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본 그의 마지막 모습은 뚱뚱한 사내가 잔해만 남은푸조 옆에 실내화 바람으로 서서, 전투기들이 도로에 기총 소사를 하며 맹렬한 속도로 덮쳐 오는데도 불구하고 빨리 가라고, 빨리 가라고, 손을 흔들고 있는 광경이었다.
겁에 질린 루이즈는 목에서 피가 콸콸 흘러나오는 파란 원피스 여자의 시신을 성큼 넘어 갓길을 가로질렀다.
아이들은 울부짖고, 전투기들은 다가왔다.
벌써 루이즈는 손수레를 밀며 들판을 달리고 있었다……….463


#############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예상치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뭔가 참혹하면서도 슬픈. 아니. 아름다운 본질을 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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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는 자신의 어머니가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가졌다는생각에 놀라울 정도로 빨리 적응했다. 임신한 처녀와 비밀 중절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나 돌아다녔다. 누군가가 사망했거나 상속 문제가 생겼을 때에야 이런 사실들이 비로소 밝혀지는 집들이 부지기수인 세상인데, 꼭 벨몽 집안만 그러지 말라는법은 없었다. 아니, 그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아기를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묵직한 돌덩이 같은 것이 아이를 갖고싶은 갈망과 연결되며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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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잔 - 경남 스토리 공모전 대상 토마토문학팩토리
박희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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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일본 최고의 보물로 전해져오는 이도다완은 조선의 막사발이다!"

이 문장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몇년 전 도자기여행에 관한 책을 읽었었기 때문일 것이다. 도자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임진왜란때 조선의 수많은 사기장을 납치해가고 - 그중에는 자신들을 천하게 여기는 조선을 자발적으로 떠난 사람들도 분명 있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되면서 우리의 분청사기는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내기 힘든 시대적 상황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왕의 잔은 우리의 막사발이 일본의 보물로 전해져오게 된 사건(!)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소설이다. 단지 그 한줄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조선의 사기장들이 일본에서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조선의 가마가 일본에서도 조선식으로 발달하게 되었는지 역사적 자료를 조사하여 사실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솔직히 조선의 자기와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 사기장들의 자기 제작과 후대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제왕의 잔은 '막사발'에 중점을 두고 실존인물들과 접접을 이루는 가상인물들의 사랑과 욕망, 성공에 대한 이야기이다. 


명문가의 자손이지만 천한 사기장의 길을 택한 도경이 몰락한 양반가의 딸 연주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와 함께 하는 삶을 꿈꾼다. 하지만 연주가 돈많은 양반가의 후실로 가게 된 것을 알게 된 도경은 연주와의 도주를 계획하게 되고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그렇듯 그의 계획은 발각되고 도경은 명나라로 떠나게 되는데...


일본에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명나라에서도 황제가 원하는 도자기를 구워내는 도경의 발자취가 그려지는 것은 한중일 세 나라의 도자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도경이라는 사기장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도자기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이 소설은 연주에 대한 도경의 사랑이 더 크게 그려지고 있으며 그것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계기가 되고 관계 형성을 하고 있어서인지 솔직히 말하자면 도자기보다는 도자기를 굽는 사기장의 일생에 더 몰입하게 하고 있어서 조금은 기대와는 다른 방향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방대한 자료수집과 역사적 사건 속 개인의 삶이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은 훨씬 더 많은 생각할거리를 주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꿈이 역사의 소용돌이속에서 무참히 깨지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가야한다는 한 개인의 일생이 끝내 알아채지 못한 자신의 아이에게서 끝을 맞이하게 된다는 비극적 사실 역시 소설의 여운을 남기고 있는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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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덕수궁 인문여행 시리즈 10
이향우 글.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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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4년에 출판된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덕수궁의 개정판이다. 경복궁 이야기는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덕수궁에 대해서는 읽었었는지 기억에 없다. 사실 책뿐만 아니라 내가 덕수궁에 가본적이 있는지, 말로만 듣던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본적이 있는지도 기억에 없다. - 사실 기억에 없어서 가보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서너번 가봤던 경복궁과 덕수궁의 차이가 있으려나, 라는 생각을 하며 슬쩍 책을 펼쳤다. 우리 궁궐의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저자가 그려낸 따뜻한 색감의 풍경 그림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서 궁궐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보다 사진과 그림만 한차례 먼저 훑어보면서 다음에 기회가 되어 경복궁에 가게 된다면 어느 계절에, 어떤 경로로 어느 부분을 더 유심히 보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해보고만 있었다.


