 혹은 몇 달 푹쉬어서 완전히 회복되었다면 그 사람은 번아웃에 걸린 것이 아니라만성 피로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크다. 번아웃이 위험한 것은 회복하기 힘든 정서적 소진과 함께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번아웃을 진정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삶의 가치를, 삶의 우선순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다시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기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 번아웃에 걸린다. 그들은 큰 꿈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을 시작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단순히 일로 보지 않고 일을 통해 더 큰 가치를추구하고자 노력한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보다 일에 더 몰입하는 경향이 있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며 더 많은 책임을 지려는 경향이 있다. 자연스레 조직의 일은 이들에게 몰리게 되고, 이들은 점점 많아지는 일 때문에 개인의 삶을 점점 소홀히 하게 된다. 늘어나는 일의양만큼 권한도 늘어나면 좋겠지만, 책임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권한이 늘어나는 경우는 드물고 이 차이를 메꾸기 위해 이들은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갈아 넣기 시작한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의 성과는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인정과 보상이 진짜 일을 한 사람이 아니라 일한 척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모습을보며 허탈함을 느끼기도 한다. 열정의 이유가 되었던 소명의식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이윤추구 논리에 점점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한때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이들은 깊은 무기력을 느끼며 번아웃에 빠져든다. 이렇게 정서적 소진과 함께 찾아오는 번아웃은 회복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번아웃에 빠져들었고, 4년 가까이나 번아웃에서 온전히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무기력을 반복해서 겪었다. 그 무엇을 해도 기쁘지 않고 즐겁지 않았다. 번아웃 전의 내가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했다면, 번아웃 이후에는 나에게 책임이 주어졌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하고, 언제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번아웃에 빠져 있던 긴 기간 동안번아웃을 절대 내 책임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나에게 번아웃을 안겨준 범인을 찾아 헤맸다. 마치 범인을 찾아야만 나의 번아웃이 해결되고 무기력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말이다. 73-74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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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식사 2 - 나이 들수록 더 건강한 사람들의 식단과 100년 건강을 위한 비법 약차 진짜 식사 2
김순렬 지음 / 리더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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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식습관은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이다, 라는 막연하지만 당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동안 주위에서 체질식을 한다며 체질 검사를 하고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신념으로 좋아하는 음식을 참아가며 체질식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도 봤었다. 나 역시 건강이 안좋아지고 먹거리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할 때 친구가 내게 좋은 음식과 피해야하는 음식을 이야기 해 준적이 있는데 다행히 평소 좋아하지 않는 해산물, 생선류보다는 육고기와 채소가 내 몸에 더 맞는다고 해서 체질식을 실천해볼까 하는 마음을 가져보기도 했다. 


어머니는 혈액응고제인 와파린을 드시는데 의사선생님이 대표적으로 상추, 브로콜리, 시금치는 금지시켰다. 사실 의사선생님은 일상적으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채소를 언급하며 금지한 것일뿐이라 처음엔 말 그대로 상추, 브로콜리, 시금치만 금하고 그를 대신할 다른 녹색채소를 찾아서 드실 수 있게 했는데 뭔가 좀 의구심이 들기 시작해 찾아보니 비타민K가 항응고작용을 억제헤서 와파린의 약효를 감소시켜버리기 때문에 많이 먹지 말라는 의미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생각하지 않고 어머니는 의사선생님이 상추를 먹지 말라고 했지 근대를 먹지말라고 하지는 않았다면서 근대나물을 무쳐서 맛있게 드시곤 했다.  


그때쯤부터 음식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 것 같다. 내 몸의 건강상태와 복용하는 약이나 섭취하는 음식이 서로 상충하는 것은 없는지 확인해보곤 하는데 이 책 '진짜 식사'를 읽는 것 역시 그에 대한 확인이 된다. 대부분 한가지 식재료가 어떤 부분에 좋다,라는 일면적인 부분을 얘기해주는 것에 그치는데 진짜 식사는 기본적인 주의 사항들을 팁처럼 알려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오래된 음식이 좋을리는 없는데 특히 견과류는 산패되면서 독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나 식후에 바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좋지 않지만 커피는 항산화작용을 해 노화예방에 좋은 기호품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커피의 좋은 점 뿐만 아니라 커피를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이나 커피를 마시면 안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특히 내게 유용한 정보는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것이었다. 카페인이 적다고 늦은 오후에도 마실 수 있는 커피라는 인식에 더해 콜레스테롤을 조심해야하는 것도 생각해야한다. 


