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보자기
도광환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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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기자 출신의 미술 이야기,라고 하니 전문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학적인 관점에서 그림을 설명할 것 같다는 기대감은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직접 보고난 후라는 것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없던 저자의 그림 이야기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앟았는데 실물 책을 받아들고 환호성을 올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표지 그림을 보면서 - 낯선듯하지만 낯익은 이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메다 프리마베시,이다. 클림트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황금빛(!) 작품들이 많지만 저자는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언급에서 여러 작품 중 하나인 메다 프리마베시를 언급하고 있다. 사실 여기서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건 가족의 카테고리에는 분명 부부, 엄마도 모두 포함되는 것일텐데 그 부분을 세분하고 싶어서였는지 그 안에서 또 나누고 있는 것은 엄마도 있고 여성도 있다. 문득 이 한 권의 책에서 보여주고 싶은 그림과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아서 이렇게 구분을 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굳이 소주제를 마음에 담아 그림들을 연관시키지 않고 개별의 그림을 보면서 글을 읽다보니 차근차근 읽어나가다 책을 가까이 두고 퇴근 후 한번씩 들춰보면서 느낌이 가는 그림들을 감상하고 그 그림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나 에피소드를 읽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히틀러가 미술학도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그린 그림 '자화상'은 처음 접해봤고 딱히 마음에 드는 그림은 아닌 것으로 결론지었다. 물론 모두가 칭송하는 그림이 내겐 그렇지 않을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수도 있지만 내게는 자꾸만 다시 보게 되는 그림이 되기도 할 것이니 히틀러의 그림 역시 그런것이겠지.


얼핏 보면 주제에 따른 그림의 설명과 감상이 담겨있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미술사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그림이 낯익은 것들이기는 하지만 콜테츠나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이 실려있는 것이 좀 더 반갑다. 가끔 생각이 나서 찾아보고 싶어도 작가 이름이 전혀 안떠올라 찾기 힘들었던 마크 로스코의 작품도 이 책에서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한가지 사족을 붙인다면 나 역시 그림에 대한 관심은 그저그랬었는데 처음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루브르에서 모나리자의 실물을 보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오묘한 미소에 대한 느낌은 인쇄된 도판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이었고 그 생생함으로 인해 좋아하는 그림은 언젠가 꼭 실물 그림을 보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 전까지는 지금처럼 화질이 좋은 인쇄도판으로 좋은 그림들을 찾을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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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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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구보 미스미의 소설집이다. 모두 5편의 소설이 실려있는데 소설집의 제목이 표제작으로 실려있는 것이 아니라 살펴봤는데 책첫머리에 저자의 친필 인쇄사인이 담겨있다. "괴롭고 지칠 때에는 창을 열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세요. 작은 반짝임을 발견하는 순간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질 거예요"

저자의 메시지를 읽고보니 이 소설집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모두 인생의 어느 한 순간에 스쳐지나가며 잊혀질 수 있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삶의 전환점이 될수도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은종이색 안타레스]에 나오는 마코토는 단지 바다가 그립고 바다수영을 하고 싶어 할머니댁을 찾아가지만 그곳까지 찾아온 소꼽친구의 마음을 외면하고, 사랑이라고 하기엔 미숙한 마코토의 마음은 동네에 잠시 찾아 온 아이엄마인 다에씨를 향하고 있다. 마코토의 여름방학은 잊혀질 수 있는 사건이라면 [한밤중의 아보카도]에서 쌍동이 유미를 잃은 아야에게 유미의 남자친구인 무라세는 완전히 잊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두 이야기속의 인물들은 각자에게 그 자신의 현재의 삶속에서는 똑같은 아픔이고 이별이고 삶의 일부일 것이다. 

엄마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후 아빠와 함께 생활하며 학교에서 왕따당하고 폭력에 시달리는 사쿠라가 엄마의 유령에 집착하지 않고 결국은 아빠와 둘이 엄마없는 일상을 이어나가게 되는 [진주별 스피카]도 이야기속에 차별과 편견, 폭력의 이야기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한부모가정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 좋았다. 