역사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궁궐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구한말, 일제강점기 시대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수가 없다. 우리의 궁궐과 대문이 그 모습 그대로 이어져오지 못하고 일본제국주의자들에 의해 훼손되고 막히기도 했으니 그 이야기와 왕조의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다. 역사적 사건으로만 알고 있는 아관파천이, 러시아공관 앞에 서 있는 고종과 순종의 사진을 보며 권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 나라의 절대권력자 왕이 궁을 떠나 외세의 하나인 다른 나라 공관에 가 있다는 것 자체로 당시의 정치상황에 대해 새삼 떠올려보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일반 관람객들은 덕수궁을 찾았을 때 중화전이 갖는 무거운 역사성이나 석조전의 건축 양식이 전통과는 거리가 먼 외세의 영향이라는 심각한 인식보다는,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과 시간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덕수궁이 있는 공간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시간도 좋을 것이다. 역사학자와 건축학자들뿐만 아니라 복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모두의 딜레마가 되는 문제가 아닐까.


임금이 머물던 곳이라는 석어당의 살구나무에 꽃이 핀 풍경이라거나 황제의 공간이라는 함녕전과 덕홍전에서 바라보는 단풍 든 나무의 아름다움도 좋고 고종이 즐겨마셨다는 가베를 떠올리게 하는 정관헌의 아름다움도 너무 좋다. 테라스 난간, 바닥의 무늬 타일 등 세부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정관헌의 겨울 정경 사진과 "정관헌을 둘러보고 서쪽으로 난 창신문으로 나가기 전, 안쪽 담장을 따라 내려가면 담정 너머로 석어당이 보이고 야트막한 꽃담장이 덕홍전 뒤편의 화졔를 감싸듯 구분합니다. 그리고 그 담장 중간에 아주 예쁜 문이 하나 나오는데, 바로 유현문입니다"(168)

저자는 유현문 양쪽으로 펼쳐지는 게단식 꽃담이 안쪽의 계단식 정원과 함께 덕수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꽃이 피는 계절에 유현문 꽃담을 실제로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진다. 


부록으로 덕수궁 십경이 실려있는데 서울에 산다면 4계절 내내,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는 날에도 한번쯤 가보고 싶은 풍경들이다. 정동전망대에서 바라본 덕수궁의 사계, 봄 벚꽃 핀 중화전 가는 길, 중화전과 중화문, 봄날 석어당 앞의 살구나무, 석어당과 괴석, 모란이 핀 날 정관헌에서 마시는 커피, 유현문 골목의 꽃담, 등나무 쉼터에서 바라본 석조전과 정원, 후원 숲길, 카페에서 바라본 연지의 연산홍을 보는 궁궐 전각 십경과 덕수궁 돌담길 걷기, 대한문 앞의 수문장 교대식, 덕수궁의 서문 돌담길 걷기, 서울시립미술관 앞 공원에서 쉬어가기, 목련으로 단장한 정동제일교회 벽면, 정동공원에서 바라본 구 러시아 공사관 종탑, 이화여고 백주년 기념관의 정문과 돌담, 정동길 까페에서 마시는 차 한잔,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건축, 환구단 터의 황궁우를 보는 정동길 십경. 

언젠가 한번은 볼 수 있지 않으려나 하는 기대감에 길게 나열을 해 보고 있는데, 그에 더해 이 아름다운 풍경 너머로 보이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며 되풀이되지 말아햐 하는 역사와 우리의 후손에게 보여줘야 하는 미래의 역사를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하는 것과 배우고 실천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같이 바라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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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 내게 14권 다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래도 분명 첫번째와 열네번째는 있고, 아마도 그 사이사이 계속 소장하고 있지 않을까. - 사실 이것보다는 읽었다,라고 해야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싶기는 하지만.


이미 십년도 더 넘었는데 한국 작가의 단편소설을 그닥 즐겨 읽지 않다가 아, 재미있는데? 라며 또 다른 한국 작가의 단편소설집을 찾아 읽기 시작하게 된 것은 1회 수상자인 김중혁 작가의 소설집을 통해서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우연찮게 선물처럼 받아 읽었던 백가흠 작가의 소설집. 그리고 김연수 작가의 소설, 그리고 또....


지금은 단편, 장편 가리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중이다. - 책이 자꾸 쌓여가면서 왠만하면 구입을 망설이게 되어가는데 그래도 한국 작가 책은 아직까지는 좀 큰 고민없이 사게 되기도 하고, 특히 흔치않은 친필 사인본 판매가 뜨면 바로 구매. 





요즘 인쇄 사인본이 많은데 그 와중에 손보미 작가의 친필 사인본은!!!



작년이던가... 젊은 작가상 수상작가들의 사인이 다 담겨있어서 좋았는데, 물론 인쇄본이기는 하지만 작가들의 짧은 메시지를 읽는 것도 좋았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해 봤는데 아무것도 없어 좀 섭섭했다는. 


이제 열심히 읽기만 하면 되는데, 오늘 좀 쉬어볼라고 어제 저녁에 급하게 빨래도 다 돌렸건만 아침 식사, 설거지하고 어머니 드실 과채를 갈고나니 어느새 점심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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