한번 읽고 치우는 책이 아니라 만능사전처럼 옆에 두고 필요에 따라 목차를 보면서 찾아 읽으면 도움이 되는 책인데 기본적으로 기억할 것은 제철 식재료를 먹는 것,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오래된 식재료, 음식을 먹지 말 것, 좋은 음식이라고해서 모두에게 다 좋은 것이 아니며 많이 먹는 것 역시 그닥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예전에 가장 저렴하게 최상의 보양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양파'를 먹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양파의 최상급 효율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그래서 찌개를 만들때 짠맛을 줄이고 단맛을 높일 수 있는 양파를 많이 넣어 조리하면 좀 더 건강한 식사를 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백년건강을 위한 진짜식사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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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 1 : GA 가을 위의 산책 - 유준상의 첫 판타지 동화
유준상 지음, 이엄지 그림 / ㈜소미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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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판타지 동화,이기에 읽기 어렵지는 않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판타지'를 담고 있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면 그 흐름에 따라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왜 굳이 특정 지역과 인물들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을까, 궁금했는데 저자 유준상이 여행을 다니며 떠오른 구상을 이야기로 쓴 글이라 그런것이란다.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설레임과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자연의 경이로움이 판타지 동화로 탄생한 이야기라니.


배우인 쥬네스는 쉬는 날 좋아하는 테니스를 치러 동네 테니스장으로 간다. 테니스를 치는 동안은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 느끼는 쥬네스는 운동이 될만큼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데 한분이 다가와 그에게 테니스를 같이 쳐 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너무 해맑은 모습에 이미 테니스를 충분히 친 후였지만 한번 더, 또 한번 더 세번이나 할아버지와 테니스를 친다. 같은 물음과 행동을 되풀이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의아해진 쥬네스는 치매를 의심하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해맑은 모습으로 그에게 동네 박람회장에 가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한 후, 그조차 잊어버리고 유유히 길을 떠난다. 호기심으로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간 쥬네스는 박람회장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비술아저씨와 별양치기, 구름 맨과 닥터 스카이.... 여러 인물(!)과 하늘의 상징들과 바다 생물과 지상의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는데......


사실 책을 읽기 전부터 막연히 이 책의 이야기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상징성을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일까 고민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당연히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순간적으로 책 속에서 '세상에서 제일 긴 기차'의 칸수를 사흘이나 헤아리다 잠이 들어 꼬박 나흘이 지난 후에 깨어난 쥬네스는 그 하나에만 집착하는 것의 의미없음을 깨닫게 된다. 


"의미가 이곳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의미에 집착하면 내가 찾고자 하는 진짜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82)


그저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아름다운 환상적인 동화,라고 생각하며 읽어도 좋은 책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쥬네스를 따라 세상을 흘러가다보면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와 숲을 보게 된다. 쓰레기를 낚는 헤밍웨이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기도 하고 '바다를 청소하며 마음을 비우는 법,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떠올려보게 된다. 

간절한 소망으로 원하는 곳을 가게 되는 것, 비술아저씨가 품고 있는 의문의 이야기는 또 무엇인지... 두번째 권에서는 어떤 판타지동화가 펼쳐질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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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철학하다 가슴으로 읽는 철학 1
사미르 초프라 지음, 조민호 옮김 / 안타레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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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품어낼 것인가 몰아낼 것인가, 라는 물음에 이미 그 해답은 알고 있으며 그 해답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적 사유가 궁금해졌을뿐이었다. '불안'이라는 것은 사실 내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알 수 없는 것, 내가 행한 현재의 일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것,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원래도 불안증이 좀 있다고 생각하는데 - 여행을 준비하는데 뜬금없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내가 사망을 하게 되면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느라 다른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일상적인 일들에 더해 어느날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신 이후 또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될까, 혹여 나 혼자 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 마음이 갑자기 불안정해지게 되었다. 한동안 힘들었었지만 조금은 냉철하게 모든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며, 그것은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자꾸 되내이려고 하니 어머니의 죽음이 그전만큼 두렵지는 않게 되었다. '불안을 철학하다'라는 명제는 내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불안을 철학한다는 것은 삶을 철학한다는 것이며, 우리 삶을 행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의 정치적, 도덕적 문제를 통찰하는 것이다'(238)라는 설명은 내 마음의 변화에 대해 짧고 명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불안'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철학'으로 수용하며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공감과 이성적 사고의 그 어디쯤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철학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철학은 우리 삶의 불확실한 윤곽과 궤적을 인식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우리의 감정을 치유한다. 불안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우리는 불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불안과 더 친밀한 관계, 즉 불안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 나는 거울 속 나 자신을 온전히 인식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치유됐다. 내 불안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들었고, 나 자신이기를 거부하는 동안 불안은 내게 불안한 것으로 인식됐다."(29)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과 고백이다. 누구나 불안한 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삶의 구체적인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그 본질적인 부분에서 인간이라면 겪게 되는 생사고락의 모습은 다를것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불안은 떨쳐내거나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함께 가는 것이 최선임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내가 구구절절이 늘어놓는 말들보다 선명하고 짧게 핵심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을 읽는 것이 더 낫다,는 말 외에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이런 것일뿐이다. 


철학이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처세와는 다른 것이며 본질적으로 세계관을 밝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한다면 '불안을 철학하다'라는 것 역시 불안을 없애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의 본질을 깨닫고 내 삶에서 불안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함을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미지의 영역을 향해 힘껏 나아가는 동안 불안은 바람직한 삶의 궤적과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자아를 알려준다. 우리는 항상 불안할 것이다. 불안하기에 우리는 존재할 용기를 낼 수 있다. 불안하기에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할 자격이 있다."(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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