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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래도 카레
사카타 아키코 지음, 이진숙 옮김 / 참돌 / 2020년 4월
평점 :
가끔이라기보다는 자주 카레를 만들어 먹는다. 그래서 집에는 항상 다양한 종류의 카레 가루가 구비되어 있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육수베이스라는 일본의 고형카레와 채수베이스인 우리나라의 카레에 더해 요즘은 태국식 카레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동네 마트에서는 딱 이것뿐이다. '오늘은 아무래도 카레' 책을 펼치는 순간 내가 생각한 카레는 그냥 인스턴트 카레였을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향신료를 보는 순간 내가 시도해볼 수 있는 카레 요리는 없을 것 같은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쉽고 흔하게 구할 수 있는 그런 카레 가루 향신료가 아니라 쿠민이나 샤프란, 코리엔더, 시나몬처럼 이름을 들어 본 향신료도 있지만 클로브나 카다멈, 펜넬씨 같은 가정요리에도 사용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향신료도 포함되어 있다. - 물론 이런 향신료를 대체해 그냥 카레가루를 사용하면 될 것 같지만 이 책의 레시피에는 그런 대체용 가루가 적혀있지는 않다.
인도, 태국, 유럽, 일본식 카레로 구분하여 레시피가 적혀있기는 하지만 사실 가정식으로 만들어먹는데 굳이 그렇게 구분하는 것은 내게는 큰 의미가 없다. 향신료를 구비해 맛을 낼 수 없을바에야 카레에 들어가는 재료의 조합으로 맛을 내야겠다는 생각에 레시피 책을 열심히 보기 시작할뿐.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난 주 카레를 만들어 먹었는데 장기간 묵혀 둔 고구마를 꺼내어 넣었다. 일반적으로 재료를 썰어 살짝 볶은 후 물을 넣어 익히지만 우리집 카레는 재료들을 볶지 않는다. 어머니가 버터를 싫어하시는데다 양파도 잘 안드셔서 양파캐러멜라이징을 하지도 못하는터라 처음부터 그냥 재료를 푹 삶으며 카레로 맛을 낸다. 그래서 재료에 맛이 베일 수 있도록 카레가루를 넣어 살짝 볶는척만 하고 물을 부어 재료들을 익히는데 고구마나 단호박을 가장 먼저 넣는데 반정도씩 크기를 다르게 썰어넣어 일부는 거의 녹을정도로, 일부는 큼지막하게 썰어 오랜시간 끓여도 형체가 남아있을 수 있게 한다. 요즘은 배추와 무가 맛있어서 물을 적게 넣고 채소를 많이 넣어 채수의 맛도 베어들게 하면 카레가 조금 더 맛있어진다. 사실 사과, 당근, 버섯 등 카레를 만들 때 냉장고에 있는 온갖 채소는 다 집어넣어 끓여서 향신료 맛 보다는 재료의 맛이 더 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역시 기본은 향신료의 배합일 것이라는 생각은 접을수가 없다.
이 책에 소개된 향신료중에 가람 마살라,가 있는데 '매운 향신료'라는 뜻의 블렌드 향신료라고 한다. 인도에서는 각 가정마다 집안 고유의 배합 카레 가루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처럼 여러 향신료들을 입맛에 맞게 배합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난과 차파티 만드는 레시피뿐 아니라 다양한 샐러드 레시피도 있어서 카레에 곁들임이 아닌 샐러드를 만들어보고 싶어지기도 하는데 카레는 재료에 따라 조금씩 향신료의 배합이나 조리 순서도 달라지는 것 같아 여러 향신료를 갖추기 전에 그냥 일반적인 카레가루나 고형카레로 시도를 해볼까 싶다.
지난 주 카레를 만들어 먹을 때 고구마가 다 녹아버려 하루가 지나니 걸쭉함이 사라져버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우유를 넣고 끓이면서 먹다남은 크림버섯 스파게티용소스를 같이 넣어봤는데 뜻밖에 맛의 조합이 어울려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책에도 카레에 크림소스를 넣는 레시피가 있어서 역시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카레'가 생각난다면 다양한 조합의 카레가루와 여러 재료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카레를 끊임없이 만들어보고 싶은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