[습기의 바다]와 [별의 뜻대로]는 이혼 가정과 재혼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에피소드로 보여주고 있는데 주인공 화자의 시점보다는 한부모 가정에서 아이를 케어하며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며 육아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에서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미스터리한 요소를 가미하고 있어서 계속 궁금증을 갖고 이야기를 읽어나가게 하고 있는데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질 것'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이지만 현실 속에 존재하는 가족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그런지 현재 삶의 모든 괴로움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지금은 힘들고 괴롭지만 미래의 삶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밤하늘의 별빛 같은 희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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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사라진 길
로사 조든 지음, 유영희 옮김 / 산수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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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케이트가 키우던 염소 슈가가 사라진다. 슈가를 찾아 길을 헤매다 이웃 윌슨씨 가족을 알게 되고 케이트네 형제들과 윌슨씨네 가족의 만남은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처음 책을 읽으며 이야기의 배경과 작품이 씌여진 시기가 궁금해졌다. 솔직히 '염소'라는 것 때문에 편견으로 시작한 책읽기였고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라는 막연함뿐이었는데 이 책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뜻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농장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일주일에 7일이나 일을 해야하는 엄마와 오빠 저스틴, 동생 칩과 함께 살고 있는 케이트는 엄마가 새 옷을 사 줄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작아져버린 옷을 입고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된다. 동생 칩은 강아지 코코를 악어에게 잃고난 후 의기소침해하지만 이웃 윌슨씨네 손자가 같은 반 친구인 루터인 것을 알고 절친이 된다. 야구선수를 꿈꾸는 저스틴은 윌슨씨의 아들인 부커가 동네에서 탄생한 프로야구 선수임에 그를 만날 꿈에 부풀어 있고....

아니, 이런 이야기는 정말 지극히 한 일부분일뿐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이 책을 직접 읽으면서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 핵심적인 내용을 언급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인종차별때문에 이웃을 멀리하는 것이라 생각한 케이트는 그것이 엄마에게 가진 편견임을 깨닫고, 자신은 상관없지만 이웃들의 시선으로 인해 작은 동네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을 겪었던 엄마는 케이트가 그런 시선을 받지 않기를 원하지만 결국 잘못된 시선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잘못임을 깨닫게 되고 이 이야기들을 통해 나는 편견없는 생각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다면 그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난한 케이트네 가족이 풍족한 윌슨씨네 가족과 이웃이 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난에 더해 케이트네가 흑인인 줄 알았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사실인데 그 이후부터 동네에서 받는 차별의 눈길이 문장 곳곳에서 느껴져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이 언제일까 궁금해졌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이 소설속의 차별이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법으로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어"(220)라는 엄마의 말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차별과 편견을 깨고 가족의 소중함과 우정이 담겨있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만찬의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없는 것을 두고 징징대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돼. 우리에게 있는 것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지"(130)라는 부커의 이야기는 그저 문제해결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 서로에게 가장 훌륭한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 이야기는 또 모두의 행복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은 것이다. 케이트네 가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순간을 누리고 있는 그 순간이 있어 행복할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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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미리 판단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뜻이에요? 그건 옹졸하다는 뜻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부커가 케이트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럼 우리 둘 다 그 점은 인정하는 거지? 골격만 놓고 보자면,
저스틴은 코치에게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해."
"처음에는요."
케이트가 인정했다.
"지금 우린 저스틴을 미리 판단했어. 이제 저스틴이 우리한테 와서 실력을 보여 줄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다고 해 보자.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지. 난 이렇게 말할 거야. ‘안 돼. 넌 야구 선수로서의 자질이 부족해.‘라고 말이야."
부커가 케이트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하지만 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좋아, 기회를 주지. 공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 어디 한번 볼까?‘ 저스틴이 시범을 보이고, 넌 그가 좋은 선수라고 결정해 팀에 선발하지."
"잘됐군요."
케이트는 저스틴이 팀에 선발되는 각본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안심했다.
"문제는 미리 판단하는 데 있지 않아. 네가 말했듯이 누구나 다 조금씩은 의도하지 않아도 미리 판단을 하기 마련이니까. 문제는기회를 주지 않는 데 있어. 편견을 가진 코치는 바로 그런 결정을내리지. 하지만 다른 코치는 저스틴에게 기회를 주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자 바로 마음을 바꿨어."
"아!"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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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해."
"내겐 차별이 없었을 것 같아?"
부커가 물었다.
부커, 이 나라에서 운동선수에 대한 인종 차별은 네가 태어나기전에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맞아."
부커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
"하지만 다리가 없는 운동선수에게도 그럴까? 내가 코치 일을알아보려 했을 때, 휠체어에 앉은 것 때문에 차별을 당하지 않았을것 같아? 그렇지만 다리가 없는 것을 핑계로 인생이 힘들다고 불평하지는 않았어."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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